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에너미( Public Enemies )와 함께 마이클 만 감독이 돌아왔습니다. 콜린 파렐과 제이미 폭스가 쌍끌이를 했던 '마이애미 바이스'로부터 3년... 이번에는 조니 뎁과 크리스찬 베일이라는 강력한 쌍두마차를 내세우며, 대공황기 이름난 은행 강도 '존 딜린저'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그리고, 이번 영화 퍼블릭 에너미는... 사상 최고의 도심 총격 씬으로 유명한 '히트( Heat )'와 여러 모로 비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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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몇 가지 면에서 두 작품은 닮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경험 많고 카리스마 있는 은행 강도와 그 뒤를 좇는 유능하고 냉철한 형사의 대립 구도가 같으며, 은행 강도와 한 여인의 로맨스가 무시 못할 보조 스토리로 첨가됩니다. 은행을 터는 씬의 연출과 이어지는 총격 씬... 그 연출이나 사운드가 두 작품의 연결 고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고, 은행 강도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것도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두 작품 사이에는 비슷한 듯 다른 점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히트의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가 대등한 위치에서 6대 4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면... 퍼블릭 에너미의 크리스찬 베일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어 8대 2 정도의 비중이라고 느껴집니다. 또, 퍼블릭 에너미의 퍼비스와 존 델린저는 한 번 제대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히트의 한나와 맥컬리처럼 '적이지만 공감하는 정서'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그저 적으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또, 히트에서 알 파치노가 연기한 한나는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묘사되지만,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퍼비스는 약간의 흔들림은 있지만 그다지 복잡한 캐릭터로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크리스찬 베일의 비중이 낮아진 공백은... 이야기 전체를 끌고 나가는 캐릭터 존 델린저 역의 조니 뎁이 대부분 커버하면서 원맨쇼를 펼치는 가운데, 프랑스 출신 여배우 마리온 꼬띨라르가 연기한 '빌리' 역시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주며 히트에서 맥컬리와 짧은 로맨스를 나눈 '이디'와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조니 뎁이 연기한 존 델린저는 극중의 모든 캐릭터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거나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두 시간 반 동안의 긴 런닝 타임 동안 혼자서 이야기의 중심축을 튼튼하게 지탱하는데, 이는 '히트'가 영화 내내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가 연기 대결을 펼치며 두 캐릭터가 두 개의 나선이 꼬이는 것처럼 이야기를 끌고나갔던 것과는 극명하게 비교가 됩니다.
그렇게 비슷한 듯 다른 길을 택한 히트와 퍼블릭 에너미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두 작품의 감독인 마이클 만( Michael Mann ) 감독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케로군의 관점에서 마이클 만 감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차분하고 무거운 영상 속에 강렬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감독"입니다. 최근작들에서는 항상 유명 헐리우드 남성 연기자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결코 대중에 야합하지 않는 영화를 만드는( 나쁘게 말하면 좀 재미없고 졸릴 수도 있는... ) 감독이라고 할 수 있죠.
1943년 생이니까 우리 나이로는 벌써 예순 여덟의 적이 않은 나이지만... 1968년 "Insurrection"으로 장편 영화 연출을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연출한 영화가 열 편을 좀 넘는 정도로 다작과는 거리가 먼 감독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 마이클 만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은 1992년작 "The Last of the Mohicans"으로 오스카를 두 번이나 손에 쥐었던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었습니다. 라스트 모히칸으로부터 3년 뒤인 1995년 '히트'를 연출했고, The Insider (1999), Ali (2001), Collateral (2004), Miami Vice (2006)에 이르기까지 2 ~ 4 년에 한 작품 씩 꾸준히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케로군이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는 나쁘게 말하면 좀 재미없다'고 평했던 것처럼... 항상 헐리우드의 잘 나가는 남자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움에도 불구하고 흥행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아서... 톰 크루즈 주연의 콜래트럴이 미국 흥행 1억 불을 겨우 넘겼을 뿐... 알 파치노와 러셀 크로의 인사이더, 윌 스미스의 알리, 콜린 파렐과 제이미 폭스의 마이애미 바이스까지 1억 불에는 근처도 가지 못했습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지난 주말 박스 오피스 집계까지 흥행 1억 불의 턱밑까지 도달한 퍼블릭 에너미는 비교적 흥행에 성공한 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죠.
여러 모로 히트와 비교되는 영화 퍼블릭 에너미는... 언제 봐도 현장감 넘치는 구도, 사운드( 특히 총성 )와 헨드 헬드 카메라의 박진감... 차분한 느낌의 영상과 못지 않게 차분한 액션 연출... ( 덕분에 영화가 잘 맞지 않는 관객분들은 주무실 수도 있습니다! )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로 담아낸 '남자들의 이야기'까지 전형적인 마이클 만 감독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케로군은 재미있게 영화를 감상했고... 이런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만... 대중성이 떨어지는 면도 있고, 스타일이 잘 맞지 않는다면 작품에 대한 평가도 나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에 대해 평점을 매겨본다면... 10점 만점에 6점 정도가 적절한 평가인 것 같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8점을 주고 싶지만... )
그리고, 무엇보다 '히트'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는 만큼... 다시 한 번 히트를 찾아보는 것이 퍼블릭 에너미를 감상하는 분들을 위한 조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올 가을에는 히트가 블루레이로 다시 찾아온다고 하니... 초강력 기대를 해 보겠습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