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와 티포시의 홈그라운드... 몬짜에서 4년만에 다시 한 번 페라리가 우승컵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올해 티포시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페라리로 자리를 옮긴 알론소! 알론소는 결국 폴투윈을 차지하면서 자신과 페라리의 시즌 3승째를 올렸고... 몬짜를 가득 메운 티포시들을 트랙으로 불러들이며 열광시킨 가운데, 자칫 올 시즌을 포기하는 단계까지 갈 뻔 했던 챔피언십 경쟁에 다시 한 번 불을 붙였습니다.
초고속 써킷에 극도로 낮은 다운포스 세팅의 몬짜였기 때문에... 맥라렌과 페라리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었지만, 해밀튼이 첫랩에 리타이어하면서 버튼과 페라리의 대결이 펼쳐졌고 그 대결의 승자는 페라리였습니다. 버튼은 스타트에서부터 레이스 중반까지 선두를 달렸으니 결국 알론소에게 우승을 내준채 2위에 만족해야 했고, 마싸 역시 레이스 내내 선두의 두 드라이버를 바짝 좇은 끝에... 결과적으론 또다시 포디움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는데 그쳤으나, 물론 팀을 위해선 최선의 결과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죠. WMSC에서 팀오더 논란에 대해 페라리의 손을 들어준 뒤 진행된 이탈리아GP는 타이밍으로 보아도 페라리를 위한 완벽한 무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몬짜에서 챔피언십 선두 해밀튼이 리타이어, 웨버가 6위에 그치면서... WDC 경쟁 역시 다시 혼전에 빠지게 되었고, 페라리가 40포인트를 추가한 WCC도 레드불과 맥라렌이 안심할수만은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네요. 의외로 세이프티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큰 사고가 없었던 편인 올해 몬짜에서의 이탈리아GP에 대해 아래 숨긴 글 속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Free Practice
몬짜의 관건은 오로지 스피드기 때문에... 이탈리아GP를 맞이하는 팀들의 준비 역시 스피드에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특히, 2010년의 화두였던 F-duct가 중요한 아이템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지난 스파에서 처음 F-duct를 도입했던 르노에 이어, 몬짜에서는 토로로쏘가 독특한 모양의 F-duct를 통해 초고속 써킷에서의 승부에 도전했습니다.
다른 팀들의 경우에도 몬짜에서 최고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 다양한 테스트를 실행했는데... 낮은 다운포스 세팅을 위해 F-duct를 둘러싼 대응도 다양하게 나타났죠. 토로로쏘가 F-duct를 통해 최고속도를 크게 끌어올린 반면... 맥라렌은 아예 F-duct를 제거하고 극도로 다운포스를 낮춘 세팅과, 낮은 다운포스 세팅이지만 F-duct를 사용하는 세팅 두가지를 나눠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레드불의 경우엔 예전 맥라렌처럼 리어윙과 디퓨저 쪽에 페인트를 잔뜩 칠하고 나와서 머신 후미의 공기 흐름을 테스트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모습도 보였죠.
FP1에선 다른 써킷과 현저하게 다른 낮은 다운포스 세팅으로 머신의 느낌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각 드라이버들이 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홈스트레이트에서의 빠른 속도에서 감속 타이밍을 정확히 잡지 못하고 첫 시케인을 숏컷해버리는 머신들이 굉장히 많이 카메라에 잡혔고... 레스모 두번째 코너나 파라볼리카에서 오버스티어를 일으키는 머신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포스인디아는 첫 연습에 수틸 대신 디레스타를 내보냈는데, 강력한 메르세데스 엔진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이 예상되던 수틸이 다소 과도하게 자신만만한 것처럼 보이더군요.
적응이 어려운 몬짜에 유난히 그립이 부족한 FP1이었던만큼 해밀튼, 베텔, 장미군 등 젊고 적응력이 빠른 드라이버들의 초반 랩타임이 좋았지만... 다른 드라이버들도 연습이 진행되면서 격차를 빠르게 좁혔습니다. 선두권에 자리잡았던 맥라렌에선 해밀튼이 초반 앞섰던 반면, 연습 후반에는 버튼이 P1까지 오르면서 로우다운포스의 초고속 세팅의 덕을 제대로 봤습니다. FP1의 톱텐은 버튼 - 베텔 - 해밀튼 - 쿠비차 - 장미군 - 웨버 - 리우찌 - 알론소 - 마싸 - 슈미 순이었는데... 엔진 파워에서 많이 밀릴 것으로 예상되었던 베텔이 P2까지 오른 것이 상당히 의외였네요. 르노는 F-duct를 떼고 나왔는데 여전히 머신 퍼포먼스에 비해 높은 포지션인 P4를 차지한 쿠비차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이어진 FP2에선 트랙 온도가 많이 올라갔지만 낮은 다운포스 세팅의 머신들에겐 여전히 미끄러운 써킷이었습니다. 시케인을 잘못 통과하면 위 사진의 코바야시처럼 높은 연석을 밟고 스카이콩콩을 하게 될 수도 있었죠. 조금 익숙해졌다고 속도를 높였던 머신들은 첫 코너에서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못하는 장면이 계속 연출됐고... 레스모 두번째 코너와 파라볼리카에서 코스아웃하는 장면은 FP2에서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FP2 중반 마싸가 파라볼리카에서 크게 코스아웃하면서, 200 km/h에 육박하는 속도로 타이어월로 돌진하는 아찔한 순간이 있었는데... 그래블에서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아슷아슬하게 카운터를 성공한 마싸는 다행히 사고 없이 피트로 복귀했습니다. 페라리의 스탭들이 모두 깜짝 놀라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던 사고 후에... 마싸는 "키미 흉내를 내봤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네요.
FP2에선 연습 후반 롱런에 대한 테스트가 시작되면서 다소 긴장감이 떨어졌는데, 어쨌든 머신의 직선 스피드나 엔진 파워가 부족해 심한 고전이 예상됐던 베텔이 의외로 P1을 차지하면서 FP1에서의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P2, P3에는 알론소와 마싸가 자리를 잡으면서 몬짜에서 페라리의 강세를 예고했고... 이하 톱텐에는 해밀튼 - 버튼 - 웨버 - 바리첼로 - 쿠비차 - 헐크군 - 장미군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해밀튼은 FP2에서 F-duct가 없는 매우 낮은 다운포스 세팅의 머신으로 트랙에 나와 연습 후반 프론트윙을 크게 파손시키는 듯 아찔한 장면도 연출했으나 P4로 괜찮은 퍼포먼스를 선보였죠.
이날 연습에선 연석에서의 사고, 시케인 숏컷, 코스아웃 외에도 머신 이상으로 트랙에 머신을 세운 드라이버도 적지 않았는데... FP1에서는 바리첼로가 FP2에선 웨버가 머신 이상으로 레스모 두번째 코너에 머신을 남겨둬야 했습니다. 하지만, FP2에서 머신 이상이 가장 눈에 띈 드라이버는 HRT의 세나로... FP2 시작하자마자 트랙에 나오다가 머신이 정지한 이후, 연습 후반 수리를 마친 뒤 트랙에 나왔다가 다시금 머신을 트랙에 세워 마샬들에게 두 번이나 머신을 맡기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토요일 오전 이어진 FP3에선 FP1처럼 낮은 트랙 온도에서 퀄리파잉을 위한 짧은 트라이가 이뤄졌는데, 여전히 코스아웃과 turn 01에서의 감속 실패가 속출하는 가운데... 해밀튼과 베텔이 P1, P2로 페라리 듀오를 근소하게 앞섰으며 알론소와 마싸의 페라리 듀오, 버튼, 장미군, 웨버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웨버는 FP3에서 ( 이번엔 turn 01을 지난 직후 ) 또다시 머신을 세우고 연습을 일찌감치 종료하면서 부족한 연습 때문에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해밀튼은 낮은 다운포스 세팅으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면서 퀄리파잉 전망을 밝게 했으나 F-duct를 활용한 버튼의 경우에는 P5에 그치면서 마지막 연습에선 다소 주춤했죠. 물론, 연습은 연습일 뿐이기 때문에... 연습의 결과는 퀄리파잉의 예측일 뿐 결론은 아니라는 걸 퀄리파잉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 Qualifying
챔피언십 경쟁에 나선 3강 팀의 드라이버들은 각각 상당한 압박이 있는 몬짜의 그랑프리였는데, 우선 몬짜에서 절대 강세가 예상되는 맥라렌의 경우... 올 시즌 레드불에 절대 우위를 보일 수 있는 마지막 써킷이 몬짜라는 점에서 많은 포인트 획득이 필수적이고, 페라리는 몬짜에서의 성적에 따라 올 시즌을 포기하고 내년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서든 몬짜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챔피언십 경쟁을 이어가야 할 필요가 있었죠. 한 편 레드불 듀오는 자신들이 불리한 몬짜에서 '어떻게 손실을 최소화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주어졌고... 웨버는 연습 때의 반복된 머신 냉각 계통의 이상 문제가 불안한 몬짜가 되었고, 베텔은 해밀튼과 웨버와의 격차가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탈리아GP인지라... 3강 드라이버 여섯 명 모두에게 상당히 부담스런 퀄리파잉이 되고 있었습니다.
연습 때와 마찬가지로 화창하기 그지 없었던 몬짜의 퀄리파잉은
FP2와 비슷한 높은 트랙 온도로 비교적 안정된 환경에서 시작됐습니다. 몬짜가 시작되기 전엔 페라리와 맥라렌의 양자 대결이 예상되었으나...
연습에선 베텔이 의외의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다소 전망이 혼란스러운 퀄리파잉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Q1의 시작은 버진의 글록이 대열을 선도했는데... 글록이 한 바퀴를 돌아 플라잉랩을 시작할 때 막 핏레인을 빠져나온 페트로프가 글록의 라인을 방해하면서, 일찌감치 페널티를 예고했습니다. ( 퀄리파잉 이후 페트로프에게 5그리드 페널티가 주어졌죠. )
Q1 초반 포스인디아의 리우찌가 동력 계통 이상으로 일찌감치 탈락권에서 퀄리파잉을 마쳤고... 로터스의 트룰리와 코발라이넨이 분전하기는 했지만, 나머지 여섯 명의 탈락권엔 여전하게 신생 3팀의 드라이버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Q1에선 특히 아스카리에서 공격적인 모습이 돋보였던 마싸가 P1을 차지한 가운데 그 뒤를 이어 알론소 - 해밀튼 - 버튼 - 쿠비차 - 베텔 - 웨버 - 수틸 - 헐크군 - 장미군이 톱텐에 들었습니다. 맥라렌보단 페라리의 초반 페이스가 매우 좋았다고 할 수 있죠.
이어진 Q2에선 예상 외로 메르세데스 엔진과 직선 구간에서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수틸이 탈락하고... 요 몇 번의 그랑프리 동안 계속 부진했던 슈미 역시 탈락하면서 몬짜에 대해서만큼은 기대가 됐던 두 명의 드라이버가 퀄리파잉 톱텐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Q3 진출에 실패한 나머지 다섯 명의 드라이버는 코바야시, 부에미, 페트로프, 알게수아리, 델라로사였는데... 몬짜에서 새로 F-duct를 도입했던 토로로쏘는 스피드트랩의 최고속도 기록을 독점했지만, 정작 랩타임은 그다지 빠르지 않아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몬짜에선 물론 직선 구간에서 빠른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속도에만 집착했을 때는 몇 개 안 되는 코너에서 손실이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시사했달까요?
Q2의 톱텐은 알론소 - 버튼 - 해밀튼 - 마싸 - 베텔 - 웨버 - 쿠비차 - 헐크군 - 장미군 - 바리옹이 차지했는데, 페라리가 Q1, Q2에서 모두 P1을 차지하면서 몬짜에서 폴포지션의 가능성을 높였고... 페라리와 맥라렌의 양강 구도에 레드불이 조금씩 밀리는 모습을 이어갔죠. 인상적인 부분은 윌리암즈 듀오가 모두 Q3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으로... 코스워스 엔진의 윌리암즈가 메르세데스 엔진의 포스인디아와 슈미를 제쳤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윌리암즈가 전통의 강팀답게 부족한 스피드에 대한 업데이트가 충분했다는 점( F-duct에 더해서 )과 앞서 토로로쏘의 탈락에 대해 설명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몬짜에서는 스피드가 절대적이지만... 머신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겠죠.
전반적으로 이렇다할 이슈가 없이 진행된 몬짜의 퀄리파잉은 Q3에서도 변함 없이 무난하게 이어졌습니다. Q1에서 Q2까지 프라임 타이어를 주로 사용했던 강팀들도 Q3엔 옵션 타이어를 장착했는데... 전반적으로 그립이 부족한 몬짜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이탈리아GP에선 옵션 타이어가 프라임 타이어보다 눈에 띄게 빠르다는 느낌은 들지 않더군요. 프라임 타이어는 4랩 이상 돌아야 제대로된 스피드가 나온다는 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었는데... 마싸의 경우엔 옵션 타이어로도 3랩 이후에 베스트랩을 노리는 작전을 사용했다는 게 조금 특이했습니다. ( 아쉽게도 마싸의 이 전략은 Q3에선 최선의 결과를 내진 못했습니다. )
무난하고 빠르게 진행되었던 Q3 세션은 결국 1분 21초 962의 유일한 1분 21초대 기록을 낸 알론소의 폴포지션 획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알론소의 폴포지션 기록은 지난 해 몬짜의 퀄리파잉 Q2의 베스트 타임보다 1초나 빠른 상당히 빠른 기록이었죠. 알론소에 이어 프론트로우의 빈 자리엔 버튼이 이름을 올렸고, 같은 페라리의 마싸가 3그리드를 차지하면서 페라리로선 매우 만족스런 결과를 냈습니다. 알론소의 폴포지션은 알론소가 페라리로 팀을 옮긴 후 처음이자 페라리의 시즌 첫 폴포지션이었는데... 이런 첫 경험이 마침 페라리의 홈그라운드인 몬짜에서 이뤄졌다는 게 인상적이네요. 일단 퀄리파잉에선 티포시들이 열광할만한 결과가 나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개러지를 직접 방문해 압박한 몬테제믈로 회장도 알론소의 폴포지션 획득에 몹시 기뻐하더군요.^^ )
4그리드를 차지한 웨버는 연습 부족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만족스런 결과를 냈지만, P5의 해밀튼과 P6의 베텔은 연습에 비해 실망스런 기록을 냈는데... 해밀튼의 경우 직선 속도는 충분했지만 극단적인 로우 다운포스 세팅으로 코너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고, 베텔의 경우 연습 때의 직선 스피드보다 5 km/h 가량 떨어진 스피드로 기록 향상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두 드라이버는 Q3 기록이 연습 때의 기록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당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는데... 특히 해밀튼은 Q3에서의 기록이 Q2의 기록에도 미치지 못했죠.
7그리드에는 팀메이트 슈미보다 훨씬 강력한 모습을 보였던 장미군이 이름을 올렸고... 윌리암즈 듀오는 8그리드와 10그리드에서 출발하게 되었고, 쿠비차는 연습 결과보다는 부진한 모습 속에 9그리드에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대열 후미에는 Q1에서 글록을 방해한 페트로프가 5그리드 페널티, 기어박스를 교체한 글록 역시 5그리드 페널티를 받는 작은 자리 변동이 있었죠. 이렇게 무난했던 퀄리파잉은 끝나고 역시 맑고 화창한 날씨가 일요일 결승 레이스를 맞이했습니다.
- Sunday Race
일요일 레이스는 코바야시의 머신 이상에 따른 핏레인 스타트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이슈가 없었고,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 없는 가운데 포메이션랩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역시 무난한 스타트... 하지만 그렇다고 출발 직후의 스피드가 드라이버들마다 같을 수 없었죠. 프론트로우에선 버튼이 알론소보다 다소 빨랐고, ( 인터뷰를 통해 알론소가 잘못하거나 늦은 건 아니었다고 보입니다. 버튼이 빨랐을 뿐... ) 스파에서 폴포지션에서 클러치 이상으로 스타트가 늦었던 웨버는 이번에도 다소 스타트가 늦었습니다.
턴 01-02의 첫 시케인을 통과할 때 선두엔 버튼이 자리잡고 있었고... 마싸와 알론소는 휠투휠을 벌이는 가운데, 해밀튼이 이들을 바짝 뒤쫓았죠. 7그리드의 장미군이 빠르게 시케인에 진입해서 2위권 머신들을 선도했고, 쿠비차, 헐크군, 베텔, 슈미, 웨버까지가 10위권에 들었습니다. 자리싸움에서 유리했던 홀수열의 드라이버들이 크게 순위를 끌어올렸고... 슈미도 다시 한 번 스타트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알론소와의 휠투휠에서 밀린 마싸를 두번째 시케인에서 바짝 추격한 해밀튼이 마싸와 휠투휠을 벌이는 과정에서 해밀튼의 오른쪽 프론트 휠과 마싸의 왼쪽 리어 휠이 강하게 접촉... 오른쪽 프론트휠 손상으로 스티어링이 불가능해지면서 해밀튼의 레이스는 그래블에서 마감되었습니다. 앞선 마싸보다는 뒤따르는 해밀튼이 잘못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기 자신이 가져갔죠. 해밀튼만큼의 피해는 아니었지만, 중위권에서는 손상을 입은 수틸은 이른 핏스탑으로 대열 후미로 쳐져 이후 순위권에 근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밀튼과 비슷한 운명에 처한 셈이 되기도 했습니다. 버튼의 경우 첫 씨케인에서 페라리와의 접촉으로 리어 디퓨저 쪽에서 손상을 입었는데 무언가 큰 데브리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이 리플레이 화면에 나오기도 했죠. ( 아마 이것때문에 이후 버튼이 머신의 비교적 높은 다운포스 세팅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
스타트에서 밀리면서 P10까지 쳐졌던 웨버는 해밀튼의 리타이어 후 앞선 슈미를 맹추격했는데, 머신 퍼포먼스에서 밀리는 슈미는 웨버를 따돌리지 못했고 끝내 5랩째에 웨버에게 P8자리를 내줬습니다. 선두권의 버튼, 알론소, 마싸가 패스티스트랩을 주고 받으며 대열을 이끌었고, 2위권을 이끄는 장미군은 선두의 세 명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랩타임으로 계속 간격이 벌어졌으며... 장미군의 뒤로 쿠비차, 헐크군, 베텔, 웨버까지 2초 이내의 간격 안에서 로즈버그 트레인이 만들어졌죠. 웨버를 따라잡지 못하는 슈미와 부에미까지가 톱텐을 형성한 가운데 20랩까지는 톱텐에 순위 변동 없는 다소 무미건조한 레이스가 진행되는 듯 했습니다. 웨버의 팀라디오에서 '타이어를 아끼라'는 메시지가 나오면서... 핏스탑 타이밍의 변수를 노려야 하는 레이스가 될 것이라는 걸 조심스레 예상할 수 있는 순간이었죠.
첫 랩의 치열했던 배틀을 끝으로 이탈리아GP가 자칫 이대로 재미없게 끝나는게 아닌가 우려할 무렵, 베텔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지면서 베텔이 웨버에게 손쉽게 P7 자리를 내주는 장면이 화면에 잡혔습니다. 베텔은 팀라디오를 통해 다급한 목소리로 엔진 이상을 보고했고 이 순간 베텔이 스파에 이어 또다시 리타이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겼지만... 몇 랩 뒤에는 안정을 되찾으면서 레이스 후반의 대반격(?)을 준비했습니다. 베텔은 레이스 후 인터뷰를 통해 문제가 그냥(?) 해결됐다고 얘기하더군요. ;;;
레이스의 절반 이상이 진행된 상황에서도 톱텐 드라이버들은 핏스탑을 하지 않았는데, 이 때 톱텐의 상황을 보자면 이런 상황이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톱텐의 순위는 버튼 - 알론소 - 마싸 - 장미군 - 쿠비차 - 헐크군 - 웨버 - 베텔 - 슈미 - 부에미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선두 그룹의 세 드라이버는 수 초 간격으로 바짝 대열을 이루고 있었고... 2위 그룹은 그보다 20초 전후 뒤떨어져 있어 선두그룹이 자칫 핏스탑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핏아웃 과정에서 2위 그룹 사이에 끼어 엄청난 시간 손실을 볼 수 있었죠. 비슷한 시간대에 세 명의 드라이버가 접전을 벌이는 선두 그룹과 마찬가지로 2위 그룹 역시 다섯 명이 접전하는 가운데 이후의 중하위권에 길을 막히지 않으려면 섣불리 핏스탑할 수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핏레인에 앰뷸런스가 들어와 누군가를 들것으로 실어나르는 장면이 화면에 잡혔는데, 이후 핏레인이 치워졌다는 레이스 컨트롤 메시지가 나온 것으로 봐서 이 때문에 핏스탑이 제한됐었던 것으로 보여... 그나마 핏스탑을 하고 싶어도 타이밍 잡기가 어려웠을 것 같네요. 나중에 전해진 이야기에 따르면 24랩에 야마모토가 핏스탑을 했을 때 핏크루 한 명을 치었고, 의식은 있는 상태로 해당 핏스탑을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앰뷸런스가 들어왔었다고 하더군요. 케로군에게 야마모토 이미지가 별로 안 좋은 편인데... 또 참 안타까운 사건이 하나 추가됐습니다. ㅠㅠ
레이스 스타트 때부터 사용한 옵션 타이어로 예상 외의 긴 스틴트를 소화하면서... 언제 누가 코스아웃하면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치킨 게임이 이어지던 가운데 채 20랩도 남지 않은 34랩에서 쿠비차가 톱텐 중 처음으로 핏스탑하면서 선두권의 핏스탑 행진이 시작됐습니다.
35랩에는 장미군과 웨버가 핏스탑했는데... 핏스탑 이후 장미군 - 쿠비차 - 웨버의 순위는 변하지 않았으나 37랩에 핏스탑한 헐크군이 쿠비차의 바로 앞으로 나오면서 일이 복잡해졌습니다. 첫 시케인에서 막 핏아웃한 헐크군이 쿠비차와 배틀을 벌이는사이... 쿠비차가 헐크와의 배틀 중에 속도를 늦춘 사이 웨버가 쿠비차를 추월했고, 2위권의 순위는 장미군 - 헐크군 - 웨버 - 쿠비차의 순이 되었죠. ( 베텔은 이 타이밍에 핏스탑을 하지 않으면서 선두 그룹에 합류하게 됩니다. )
37랩에는 버튼 역시 선두 그룹에서 처음으로 핏스탑하면서 선두권의 치열한 핏스탑 경쟁을 예고했고 다음 랩에는 알론소가, 그 다음 랩에는 마싸가 이어서 핏스탑을 했습니다. 버튼 역시 무난한 핏스탑을 진행했지만... 페라리의 알론소는 완벽한 핏스탑을 수행한 뒤 버튼의 바로 앞으로 트랙에 복귀... 첫 코너에서 치열한 휠투휠 배틀을 벌인 끝에 선두 자리를 차지하게 됐고, 마싸는 핏스탑 후 버튼 바로 뒤로 트랙에 복귀 3위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선두권에서 대략 핏스탑을 마친 40랩 즈음 톱 텐 순위는 알론소 - 버튼 - 마싸 - 베텔 - 장미군 - 헐크군 - 웨버 - 쿠비차 - 슈미 - 페트로프 순이 되었는데... 이 중 베텔과 페트로프는 아직 핏스탑을 하지 않은 상황이었죠. 그리고, 베텔의 핏스탑 전략은 이번 몬짜의 이슈 중 하나로 남게 됐습니다. ^^
핏스탑 직후 루키 헐크군을 바짝 추격하던 웨버는 여러차례 추월 시도를 하면서 때때로 헐크군이 무리하게 진로를 막았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지만... 레이스 종반인 50랩에 끝내 추월에 성공 P6에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사실 헐크가 웨버를 블락하는 과정에서 여러차례 시케인을 가로지르는 모습이 보였었는데... 스튜어드들이 헐크군에겐 페널티를 주지 않은 게 웨버의 ( 정당한? ) 불만이었죠. ( 참고로 20랩 즈음 알게수아리에겐 시케인 숏컷 때문에 드라이브스루 페널티가 주어진 바 있습니다. ) 웨버가 헐크군을 추월할 즈음 페트로프도 핏스탑을 하고 순위권에서 멀어지고 핏스탑 후 알론소와 버튼의 1, 2위 간격이 충분히 벌어지면서... 이탈리아GP에 남은 관심사는 도대체 베텔이 언제 핏스탑을 하고... 핏스탑 후 베텔의 자리는 과연 어디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베텔의 작전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유럽GP에서 고바야시가 보여준 전략의 업그레이드판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 베텔의 인터뷰 표현을 빌자면 ) 실패한다면 바보가 될 수 있는 도박적인 전략으로... 문제의 핏스탑은 사실상 마지막 랩인 52랩에 이뤄졌습니다. 베텔은 스타트 때 사용한 옵션 타이어를 가지고 무려 52랩 > 300 km 이상을 달린 셈이었는데... 마지막 몇 랩 동안에도 새로운 프라임 타이어를 장착한 장미군과의 간격을 조금씩 벌이거나 유지하면서, 영국GP에서 보여줬던 타이어 관리 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베텔이 P6의 웨버나 P7의 헐크와 비교해서 어느 자리로 복귀하는가에 관심을 가졌지만 마지막 랩에 핏스탑한 베텔은 해당 랩에 다소 주춤한 P5의 장미군을 여유있게 앞서며 트랙에 복귀... 핏스탑 후 순위를 유지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P4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습니다. 레이스 스타트에서 늦고 엔진 문제로 웨버에 순위를 내주며 P8까지 쳐쳤던 것을 생각하면 레이스 중후반 닳은 옵션 타이어로 보여준 베텔의 퍼포먼스도 훌륭했던 것 같네요.
베텔의 핏스탑을 마지막 이벤트로 레이스는 그대로 종료되었고, 알론소는 티포시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며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을 지났습니다. 버튼은 2위, 마싸는 3위로 포디움의 빈 자리를 메꿨고... 베텔 - 장미군 - 웨버 - 헐크군 - 쿠비차 - 슈미 - 바리옹이 포인트권에 들었습니다. 몬짜에선 2006년 이후 4년만에 페라리가 챔피언 트로피를 손에 넣었고... 1위와 3위로 만족스런 결과를 얻은 페라리는 포기할 뻔 했던 챔피언십 도전에 다시 한 번 불을 붙이는 순간이었죠.
이번 이탈리아GP에서 가장 박수를 받아야 될 드라이버는 물론 알론소입니다. 페라리로 이적 후 첫 홈그라운드 그랑프리인 이탈리아GP의 우승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부담감을 가장 잘 극복하면서 훌륭한 드라이빙을 펼쳤죠. 비록 스타트에서는 버튼과 마싸에 밀렸으나... 턴 02에서 마싸를 휠투휠 끝에 밀어내고, 완벽한 핏스탑을 통해 버튼을 밀어내면서 스스로 몬짜에서 우승 자격이 있는 드라이버임을 입증해냈습니다. 베텔의 머신 이상으로 왠지 물려받은 것 같았던 바레인GP, 팀오더 논란으로 빛이 바랜 독일GP 때와는 달리... 논란의 여지가 없는 알론소다운 훌륭한 레이스였죠.
2위의 버튼과 3위의 마싸도 훌륭한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첫 시케인에서 버튼은 페라리 머신과의 접촉으로, 마싸는 알론소-해밀튼과의 연이은 접촉으로 머신에 미세하나마 데미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데미지가 있든 없든 상황이 어떻게 되든 꾸준하게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죠. ( 인터뷰에서 정작 드라이버 본인들은 이런 데미지의 영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 53랩 중 52랩을 스타트 때 사용한 옵션 타이어로 버틴 베텔의 드라이빙도 칭창할만 했고, 머신 퍼포먼스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5위 자리를 무난히 얻어낸 장미군, 고참 드라이버들과 경쟁하면서 7위로 레이스를 마친 헐크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건 첫 랩의 실수로 레이스를 일찍 마감한 해밀튼이었을 것이고, 포스인디아에 대해 기대가 있었지만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수틸이나... 두 그랑프리 연속으로 스타트가 늦으면서 충분한 포인트를 얻지 못한 웨버의 드라이빙도 아쉬웠습니다. 쿠비차 역시 충분히 더 좋은 포지션을 얻을 수 있었지만, 또다시 핏스탑이 늦어지면서 8위의 4포인트에 만족해야 했는데... 2009 시즌에 알론소를 속 썩였던 르노의 고질적인 핏스탑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 같네요. ㅠㅠ ( 그러고보면 3강 + 메르세데스의 4강 팀은 모두 핏스탑이 강한 팀들이군요. ^^ ) 몬짜에선 뭔가 보여줄 것 같았던 코바야시는 핏레인 스타트 직후, 사실상 핏레인을 떠나지 못하고 리타이어해 아쉽다고 얘기할 것마저 남기지 않고 몬짜를 빈손으로 떠나게 됐네요.
이탈리아GP 결과 WDC 포인트 경쟁은 다시 혼전에 빠졌습니다. 선두의 해밀튼이 포인트 획득에 실패하고, 2위였던 웨버도 8포인트 획득에 그친 와중에, 포인트 순위 5, 4, 3위였던 드라이버들이 순서대로 높은 포인트를 쌓으면서... 1~5 위의 포인트 차이는 41 포인트 차이에서 24포인트 차이로 그 간격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현재 순위는 웨버( 187 ) - 해밀튼( 182 ) - 알론소( 166 ) - 버튼( 165 ) - 베텔( 163 ) 순으로... 경우에 따라선 단 한 번의 그랑프리에서 누구나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됐네요.
WCC 경쟁에서는 레드불이 맥라렌과의 간격을 아주 조금 더 넓혔으나 큰 의미는 없는 수준고... 대신 WCC 경쟁은 끝난 것으로 예상되던 페라리가 가능성은 얘기할 수 있는 사정권에 들어왔습니다. 현재 순위는 레드불( 350 ) - 맥라렌( 347 ) - 페라리( 290 )로... 페라리는 선두가 되기 위해선 두 번의 그랑프리를 페라리의 독무대로 장식해야 되어 쉽진 않겠으나, 나름 기적을 꿈꿀 수는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레드불, 맥라렌의 양강 구도가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죠.
이탈리아GP를 마지막으로 F1 2010 시즌 유럽 라운드는 막을 내렸고 이제 싱가폴 - 일본 - 한국 - 브라질 - 아부다비로 이어지는 아시아-남미 라운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다섯 번의 그랑프리가 다소 레드불에 유리하고 맥라렌엔 불리한 그랑프리로 예상되어... 스파, 몬짜와는 반대의 양상으로 레드불과 페라리의 경쟁에 맥라렌이 도전하는 구도가 될 것 같은데, 남은 그랑프리에서 ( 이제 시즌을 포기하기엔 너무 늦은 ) 맥라렌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도 관심이 갑니다. 특히, 2주 뒤 이어지는 싱가폴GP는 F1 캘린더에서 유일한 야간 레이스이고, 스파와 몬짜와는 정반대로 극단적으로 높은 다운포스가 요구되는 시가지 써킷이기 때문에... 2주 후에는 뭔가 확 다른 느낌의 F1 그랑프리를 만날 수 있겠네요. 점점 윤곽이 드러나는 게 아니라 뜨거워져만 가는 챔피언십 경쟁까지... 다음 싱가폴GP는 매우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