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게임'이라고 불리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보통은 폭력과 선정성이 배제된 게임들로.... 파티 게임이나 퍼즐 게임을 가족 게임으로 취급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현실 세계가 가진 냉혹하고 잔인한 모습을 배제하면 가족 게임이 되고... 사실 그대로의 느낌을 주면 '반사회적인' 작품으로 비난을 받기도 하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것이... '가족 게임'은... "정말로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게임을 하긴 하는 걸까?" 라는 의문입니다. 또, '교육용 게임'의 경우엔... "정말로 교육에 도움이 되긴 되는 걸까?" 라는 의문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장르가 어떻고, 내용이 어떻고를 떠나서... 목적대로 즐기지 못한다면... 게임으로서의 기본적인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일테니까요...
말하자면... '가족 게임', '교육용 게임' 같은 이름을 가진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게임이... "게임으로서 재미있을까?" 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가족, 교육용 게임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된 답을 제시한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물론 게임이라는 것을 만들면서 모범 답안 같은 것이 있을리는 없지만... 최근 발매되어서... 나름 모범 답안의 느낌을 주는 것 같은... "가족이 함께 즐길만하면서" 동시에 "재미있는" 게임이 바로 오늘 소개할 "비바 피냐타( Viva Piñata )"입니다.
[ 미국판 게임 표지 사진 ]
재밌습니다.
가족 게임이라느니... 귀엽다느니.... 참 할 말이 많겠지만... 무엇보다 비바 피냐타는 재밌습니다. 게임을 쉽게 접하지 않는 일반인에게는 물론... 게임에 깊이 빠진 사람들에게도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모 온라인 게임이 매일 30분 씩 며칠만 플레이 하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도 안 되는 광고를 했는데요... ( 그렇게 해서도 재미를 못 느끼는 게임이면 출시를 말아야죠 -O-; ) 비바 피냐타에겐 단 1~2분이면 충분합니다. 게임 DVD를 집어 넣고 패드를 들려주시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요즘의 게임은 예전보다 더더욱 유저의 취향을 탑니다. 여러 종류의 사람이 모두 좋아할만한 게임이 점점 줄어든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굉장히 넓은 유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비바 피냐타는 대단한 수작입니다. 적어도 XBOX360 게임 중에서는 가장 넓은 유저 층에게 사랑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음성까지 완벽 한글화에 게임 자체가 튜토리얼이므로 특별히 찾아보고 물어볼 내용이 많지 않습니다. 진입 장벽이 굉장히 낮다고 할 수 있죠... 두 말 할 필요 없이 일단 플레이 해 보시면 됩니다. '-'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의 주된 내용은 특정한 목적을 갖지 않고 ( 그러나, 저는 도전 과제를 목표로 -O-a ) 자신의 정원을 육성!!! 하는 게임입니다.
위 그림처럼 한가로운 정원이 되거나
위 그림처럼 왁자지껄 어수선한 정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땅을 다지거나, 잔디를 심고, 호수를 파고, 피냐타라고 불리는 동물들과 여러 식물들을 키우고, 교배 시키고, 온갖 장식을 갖다 놓거나, 피냐타들을 꾸미고, 때로는 먹이 사슬에 따라 다른 동물에게 먹이고... 때가 되면 상점에 팔아버리면서 ( 다른 경영 시뮬레이션 종류와 다르게... '자주/많이/아까워하지 말고' 팔아야 합니다. -O-a ) 정원을 성장시키고... 새로운 피냐타들을 맞이하면 됩니다... 물론 위기가 닥치기도 하지만... 위기를 해결하면 말썽장이라도 모두가 친구가 됩니다. (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아시려면... 직접 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 )
스토리라고 할만한 것은 거의 없고... ( 있긴 있습니다만... 거의 관심 밖 ) 멀티로 할 일이 있습니다만... 역시 관심 밖... 무언가 전개,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 없이... 반복 성장이라는 기초 중의 기초 밖에 없습니다만... 게임을 하는 동안 아예 그쪽 생각이 나지 않으니 문제될 것은 없어보입니다.
물론... 흡입력이 굉장하고 재미있는 게임입니다만... 육성 시뮬레이션이나 경영 시뮬레이션이 흔하게 가지고 있는 단점도 눈에 띕니다. 아무리 귀여운 피나타라도 키우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지겹다... 든지, 오랜 시간 플레이하고 게임을 끝낸뒤 다시 시작하기가 꺼려진다... 든지, 아쉬운 것들을 모두 챙기면서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너무 바쁘고 정신없다... 든지 하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케로군도 도전 과제를 반쯤 완료한 상황에서... 비바 피냐타보다는 기어즈 오브 워 쪽을 선택하게 되더군요... '-'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는 기본적인 느낌에서 출발해서... 아기자기하고 예쁜( 이건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 화면과 캐릭터( 피냐타 )들... ( 예쁘지 않다면 개성이라도 있죠 ^^; ) 그리고 "약육 강식"과 "교배", "진화"의 자연 법칙까지 몸에 배도록 가르치는!!! '가족 게임'다운 면모가 확실한 게임이 아닌가 싶네요...^^
재미있을 것 같은 사람들
이쯤 되면 이 게임을 만든 친구들이 궁금해집니다.
레어( Rare )의 다른 XBOX360 타이틀인 "퍼펙트 다크 제로"나 "카메오"도...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는 못 끌었지만... 나름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전통이 있는 회사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뻔한 속편, 후속작에 매달리는 회사도 아니라서... 나름 맘에 듭니다. 지금은 Microsoft game studios로 들어가서... 재미있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죠 ^^
비바 피냐타처럼 깔끔하고 귀엽습니다. ^^ 물론... 귀엽다... 예쁘다... 말은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제 취향은 아닙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비바 피냐타...( 그게 레어의 본심이라면 레어 그 자체가 ) 이거 완전 마이너 + 언더그라운드 정신으로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처음 나오기 전엔... 우리나라에서 이게 팔리기나 할까... 라고 걱정까지 했죠 ^^ 거기다가 왠 멕시코 축제? ( 비바 피냐타의 기원이 그쪽이라고 하더군요 '-' ) 정말 정서가 안 맞습니다...
그.러.나. 그게 또 다른 면에서 장점인 것 같습니다. 남들이 다 하나 같이 똑같은 길을 갈 때.... 새로운 시도를 하는 마음가짐... '모두가 예라고 할 때 혼자서 아니라고 하는...' 그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 '비바 피냐타' 같은 게임이 탄생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패를 많이 했겠고... 운도 따라야 했겠지만... 어쨌든 썩쎄스!!!! 케로군의 취향이든 아니든...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짝! 짝! 짝!"
얼마 전 '기어즈 오브 워' 출시 시점에 에픽의 개발진 몇 명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정말 재밌는 사람들이다'라고 생각했었죠. 분명... 레어의 개발진들은.... 에픽만큼... 혹은 그보다 더 재미있는 사람들일 겁니다... ^^ 기회가 되면 한번 꼭 만나보고 싶네요... '우리 언더 + 마이너 취향끼리 친하게 지내요' ㅠ.ㅠ
가족 게임으로... 좀 넓게 본다면 교육적인 게임으로... 귀찮은 수사 여구를 다 떼고... 게임으로.... 비바 피냐타는 상당한 수준의 수작입니다.... 영원히 재미있게 할만한 게임은 아니더라도...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고... 상당한 시간을 유저로부터 빼앗을 능력이 있습니다. 거기에... 유저의 취향도 많이 타지 않을테니...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10점 만점에 8점은 족히 받을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