일전에 예고한대로 오늘 밤( 한국 시간 ) FP부터 시작될 F1 2009 시즌 라운드 13 이탈리아 그랑프리의 무대인 몬짜에 대해서 간단한 분석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몬짜 써킷의 정식 명칭은 이태리어로 "Autodromo Nazionale Monza"입니다. 몬짜 써킷은 밀라노 북쪽 몬짜 파크라는 공원의 북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유서 깊은 써킷으로 무려 1922년 지어진 이래 87년간 수많은 레이스를 치러왔습니다. 1950년 이후 이몰라에서 열렸던 1980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이탈리안 그랑프리'를 개최하면서 레이싱을 사랑하는 이탈리아인들과 페라리의 팬들에게 홈 써킷처럼 여겨지던 곳입니다.
오늘은 이탈리아 그랑프리를 앞두고... 전통의 몬짜 써킷에 대해서 간단히 분석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몬짜 써킷의 대략적인 구조는 아래 구글어쓰 사진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크고 둥글게 돌아가는 오벌( oval ) 써킷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현대적인(?) 라인의 써킷이 함께 공존하는데요. 모던 써킷, 오벌 써킷, 두 가지를 연결해서 달리는 써킷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는 동안 수 차례 개수와 개조를 통해 발전해 왔습니다.
몬짜 써킷은 단순히 페라리의 홈 써킷(?)이라는 이유 외에도 2009 캘린더 기준으로 봤을 때... 가장 빠른 써킷이라는 점도 스피드 매니아들을 자극합니다. 어느 정도 빠른 써킷인지는 아래 그림처럼 F1 2009 캘린더에 오른 써킷들의 랩 레코드 평균 속도를 비교해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써킷이 랩 레코드 기준으로 200 km/h ~ 230 km/h 전후의 평균 속도로 주파되는 데 비해, 몬짜 써킷은 랩 레코드 기준 257.3 km/h의 평균 속도를 자랑하는 단연(!) 가장 빠른 써킷입니다. ( 반면 가장 느린 써킷은 지난 5월 분석했던 몬테카를로( 모나코 GP가 열리는 ) 시가지 써킷으로 랩 레코드의 평균 속도는 거의 100 km/h의 차이가 납니다. )
빠른 속도에서 짐작하실 수 있듯이 몬짜는 대부분의 구간이 고속 직선 구간과 그 사이를 메꾸는 시케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나마 현재 간간이 숨돌릴(?) 틈을 주는 시케인들이 없던 예전 레이아웃이 남아 있다면... 과연 얼마나 빠르고... 또 얼마나 위험했을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초고속 써킷이라는 특징은 또한 낮은 다운포스를 의미하며... 왠지 단순한 의미의 빠른 머신(?)을 만들기 위한 연구가 쉽지 않은 써킷이라는 의미도 되는 것 같습니다.
몬짜 써킷이 엔지니어들에게 굉장한 부담을 안겨주는 반면, 써킷을 이해하려는 관객들에게는 일단 진입 장벽이 굉장히 낮은 편인데... ( 입문 단계에선... 참 설명하기 쉬운 써킷 중 하나입니다. ^^ ) 지금부터 몇 개의 구간으로 나눠서 몬짜를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다이어그램처럼 구성된 몬짜 써킷은 2009 시즌 두 번째로 빠른 써킷인 스파와 비교하자면... 스파가 산중턱을 오가면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입체적인 고속 써킷이었던 데 반해... 몬짜는 고저의 차이가 거의 없는 평면을 달리는... 왠지 단순하다는 느낌까지 드는 초고속 써킷입니다.
몬짜는 11개의 코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7개가 3 개의 시케인을 구성하고 있으므로... 다음과 같은 여섯 개의 코너군이 이어진다고 이해하시면 쉬울 것 같습니다.
1. 첫번째 시케인( 1, 2 코너 : 우-좌회전 시케인 )
2. 완만한 우회전( 3 코너 )
3. 두번째 시케인( 4, 5 코너 : 좌-우회전 시케인 )
4. 두 번의 90도 우회전( 6, 7 코너 )
5. 세번째 시케인( 8, 9, 10 코너 : 좌-우-좌회전 시케인 )
6. 급격한 우회전( 11 코너 )
위의 여섯 개 구간을 제외한 모든 구간은 전속력으로 가속을 하게 되는데요... 결국 스타트 - 피니시 라인까지의 진행은
와 같이... 사실상 시케인 바로 앞까지의 가속과 급감속이 세 번... 우회전을 위한 속도 조절과 가속이 세 번 등장하는 것으로 정리가 끝납니다. ( 가속 - 급감속 - 시케인 통과만 알면 된다니 이 어찌 쉽지 않겠습니까 ^^ ) 이처럼 단순하면서도 빠르른 써킷이기 때문에... 팬들도 좋아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반면 급감속 - 시케인 통과 - 가속이라는 패턴이 KERS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가운데... 계속 KERS를 활용했던 페라리, 맥라렌 외에... 르노 등도 KERS 사용을 고민하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
여기서 머신의 속도와 변속까지 따지면서 써킷을 조금 더 자세히 분석해보자면... 스타트 피니시 라인을 지나서 첫번째로 나타나는 시케인은 2단 기어로 80km/h까지 감속을 해야 되는 구간으로 가장 많은 추월 시도가 예상되는 곳입니다. 특히, KERS 머신이 다른 머신보다 좀 더 빠른 속도로 시케인에 접근하게 될 첫 랩에선 사고의 위험도 적지 않지요.
그에 비해 두번째 시케인은 위 그림에서 보시듯이 조금 더 완만한 라인이라 3단 기어로 120 km/h 부근까지만 감속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추월시도는 더 어려운 곳입니다.
이어지는 6, 7 코너를 비롯한 모든 우회전 코너는 '충분한 속도의 유지'가 관건으로 모두 4단 기어로 통과합니다. 특히... 긴 직선주로를 앞둔 7코너에서는 200 km/h에 육박하는 속도로 90도 코너를 공략해야 하고 여기서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이후의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라인을 정확하게 타야겠지요.
긴 직선주로를 달리다가 만나는 아스카리 시케인은 드라이버와 머신의 능력이 가장 잘 발휘되는 곳으로 좌-우-좌로 이어지는 3단 시케인을 물흐르듯 통과해야 하는 것은 물론, 시케인 진입 시의 감속과... 탈출 시 충분한 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연석을 십분 활용하는 라인의 선택과 이를 버텨 줄 머신의 성능이 모두 중요합니다.
마지막 급격한 우회전 코너 파라볼리카는 그림으로만 보면 헤어핀처럼 보이지만... 무려 4단 기어로 220 km/h에 근접하는 속도를 내야하는 고속 코너입니다. ( 얼마나 드라이버의 육체에 부담이 될지는 상상에 맡깁니다. -_- ) 이후 피니시 라인까지 최대한 가속을 해야되기 때문에... 급격한 우회전과 함께 높은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물론... 파라볼리카를 지나 핏스탑으로 들어가는 차들은... 무뎌진 속도 감각 때문에 피트 속도 위반을 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 페널티와 함께 거액의 벌금이 속도 위반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_- )
여기까지... 달리고 급하게 서고 달리는 것이 반복되는... 초고속 써킷 몬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F1 입문 수준에서는 '더는 간단할 수 없을만큼' 간단한 구조의 써킷이니만큼 모든 분들이 써킷의 흐름을 이해하고 재미있게 레이스를 감상하시길 기대해 봅니다. ( 물론 드라이버와 엔지니어에겐 결코 간단할 수 없는 써킷입니다만... ㅎㅎ )
비록 2008년엔 비가 내려서 이 엄청난 스피드를 제대로(?) 느끼지는 못했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미의 패스티스트 랩 평균 속도는 무려 248 km/h ) 또 하나의 이탈리아 팀 토로 로쏘의 베텔이 우승하면서 이탈리아 팬들을 열광에 빠뜨릴 수 있었는데요. 1966년 이래 이탈리아인 드라이버가 우승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이탈리아인 드라이버가 몬짜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이번 이탈리아 그랑프리에서는 페라리로 이적한 피지켈라와... 토요타의 트룰리, 그리고 피지켈라의 시트를 이어받은 리우찌까지 세 명의 드라이버가 이탈리아인으로 참가합니다. 이들 중 한 명이 우승해서 이탈리아인이 몬짜의 승자가 되길 바라는 이탈리아 팬들이 많을 것은 물론이고... 특히 스파에서 폴을 땄던 피지켈라가 스파에서 우승한 페라리 머신을 몰고 우승해 이탈리아인이 이탈리아 팀에서 우승하는 43년만의 기록을 세우길 바라는 팬들도 적지 않을 것 같네요. 과연 올 몬짜의 주인공은 누가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마지막으로 위의 설명들을 숙지하시고 확인하는 단계로 너네튜브에 올라온 2006년 마싸의 경쾌한 퀄리파잉 온보드 영상을 보면서... 아... 몬짜는 이런 곳이구나... 라는 느낌을 이해하고 내일의 퀄리파잉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 F1 공식 홈페이지에는 현재 2008년 베텔이 폴포지션을 따낼 당시의 퀄리파잉 영상이 올려져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