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얘기/issue / gossip 2008. 6. 7. 14:15
바쁜 업무에 밀렸다는 핑계로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하지 못해 우울했던 네 번째 결혼 기념일을 보내고,
이튿날인 현충일은 다시 시청에 나가봤습니다.
뉴스에서 보도한대로 사상 최대의 촛불 행렬을 목격하고 왔습니다.
광화문 사거리와 시청 앞 광장을 오가며( 써니케로군 성격 상 가만히 앉아 있는 건 잘 못합니다. ^^; )
이런 저런 사람들을 보고, 지나치고, 분위기를 흠뻑 느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간만의 연휴에 어디 놀러가지도 않고 이렇게나 모여도...
집에서 쉬고 싶은 유혹을 떨치고 이렇게 길거리에 나와도...
사실 촛불을 드는 것 외엔 별로 할 것이 없더군요.
몇 만의 행군도 버스로 길만( 대로변 인도와 골목길까지 !!!! ) 막으면 되는 참 기막힌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청 앞에는, 온라인에는... '비폭력'과 '평화'에 대한 환상이 가득하고...
마치 무정부주의자처럼 '개인적이고 파편화된 집단 행동'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 이념들을 대중에게 심어준 지배 계급과 보수 언론이 결국 승리하는 시나리오란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젠 슬슬 질리기 시작한 경찰 확성기녀도 계속 평화 비폭력을 떠들고 있더군요...
맘 같아선 경찰 지도층과 협상이라도 하고 싶은 맘이었습니다만...
( 제가 시위대의 무슨 대표도 아니니 그럴 수는 없었지만... )
차도 점거가 불법적이니 어쩌니 할 거면...
인도에서 차도로 나오지 못하게 버스로 철저히 막아도 괜찮으니,
경찰 버스가 불법적으로 막고 있는 인도만 열어줘라....
안보가 걱정이면 청와대, 경찰청 정문만 철저히 막고,
국민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다른 길은 막지 말아라...
( 사실 시위하러 온 사람들이 거기 들어가서 뭐 하겠습니까... 그저 청와대 앞에 가고 싶을 뿐입니다. )
뭐 이런 협상이라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누구에게 그 어느 것도 강요할 수 없는 현실이 아쉽지만,
우리를 억압하는 모든 것에 대한 저항... 그 저항이 일어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여튼,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 물 밖에서 팔짱끼고 왈가왈부 하기보단,
일단 물에 뛰어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자잘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그 뒤에도 늦지 않겠죠...
우리 주변에 V 같은 사람이 하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Guy Fawks 가면이나 하나 사야겠네요...
6.10 항쟁 21주기인 10일엔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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