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동안의 길었던 여름 휴가를 마친 F1 2010 시즌은 이번 주말 "스파-프랑코샹 써킷( Circuit de Spa-Francorchamps )"에서의 벨기에GP로 재개됩니다.
스파-프랑코샹은 몬짜나 모나코, 실버스톤 못지 않게 유서 깊은 벨기에GP의 고향으로... F1 캘린더에서 가장 재미있는 써킷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죠. 버라이어티한 재미를 선사하는 최고의 써킷으로 스파에 비견될 곳은 스즈카 정도 뿐이 아닌가 싶네요. ( 실제로 많은 팬들이 가장 재미있는 써킷으로 스파와 스즈카를 꼽고 있고... 케로군 역시 스파를 가장 좋아합니다. ) 비록 요즘 벨기에GP 자체가 존폐 위기에 몰리고는 있지만, F1 팬들의 팬심을 헤아려서 부디 스파에서의 F1 그랑프리가 오래오래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면 스파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도대체 왜 그렇게 재미있는 것인지 아래 스파-프랑코샹 써킷 분석을 통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파-프랑코샹 써킷( Circuit de Spa-Francorchamps )은 벨기에의 스파에서 동남쪽에 위치해 있어, 짧게 '스파'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케로군도 주로 스파라고만 표기합니다. ) 벨기에의 스파는 온천으로도 유명한데, 종종 온천을 스파라고 표현하는데 바로 그 스파의 어원이 되는 지역이기도 하죠. 프랑코샹은 써킷이 위치한 작은 지역의 지명입니다.
스파의 써킷 길이는 무려 7.004 km로 F1 캘린더에서 가장 긴 써킷입니다. ( 그나마 15 km에 달하던 원래의 레이아웃을 줄이고 줄인 게 7 km라죠... ) 길이가 가장 길기 때문에 랩 수도 가장 짧아서 일요일 결승 레이스에서조차 단 44랩만을 돌게 됩니다. 랩 레코드는 2004년 맥라렌 소속으로 키미가 기록한 1분 45초 108인데... 평균 속도로 환산하면 240 km/h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고속 써킷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몬짜에 이어 평균 속도가 두 번째로 높은 써킷입니다. ) 2007년 버스스탑 시케인 변경 이후의 랩 레코드는 2009년 베텔이 기록한 1분 47초 263으로 괴물 머신이었던 2004년에 비해선 다소 늦었지만... 고속 써킷의 이미지에 변함은 없었죠.
벨기에GP는 최근 10년 사이에 두 차례( 2003, 2006 )나 F1 캘린더에서 제외됐었는데, 벨기에의 금연법과 스폰서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덕분이었죠. ( 담배 회사 광고 금지가 EU 차원에서 나온 것이고, EU가 벨기에에 본부를 두고 있는 게 다 인연이 있습니다. ㅠㅠ ) 어쨌든 자금 조달 문제로 2006 시즌을 패스한 최근 다섯 시즌 스파에서의 벨기GP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 테이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우승자의 이름으로 키미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키미는 '스파 스페셜리스트'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스파에서 엄청난 강세를 보였는데, 7 km 규격의 현대적인 써킷으로 변신한 스파에서는 유독 강세를 보였던 드라이버들이 있었죠. 세나, 슈미, 데이먼 힐, 그리고 키미가 그렇게 스파에서 강세를 보였던 드라이버들인데... 이들의 특징은 팀을 옮겨가면서 세 번 이상 우승을 챙겨간 것은 물론... 최강팀에 비해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머신들을 몰던 시즌에도 스파에서는 우승한 경험이 있다는 점, ( 1985년 로터스의 세나, 1992년 베네통의 슈미, 1998년 조던의 힐, 그리고 2009년 페라리의 키미 등 ) 그리고 월드 챔피언을 차지했던 드라이버들이라는 점 등이 있네요.
이들 중 가장 최근 스파 스페셜리스트의 칭호를 얻었던 키미의 경우엔 맥라렌으로 팀을 옮긴 F1 2년차 2002 시즌의 벨기에GP에서 2그리드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2004, 2005, 2007 시즌까지 벨기에GP를 3연패하고... 2008 시즌에도 레이스의 90%를 선두에서 달렸지만 갑작스런 웻컨디션에 적응하지 못해 우승을 놓친 뒤, ( 키미의 리타이어, 해밀튼의 페널티로 마싸가 우승을 넘겨 받았습니다. ) 2009 시즌에는 퍼포먼스가 심각하게 부족했던 페라리 머신으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2009 시즌 스파의 주인공은 팀 창단 후 첫 폴 포지션에 첫 2위로 레이스를 마친 포스인디아의 피지켈라였는데, ( 그게 팀 창단 후 첫 득점이기도 했죠. ;;; ) 이런 점들을 보면 스파는 다른 써킷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위 기록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스파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는 변덕스러운 날씨입니다. 계곡(!)이라는 독특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심심치 않게 소나기가 지나가고... 비가 맘 먹고 내리면 세팡 못지 않게 쏟아지는 곳이기도 해서... 비 때문에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펼쳐지는 곳이 스파라고 할 수 있죠. 특히, 1998년 비내리는 벨기에GP 스타트에서의 사고는 매년 스파가 다가올 때마다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케로군이 기억하는 F1에서 최고로 혼란스런 스타트 사고였던 것 같습니다. 고속 써킷이라 시원시원한 레이스가 펼쳐지는 것은 물론... 이런 독특한 분위기가 스파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네요. ( 혹시 사고 장면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1998년 벨기에GP 스타트 장면은 너네튜브 등에서 꼭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
키미가 WRC로 옮겨간 현재 남아있는 스파의 강자는 슈미입니다. 무려 6번의 벨기에GP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F1 첫 우승 역시 스파에서 기록했던 슈미이기 때문에... 키미만큼의 스파 스페셜리스트라는 느낌은 없지만, 슈미에게 스파가 친근하고 왠지 우승을 안겨줄 수 있는 곳으로 느껴질 것은 당연한 것 같네요. 물론, 올 시즌 메르세데스의 머신 퍼포먼스가 우승권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헝가리GP에서의 죄과로 그리드 페널티를 안고 시작하는 슈미지만, 그래도 무대가 스파인만큼 약간의 기대는 가져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스파가 F1 그랑프리가 열리는 써킷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써킷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얼까요? 일단, 아래와 같은 스파의 주요 특징에서 그 단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초고속 써킷
- 고저차가 심한 써킷
- 긴 직선 구간과 고속 코너가 많은 써킷
- 추월 포인트가 아주 많지는 않지만 비교적 추월이 용이한 써킷
- 종종 변덕스런 날씨가 변수가 되는 써킷
특징들 중에서 눈에 띄는 점은... 고저차가 심하다는 점과 비교적 추월이 용이하다는 점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오 루즈'로 대표되는 긴 오르막 구간을 비롯해서, 스파에는 오르고 내리는 변화를 굉장히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스파의 디자인을 어느 정도 오마쥬 했다는 이스탄불 역시 고저차가 심한 써킷으로 소개했지만, 빈번하게 오르내리면서 쾌속으로 질주하는 오리지널 스파의 느낌과는 비교하기 힘들죠. 또한, 오르막 내리막이 여러 코너들의 모양을 입체적으로 바꿔주기 때문에, 평면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변화가 실제 스파에 존재하고 있어... 드라이버들에겐 드라이빙 난이도를 높여주고 팬들에겐 재미를 더해주고 있죠.
또 하나 스파의 장점 중 하나는 비교적 추월이 용이하다는 점입니다. 레꽁브 시케인과 버스스탑 시케인이 각각 다른 형태의 추월을 가능하게 하는데, 레꽁브 시케인이 오 루즈와 케멜 스트레이트에서 엔진의 힘을 발휘해 고속으로 추월하는 곳이라면, 버스스탑 시케인은 뿌옹과 블랑시몽에서 밸런스로 따라잡은 머신을 저속으로 추월하는 곳으로 볼 수 있고... 무엇보다 두 추월 포인트 모두 '굉장히 긴' 준비 구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추월 능력만 있다면 항상 추월 기회가 열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다른 많은 써킷에서도 추월 구간이라는 곳은 많았지만 준비 구간은 늘 부족한 느낌이었죠. ) 게다가 레꽁브와 버스스탑이 아니더라도... 몇몇 지점에서 상태에 따라 추월 시도가 이뤄지기도 하므로... 스파의 레이스는 언제나 박진감이 넘칩니다. ^^ 다른 써킷을 설명하면서 추월이 어렵다 어렵다 소리만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간만에 추월이 비교적 쉽다는 써킷이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네요.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대략 짐작하셨겠지만, 스파 역시 1925년부터 벨기에GP가 열린 아주 유서 깊은 써킷이다보니 모나코나 실버스톤에서 그랬던 것처럼 전통적인 코너의 이름들을 기억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 게다가 이번엔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굉장히 낯선 불어!!!로 된 이름들이죠. ) 기억해 두면 좋을 이름들은 써킷 레이아웃을 설명하면서 빨간색 볼드로 표시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두 가지 핵심적인 특징 외에도... 앞서 설명했던대로 상당한 고속 써킷이라는 점, 고속 코너가 많고 긴 직선 구간 역시 많다는 점... 그리고 종종 비가 쏟아지면서 레이스의 판도를 크게 바꿔놓을 수 있는 점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스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 km라는 부담스럽게 긴 길이 만큼이나 다소 복잡해 보이는 써킷 다이어그램과 함께 스파의 구조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고저차에 대한 설명을 돕기 위해 구글어스에서 지형도도 동원해봤습니다. ^^;
스파는 7 km의 길이도 길이지만 그 구조 역시 간단하지 않습니다. 열 아홉 개의 특색 있는 코너들이 배치되어 있고... 무엇보다 심한 고저차로 인해 입체적인 코너들이라는 게 공략에 어려움을 더해주죠. 스파를 이해하는 핵심 포인트는 위 지형도에서 보이는 계곡( 실개천? 처럼 표시된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발 380 m ~ 400 m 라인에 형성된 저지대가 써킷을 반으로 가르고 있죠. 계곡에서 남동쪽으로 가장 높은 구간이 460 m보다 높으니까 써킷의 고저차는 최대 80 m 이상이 되는 롤러코스터 같은 지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스파의 열 아홉 개 코너는... 턴01부터 턴04까지 섹터 1, 턴05부터 턴14까지 섹터 2, 턴15부터 턴19까지 섹터 3로 나뉘는데, 섹터 구분도 섹터 구분이지만 중요한 구간들을 집중 조명하면서 설명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앞서 말씀드렸듯이 외워둬야 할 중요한 구간의 이름들은 붉은색 볼드로 표시하겠습니다. )
A. sector 1 : turn 01 ~ turn 04 스파의 첫 섹터는 '라 소스' - '오 루즈' - '케멜 스트레이트' 이렇게 세 이름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라 소스( La Source ) 스파의 첫 코너 라 소스는 F1 써킷의 여러 첫 코너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코너입니다. 비교적 짧은 직선 구간을 지나 만나는 초저속의 헤어핀인데... 이후의 '오 루즈' - '케멜 스트레이트'로 이어지는 지속적인 가속 구간을 위해, 조금이라도 빨리 속도를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코너죠. 라 소스의 특징이라면 오른쪽으로 크게 선회를 하자마자 갑자기 내리막으로 바뀌는 지형 상의 특이점과 라 소스의 동쪽( 북쪽이 아니고 )에 넓게 배치된 넓은 런오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등성이를 따라 달리다가 계곡으로 선회하는 구조 덕분에 생긴 내리막 구조는... 종종 머신들의 트랙션을 불안하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버들은 한시라도 빨리 쓰로틀을 완전 개방해야하기 때문에... 비라도 몇 방울 떨어지면 머신들이 스핀하거나 코스 아웃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또, 라 소스의 동쪽에 넓게 자리잡은 런오프는 대부분 잘 포장이 되어 있으므로, 드라이버들의 성향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는 아예 코스아웃을 해서 런오프를 질주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죠.
라 소스를 벗어나면 계곡까지 500 m 정도의 거리를 내리막으로 질주합니다. 라 소스의 탈출구부터 내리막길이라는 점과 스파를 대비한 고속 주행 세팅과 에어로 파츠를 장비했다는 점 때문에 대부분의 머신은 계곡에 다다르기 전에 가볍게 300 km/h 이상의 속도에 도달할 수 있죠. 그렇게 고속으로 만나는 두 번째 코너는 스파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물론, F1 전체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전설적인 구간 '오 루즈'입니다.
오 루즈( Eau Rouge ) 엄밀히 말하면 오 루즈는 턴02만을 지칭하는 이름이지만, 오 루즈에서 시작하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게다가 빠른 구간을 통틀어 턴04까지 오 루즈 구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턴04는 래디용( Raidillon)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만 오 루즈에 묻혀 버려 안습이죠. ㅠㅠ ) 오 루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무엇보다 빠른 스피드로... 코너 공략 속도가 300 km/h가 넘는 코너는 F1 캘린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데... 오 루즈 구간의 세 코너를 완전히 탈출하는 턴04의 공략 속도 역시 300 km/h에 육박하게 됩니다. ( 가능한 오 루즈에서 풀 쓰로틀로 속도를 유지하는 게 스파 공략의 관건이겠죠. ) 오 루즈의 또 하나의 특징은 급격한 오르막이라는 점으로... 턴02 ~ 턴04까지의 짧은 구간에서 약 30 m의 높이를 오르게 됩니다. 덕분에 고속 슬라럼을 공략하기 위한 머신 컨트롤에 더해 강한 엔진 출력이 동시에 요구된다고 할 수 있죠.
오 루즈에서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 공략에 성공했다면, 그 다음에는 1 km가 넘는 긴 직선 구간 케멜 스트레이트가 이어집니다.
케멜 스트레이트( Kemmel Straight ) 케멜 스트레이트는 1 km/h가 넘는 직선 구간이고... 라 소스부터 시작된 풀쓰로틀이 이어진 거리를 생각한다면, 무려 1.8 km가 넘는 어마어마한 준 직선 가속 구간이 됩니다. 이미 오 루즈를 완전히 빠져나올 때 300 km/h가 넘었던 머신은, 케멜 스트레이트에서 브레이킹에 들어가기 전에 330 km/h 이상의 속도를 내기도 하죠. 케멜 스트레이트에서 중요한 건 다른 건 다 필요없고 속도, 오로지 속도 뿐입니다. 메르세데스나 페라리와 같은 강력한 엔진... 그리고 맥라렌이 도입했던 F-duct와 같은 가속도에 도움이 되는 요소들이 총동원 되어야 할 곳이죠. ( 출력이 떨어지는 르노나 코스워스 엔진은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곳이란 뜻입니다. ) 당연히 다음에 이어지는 시케인에선 추월 포인트가 형성될 수 밖에 없으므로... 케멜 스트레이트에서의 속도는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직선 구간의 길이가 워낙 길기 때문에, 다음 코너에 다다르기 전... 케멜 스트레이트 중반에서의 추월 장면도 종종 목격되곤 하죠.
B. sector 2 : turn 05 ~ turn 14 섹터 2는 스파에서 가장 복잡한 섹터로 모두 열 개의 코너가 진행되는 동안... 스파에서 가장 높은 턴05, 07에서 시작해, 스파에서 가장 낮은 턴14로 이어지는... 급격한 내리막 구간입니다. 섹터 2에서 기억해두실만한 코너는, 추월 포인트인 '레 꽁브'와 초고속 코너인 '뿌옹'입니다.
레 꽁브( Les Combes ) 턴05 레 꽁브는 케멜 스트레이트에서 강한 브레이킹을 통해 만나는 고속 시케인입니다. 턴05부터 턴07까지 이어지는 시케인 복합 코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 턴07은 말메디( Malmedy )라는 지명을 딴 이름이 있지만 그닥 중요하진 않습니다. ) 앞선 케멜 스트레이트에서 앞 머신과 간격을 충분히 좁혔다면, 레 꽁브에서 충분히 추월을 시도해 볼만 합니다. 하지만, 레 꽁브부터 시작되는 복합 코너가 140 km/h 이상의 고속으로 공략하는 곳이기 때문에, ( 복합 코너를 빠져나가는 턴07 말메디에선 170 km/h 이상을 냅니다. ) 강한 브레이킹으로 여유 있게 추월을 하는 일반적인 추월 포인트의 느낌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로... 처음 턴05에서 첫단추를 잘못 꿰면 턴07까지 엉망이 되면서 엄청난 시간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레 꽁브에서 시작한 복합 코너를 완전히 빠져나오면 한결 같은 내리막으로 질주하게 됩니다. 턴07에서 턴08까지 직선 구간은 매우 짧은 거리지만, 완만한 내리막을 달리기 때문에 머신 스피드는 260 km/h 이상에 다다르면서 꽤 빠른 속도를 내기 때문에, 다음 완만한 내리막 헤어핀인 턴08 앞에서는 110 km/h까지 속도를 떨어뜨리는 강한 브레이킹이 필요합니다. 내리막, 급 브레이킹에 헤어핀을 공략해야 한다면 무엇보다 브레이크 락이 걸리는 걸 주의해야겠죠. 턴08을 진입할 때는 완만한 내리막이었지만, 턴08을 탈출할 때부턴 더 급격한 경사의 내리막으로 바뀌면서 다시 고속 코너 구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턴08을 지나 바로 만나는 턴09는 내리막 중고속 코너로... 180 km/h의 속도로 90도를 선회한다는 점에서 이어지는 뿌옹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죠.
뿌옹( Pouhon ) 턴10 뿌옹은 스파 최고의 고속 코너 중 하나로, 무려 4.5G 이상의 G포스가 발생하는 다소 위험한 내리막 코너입니다. 턴08을 탈출하면서 시작된 내리막 경사가 유지되는 가운데... 무려 270 km/h의 속도로 90도에 가까운 선회를 해야 하는 곳입니다. 이어지는 턴11에서도 풀쓰로틀로 속도를 더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뿌옹 구간( 턴11까지 묶어서 뿌옹으로 부르기도 하죠. )에서는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공략하는 게 중요한 곳으로... 내리막, 높은 다운포스, 빠른 속도까지 드라이버들에게 주어지는 부담이 상당히 큰 코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선 오 루즈나 케멜 스트레이트가 맥라렌 등에게 유리한 구간이었다면, 뿌옹은 고속 코너에 강한 레드불에게 그나마 유리한 구간이라고 할 수 있겠죠.
뿌옹과 턴11을 지나도 내리막은 계속됩니다. 턴12와 턴13은 완만한 시케인으로 앞서 레 꽁브에서 설명했던 시케인과 매우 유사하지만, 진입 속도가 조금 더 낮고 시케인이 조금 더 완만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드라이버들에게 느껴지는 부담은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턴14는 스파에서 가장 낮은 코너들 중 하나로 ( 섹터 3의 턴15가 가장 낮은 높이에 위치한 코너입니다. ) 250 km/h에 가깝게 완만한 직각 코너를 통과해야 하는데... 턴15 이후 블랑시몽으로 이어지는 긴 가속 구간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탈출 속도의 중요성이 매우 큰 코너입니다.
C. sector 3 : turn 15 ~ turn 19 섹터 3은 써킷 서쪽의 산등성이를 끼고 도는 형태의 구간으로... 초고속 커브 구간인 '블랑시몽'과 '버스스탑 시케인'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섹터 3의 첫 구간인 턴15는 스파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코너로, 턴14를 통과한 이후 시작된 풀 쓰로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략합니다. ( 이후 버스스탑 시케인이 나올 때까지 계속 풀 쓰로틀을 유지해야 하죠. ) 턴15를 빠져나온 뒤엔 완만한 오른쪽 커브 구간을 통과한 이후 지속적으로 왼쪽으로 선회하게 되는데요... 이 구간 동안은 강력한 엔진 출력이 뒷받침해주는 직진력도 중요하고, 고속 코너 공략의 밸런스도 동등하게 중요한 구간으로 앞선 케멜 스트레이트의 긴 직선 구간과는 분명하게 구분된다고 하겠습니다. 지속적인 왼쪽 선회 구간 중에 턴16에서 이미 300 km/h 이상 도달한 머신은 또 하나의 유명한 고속 커브인 '블랑시몽'을 만나게 됩니다.
블랑시몽( Blanchimont ) 턴17 블랑시몽은 300 km/h에 가까운 속도로 왼쪽으로 완만하게 꺾이는 구간으로... 현대의 F1 드라이버들에게 공략 자체가 어려운 구간은 아닙니다. 스티어링만 제때 해 준다면 머신은 완만하게 구간을 통과할 수 있고 턴14를 탈출하면서 계속된 풀 쓰로틀 상태를 계속 유지해주는 게 전부인데... 그 와중에 순간적으로 4G 이상의 G포스가 주어진다는 것 빼고는 특이 사항이 없습니다. ( 일반인에겐 결코 녹녹한 수준이 아니죠... ) 블랑시몽이 중요한 또 한 가지 이유는... 뒤이어 만나게 될 버스스탑 시케인이 긴 가속 구간에서 만나는 시케인으로 추월포인트가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별 차이가 없어보일지 모를 블랑시몽의 미세한 공략 타이밍은 긴 가속 구간에서의 속도를 좌우할 수도 있으므로 추월 가능 여부를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블랑시몽을 잘 공략하기 위해서는 앞 문단에서 설명했던대로... 강력한 엔진의 힘과 머신의 밸런스가 잘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으므로... 강한 엔진의 맥라렌, 페라리와 머신 밸런스의 레드불 등에게 나름 공평한 구간이라고 할 수 있겠죠.
버스스탑 시케인( Bus-stop Chicane ) 턴18, 19의 버스스탑 시케인은 실제 버스 정류장이 있었던 위치에 만들어진 시케인으로... ( 스파는 공공도로를 막아서 만든 써킷입니다. ) 2007년 이전 레이아웃과 현재의 레이아웃은 시케인의 방향이 완전히 반대로 바뀌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블랑시몽을 지나 300 km/h에 육박했던 머신의 속도를 80 km/h 아래로 떨어뜨리는 강한 브레이킹이 이루어지고, 앞서 긴 가속 구간을 지나온 덕분에 분명한 추월포인트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시케인이라는 특성과 바로 이어지는 홈스트레이트 이후 헤어핀 라 소스가 자리잡고 있으므로... 어설프게 버스스탑에서 추월하려다가 바로 다시 자리를 뺏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 케로군에겐 2008 시즌 키미와 해밀튼의 사건 때문에 가슴 아픈 지점이기도 하네요. ㅠㅠ )
마지막 추월 포인트인 버스스탑 시케인을 지나면... 길고 화려했던 7 km의 스파는 한 랩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이따구로'님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써킷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베텔이 소개하는 '레드불 시뮬레이터 스파 공략 영상'을 첨부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스파의 특징들을 다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F1 캘린더에서 가장 긴 써킷
- 몬짜, 모나코, 실버스톤 등과 함께 유서 깊은 써킷으로 불어로 된 코너 이름들이 많은 써킷
- 턴01 라 소스, 턴02 오 루즈, 턴10 뿌옹, 턴 17 블랑시몽 등은 항상 주목해야 될 코너들
- 레이스의 재미라는 측면에서 F1 팬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써킷 중 하나
- 초고속 써킷이면서 긴 직선 구간이 많고 고속 코너 역시 많은 써킷
- 라 소스에서 시작해 케멜 스트레이트로 이어지는 직선 가속 구간은 1.8 km로 사실상 F1에서 최장 거리
- 써킷의 고저차가 심하고 오르막 내리막의 변화가 눈에 띄는 써킷
- 비교적 추월이 쉬운 써킷으로 가장 좋은 추월 포인트는 턴05 레 꽁브와 턴 18,19의 버스스탑 시케인
- 높은 다운포스 세팅은 필요 없고 강한 엔진 출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써킷
- 계곡해 위치해 돌발적인 날씨 변화가 레이스에 변수로 작용하는 써킷
( 다른 건 몰라도 특징이 참 다양하다는 점만은 분명하네요. )
한 때 담배 광고 문제 때문에 F1 그랑프리가 열리지 못하기도 했고( 2003 ) 자금난으로 시기를 놓쳐 F1 캘린더에서 이름이 빠지기도 했으며( 2006 ) 지금까지도 앞으로 벨기에GP의 운명이 불안불안하다는 기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F1팬들의 바람은 오로지 스파에서의 F1 그랑프리가 앞으로도 오래오래 열리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스파만큼 재미있는 써킷, 스파를 대체할 수 있는 써킷은 결코 찾기 힘들텐데, F1 캘린더에서 스파가 사라진다면 F1을 보는 재미의 1/3은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하네요.
물론, 이렇게 재미있는 스파에서 더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던 스파 스페셜리스트 키미는 없지만, 역시 스파에서 강했던 슈미가 복귀한 올 해( 비록 그리드 페널티를 받았지만 ;;; ) 과연 스파에선 어떤 그랑프리가 펼쳐질지 무척 기대가 큽니다. 시즌 전반기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였던 레드불이라지만, 초고속 써킷에 강한 엔진 출력이 담보되어야 하는 스파에선 맥라렌과 페라리에 비해 핸디캡이 있는 셈이고, 스파에서 처음으로 F-duct를 도입하는 르노처럼... ( 올 시즌의 히트 상품인 F-duct가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될 곳 중 한 곳이 스파라고 할 수 있죠. ) 조금이라도 빠른 머신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각 팀에서 이뤄질 것인만큼... 퀄리파잉의 뚜껑이 열리기 전에는 쉽사리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2008년 레이스 종반 갑작스런 비가 내렸던 덕분에 그랑프리 결과가 요동쳤던 것처럼 일기예보도 신경이 쓰이고, 2009년 깜짝 폴포지션을 차지했던 포스인디아의 기적적인 성과처럼... 올 시즌에도 어떤 팀인가 스파에서 깜짝 성적을 내는 건 아닌가 살짝 기대되기도 합니다. 언제나 '어쨌든 재밌는' 레이스를 펼쳐줬던 스파인만큼... 올시즌의 벨기에 GP도 또다른 재미를 선사해주리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일요일 벨기에 스파의 일기 예보는 60% 확률로 '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