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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tirct 9


이번 주말에 제대로 쉴 여건이 안 돼서 많이 피곤했지만...
다음 주말( 24, 25일 )과 그 다음 주말( 31일, 11월 1일 ) 모두 영화를 볼 만한 시간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신도림 CGV를 찾았습니다.
영등포 CGV가 더 좋지만, 왠일인지 보려고 한 영화의 디지털 상영을 하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그래서, 관람한 영화는 닐 블롬캄프 감독"디스트릭트 9( District 9 )"이었습니다.
각종 프리뷰를 통해서 이미 어느 정도 독특한 설정이 맘에 들어서 꼭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이 영화에 대해선 워낙 불법 다운로드로 많이 퍼져 있어서 국내 흥행이 힘들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는데,
( 미주 개봉이 8월 14일이었기 때문에 국내 개봉이 너무 늦기도 했습니다. )
극장을 찾아보니 그 정도까지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관람하고 난 느낌은 한 마디로... "이 영화 장난이 아니다"입니다.
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이 영화 재밌습니다.
112분의 런닝타임 동안 한 순간도 다른 생각 할 여유가 없는 영화더군요.
이야기를 한 단계 한 단계 깊은 단계로, 큰 공간으로, 빠른 전개로... 꾸준히 발전해 가면서 결말로 이어지는
어찌 보면 교과서적인 구성에 단 하나의 빈 틈도 없어보입니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감동 씬( 케로군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도 아슬아슬하게 임계점을 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설정은 이미 알고 있던대로 상큼했지만 영화가 전개되면서 상세해지는 설정은 더욱 좋더군요.
영화에 잘 녹아 있고 튀지 않는 깔끔한 CG는 이야기에 몰입하는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아서 좋고
인간의 의미에서의 해피 엔딩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염 없이 우울하지도 않은 결말까지 맘에 듭니다.
전반적인 영화의 색감이 편안해서 헨드헬드 느낌의 카메라웍이 줄 수 있는 부담을 덜어주는데,
이 영화의 제작을 맡은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나 요즘 액션 영화처럼 눈에 걸리는 색감이 아니라 좋았습니다.
영화 곳곳 등장하는 밀리터리적인 소품(?)들도 눈에 걸리지 않도록 잘 배치되어 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라는 보통 헐리우드 영화치고는 비교적 이국적인 설정도 조미료 역할을 충분히 해 냅니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도 이런 SF 영화답지 않게 괜찮은데요...
장편 영화 출연이 처음이라는 주연 샬토 코플리... 이 사람 정말 장편 처음인가 싶을 정도의 연기고,
크리스토퍼와 크리스토퍼의 아들의 연기(?)도 참 맛깔나게 잘 그려졌더군요. ^^;

무엇보다 이 영화가 괜찮은 점은 영화에 깊숙이 깔려 있는 정치적인 메시지입니다.
'다른 인종'에 대한 자기 중심적인 해석, 경계와 적대감, 차별과 억압에 대한...
어찌보면 20세기까지의 서구 중심적이었고 유색 인종들을 억압했던 역사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담겨 있달까요?
( 그리고, 어떻게 본다면 그 역사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
극중의 인간을 서구유럽, 백인으로...
외계인을 아시아, 아프리카, 모처의 원주민이나 유색인종으로 대입하면...
이 영화의 설정은 여러 모로 섬뜩합니다.
( 그리고, 누구나 차별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
인종 차별의 본고장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영화의 배경인 것이 우연의 일치는 아닌 것 같네요.

그러면서도 이 영화는 정치적인 철학적인 고민에 심취하는 아트 무비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SF 영화로서 SF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되... 뼈가 있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의 본분을 지키는 거죠.
리들리 스콧 감독이 그랬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결코 지루하기만한 영화를 만들고 관객에게 설교를 하는 게 아니지만 그 속에 뼈가 있는 그런 느낌?
바로 닐 블롬캄프라는 이름도 생소한 감독이
앞서 언급한 거장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제대로 된 SF 걸작을 만들어낸 것 같네요.

이 영화에 대해서 케로군은 별점 다섯 개 만점에 네 개 반을 주고 싶습니다...
올 해 지금까지 본 영화 중 최고로 꼽고 싶습니다.
( 'UP'도 굉장히 재밌고 좋은 영화였지만... 액션이나 SF적인 요소가 더해진 D-9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
혹여 이 영화를 보고 쉽게 호감이 가지 않거나 부담스러운 분도 계시겠고, 청소년에게 보여줄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 너무나 쿨 하게 지나가는 다소 고어한 장면들도 적지 않기도 하죠... )
좋든 싫든 누구나 꼭 한 번은 감상할 필요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못 보셨다면 바로 극장으로 고고싱!!!
( 이왕이면 디지털 영상-THX 사운드 조합이면 좋겠지만 국내에는 그런 조합이 제공되지 않는군요.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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