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는 써킷 자체로도 매우 재미있는 써킷이지만, 매년 벨기에GP가 여러가지 이야기들과 함께 사연이 많아서 더더욱 재미있는 F1 최고의 써킷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펼쳐진 F1 2010 시즌 벨기에GP 역시, 이와 같은 재미있는 스파다운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줬습니다.
세 차례의 소나기, 두 번의 세이프티카와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이어진 올 시즌 벨기에GP에서는 해밀튼이 첫 랩부터 레이스 마지막까지 선두를 지키면서 시즌 3승째를 올렸고, 자신과 팀 모두에게 8라운드 캐나다GP 이후 첫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죠. 해밀튼은 스파에서의 우승으로 WDC 포인트 경쟁에서도 다시 선두에 올라섰고... 2위를 차지한 웨버는 3포인트 차이로 해밀튼을 바짝 추격했으며... 쿠비차는 모나코GP 이후 오랜만에 포디움에 오르면서 후반기 르노의 반격을 예고했습니다. 반면, WDC 선두 경쟁자 버튼과 알론소는 불의의 사고로 리타이어 했고, 베텔 역시 두 번의 사고와 페널티가 겹치면서 포인트 획득에 실패... 상대적으로 WDC 포인트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었죠.
맥라렌의 강세가 예상되었던대로 해밀튼이 우승을 차지했지만, 스파의 이름이 아깝지 않게 여러가지 의미로 재미있었던 올 시즌 벨기에GP는 아래 숨긴 글 속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Free Practice
얼마 전 페라리가 800번째 그랑프리를 자축하기도 했었는데, 이번 벨기에GP를 통해 윌리암즈의 바리첼로 옹이... 단일 드라이버로는 처음으로 300번째 그랑프리에 출전하는 엄청난 기록을 남기게 됐죠. 출전 기록으로는 2위를 달리고 있는 슈미가 262회의 그랑프리에 참가한 것도 엄청나다고 할 수 있는데, 바리첼로의 300 그랑프리 출장은 또 하나의 F1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윌리암즈는 코스워스 파워드 자전거(!!!)를 선물한 것은 물론... 바리첼로의 머신에 300회 출전을 기념하는 도장을 새겨주었고, 슈미를 제외한 모든 드라이버가 참석한 기념 행사도 열려서 역사적인 기록을 축하해주었죠. 이처럼 언제나 이야깃거리가 많은 스파에서의 F1 그랑프리는 바리옹의 300회 그랑프리 출전을 기념하며 시작되었습니다.
스파는 써킷 자체도 재미있지만,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날씨의 변화가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비 예보가 없어도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일수인 스파였기 때문에... 주말 내내 이런저런 비 소식이 있었던 올 시즌의 스파는 시작 전부터 기대(?)가 많이 됐습니다. 그리고, 예보대로 금요일의 FP1은 많은 비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FP1 초반엔 너무 많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머신들이 쉽게 트랙에 나오지 못하게 했지만... 조금씩 비가 잦아들면서 풀웻 타이어를 장착한 머신들은 웻컨디션의 연습을 수행했습니다. 트랙 곳곳을 물바다로 만든 많은 비 덕분에 기록은 그다지 유념할만하지 못했는데, 그런 와중에도 페라리의 알론소와 해밀튼이 P1, P2를 차지하면서 레드불의 베텔을 앞섰습니다. 베텔을 앞선 또 한 명의 드라이버는 르노의 쿠비차였는데... 전반기까지 F-duct를 사용하지 않았던 르노가 고속 써킷인 스파에서 처음 도입한 F-duct는 엔진 파워가 부족한 르노 머신에 충분한 스피드를 부여한 느낌이었습니다. 재밌었던 점은... 비 때문에 트랙 상태가 가장 안 좋았던 FP1이 진행되는 동안... 몇 번의 코스아웃이나 트랙션 문제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사고가 한 번도 나지 않았다는 점인데, 이후의 보다 나은 컨디션에서 진행된 연습과 퀄리파잉에선 이런저런 눈에 띄는 사건 사고들이 이어졌습니다.
오전 FP1을 수중전으로 만들었던 비가 그친 뒤 펼쳐진 FP2에선 비는 그쳤지만 오전 내내 쏟아졌던 비 때문에 트랙 곳곳이 젖어있는 상태에서 힘들게 진행됐습니다. 물론, 날이 개고 트랙이 말라가면서 머신들은 속속 타이어를 드라이 타이어로 바꿨고, FP2의 후반부엔 전반부의 기록과 비교할 수 없는 빠른 기록들이 쏟아졌습니다. 알론소는 FP1에 이어 FP2에서도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했고, 섹터 1에서 특히 빨랐던 수틸이 FP1에서 P2를 기록한 해밀튼을 P3로 밀어내면서 P2에 올랐습니다. FP1의 P3에 이어 FP2에서 P4를 기록한 쿠비차는 여전히 강세를 보였고... 베텔은 P6에 머물렀지만 P18에 머문 팀메이트 웨버와 함께 왠지 눈에 띄지 않는 포지션에 머물렀죠. 레드불이 스파에서 심하게 경쟁력이 부족한 게 아닌가 걱정할 수도 있는 시점이었지만, 레드불 드라이버들의 금요일 인터뷰에선 별다른 걱정 없이 낙관적인 전망과 함께... '단지 타이어를 아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레드불의 전투력은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음을 시사했습니다.
FP2 중에는 트랙 상태가 점점 호전됐지만, 머신들을 트랙 밖으로 몰아내거나 오버스티어, 슬립을 유발하는 구역이 많았고... 버진의 티모글록은 FP2 초반에 타이어월을 들이받고 일찌감치 연습을 종료했습니다. 하지만 FP2에서 가장 어이 없는(?) 장면은 FP2 후반 갑자기 관객이 위험지역에 들어오면서 연습이 중단된 상황이었는데... 연습 시간이 끝나기 수 분 전에 트랙이 정리되면서 연습은 재개됐지만, 결국 대부분의 드라이버들은 제대로 플라잉랩을 돌아보지도 못했습니다. ( 중계 화면으로는 관객이 트랙까지 들어왔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네요. )
금요일 FP2까지 완료된 이후, 독일GP 때부터 많은 말이 있었던 레드불 머신의 프론트 윙에 대한 검수가 진행됐습니다. 레드불 웨버의 프론트윙이 FIA에 의해 규정에 부합하는지 측정이 되었고 ( 맥라렌 해밀튼의 프론트윙도 비교를 위해 함께 측정이 되었다더군요. ) 결과적으로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합법 판정을 받았죠. 몬짜에서 보다 강화된 규정으로 추가적인 검수가 있을 예정이라는 소식도 나왔지만... 일단 이런저런 논란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로워질거란 느낌도 들었고, 강력하게 RB6의 프론트윙 문제를 지적했던 로스브라운도... 작년 더블덱 디퓨저 문제와 다를 바 없다고 한 발 물러서므로써... 대략 문제는 정리되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토요일 재개된 FP3는 조금 더 마른 트랙에서 진행됐지만... 금요일의 비의 영향과 동반한 낮은 기온 덕분에 상당히 미끄러운 컨디션이었습니다. 머신들은 금요일에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 드라이 타이어의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열심이었고, 긴 직선 구간에서 F-duct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살펴보는 팀도 많았습니다. 1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된 FP3 중반 강한 소나기가 예보되더니, 몇 분 지나지 않아 예상대로 강력한 빗줄기가 스파에 쏟아지더군요. 그런데, 강한 소나기가 내리기 직전 개러지로 돌아오던 베텔이 핏레인에서 머신이 정지해버리는 모습이 비춰졌는데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건 후 마샬들( 핏레인에선 레드불 핏크루들이 이어받아서 )의 도움을 받아 겨우 개러지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비교적 마른 트랙에서 진행된 FP3는 FP1, 2에 비해 퀄리파잉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클 수 밖에 없었는데... 웨버가 P1에 오르면서 FP2에서의 다소 부진했던 기록은 의미가 없다는 걸 증명했고, 해밀튼, 베텔, 버튼이 그 뒤를 이으면서 스파 역시 레드불과 맥라렌의 대결이 될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반면, FP1, 2부터 강세를 보였던 쿠비차는 여전한 강세를 보이면서 P5에 올라... 페라리 듀오보다 앞선 기록으로 퀄리파잉에서의 선전을 예상하게 하기도 했죠. 랩타임만으로는 레드불과 맥라렌이 박빙이었지만... 맥라렌은 엔진 출력과 직선 스피드가 절대적인 섹터 1에서 레드불보다 분명하게 빨랐고, 레드불은 중고속 코너가 많은 섹터 2에서 맥라렌을 앞선다는 점도 있상적이었죠. 그 와중에 직선 구간 스피드는 레드불을 앞서고, 섹터 2에선 맥라렌보다 빨랐던... 쿠비차와 페라리 듀오가 퀄리파잉에서 어떤 반격을 할지도 재미있는 관전포인트로 남았습니다.
FP3에서 톱텐의 나머지 자리는 수틸, 후켄버그, 코바야시가 차지하면서... 작년 스파에서 폴포지션을 차지했던 포스인디아 역시 스파에서만큼은 다시 톱텐에 복귀할 것임을 예고했고, 윌리암즈와 자우버 역시 스파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준 반면... 메르세데스 듀오는 P14, 15에 그치면서 스파에서의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알렸습니다. HRT에서 다시 한 번 찬독을 대신해 출전한 사콘 야마모토는 FP2, 3에서 FP1보다는 세나와의 차이를 줄이면서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고, 세나는 FP3의 복잡한 상황 변화 와중에 P20까지 올라서면서... HRT 머신의 기본적 전투력은 떨어지지만 날씨만 도와준다면(?) 충분히 재밌는 경기를 펼칠 수 있음을 암시했습니다.
- Qualifying
30%의 강우 확률이 있었던 퀄리파잉은 일단은 드라이 컨디션에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워낙에 날씨 변화가 많은 스파기 때문에... Q1이 시작될 때 트랙에 나오길 주저하는 드라이버는 얼마되지 않았죠. 스파가 아웃랩에만 2분 30초 가까이 소요된다는 점도 한 몫했겠죠? 대다수의 드라이버들이 일찌감치 트랙에 나와서 비교적 마른 트랙을 질주하면서... 한시라도 빨리 ( 혹시라도 내릴지 모를 비를 피해 ) 드라이 컨디션의 랩타임을 기록하려고 했는데... 이런 시도는 페트로프의 사고와 함께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페트로프는 아웃랩에서 물기가 남아있는 구간에서 트랙션을 잃으면서 방호벽에 충돌했고, 크레인이 가까운 곳에 없었는지 레이스 컨트롤에선 바로 레드 플랙을 발령했습니다. 트랙이 많이 말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물이 고여있거나 미끄러운 구간이 많다는 점을 페트로프가 몸소 확인시켜준 셈이었죠. 약 1분 48초만에 발령된 레드 플랙 덕분에 모든 머신들이 랩타임을 기록하지 못하고 개러지로 돌아왔고... 트랙이 정리되길 기다리는 동안 강한 소나기 구름이 감지되면서 스파다운 혼란스러운 상황이 예고됐습니다.
5분 여가 지난 뒤 다시 레이스 재개가 예고되자 대부분의 머신들이 핏레인 출구에 도열하는 장관이 연출되었고, 핏레인 출구에 그린 라이트가 켜진 뒤에는 레이스 스타트를 방불케 하는 머신들의 경쟁이 펼쳐졌습니다. 아웃랩에서 다수의 머신들이 좋은 자리( 트래픽이 적은 )를 차지하기 위해 배틀을 벌였고, 심지어 한 바퀴를 돌아 플라잉랩이 시작된 뒤에도 배틀과 추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앞선 머신이 첫번째 플라잉 랩에서 섹터 1을 지나기도 전에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죠.
내리막에 고속 코너를 공략해야 하는 섹터 2에선 슬릭 타이어의 머신들이 컨트롤을 잃는 모습이 잔뜩 연출됐고, 버진의 디그라씨가 로터스의 트룰리와 접촉하면서 스핀하면서 턴14 부근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 슈미는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해지나가는 장면이 리플레이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 비교적 앞섰던 머신들이 반쯤은 드라이 컨디션에서의 기록을 작성한 반면... 대열 후미에 있던 드라이버들은 10초 가까이 뒤처진 기록에 머물렀고... 이런 와중에 가장 피해(?)를 본 드라이버는 베텔로, 가장 맞은 비를 맞으면서 첫 플라잉랩에 P17에 그쳤습니다.
탈락권에 거의 몰린 베텔은 모든 머신들이 개러지에 들어가 소나기가 그치길 기다리는 동안... 젖은 트랙을 달리면서 어떻게든 기록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빗길에 슬릭 타이어라는 위험한(?) 조합으로 몇 랩 뒤에 P3로 올라서면서 위기를 탈출했습니다. 비가 그친 뒤 P18로 탈락 위기에 몰렸던 수틸은 P5의 기록으로 위기 탈출에 성공했고 뒤이어 쿠비차도 P18에서 P1으로 올라서면서 자기 자리를 찾았지만, 좋은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빗길의 위협을 벗어나지 못한 자우버 듀오는... 코바야시가 그래블에 빠지고, 델라로사는 타이어월을 들이받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면서... 스파의 변덕스런 날씨의 희생자가 됐죠.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신생3팀의 여섯 명의 드라이버와 단 한 명의 희생자가 나오는 게 Q1이었지만, 페트로프가 일찌감치 하차하고 자우버 듀오마저 나쁜 기록으로 퀄리파잉을 마쳤기 때문에... 앞선 접촉으로 머신이 정상이 아니었던 디그라씨를 제외한 신생3팀 드라이버들도 Q2 진출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고... 결국 로터스의 코발라이넨과 버진의 글록이 치열한 경쟁 끝에 Q2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로터스의 트룰리는 단 0.15초 차이로 Q2 진출에 실패했고, HRT 듀오도 로터스와의 2초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Q1이 끝나고 Q2를 준비하는 짧은 휴식 시간 동안... 스파의 날씨는 언제 소나기가 내렸냐는 듯이 햇빛까지 비치는 화창한 날씨로 돌변했습니다. 물론, 스파의 특성상 트랙 곳곳에는 여전히 젖어있는 구간이 많았고 이 점은 퀄리파잉이 끝날 때까지 드라이버들이 완벽한 랩타임을 기록하는 걸 방해했죠. 어쨌든, 불안한 날씨 덕분에 더더욱 급하게 Q2를 준비하며 핏레인 출구에 도열했고... Q2역시 Q1의 리스타트 때처럼 신속하게 트랙이 머신들로 채워졌습니다.
Q2는 트랙이 빠르게 말라가면서 머신들의 기록이 급격하게 향상됐는데, Q2 중반엔 슈미가 P1까지 올라서면서 레인마스터 답게 젖은 트랙에서의 강세를 '잠시나마'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트랙이 더 마른 뒤에는 베텔을 시작으로 버튼, 해밀튼 등이 P1의 기록을 연이어 갱신했고, Q2를 4분 30초 남기고 P2의 기록을 가지고 있던 슈미는 결국 탈락권까지 밀려나고 말았죠. ( 슈미의 팀라디오를 통해 마지막 트라이가 트래픽 때문에 제대로된 기록을 내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 Q2 탈락자는 슈미, 장미군, 알게수아리, 리우찌, 부에미, 코발라이넨과 글록이었는데 막판까지 P11이던 바리옹이 P9를 차지하면서 슈미를 P11로 밀어내면서 헝가리GP에서의 악연을 복수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Q2에서의 톱텐은 해밀튼, 버튼, 베텔, 웨버, 수틸, 쿠비차, 마싸, 알론소, 바리옹, 헐크군이 차지했는데... 페라리 듀오를 앞선 수틸과 쿠비차가 특히 인상적인 기록으로 다크호스로 떠올랐습니다.
Q3에서도 역시 머신들이 세션 시작 전부터 빠르게 핏레인에 도열하는 모습을 보였고, 트랙 상황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뒤늦게 트랙에 나온 수틸과 윌리암즈 듀오를 제외하곤 모든 드라이버들이 세션 시작과 함께 아웃랩을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트라이에선 웨버, 쿠비차, 베텔, 해밀튼, 마싸, 버튼, 헐크, 바리옹, 알론소의 순으로 순위가 짜였는데 ( 수틸은 뒤늦게 트랙에 나온 관계로 첫 트라이 순위에는 빠져습니다. ) 두번째 트라이를 위해 머신들이 개러지에서 짧은 핏스탑을 마치고 트랙에 복귀할 때 쯤 ( Q3가 2분 30초 정도가 남은 시점에서 ) 다시 한 번 소나기가 스파에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스파다운 변덕스런 날씨라고 할까요?
갑자기 쏟아진 두 번째 소나기 덕분에... 대부분의 드라이버들은 두번째 트라이에서 첫번째 트라이의 기록을 갱신하지 못했습니다. 베텔은 비를 개의치 말라는 팀라디오의 무시무시한 메시지를 들으며 섹터 2에서 패스티스트를 기록했지만 첫 트라이의 기록을 갱신하는데 실패했고... 해밀튼은 섹터 3에서 패스티스트를 기록하면서 거의 유일하게 첫 트라이의 기록을 갱신, P2에 올라서긴 했지만... 섹터 1에서 약간의 실수 때문에 폴포지션을 놓쳤습니다. 트랙 상태가 좋아진다고 보고 뒤늦게 트랙에 나선 수틸은 기대 이하의 기록으로 P8에 만족해야 했죠. 페라리 듀오의 성적은 최근의 강세가 무색하게 좋지 않았는데, 마싸가 P6로 그나마 선전한 반면... 알론소는 P10으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서 벨기에GP의 결승 레이스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웨버는 한동안 베텔에게 밀리던 퀄리파잉에서 앞서면서 터키GP 이후 오랜만에(?) 폴포지션에 복귀했고, 쿠비차는 FP에서의 강세를 이어가면서 P3를 차지... 오랜만에 퀄리파잉 프레스 컨퍼런스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해밀튼과 베텔은 다소 실수가 있어서 불만스러울 수 있는 포지션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변수가 많았던 퀄리파잉이었음을 감안하면 그나마 큰 피해는 아니었다고 생각되네요. 그리드 위치에 가장 타격이 많을 메르세데스는... 슈미와 장미군이 각각 P11, P12로 부진한 데 이어 슈미는 헝가리GP에서의 행동에 따른 10그리드 페널티, 장미군은 FP3 후 기어박스 교체에 따른 5그리드 페널티로 두 드라이버를 시즌 최악의 위치에서 출발시키게 되고 말았죠. 메르세데스 드라이버들 외에도... 자우버의 델라로사가 퀄리파잉 후에 시즌 9개째 엔진을 사용하기로 하면서 최후미에서 출발하게 되었고, 부에미는 퀄리파잉에서 장미군의 진로를 방해한 이유로 3그리드 페널티를 받는등... 이런저런 그리드 변화가 퀄리파잉 후에 이뤄졌습니다.
웨버가 변수가 많은 스파에서, 폴포지션의 유리함을 어느 정도 이어갈지 궁금해지는 가운데... 일요일 스파의 날씨는 60% 확률의 비가 예보되면서... 일요일 결승 레이스가 조용히 지나가지는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 Sunday Race
비 예보가 있었던 스파에는 레이스 한 시간 여 전에 소나기가 쏟아졌고, 각 팀은 레이스 시작 전부터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해야만 했습니다. 레이스 시작 전에도 각 팀의 팀라디오에서 유일한 관심사?는 비, 오직 비 소식이었죠. 머신들은 드라이 타이어로 스타팅 그리드에 정렬했기 때문에... 만에 하나 비가 많이 내린다면 핏스탑과 함께 여러가지 변수가 생길 상황이었습니다만, 다행히(?) 포메이션랩을 거쳐 다섯 개의 레드라이트가 점멸하는 순간까지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레이스 전부터 라소스의 아웃 코너가 미끄러워 인 코너를 점령할 필요가 있다고 알려져 있었고, 라소스에서 바깥쪽으로 크게 코스아웃하는 드라이버들에게 페널티를 주겠다는 스튜어드들의 엄포까지... 시작 전부터 스타트에서의 순위 경쟁이 심상치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고 있었죠.
스타트에선 웨버가 눈에 띄게 늦은 스타트로...
폴포지션의 잇점을 일찌감치 놓쳐버리고 P7까지 쳐지고 말았습니다.
2그리드의 웨버가 우물쭈물하는 웨버를 제치가 라소스에 첫번째로 도달했고... 3, 4, 5 그리드의 쿠비차, 베텔, 버튼이 라소스를 나란히 통과한 끝에... 가운데 있던 쿠비차가 P2, 안쪽의 버튼이 P3, 베텔이 P4에 자리잡았습니다. 첫 랩의 라소스에선 몇 건의 접촉 외에 큰 사고는 없었으나... 가장 강한 브레이킹이 이뤄지는 버스스탑 시케인은 무사히 지나가지 못했죠. 선두권 머신들은 대부분 브레이킹 타이밍을 놓치고 버스스탑을 숏컷했고, 바리옹의 머신은 앞으로 알론소의 머신을 들이받은 뒤 뒤따르는 머신에 연이어 받히면서... 300번째 그랑프리를 단 한 랩도 돌지 못하고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2랩째 오루즈에선 버튼이 쿠비차의 실수를 틈타 P2에 올라섰고... P5였던 마싸는 케멜스트레이트에서 베텔을 바짝 좇으면서, 레꽁브에서는 추월에 성공한 듯 했으나 바로 베텔에게 다시 자리를 내줬고... 앞서 수틸을 추월해 P6에 올라와 있던 웨버는 베텔이 마싸를 추월한 직후 역시 마싸를 추월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바리옹의 사고가 정리되지 않은 써킷 일부에 강한 소나기가 내리면서 바로 첫번째 세이프티카가 발령됐습니다. 하지만, 비가 금방 그칠 것으로 예보된 때문인지 핏스탑에서 웻 타이어로 교체한 드라이버는 앞선 사고의 손해를 만회하고자 도박적으로 인터미디어트를 선택한 알론소 뿐이었습니다.
4랩째 세이프티카가 들어가면서 레이스가 재개되자... 첫번째 코너 라소스에서 베텔이 가볍게 쿠비차를 추월해 P3로 올라섰고, 직선 구간에서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머신 중 하나인 포스인디아 VJM03의 수틸은 윌리엄즈의 헐크군을 역시 가볍게 추월하면서 P7이 되었습니다. 이 때 쯤은 이미 아까의 소나기가 그치면서 간간이 햇빛이 비치기도 했고... 도박적으로 인터미디어트를 선택했던 알론소는 5랩째에 다시 핏스탑 해 드라이 타이어로 바꿀 수 밖에 없었죠.
5랩째 부터는 선두 해밀튼과 P2 버튼의 간격이 점차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버튼의 팀라디오와 리플레이 화면을 통해 첫 랩 라소스에서 쿠비차와의 접촉으로 프론트윙이 손상되었고, 그 결과 특히 섹터2에서 기록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베텔은 버튼의 꼬리를 멀고 계속 압박을 가했고... 10랩을 넘어 다시 두 번째 비가 예보되는 가운데... 버튼이 강한 직선 구간에서의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버튼 트레인이 형성되고 말았죠. ( 버튼과 해밀튼이 10초 이상 간격이 됐지만, 베텔, 쿠비차, 웨버, 마싸가 1초 이내로 붙어있었죠. )
11랩 째 스파에서 주말 내내 강력한 모습을 보여온 르노 머신의 페트로프가... 여전히 전투력은 떨어져보이는 메르세데스의 장미군을 케멜 스트레이트에서 힘으로(!) 제압했는데, 페트로프가 장미군을 추월하는 와중에 슈미가 동시에 장미군 추월을 시도하는 모습이 비춰졌습니다. 슈미는 거의 장미군을 휠투휠로 밀어붙이며 팀메이트를 추월했는데, 이 와중에 장미군의 프론트윙이 파손되어 데브리가 떨어져나왔고... 장미군은 여전히 배틀에서는 연약한(?) 모습을 보이더군요. ( 트위터의 어떤 분은 '가시 없는 장미'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딱 그런 이미지였습니다. ㅠㅠ ) 또 한 번 팀메이트에게조차 자비가 없다는 의미였을까요? ^^; 15랩 즈음에는 베텔의 팀라디오에서도 조만간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가 들려왔습니다.
레이스의 1/3이 지난 문제의 17랩째... 버튼의 머신에 바짝 붙어 추월을 노리던 베텔이 블랑시몽을 지나 버튼에 추월을 시도하고... 버스스탑을 앞두고 좌우로 머신을 흔들던 버튼이 무난히 브레이킹에 성공한 반면... 브레이킹 중에 머신 컨트롤을 완전히 잃은 베텔의 머신이 버튼의 옆구리를 들이받으면서, 버튼은 버스스탑에 머신을 세울 수 밖에 없었고... 베텔은 예정에 없던 핏스탑으로 순위권에서 멀어지게 됐습니다. 리플레이에는 블랑시몽과 버스스탑 부근에 비가 떨어지는 모습이 비춰졌는데... 갑작스런 비 때문에 브레이킹 때 머신이 콘트롤을 잃은 것으로 보이더군요. 베텔은 이 사고를 유발한 책임을 물어... 몇 랩 뒤에 바로 드라이브스루페널티를 받았고, P11 리우찌를 겨우 추월하자마자 드라이브스루페널티로 다시 순위가 크게 하락한 베텔 역시 가뜩이나 힘든 포인트에 대한 도전이 더욱 어려워지고 말았죠. 버튼의 팬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었고... 베텔의 팬들 역시 크게 실망할 수 없었지만... 갑자기 포디움 권에 들어선 쿠비차와 웨버에겐 희소식일 수 있었겠습니다.
버튼 트레인이 해체된 뒤 해밀튼과 2위권의 간격은 눈에 띄게 좁혀졌고, 해밀튼은 팀라디오에서 정보를 들은 뒤 2위 쿠비차와의 간격을 넓히기 위해 다시 피치를 올렸습니다. 레이스의 절반이 진행된 22랩째 수틸이 핏스탑하면서 순위권 드라이버들도 연이어 핏스탑을 진행했는데... 25랩 즈음 대략 핏스탑이 모두 완료되었을 때의 톱 텐 순위는, 해밀튼, 쿠비차, 웨버, 마싸, 수틸, 슈미, 장미군, 코바야시, 알론소, 페트로프 순이었죠. 레이스 초반 바리옹과의 추돌, 타이어 도박 실패 등으로 대열 최후미까지 쳐졌던 알론소는 포인트권까지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레이스 중후반까지 코바야시를 잡는데는 실패했습니다. 대열 후미에선 다시 버스스탑에서 리우찌를 추월하던 베텔의 왼쪽 리어 타이어와 리우찌의 프론트윙이 접촉... 리우찌는 프론트윙 손상으로 바로 핏스탑을 하게 됐고... 케멜스트레이트에서 접촉의 후유증으로 왼쪽 리어 타이어가 펑처난 베텔은, 바퀴 세 개로 스파의 반 이상을 돌아 핏스탑을 하면서 사실상 순위권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버려야 했죠.
30랩이 넘어가면서 다시 한 번 비 소식이 팀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비가 올 때의 핏스탑을 예상하고 이때까지 핏스탑을 하지 않은 메르세데스 듀오의 작전이 도박으로 끝나느냐 아니면 빛을 발하느냐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는데요, 결국 하늘은 메르세데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33랩째 해밀튼의 팀라디오에선 '정말 인터미디어트가 필요할 때까지' 핏스탑을 하지 않고 버텨야 된다고 얘기했는데, 34랩이 진행되는 동안 스파엔 예보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죠. 그리고, 이 비의 시작은 가벼웠지만... 점차 빗줄기는 강해졌습니다.
34랩 때 다수의 머신들이 한꺼번에 핏스탑했고, 선두권 네 대의 머신들은 눈치를 보면서(?) 핏스탑 없이 한 랩을 더 돌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머신들이 핏레인을 빠져나오는 가운데... 먼저 핏스탑을 하고 나가던 베텔과 알론소가 충돌할 뻔하기도 했지만 접촉은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 사건 역시 스튜어드의 조사를 받기도 했죠. 선두의 해밀튼은 비내리는 35랩째에 크게 코스아웃 하면서 그래블에 들어갔으나, 아슬아슬하게 방호벽을 스치면서 탈출에 성공 선두를 지킬 수 있었는데... 더 이상은 핏스탑 없이 진행할 수는 없어보였습니다.
선두권의 핏스탑에선 해밀튼, 웨버, 마싸가 모두 무난하게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로 교체했으나, 르노의 쿠비차는 핏크루 한 명을 들이받는 사고와 함께 핏스탑이 늦어졌고... 덕분에 웨버에게 P2 자리를 헌납하게 되었죠. 선두권의 순위가 해밀튼 - 웨버 - 쿠비차 - 마싸로 고정된 가운데... P8까지 올라서 포인트권은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었던 알론소는, 38랩째에 스핀하면서 트랙 한 가운데에 서스펜션이 손상된 머신을 남겨놓고 말았습니다. 트랙 한 가운데를 가로막고 멈춰선 페라리 머신 덕분에 두번째 세이프티카가 출동하게 되었죠. 빗줄기가 강해졌다가 잦아들기 시작한 40랩째에야 세이프티카가 들어갔는데, 레이스는 채 다섯 랩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레이스가 재개된 후 41랩... 장미군이 슈미와 휠투휠 배틀 끝에 추월하는 장면이 비춰졌습니다. 앞선 11랩에서 팀메이트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고 프론트윙을 손상시켰던 슈미옹에게 복수를 한 느낌이랄까요? 이 때만큼은 결코 가시 없는 장미가 아니었습니다. ^^ 비가 잦아들었다고는 하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스파는 마지막 제물로 P10에서 포인트권에 있던 델라로사를 선택했습니다. 델라로사는 단 두 랩을 남기고 빗길에 코스아웃... 그래블에서 방호벽에 추돌은 하지 않았지만, 많은 시간을 손해 보면서 결국 포인트 기회를 잃고 말았죠. 대열 최후미에서 출발해 포인트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었지만... 아쉽게도 비내리는 스파의 마지막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42랩 째에는 델라로사가 남겨준 마지막 1포인트를 놓고 알게수아리와 리우찌의 치열한 배틀이 펼쳐졌는데, 알게수아리가 리우찌와의 휠투휠 끝에 겨우 P10을 지켜냈으나... 레이스가 끝난 직후 배틀 과정에서 시케인 숏컷에 대한 20초 페널티를 받으면서, 마지막 1포인트는 리우찌에게 주어졌습니다. 오랜만에 포인트를 추가할 수 있었던 알게수아리는 레이스가 끝난 뒤 1포인트를 잃으면서 매우 안타깝게 되었죠.
결국 레이스 시상대에는 해밀튼, 웨버, 쿠비차가 오르게 되었고, 톱 텐의 나머지 자리는 마싸, 수틸, 장미군, 슈미, 코바야시, 페트로프, 리우찌가 차지했습니다. 워낙에 변수도 많고, 날씨 변화와 사고 등으로 드라이빙에 어려움이 많았기에... 포디움에 오른 드라이버들의 표정은 모두 좋아보였습니다. 팀오더 논란을 빚었던 지난 독일GP와 의문의 페널티 때문에 베텔의 굳은 표정을 보아야 했던 헝가리GP와는 크게 차이가 나는... 그야말로 스파 다운 포디움의 모습이었죠. 특히, 2008년 레이스 후 페널티로 우승을 놓쳤던 해밀튼은... 그렇게나 우승하고 싶었던 스파에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면서 유난히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번 벨기에GP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드라이버는 슈미와 페트로프였습니다. 슈미는 21그리드, 페트로프는 23그리드에서 출발... 각각 14위 씩의 순위를 끌어올려 7위와 9위로 레이스를 마쳤는데, 아무리 여러 가지 변수가 있었다지만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만은 분명하죠. 슈미는 레이스 중반 5위까지 오르는 등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역시 스파에서의 강자 중 한 명임을 다시 입증했고... 페트로프는 포디움에 오른 팀메이트 쿠비차와 함께 르노의 머신이 하반기 다크호스임을 증명해냈습니다.
상위권에서 성적과 인상적인 드라이빙을 동시에 보여준 드라이버는 물론 레이스를 주도했던 해밀튼도 빼놓을 수 없지만, 전반기까지 이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았던 르노와 포스인디아의 소위 중위권 머신으로 3위와 5위에 오른 쿠비차와 수틸을 꼭 언급해야겠습니다. 르노의 머신은 스파에서 시즌 처음으로 F-duct를 도입했는데, 쿠비차는 첫 도입한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이며 포디움에 복귀했고, 수틸은 전반기 막판 부진했던 모습을 일신하면서 작년에 이어 포스인디아 머신이 스파에서만큼은 강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했죠.
스타트에서 쿠비차와의 접촉으로 프론트윙에 손상을 입고 베텔과의 충돌로 불의에 리타이어한 버튼은 이번 레이스에서 가장 아쉬웠던 드라이버가 되겠고 ( 맥라렌 머신이 스파에서 강력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더더욱... ) 레이스 초반 사고에도 불구하고 포인트권에 안착할 수 있었던 알론소는 레이스 후반스핀하면서 리타이어해 역시 버튼 못지 않게 아쉬움이 남게 됐습니다. 물론 베텔 역시 두 번이나 사고에 얽히고 버튼과의 사고에 대한 페널티까지 겹치면서 노포인트로 레이스를 마감, 스파의 점지를 받지 못한 드라이버 대열에 합류했네요.
벨기에GP 결과 해밀튼은 다시 한 번 WDC 포인트 경쟁에서 선두에 올라섰는데... 해밀튼( 182 ) - 웨버( 179 ) - // - 베텔( 151 ) - 버튼( 147 ) - 알론소( 141 )의 순으로... 레이스에서 1, 2위를 차지해 많은 포인트를 추가한 해밀튼, 웨버와 노포인트로 스파를 떠나게 된 베텔, 버튼, 알론소 사이의 격차가 약간 벌어지는 양상이 되었습니다. 몬짜까지는 맥라렌의 강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베텔과 알론소는 특히 경쟁에 비상이 걸렸다고 할 수 있겠네요.
WCC 경쟁에서는 레드불이 약간의 리드를 유지했습니다. 레드불( 330 ) - 맥라렌( 329 ) - 페라리( 250 )의 3강 중, 레드불, 맥라렌 양강과 페라리의 간격은 더욱 벌어져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은 이제 레드불과 맥라렌의 양자 대결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다음 주 팀 오더 논란에 대한 WMSC의 판결 이후에... 또 그 다음 주인 9월 2주차 속개되는 몬짜 역시 레드불 RB6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초고속 써킷입니다. 하지만, 스파에서 레드불이 생각만큼 맥라렌에 밀리는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에... 우승은 하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까지 맥라렌과의 포인트 차이를 유지하는가가 관건이 되겠네요. ( 이어지는 아시아 라운드에선 다시 레드불이 유리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 오히려 몬짜에서 기대가 되는 팀은 르노와 포스인디아로... F-duct까지 도입한 현재의 직선 스피드와 스파에서 보였던 머신 밸런스라면, 몬짜에서도 3강 팀의 속도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두 팀에서 주목할 드라이버는 팀메이트를 압도하고 있는 쿠비차와 수틸이 되겠죠. 비록 퍼포먼스에서는 중위권 르노와 포스인디아에도 밀리는 것 같지만, 스파에서 전반적인 레이스 운영에서만큼은 돋보였던 메르세데스가 이번엔 다크호스의 입장이랄까요? 위기에 몰리면 더더욱 강해지는 페라리의 알론소나 레드불의 베텔의 반격도, 올 시즌 몬짜에서 주목해 볼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2주 뒤, 몬짜 역시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