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켜면, 정부나 경찰 관계자의 얘기를 들으면, 주류 언론의 글을 읽다보면... 그 놈의 '불법 시위'란 말이 쉴 틈 없이 쏟아집니다. 한 시간에도 열 번 이상 불법 시위란 말을 듣고, 단어를 읽다보면... 생각할 것도 없이 '지금 누군가 불법 시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지경입니다.... 말하자면 세뇌죠.
그런데, 케로군에게는 이게 꼭 요즘 처음 듣는 생소한 얘기만은 아닙니다. 5, 6공화국 시절 중고등학교를 보내고, 대학 입학했을 때 대통령이 노태우였으니... 386 세대보다는 살짝 젊은 세대로... 고등학교/대학교 시절부터 너무 많이 듣던 얘기였죠... 이름만 들어도 섬뜩한 백골단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당시의 주류 언론이 지금의 주류 언론과 얼마나 비슷한지, 당시의 경찰 관계자의 얘기가 현재 경찰 관계자의 얘기와 얼마나 비슷한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느끼고 계실 겁니다.
이런 장면, 기분 나쁘지만 왠지 익숙합니다. -O-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언제부터 우리 나라 국민들과 언론이 그렇게 철두철미한 법치주의에 입각해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런 태도를 모두 인정해준다고 치고( 케로군 역시 준법을 환영하고 범법을 증오합니다만... ) 누가 그렇게 이런 일련의 사태를 확고부동한 '불법'으로 판결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 그래도 위헌 논란이 많은 집회에 관련된 법령에 대해 어찌 그리 확실하게 판단을 해 주시는지... 정말 궁금할 따름입니다.
작금의 위대하신 언론들께서는, 현 정부가 그렇게 사랑해마지 않으시는 미국이라는 나라와 우리의 현실이 다른 것을 이용하시는 것인지... 그 문맹률 높은 미국이란 나라에서 개인에게 필요한 헌법 조항들을 최대한 가르치려고 애쓰는 데 반해, 우리 국민들의 태반은 헌법 1조 1항을 외우기도 벅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 일반인들이 과연 제대로 판단할 수 있으랴.... 하며 무시하고 있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네요...
물론 사람나고 법 났지, 법 나고 사람 난 게 아니죠. 법은 완벽하지 않고 모호하며, 조문보다는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들 말하죠. 그리고, 모든 법은 만들어진 취지가 중요하다고 하고요... 그런데 과연...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는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최근 사람들이 논쟁을 벌이는 '불법 시위'는 정말 '불법'인 것인지, 아니면, 단지 어떻게든 굳어버린 몇몇 사람들의 '상식을 벗어난 것 뿐'인지... 궁금해졌습니다.
합법이다 불법이다. 상황이 상황이니 어느 불법이 더 문제냐 말들이 많은데, 정작 법 조문을 들고 얘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더군요... 무슨 조선 왕조도 아니고, 왕이나 정부 관료가 얘기하는 게 성문법보다 우위에 있을리도 없고... ( 그러고보니 이 나라는 관습법이 우위였던가요? -_-? ) 그냥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새벽(?)부터 일어나 법 조문을 직접 뒤져봤습니다. -_-; ( 케로군도 피곤하다면서 참 별 짓 다합니다. ㅠ.ㅠ )
[ 주의 : 스크롤의 압박이 상당하고 일반인에게 내용이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
미리 전제를 달자면, 케로군은 법학자가 아니며 법을 공부한 적도 없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단지, 법이라는 것이 비록 말이 살짝 어렵더라도 어쨌든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로 쓰여져 있고, 헌법이라는 나름 상위법이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기준이라는 점은 인정한다는 수준에서... 논문을 쓰거나 법 해석을 하는 게 아니라 일반인으로서 그저 평범하게 이해해 보려고 했을 뿐입니다.
법학자나 법조계 분들( 혹은 공부하시는 분들 )이 보시기엔 말도 안 되는 생각이나 주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우선, 10장 130조( 부칙 6조 제외 )에 달하는 헌법부터 찾아봤습니다. 깁니다. 케로군 자신도 헌법의 많은 부분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부끄러워 하며 ( 나름 가방 끈이 길다는 소릴 들으면서도... 실은 미국의 문맹 시민만도 못한 ) 과연 헌법엔 뭐라고 적혀 있을까 궁금해 하면서 읽어 내려갔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전부개정 1987.10.29 헌법 제10호]
바로 그 6•10 항쟁의 87년이군요... 왠지 법 개정 연도부터 가슴이 뭉클합니다. 몇 줄의 헌법 조항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었는지.
전문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최근 '한X도'라는 영화의 설정처럼 '대한제국'을 계승하고 있는 게 아니군요.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4•19 ... 말 그대로 당대의 억압과 비민주에 대한 저항이 우리나라의 근간이라는 소리네요... 좋든 싫든... 이게 우리 헌법이고 내가 살아가는 나라의 정체성입니다.
제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나마 외우고 있는 대한민국헌법 제1조입니다. ㅠ.ㅠ 모든 권력은 대통령이나 정부나 경찰청장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제7조 ①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②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공무원은... 그러니까 대통령이든 경찰청장이든...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겁니다. 또한, 그 공무원은 기자와 외국인에 대해서만 봉사자가 아니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합니다. 특정 인물 몇 명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책임진다고 되어 있군요.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이쯤 되면, 너무 띄엄띄엄 유리한 것만 짚고 있다고 누군가 비판할지 모르지만... 헌법 조문을 주욱 읽어내려가다보면, 이런 식의 필요한 부분만을 발췌하는 게 그닥 이상한 방법도 아니라는 걸 누구든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한 조문 한 조문이 다소 관념적이긴 하지만 나름 상세하게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 주고 있다는 점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제12조 ①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②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③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형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④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⑤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장소가 지체없이 통지되어야 한다. ⑥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⑦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또는 정식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의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
혹시나 해서 12조는 전부 적어놨습니다. 중요한 건 '누구든지'라는 표현과 3항의 얘기 같군요... 경찰이 어떻게 생각하건, 언론에서 뭐라 그러건... 일단 위 조항은 유효한 것들입니다. 과연 헌법 제12조는 제대로 지켜지고 있습니까?
제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③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④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최근에도 계속 논란이 되는 헌법 제21조입니다. 바로 1항의 '집회의 자유'가 뜨거운 감자입니다. 2항에서는 이 자유에 대해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즉, 1항의 집회 역시 허가받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이런 헌법 조항을 정면으로 배치하는 하위법에 의존해서( 그 조차도 모호하지만 ) 불법 불법을 외치는 그들은 헌법은 out of 안중인 걸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부는 우리의 경찰청장님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허가해 주시고, 인정해 주시고 맘대로 하고 계시더군요... 경찰청장 >> ( 넘사벽 ) >> 헌법 >> 집시법 ... 인 걸까요?
제34조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③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④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⑤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⑥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제34조는... 비전문가인 케로군의 눈에도... '모든' 사람들이 잘 살도록 하고, 특히 '사회적 약자를 더 신경 쓰라'는 취지로 보여집니다. 또 6항의 경우는 왠지... 치명적인 질병의 재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어떤 노력을 할지 궁금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제37조 ①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비전문가인 케로군의 눈에 제37조도 중요해 보이더군요. 특히 1항... '헌법에 열거되지 않은 이유로' 자유와 권리가 무시되어선 안 된다고 하고 있네요. 하위법에 기재된 내용도 역시 헌법에 없다면 '헌법에 열거되지 않은 이유로'에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2항에... 남용을 방지하는 제한에 대한 규정이 있습니다. 헌법이 '방종'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죠... 그러나, 거기에 다시 제한이 붙습니다.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대한민국헌법 제21조에서 얘기하는 집회의 자유... 자신의 뜻을 '모여서' 표현할 수 있는 자유... 이런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이 지금 침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그렇다면... 공권력은... 몇몇 언론은... 무엇을 근거로 '불법' 운운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마도 ( 당연히 ) 헌법의 하위법인 집시법, 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그들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을 겁니다. ( 20년을 듣는 지겨운 주장이기도 합니다. )
그래서 또 찾아봤습니다. -O- 이번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바로 그 집시법입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2007.12.21 법률 제8733호]
제2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 "시위"란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威力) 또는 기세(氣勢)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制壓)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1항에선 옥외집회, 2항에선 시위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2항의 내용이 중요해서 2항만 적었는데... 혹자들이 간혹 말하는 '시위 하려면 지들끼리 조용히 하지 왜 남들 불편하게 도심에 나와서 그러냐'는 표현이... '시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것을 알 수있습니다. '시위'는 위력/기세를 남에게 보여서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겁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주장이 다르겠지만... 케로군의 생각으로는 시위가 없는 사회는 이미 민주사회의 가치를 잃어버린 사회가 아닐까 합니다. 모두 똑같은 정보, 똑같은 생각, 똑같은 생활을 하지 않는 한... 당연히 이런 위력 과시를 통한 의사 표현이 필요해질테니까요....
제3조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방해 금지) ①누구든지 폭행, 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3조도 매우 중요합니다. '누구든지'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면 안 됩니다. 비록 그들이 경찰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제10조 (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시간)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경찰관서장은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
최근 '촛불 문화제'라는 말을 쓰게 된 이유가 바로 이 집시법 제10조 때문입니다. 누가 법을 만들었는지... 해가 지면 우리의 헌법적 권리는 침해당한다는 소리군요... 법 만든 사람들이 흡혈귀가 무서웠나봅니다.
근본적으로는 '안전의 문제' 등을 이유로 단다면 경찰이 '더 섬세하게 보호'를 하도록 법규가 쓰였어야 맞지 않나 싶지만, 어째서 이렇게 대놓고 헌법에서 보장된 허가 받지 않는 권리를 침해하는 하위법이 생겼는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제15조 (적용의 배제)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冠婚喪祭) 및 국경행사(國慶行事)에 관한 집회에는 제6조부터 제1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흡혈귀가 무서운 분들이 만드신 법에도 빠져나갈 틈이 있었으니... 다시 제15조가 있었습니다. '문화제'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도 바로 이 이유겠죠... 좀 더 '학술적'으로 표현해도 마찬가지 효과가 있겠습니다만, 아무래도 '노래'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은 '예술' 행사를 택한 거죠...
그런데, 법이 완전히 세부적인 것을 지정할 수 없고, 집행과 적용이 중요한 것이... 이 조문 어디에도... 집시법의 어느 구석을 찾아봐도... '예술 행사를 하다가 정치적인 구호가 섞여 나오면 안 된다'라고 얘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죠... 표현의 자유를 가진 우리 국민이 예술 행사 하다가 하고 싶은 말 하면 안된다는 것은... 헌법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요?
제22조 (벌칙) ①제3조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군인·검사 또는 경찰관이 제3조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제22조의 벌칙 조항입니다. 이 조항만 적은 이유는 첫째, 3년 이하의 징역이 시위 참가자 입장에선 가장 큰 형량이라는 것. 즉, 현행범이 아닌 이상 집시법 위반이 강제 연행의 대상이 아니라는 소리이며... ( 공무집행방해까지 엮어서 생각하면 머리가 아픕니다만 )
보다 중요한 이유는 두번째... 경찰관이 제3조 1항, 즉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누구든 방해하면 안 된다는 조항을 위반하면... 일반인보다 더 큰 형량이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뭐 요즘은... 종이와 촛불을 들고 걸어가는 것도 '평화적이지 않다' 심지어는 '폭력'이라고까지 하니... 법 집행의 옳고그름은 둘째치고라도... '평화적인 집회'를 방해하는 것 역시( 위헌적인 현 집시법에서조차 ) 집시법 위반과 비교해서 그리 가볍지 않은 잘못이라는 점입니다...
여기까지 뒤져본 바로는... 법 조항 자체는 일단 현 상황을 손 쉽게 판단하기엔 애매한 것이 많고... 오히려 일반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고( 실제로도 중요한 )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헌법적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보통은 '법에 보장된 권리'가 앞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똑같은 뇌 구조를 지닌 '보통 사람' 이라면 말이죠... 적어도... 한 눈에 '불법'이라고 딱잘라 얘기하는 것만큼은... 상당히 용감한 표현이란 생각입니다. 경찰관이, 경찰청장이, 대통령이 말하고 정하면 합법과 불법이 정해지는 게 아닙니다. 우리 나라는 성문법도 없었던 고대의 왕정 국가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지금 저리도 손쉽게 '불법' 운운하는 용기있는 사람들은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일까요? 그것 또한 정말 궁금합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3•1운동도, 4•19도, 5•18도, 6•10도... 모두 당대의 기득권들의 법 해석에 의하면 불법 시위 또는 집회였습니다. 그 뿐 아니라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시민 혁명... 민주화의 과정도... 폭력과 파괴, 심지어는 학살까지 이어지면서 얻어진 것이지.... 누군가가 얘기하는 '평화'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거죠... 가슴 아픈 얘기입니다. ㅠ.ㅠ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잘못된 과오는 되풀이하지 말라는 뜻일텐데, 고분고분, 조용조용한 민중의 뜻이 변화와 개혁과 중대한 의사 결정의 번복을 가져온 예는, 적어도 제가 아는 한은 없습니다. 그런 역사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이런저런 이유로 전선에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렇게 나서지 않는 것도 개인의 자유입니다만, 결국 피를 흘려 얻은 결과물은 모두가 나눠 갖는 것이 현실이죠. 적어도 방관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은, 조용히 있어야 했던 사람들은, 남들보다 앞서 나가 있던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케로군은... 모든 주장과 노력이 '평화'로우면서도.... '합법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헌법에서 얘기하는 가치와 권리'를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