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군은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편입니다. 케로군은 개성이 없는 비슷비슷한 게임을 매우 싫어합니다. 그런 면에서 케로군이 "테스트 드라이브 언리미티드"( Test Drive Unlimited, 이하 TDU )를 선택한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시뮬레이션보다는 '달리는 것을 즐기는 것'에 충실하고, 뚜렷한 목적을 준 상태에서 도전 정신을 불태우게 하며, 레이싱의 배경... 즉 볼거리도 제공할 줄 압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일탈'의 맛도 적당히 안겨주면서... XBOX LIVE를 이용한 '경쟁하는 재미'도 제공합니다.
이 정도면 "2007년 3월 현재까지 출시된" XBOX360 레이싱 게임 중에서 "프로젝트 고담 레이싱 3"나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 "릿지 레이서 6"나 "모토GP 06" 등 나름 훌륭한 게임들과 비교하더라도 가장 좋은 게임으로 추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den games
우선 이 게임을 만든 eden games라는 곳은... 생소(?)하게도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프랑스'를 배경으로 가진 회사입니다. ( 제가 찾아본 바로는 그런데, 혹시 잘못되었으면 정정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간혹 헷갈리시는 분이 계신데, 'City of Heroes'의 Eden Studios와는 다른 곳입니다. '-'
이전에는 'V-Rally' 2, 3 편을 제작하고, 레이싱 게임에 어느 정도 경험이 있었다지만... 20년 가까이 테스트 드라이브 시리즈를 제작하던 Accolade가 아니라... ( 물론 Accolade의 테스트 드라이브 시리즈는 '범작'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지만... ) 에덴 게임즈에서 이런 멋진 신작을 만들어 준 것은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 에덴 게임즈에서 '테스트 드라이브'의 이름을 걸고 만든 두 번째 작품이 TDU 입니다. 게임스팟에 의하면 2000년 DC판 'Test Drive V-Rally'라는 게임을 만들었다고 되어 있는데, 제가 해보지 않은 게임인데다가, V-Rally 시리즈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습니다. ^^)
TDU의 포지셔닝
요 몇 달 회사에서 체질에 안 맞는 비지니스 관련 업무를 경험하면서 많이 들었던 말이 '포지셔닝'이란 말입니다. 별로 탐탁지 않은 외래어 사용이지만... 단어의 의미 자체로는 쓸모가 있습니다. "TDU라는 게임은 어떤 특징과 내용으로 '포지션을 잡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자"라는 식으로 '포지셔닝'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TDU는 기본적으로 레이싱 게임입니다. 그런데, 레이싱 게임이라는 장르도 그닥 간단하지가 않아서... '현실을 흉내내는 데 집중'하거나 '플레이어가 현실처럼 느끼도록 하는' 방향과 '일상적이지 않은 속도감을 느끼고', '무언가를 파괴하거나', '경쟁에서 승리하는' 다분히 게임다운 재미를 추구하는 방향이 각각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몇 가지 레이싱 게임은 서로 다른 두 가지 목표를 적정한 선에서 모두 달성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선, '현실을 흉내내는 데 집중'하거나 '플레이어가 현실처럼 느끼도록 하는' 방향의 게임은 XBOX에서는 "포르자 모터 스포츠" 같은 게임을 예로 들 수 있고, PS, PS2에서는 케로군이 매우 좋아하는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 등이 있습니다. 어느 부분이 얼마만큼 사실적인가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 건 그닥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일단 "게임으로서 재미를 준다"는 기본 요리가 있는 것이고.. 사실적인 묘사와 연출로 현실적인 짜릿함을 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양념의 역할이니까요... 때로는 그와 같은 극히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플레이어에게 짜증을 유발시키거나... 도전 의욕이 꺾여버리는 부작용도 종종 발생합니다.
TDU는 '포르자~'나 '그란~'처럼 정밀한 현실의 재현에 집중 하지 않습니다. 차량의 현실적 규격에 대해서는 아슬아슬하게 적정한 선을 유지해서 적어도 '시뮬레이션' 소리는 듣지 않을 정도가 됩니다. 배경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실제 하와이와 같은 배경의 시뮬레이션"을 제외한다면, ( 그닥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 TDU에서 보여주는 사실감은 여타 레이싱 게임에 비해 그닥 크지 않습니다. 조종에 있어서도 약간의 테크닉이 요구되기는 하지만, 위에 언급한 두 게임과 같은 "초절정 기교"가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게임은 아닙니다. ( 물론 여기서 얘기하는 초절정 기교란 평범한 사람이 보았을 때의 얘기입니다. )
또 다른 방향인 게임다운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달리기 좋은 "릿지 레이서"라든가, 파괴적인 재미에 촛점을 맞춰버린 "번아웃" 시리즈라든가, 희화화되었지만, 속도와 경쟁의 기본 요소 자체에 충실한 "마리오 카트"라든가, 속도감과 함께 '일탈'의 재미를 주는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 등... 비슷한 듯하면서도 나름 특색을 가지도록 만들어진 게임들이 많이 있습니다.
TDU 역시 기본적인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입니다. 가볍게 달리는 초중반 레이스나, 슈퍼카를 몰 때는 마치 릿지 레이서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종종 "기물 파손과 차량 손괴"를 일삼는 파괴의 재미도 있습니다. 경찰과 카 체이스를 벌일 때는 니드 포 스피드 같은 느낌도 조금 느낄 수 있으니, 조금 오버해서 얘기한다면 레이싱 게임의 종합 선물세트라고 불러도 될 정도입니다.
물론 TDU가 특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부분부분만 놓고 따진다면, 다른 레이싱 게임과 비교해 '가장' 뛰어난 부분이 보이지 않습니다. 마땅히 몇 개의 특징으로 최고를 지향하는 대신 다양한 요소들을 알맞게 잘 버무린 덕분에, 마치 온라인 RPG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그랬던 것처럼... 최종적으로 독특한 맛을 내는 결과물로서 하나의 게임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재미는 있습니까?
일단, 재미의 문제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으므로, 케로군 나름의 TDU가 줄 수 있는 재미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TDU가 여러 요소들을 잘 충족시키고 있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취향을 타는 면이 많은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수집 욕구를 자극하거나 레벨 업을 하는 듯한 RPG적 요소들이 흥미로울 수 있지만, 간혹 짜증이 나거나 흥미가 떨어져 패드를 집어던지는 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또, 특정 요소가 잘 구현된 게임을 찾아서 즐기려는 분이라면 딱히 권해드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케로군은 TDU를 매우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차를 사고, 집을 사고, 옷을 사면서 수집욕을 충족시키고, 하와이 일주를 하면서 볼거리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고, ( 솔직히 '관광' 수준의 볼거리는 없지만, 적어도 처음에는 재미있었습니다. ;;;; ) 벅찬 레이스를 이기기 위해 몇 번 씩 들이대는 것도, 기본적인 레이싱 게임의 가치,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이 게임은 '짜증내면서 재미를 느끼는' 묘한 상황이 자주 연출됩니다. 레이스 중의 사고로 경찰이 추격해 오는 것이 짜증나고, 짧은 시간에 특정 위치까지 모셔다 달라는 모델들의 말 한 마디가 짜증나고, 사소한 접촉 사고로 몇 십 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때 짜증이 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짜증을 즐기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_-a 사실, 재미가 없으면 그렇게 짜증내면서 계속 게임을 붙잡고 있지는 않았겠죠...
꼭 '짜증을 동반한' 재미가 아니더라도 TDU는 여러 가지 재미를 주기에 부족하지 않습니다. 레이스의 수로 보나 전체 맵과 도로의 규모로 보나 일단 양에서 플레이어를 압도합니다. 그닥 정밀하지는 않지만, 하와이를 나름 1대 1로 복제해 놓은 거대한 맵... 특히 와이키키 라든가 진주만 같은 곳을 찾아가 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죠. 신경을 많이 쓴 것처럼 느껴지는 차량간 밸런싱이나 현실의 네비게이션보다 조금 나은 게임 내 네비게이션.... ( 게임 내 네비게이션도 종종 멍청하고 짜증이 납니다. -O- 또 짜증? oTL )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게임을 유려하게 진행시키는 탄탄한 게임 구성과 진행은 만점을 줘도 아깝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TDU가 빛나는 점은 무려 한글화!!! 매뉴얼 한글화, 자막 한글화는 물론 음성 한글화!!! 특히, 비바 피냐타 때보다 훨씬 깔끔한 화면의 한글 표시... 적절한 성우의 음성 연기는 칭찬을 아무리 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런 정도로만 한글화 해 준다면 어지간한 타이틀은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적절하고 수준 높은 한글화 덕분에 TDU의 구매 가치는 X2 됩니다.
종합적으로 TDU에 대해 10점 만점의 평가를 나름 내려 본다면... 레이싱 게임을 다양하게 즐겼던 분들에게는 8점 +@... 레이싱은 모르지만 재미 있는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7점 +@... 골치 아프거나 짜증나는 게임을 싫어하는 분들에게 5점 +@... ( +@는 한글화 보너스!!! ) 정도로 평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미 해외에서는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되었고, 국내에도 PSP, PC 버전이 소개되고 있는 듯 하니... XBOX360을 보유하신 분들에게는 왠만하면 구입 하실 것을 추천드리고, ^^;; 다른 플랫폼에서도 관심을 가져보실 법한 게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실은 TDU와 함께 사고 싶었던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사진과 같은 "XBOX360 무선 레이싱 휠"이었습니다만... 자금의 압박으로 일단 포기했습니다. ㅠ.ㅠ 다만, 기회가 된다면 꼭 구입해야 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물론 좀 더 여유가 된다면...
사진처럼 부담이 느껴지게 생긴 "로지텍 G25"나...
전설의 명기인 "로지텍 모모 레이싱 휠"도 구입해서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입니다. -O- 저런 걸 구입한 뒤에 실제로 사용하게 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O-; 케로군에게는 현재 사용 중인 '드라이빙 포스 프로' 정도가 한계가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