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기억하고 이야기할 때 재밌는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기억으로는 가장 아름다웠던 곳,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이... 어느 순간 찾아가보면( 사실 바뀐 것이 하나도 없는데도... ) 그 어떤 느낌도 들지 않는 삭막한 곳이 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처럼....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이번 여행의 시모기타자와와 오다이바의 비너스포트는... 왠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어쨌든, 배는 고팠기 때문에... 써니양 케로군은 시모기타에 도착하자마자 강혜양으로부터 소개 받은 카레전문점 '나스오야지'로 향했습니다. ( 위 사진은 나스오야지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과 써니양 )
전날 넨네코야에서 고양이 세상의 카레도 맛 봤고, 저녁 식사로 너무 맛있는 고기를 먹었던지라.... 과연 이 카레집의 카레가 맛있을까 걱정도 됐습니다만... 이미 아침부터 신나게 걸어다니느라 시장이 반찬이 되어 있었고.... 주문한 스페셜 카레 세트가 나오기만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
나스 오야지는 2인용 테이블이 대여섯 개 정도 되는 작은 식당에다가 살짝 뒷골목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나름 갖출 것은 다 갖춘 곳이었습니다. 카레는 닭고기 카레에는 닭고기만! 돼지고기 카레에는 돼지고기만! .... 등으로 단순한 메뉴였는데... 스페셜 카레에는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계란까지 골고루 다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맛본 경험은.... 별점 ★★★★☆ !!! 강혜양의 추천처럼 정말 맛있더군요.... 담에 또 시모기타자와를 찾는다면 꼭 다시 먹을 겁니다. 일본 카레 치고는 '얼큰한 느낌이 좀 있고.... 위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양도 많습니다.... 물론... 양이 많아도... 시장이 반찬인지라 가볍게 뚝딱.... 후식으로 고른 커피까지 먹고나니 다시 언제 배고팠나.... 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
그리고 나서는 시모기타의 이곳 저곳을 걸었습니다.
시모기타자와의 골목길은 예전처럼 조용하고 좋았습니다만...
이런 소박하고 아늑한 느낌은 잠시...
이런 휴식도 잠시... 빗방울이 뿌리기 시작하면서 지친 몸에 피로가 더해졌고....
다소 상업적인 시모기타의 가게들도 ( 여전히 예쁘긴 했지만 ) 그닥 호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구경은 많이 했지만.... 빌리지 뱅가드를 빼면( 그러고보니 빌리지 뱅가드는 체인점이라는... oTL ) 시모기타에서 따로 구입한 것도 별로 없었네요.
이전에... 시모기타가 살기 좋은 동네라고... 케로군 같은 사람은 그럴 거라고 얘기를 들었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살기 좋은 동네이고.... 여행에서 자주 찾아갈 곳은 아닌 것 같더군요... '-'
그래서, 과감하게 결심.... 3일 째 저녁은 여행 계획에 없던.... 오다이바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롯본기 힐스도 다이칸야마도 다음 기회로.... ㅠ.ㅠ
JR 야마노테센을 타고 가다가 이제 도쿄 시내에서 다니는 철도난 안 타본 노선이 거의 없는 케로군에게 마지막 보루로 남아 있던 린카이센으로 갈아탔습니다. ( 나중에 알고보니 왜 린카이센을 타지 않았었나 대후회.... ㅠ.ㅠ )
유리카모메가 아니라 린카이센으로 가면.... 오다이바도 금방이더군요. 시부야에서 직행을 타면 채 30분이 걸리지 않습니다.... +ㅅ+ ( 갈 때는 시부야에서 직행을 타지는 않았습니다. ) 오다이바에 도착해 밖으로 나오면 바로 팔레트 타운의 대관람차가 눈에 들어옵니다... @_@ 빗방울이 굵어져 오래 서 있지는 못했지만... 이곳에서 몇 장의 사진을 더 찍었습니다. 보다 관광객스럽게 ! ! !
그런데, 시모기타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비너스포트도 왠지... 예전 같은 감흥이 없었습니다. 예전처럼 수프스탁에서 저녁을 먹었지만... 정말 맘에 들었던 일본풍 시계를 파는 가게도 없어졌고... 써니양 케로군을 유혹하는 상점은 많았지만.... 정작 구입한 것은 가방 하나 뿐...
그나마 맘에 들었던 것이.... 이번 여행의 표제가 되어버린 "관광객스럽게"에 부응하는... 즉석에서 그려주는 캐리커쳐 가게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 배경으로 써니양이 좋아하는 '도쿄 타워'를 넣어달라고 부탁하니... '레인보우 브릿지'도 함께 넣어주시는 센스 있는 아저씨.... 그림 그리는 동안... 구경하는 아이들은 연신 웃어댔는데.....
그 결과물은 위의 그림.... ㅎㅎ 캐리커쳐 답게 과장됐지만.... 왠지 비슷한지도 모를 느낌의 그림을 그려주셨더군요... 왠지...'여행 온 것 같은 기분'이 되어서... 기대했던 시모기타와 오다이바에 실망했던 아쉬움도 조금 채워졌습니다. '-'
돌아오는 길에는 오다이바부터 시부야까지 직행으로 린카이센을 탔습니다. 린카이센에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아서 앉아갈 수 있는 데다가... ( 그렇다고 사람이 적은 건 또 아니더군요... ) 시부야에 도착하고 보니.... 무려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 메츠와 붙어 있는 신미나미구치 앞에서 내렸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긴 연결 통로를 걸을 필요도 없었는데... ㅠ.ㅠ 참고로 같은 플랫폼에 요코하마 행 열차도 서니까.... 호텔 메츠에 묵으시면서 오다이바나 요코하마도 가 보실 분들은.... JR의 남쪽 플랫폼을 잘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여튼, 린카이센 덕분에 숙소에 일찍 도착...( 아홉 시도 되지 않은 시간 ) 남는 시간이 아쉬워 아홉 시 쯤 다시 숙소를 나와... 써니양은 가 본 적이 없다는 다다미방의 '일본식 주점'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 힘들어서 ) 카메라를 들고 나가지 않은 관계로( 로모만 동행했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