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로링은 추월이 매우 어려운 써킷입니다. F1 2010 시즌 헝가리 그랑프리는 그런 헝가로링의 특징을 여지 없이 보여준 동시에... 그렇게 추월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더하는 큼지막한(?) 이벤트를 빼놓지 않고 준비해줬습니다.
베텔이 스타트에서 선두 자리를 지켜내며 2위권과 눈에 띄는 차이로 앞서 달리며 무난한 우승이 예상되던 레이스는... 레이스 초중반 의문의 데브리 때문에 갑자기 등장한 세이프티카 상황과 함께 핏레인을 대혼란으로 밀어넣었죠. 세이프티카 상황에서의 핏스탑에도 불구하고 핏스탑하지 않은 웨버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며, 여유있게 우승을 노릴 수 있었던 베텔에게 드라이브스루 페널티를 부여... 결국, 혼란의 와중에 핏스탑을 하지 않고 버틴 웨버에게 시즌 4승째를 안겼습니다. 팀 창단 후 100번째 F1 그랑프리에 참가한 레드불은 WCC 경쟁에서 맥라렌을 제치고 선두에 나서며 기뻐했지만... 네 번 연속 폴포지션을 기록했으나 헝가리GP까지 세 번 연속 우승을 놓치고 이번에도 3위에 그친 베텔은, 스튜어드의 결정에 대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난 모습으로 레이스를 마쳐야 했습니다.
웨버와 레드불에겐 더할나위 없이 기쁜 그랑프리였고, 베텔과 그의 팬들에겐 더없이 아쉬웠을 이번 헝가리GP의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Free Practice
2009 시즌 생명을 위협받는 큰 사고를 겪었던 마싸는, 작년에 자신의 생명을 구한 마샬과 의료진을 만나는 것으로 헝가리GP의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사고 1주년이 되던 날 호켄하임에서의 팀오더 논란 때문에 아직 말이 많았지만... 생명과 안전만큼 소중한 건 없으니 당연한 행보였던 것 같네요. 마싸의 사고가 났던 헝가로링으로 돌아온 때문인지 각종 F1 관련 매체나 소식통들도 작년 사고에 대한 이야기와 F1의 안전 기준( 마싸의 충격을 크게 줄여준 헬멧과 모노코크 차체 등 )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2009 시즌 퀄리파잉에서 바리첼로의 머신에서 떨어진 강철 스프링이 마싸의 헬멧을 강타한 이후, 마싸는 그대로 기절했고 머신은 시속 약 200 km/h의 속도로 방호벽에 돌진했었죠. 마싸가 기절하면서 쓰로틀과 브레이크를 함께 밟았기 때문에, 마싸의 머신은 충돌 후에도 엔진이 꺼지지 않고 계속 휠을 굴리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마싸는 사고 직후 헬기로 후송되어 두 시간 여에 걸친 두개골 수술을 받았는데... 현재의 안전 기준이 강화된 헬멧이 아니었다면... 생명이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는 게 통론입니다.
마싸의 사고 1주년을 기억하는 행사 외에도... 이번 헝가리GP는 25주년을 맞이했기 때문에 몇 가지 기념 행사도 펼쳐졌는데요, 우리나라에선 주로 10주년, 20주년, 30주년, 40주년 이런 식으로 기념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서양이다보니 10주년 다음엔 quarter에 해당하는 25주년을 더 크게 기념하나봅니다. 모든 드라이버들이 모여서 대형 케익을 절단하는 장면도 연출되었고요...
사실 헝가리GP의 개최는 상당히 의외의 결정이었는데, 헝가리GP가 첫 개최되었던 1986년만 해도... 헝가리는 동구권으로 서구 유럽과는 완전히 다른 소련의 영향권=이른바 철의 장막 안에 있던 나라였죠. 이런 동구권에서의 F1 개최 자체도 의외였지만... 써킷의 위치 선택과 8개월만의 써킷 건설( 동구권 다운 초고속 추진이랄까요? ) 등 이슈가 많았습니다. 당시에 서구권에 거의 왕래하지 못하던 수많은 동구권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첫 그랑프리에 20만명의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었죠.
이런 주변적인 행사들과는 다르게, 프리프랙티스 자체는 특별한 이슈 없이 조용하게(?) 진행됐습니다. 주중까지만 해도 그랑프리 기간 중 이틀 정도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예상되었었지만, 정작 프리프랙티스는 모두 드라이 컨디션에서 시작됐고, 호켄하임링에서와 같은 사고도 일어나지 않아 이렇다할 변수는 없었던 것 같네요.
금요일 진행된 FP1, 2에서 단연 돋보였던 건 레드불의 베텔이었습니다. 그랑프리 기간이 아니면 레이스가 거의 펼쳐지지 않는 헝가로링의 특성으로 트랙이 더티한 데다가... 헝가리GP치고는 상당히 서늘한(?) 날씨로 노면이 미끄러울텐데도... 옵션도 아니고 프라임타이어로 기록한 베텔의 랩타임은 1분 20초 976으로, 이후 퀄리파잉3에서도 단 다섯 명의 드라이버만이 진입한 시간대를 이미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오후에 조금 더 트랙 상태가 나아진 FP2에서도 팀동료 웨버를 0.5초 앞서는 1분 20초 087을 기록했는데... 이 기록만으로도 Q3의 4위 기록을 앞서고 있었습니다. 펄펄나는 베텔과 달리 웨버는 주말동안 전반적으로 베텔보다 느린 모습을 보였는데,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단지 베텔이 헝가로링에 더 적합했다라고 밖에는 볼 수 없겠네요.
레드불 외에 FP1, 2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르노의 두 드라이버였습니다. 쿠비차는 모나코에서 강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면서, 모나코와 성격이 비슷한 헝가리GP에서의 강세를 예고하듯 FP1에서 P3, FP2에서 P7을 기록했고... 페트로프는 FP1에선 멋진 스핀 장면도 보여주면서 P13에 머물렀으나, FP2에서 P5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면서 이번 헝가리GP에서의 작은 이변을 예고했습니다. 페라리 듀오는 FP2에서 P2, P4로 선전하면서 지난 실버스톤, 호켄하임링에서의 강세를 이어갔지만... 기록을 뜯어보면 베텔과 알론소는 0.5초 마싸는 0.9초나 떨어진 기록으로, 헝가로링에서만큼은 레드불과 근접한 퍼포먼스에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했습니다.
중위권에서 가장 고전한 팀은 역시 포스인디아였습니다. 강팀에 도전할만큼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내던 VJM03이었지만... 블론 디퓨저 업데이트 이후 오버스티어 문제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 페라리의 F10이 겪었던 것과 유사한 문제를 겪는 것 같습니다. ) FP1 때 파울디레스타에게 시트를 내줬었던 리우찌는... FP2에 블론 디퓨저가 없는 구형 디퓨저를 장착하고 연습에 임하는 등 여러모로 복잡한 주말을 시작했습니다.
토요일 이어진 FP3 역시 드라이 컨디션에서 시작됐는데... 전날 밤 내린 비 때문에 애써 도포됐던 타이어 러버가 씻겨나가면서 트랙 노면은 다시 더티하고 미끄러운 상태가 되어버려 기록들은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이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적은 연료에 수퍼소프트를 낀 강팀 특히 레드불과 페라리의 기록은 보다 향상됐고, 특히 레드불의 웨버는 처음으로 1분 20초의 벽을 깨는 1분 19초 574의 기록으로 P1을 차지했죠. 베텔 역시 웨버 이상의 섹터 기록을 보여줬지만 번번히 트래픽에 막히면서 제대로된 랩타임을 기록하지 못했는데, 그런 상태에서도 1분 20초 058을 기록하면서 P2에 올랐습니다.
페라리는 FP2에 이어 강세를 보였고 특히 알론소가 빨랐지만, 알론소의 P3 기록은 웨버에 1.2초, 베텔에 0.7초나 뒤지는 기록으로 퍼포먼스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죠. 마싸 역시 P5에 올랐으나 팀메이트 알론소에게 0.5초 뒤지는 기록에 그쳤습니다. FP3에서도 르노의 강세는 이어졌는데, 쿠비차가 P4, 페트로프가 P7에 오르면서... 해밀튼이 P6, 버튼이 P9에 그친 맥라렌보다 헝가로링에선 더욱 앞서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한 편 하위권에선 로터스의 코발라이넨이 기계적인 문제로 거의 제대로된 랩타임을 내지 못한 FP2를 제외하면... HRT의 사콘야마모토가 모두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같은 HRT의 세나와의 간격은 점점 좁혀져 FP1에서 1.2초, FP2에서 1초 정도의 차이가 FP3에서는 0.7초까지 좁혀졌습니다. 이게 야마모토의 실력이 좋아서 연습을 하면 할수록 빨라진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왠지 케로군이 보기엔 세나가 계속 제자리 걸음을 한다는 느낌이라 보는 이가 다 안타까워지긴 하네요.
토요일 FP3에서 퀄리파잉의 최종 전초전이 펼쳐진다고 봤을 때, FP3의 마지막 10분간의 기록을 통해 퀄리파잉 성적을 대략 예상할 수 있는데... 메르세데스GP는 장미군이 P8로 그럭저럭 괜찮은 전투력을 선보인 반면, 슈미는 계속 불안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P12에 그치면서 과연 퀄리파잉에서 Q3에 진출할 수 있을지 걱정서러운 성적에 머물렀습니다.
- Qualifying
오전까지만 해도 현지 시간 오후 두 시... 즉, 퀄리파잉 시간에 헝가로링의 강우 확률이 60%였지만, 이번 퀄리파잉 역시 예보를 비웃듯 쨍한 날씨 속에 드라이 컨디션으로 시작됐습니다. 더티하고 범피하다는 헝가로링의 특징 때문에 여러모로 운이 따라야 하는 헝가로링에서 ( 드라이버들은 이런 상황을 tricky라고 하죠 ) 이번엔 서포트 레이스에서 쏟아진 오일과 데브리들 덕분에 트랙의 상태는 상당히 말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트랙 온도 역시 30도 대 중반으로 충분히 뜨겁다고는 할 수 없어... 분명히 굉장히 미끄러운 트랙이 드라이버들을 괴롭히리란 걸 짐작할 수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헝가리GP의 Q1은 특별한 이벤트 없이 무난하게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Q1의 종반... 무려 4강팀의 슈미와 버튼이 차례로 탈락권인 P18에 위치하면서 아찔한 순간이 지나갔지만, 두 드라이버가 마지막 플라잉랩에서 기록을 단축하면서... 신생3팀을 제외한 드라이버 가운데 첫 탈락자의 불명예는 자우버의 코바야시가 차지했습니다. 코바야시는 팀의 작전에 의해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으로 끝까지 프라임 타이어로 Q1을 치렀는데... 마지막 플라잉랩을 도는 중에 앞선 HRT의 사콘야마모토가 비틀거리면서 주행을 막아 ( 두 명 밖에 없는 일본인 드라이버 간에 이런 일이 ㅠㅠ ) 결국 제대로 된 기록을 내지 못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바야시는 핏레인으로 들어오다가... 레드라이트를 키고 FIA개러지롤 코바야시를 부른 호출을 무시하면서 5그리드 페널티까지 받게 됐죠. ( 매 그랑프리마다 랜덤한 타이밍에 랜덤하게 머신의 무게 측정을 위한 호출이 있습니다. )
한편, 상위권에선 베텔이 팀메이트 웨버를 0.7초 앞서는 기록으로 가볍게 P1을 차지했고... P2 웨버 이하, P3의 쿠비차, P4의 장미군, P5의 알론소까지 비슷한 랩타임을 기록하면서, 의외로 혼전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예상을 하게하기도 했습니다. ( 하지만, 이런 예상은 무의미한 것이었다는 게 곧 밝혀지죠 ;;; ) 레드불의 강세, 페라리와 쿠비차의 추격까지는 누구나 예상하는 시나리오였지만, 가장 의외의 기록은 P4의 장미군이었습니다. 같은 머신의 슈미가 P13에 머문 것과는 너무나 비교되는 성적이었죠.
잠시 후 시작된 FP2에는 대부분의 머신이 옵션 타이어로 진검 승부를 펼치면서... 몇 가지 이변(?)이랄 수 있는 결과가 나타났는데, 프라임 타이어에선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머신들 중 일부가 옵션 타이어에선 불안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4강 팀 드라이버들 중 버튼이 P11 슈미가 P14를 각각 기록하면서 동반 탈락한 것이 이변이랄 수 있었죠.
오히려 머신의 불안정한 상태 때문에 Q3 진출을 기대하지 않았던 포스인디아나 퍼포먼스가 확실히 떨어져서 Q2의 기록에 만족하는 토로로쏘와 달리... FP3까지만 해도 P9이었고, Q1에선 P7까지 차지했던 버튼의 부진이 특히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버튼은 프라임 타이어까지만 해도 말을 잘 듣던 머신이, 퀄리파잉 때만큼은 옵션 타이어에서 너무나 컨트롤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남겼더군요. 한편, 윌리암즈는 후켄버그가 겨우 Q3 진출에 성공한 반면, 바리첼로는 P12로 탈락해 희비가 엇갈렸네요.
Q2의 상위권에선 웨버가 베텔을 미세하게 앞서면서 P1에 올랐습니다. 두 드라이버는 모두 프라임 타이어로 1분 19초대 중반의 기록을 내면서 다른 머신들과의 차이를 확인했고, 오로지 P3의 알론소만이 레드불 듀오와 0.7초 차이로... 선두에 1초 차 이내에 들어온 드라이버가 됐죠. ( 다른 머신들은 선두와 최소 1.2초 이상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 의외의 기록을 보인 드라이버는 비록 프라임 타이어를 사용한 상위권과 달리 옵션 타이어를 사용한 페트로프였습니다. 페트로프는 알론소에 0.5초 뒤진 P4를 기록하면서 손쉽게 Q3 진출에 성공하면서, 프리프랙티스에서의 좋은 모습을 퀄리파잉의 결과로 이어갔습니다.
마지막 10분 동안 진행된 Q3에서는...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는 레드불 드라이버들의 그들만의 리그가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그런 경쟁조차 없는 베텔의 원맨쇼가 펼쳐졌습니다. 베텔은 조금 늦게 트랙에 나와 첫번째 플라잉랩에서 1분18초773의 기록을 냈는데... 이 기록은 헝가리GP의 퀄리파잉중에서 역사상 가장 빠른 기록인 데다가, 팀메이트 웨버를 비롯한 다른 그 어느 드라이버도 근접하지 못한 1분 18초대의 기록이었습니다.
웨버는 이렇다할 문제가 없는 드라이빙을 선보였지만 베텔보다 0.4초 이상 늦었고, 알론소 역시 베텔에 1.2초나 느린 기록으로... 베텔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을 냈는가를 증명해주는 것에 만족해야 했죠. 모나코에서 웨버의 강세를 기억해낸다면 헝가로링에서의 부진(?)은 상당히 의외기도 한데... 아무리 봐도 웨버가 못했다기보단 베텔이 너무 빨랐다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트리키한... 이론이 없고 감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구간에서만큼은 베텔의 스피드는 현역 어느 드라이버보다도 빠른 것 같더군요.
예상대로(?) P4의 자리는 또 한 명의 페라리 드라이버 마싸가 차지했는데, 의외의 선전을 보인 드라이버는 P5를 기록한 해밀튼이었습니다. 비교적 밸런스를 찾기 어려워보이던 맥라렌의 MP4-25였는데... 클린 사이드에서 세번째 열이라면 포디움까지 노려볼 수 있는 의외의 좋은 성적이었죠. 한 편, 르노의 쿠비차가 옵션 타이어로 몇 번의 실수를 하면서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팀메이트 페트로프는 장미군에 이어 P7을 기록했는데요... 페트로프가 F1에 데뷔해서 팀메이트 쿠비차를 퀄리파잉에서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 그간 페트로프만이 유일하게 팀메이트에게 퀄리파잉에서 모두 밀린 드라이버였죠. )
스타트에서 유리한 자리를 잡은 베텔과 알론소, 프론트로우지만 더티사이드로 불리한 입장이 2그리드의 웨버가... 스타트가 절반인 헝가로링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기대가 모아지는 가운데 퀄리파잉은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 Sunday Race
코바야시가 Q1에서의 5그리드 페널티로 최후미에서 두번째인 23 그리드에서 출발하게 된 것 외에는 특별한 특이사항이 보이지 않는 일요일 레이스의 스타팅 그리드였습니다. 레이스 시작 전 조금 불안한 소식이 있다면 해밀튼의 팀라디오에서 들린... 브레이킹할 때 이상한 진동이 느껴진다는 내용 정도였죠. ( 맥라렌 팀에선 어떤 이상도 모니터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해밀튼은 그대로 레이스를 시작했습니다. ) 25번째 헝가리GP를 맞아 헝가로링은 예의 헝가로링다운 날씨를 되찾았습니다. 맑고 뜨거운... 기온은 29도로 30도에 육박하고 트랙 온도는 45도를 넘어서는 날씨였죠. 이전 프리프랙티스나 퀄리파잉보다는 조금이나마 나은 환경이 되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무난한 포메이션랩에 이어 레이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헝가로링에서의 스타트에선 베텔이 느리지 않았습니다. 실버스톤에선 너무 강한 클러치 세팅으로 스타트가 늦었고, 호켄하임에선 클러치에 문제가 있었지만... 팀에서 문제를 찾아 수정했다는 베텔의 얘기대로 스타트에 큰 문제가 없어보이더군요. 하지만, 베텔보다 조금 더 빠른 스타트를 보인 알론소가 턴1에서 바깥쪽으로 레이트 브레이킹을 하며 공격했고, 베텔은 인코스를 정확하게 방어하면서 알론소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고 확실한 선두 자리를 지켜냈습니다. 최근 몇 번의 레이스에서 보였던 실수( 자신의 실수든 팀의 실수든 )를 만회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확실히 보이는 첫 코너의 수성에 성공한 뒤... 베텔은 뒤따르는 알론소가 추격의 의지를 거의 보이지 못하도록 랩당 1초 씩의 간격을 벌이며 달아났습니다.
웨버는 더티사이드에서 출발하면서 알론소에게 한 자리를 내줬지만... 헝가로링이 더티사이드를 생각하면 상당히 좋은 스타트를 보였고 덕분에 역시 스타트가 좋았던 마싸를 뒤에 묶어두는데 성공했습니다. 한 편, 7그리드의 페트로프는 5그리드의 해밀튼을 제치면서 P5로 올라온 반면... 버튼은 클린 사이드에서 출발했지만, 스타트에서 늦으며 P15로 떨어지고 말았죠. 스타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드라이버는 코바야시였는데... 23그리드에서 출발해서 첫 랩에 무려 일곱 계단을 끌어올리는 괴력을 선보였습니다. 계속 버튼의 뒤에 바짝 붙은 코바야시는 이어서 4랩째에 리우찌의 실수를 틈타 한 계단을 더 끌어올리면서... 이 날의 활약을 예고하는 듯 했습니다.
두 번째 랩에서는 턴1을 탈출하면서 살짝 실수한 페트로프의 틈을 바짝 뒤쫓던 해밀튼이 놓치지 않고 파고들면서 턴2에서 추월에 성공했고, 같은 랩에서 알게수아리는 연기를 내뿜으며( 동시에 무언가 액체를 쏟으며 ) 멈춰서면서 올 시즌 헝가리 그랑프리 첫번째 리타이어자로 기록됐습니다. 그리고, 15랩째가 될때까지는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죠.
문제의 15랩째... 대열 중반에서 버튼과 리우찌가 먼저 핏스탑을 했습니다. 리우찌가 노즈를 교체하는 모습이 보이고, 중계 화면으로 트랙에 커다란 데브리가 보였는데... 리우찌의 프론트윙이 문제의 데브리였는지는 끝까지 알 수 없더군요. 그리고, 스튜어드가 중계 화면을 봤는지 문제의 데브리 한 개 때문에...( 크긴 컸습니다. ) 15랩이 끝나기 전에 세이프티카가 발동됐습니다. 이 문제의 세이프티카가 얼마나 큰 혼란을 가져올지는... 이 순간까지 아무도 몰랐겠죠.
세이프티카 발동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베텔이, 핏레인 진입로를 거의 다 지나쳤다가 높은 연석을 넘어 빠르게 핏스탑을 진행했습니다. 베텔이 세이프티카 상황에서 핏스탑을 하자 거의 모든 다른 팀들이 핏레인을 가득 채우는데... 대부분의 팀이 두 대 씩의 머신의 타이어를 교체하면서 핏레인이 매우 혼잡해졌습니다. 여기서 첫번째 사고가 발생했는데... 희생자는 수틸이었죠. 쿠비차가 페트로프에 이어 빠르게 핏스탑을 마치고 나가려는 순간, 르노 바로 다음 개러지로 수틸이 들어오고 있었으나... 르노의 롤리팝이 이를 보지 못하고 출발 신호를 했고... 수틸은 쿠비차와 옆으로 충돌하면서 큰 충격으로 리타이어하고 맙니다. 쿠비차는 약간의 정비를 마치고 트랙에 복귀하지만 수틸과의 사고의 책임을 물어 스톱앤고 페널티의 중징계를 받았고, 몇 랩 더 돌지 못하고 충돌의 데미지 때문인지 역시 리타이어하고 말았죠.
두번째로 핏레인 대혼란의 희생자는 장미군이었습니다. 장미군은 비교적 빠른 핏스탑을 마치고 순위를 P5까지 끌어올 릴 수 있는 타이밍에 핏레인으로 나왔으나, 고정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는지 오른쪽 리어 타이어가 바로 빠져버리더니... 장미군의 머신에서 떨어져나온 리어 타이어는 다른 팀의 핏레인을 급습했고, 윌리암즈의 미캐닉인 Nigel Hope의 등을 강타한 뒤 튀어오른 타이어는 사람 키 두 배는 될 정도로 높이 튀어오르면서 여러 팀의 핏크루들을 위협했습니다. ( 일단 현재까지 들리는 소식으로는 Nigel Hope는 사고로 기절했었으나 큰 부상은 아니라고 하네요. ) 결국 세 바퀴로 핏레인을 벗어나지 못했던 장미군도 그 자리에서 머신을 세우고 리타이어하고 말았죠.
갑작스런 세이프티카와 핏레인의 혼란 덕분에... 알론소의 타이어 교체를 기다려야했던 마싸가 해밀튼에게 P4를 내주며 한 자리 뒤로 물러섰고... 미리 핏스탑을 했던 버튼이 어부지리로 P11까지 올라오면서 큰 이득을 보게 됐습니다. 15랩째의 세이프티카 상황은 17랩째에 리스타트되었고, 웨버가 베텔과의 간격을 크게 벌이면서 치고 나가고 베텔은 나름 느린 속도로 알론소만을 뒤에 잡아놓는 것으로 보여 케로군은 '일종의 팀플레이'로 알론소를 잡아놓은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 이 이해는 결국 틀렸던 것으로 판명되죠. 이건 팀플레이가 아니었습니다 ;;; ) 이때까지만해도 베텔의 팀플레이에 큰 문제는 없어보였기 때문에... 레이스가 끝나고 이 때의 상황이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리스타트 이후 4위로 순항하면서 웨버의 핏스탑 여부에 따라선 포디움도 도전해 볼 것 같았던 해밀튼은... 24랩 째에 갑자기 엔진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머신을 트랙 한 켠에 세우고 리타이어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기어박스 문제로 확인된 이 리타이어 때문에, 해밀튼은 오랫동안 지켜온 WDC 포인트 선두를 놓치게 됐죠. 그리고, 다음 랩... 예상치 못했던 베텔의 문제에 대한 조사 진행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리스타트 때 베텔이 웨버와 머신 10대 간격 이상의 거리를 벌인 것이 문제가 됐는데... 그 정도 차이가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리플레이를 통해 베텔이 단지 타이어 웜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 보여지면서... 더더욱 어떻게 판단해야하는지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상황이 되었죠.
29랩째... 조사 사실이 발표된지 7분 여만에 신속하게 베텔에게 드라이브 쓰루 페널티가 주어졌습니다. 베텔은 팀라디오를 통해 조사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격분을 금치 못했는데요... 자신이 페널티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해 굉장히 흥분하는 것 같았고... 해설자도 모르고 관람객도 모르고 TV 시청자도 모르고 오직 스튜어드만 알고 있었나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F1 드라이버들은 무엇보다 규정에 대해서 철저히 교육받고 있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 드라이버가 자신이 받는 페널티가 왜 주어지는지 모를 상황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데... 이번 경우에는 도대체 어떤 규정 때문인지를 찾아봐도 알기 어렵기 때문인 것 같네요. 단지, 애매한 게 아니라 아예 근거가 없는 것 같은 게 더욱 큰 문젭니다.
여기서 잠시 해당 규정을 살펴보면, 세이프티카 규정에서 차량 10대 간격을 유지하라는 이야기가 언급된 것은 40.9 항입니다. 문제는 이 규정이 유지 의무를 선도 차량에만 부여하고 있다는 건데요... ( 선두에서 달리는 차량은 앞선 세이프티카와 차량 10대 간격 이내에 있을 것 ) 즉, 웨버는 세이프티카와 머신 10대 간격을 유지해야 하지만, 베텔 이하 다른 드라이버들에겐 그런 의무를 규정한 바 없죠. 물론 가능한 타이트한 간격으로 대열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차량 10대의 간격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두번째로 관계되는 규정은 40.11항으로... 그 뒤의 머신들에겐 안전을 위해, 갑작스런 가속과 감속... 그외의 다른 드라이버들에게 위협이 되는 위험한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런 가속, 감속 없이 자연스런 웨이빙으로 타이어 웜업을 하고 있던 베텔에게 페널티? 자연스런 타이어 웜업이 다른 드라이버에게 위협이 된단 뜻일까요? 게다가 해당 규정에 리스타트 때는 리더가 세이프티카와 머신 10대 이상의 거리를 벌여도 된다... 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리스타트 때 거리를 벌여서 페널티라니... 좀 이상하죠? 뭐, 그건 선두 얘기라고 또 얘기하는 궤변이 나온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요 -_-;
케로군이 모르는 규정이 어디 더 있는진 모르겠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규정의 적용이 이번만큼은 확실히 이상하게 됐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페이스를 올려서 뒤따르는 알론소, 마싸와의 간격을 최대한 벌인 베텔은... 결국 3랩째인 32랩째에 드라이브 쓰루 페널티를 수행하고, 알론소보다 6초 뒤, 하지만 마싸의 앞에 P3로 복귀했습니다. 웨버의 핏스탑 타이밍과 관계 없이 알론소를 추월하지 못한다면 우승의 꿈은 날아가는 순간이었죠. 베텔은 드라이브 쓰루 페널티를 위해 핏레인에 들어가면서... 양손으로 격분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 기분이 조금은 이해가 되네요. 복귀한 베텔은 몇 랩 동안 흥분한 듯 제대로 머신을 컨트롤하지 못하다가 곧 정신을 가다듬었는지 무서운 속도로 알론소를 따라잡아 39랩 쯤에는 알론소와 1초 차이 안쪽에 들어섰습니다.
이 타이밍부터 중계 화면은 레이스 종반까지 거의 대부분을 베텔과 알론소의 추격전에 할애했습니다. 알론소는 웨버의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하고 베텔의 갈 길만 막고 있었고, 10랩 뒤, 웨버가 핏스탑을 결정할 즈음엔 22초 가량 뒤쳐져 있었죠. 결국, 웨버는 완벽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최고의 핏스탑을 마친 후... 여유 있게 P1으로 레이스에 복귀합니다. 베텔은 나중에 웨버가 자신의 뒤에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웨버가 한참 앞에 있단 사실을 알고 나선 복장이 터졌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이 되네요. 어쨌든, 베텔이 알론소보다 빨랐다는 사실은 자명하지만... 추월을 위해 꼭 필요한 직선구간에서의 속도는 페라리가 분명히 빨랐고, 베텔은 직선구간에만 가면 달아나는 알론소를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걸 오래지 않아 알 수 있었습니다.
이후 레이스 종반인 56랩째 P5로 달리던 바리첼로옹이 핏스탑을 할 때까진 무료한 레이스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가장 늦게 첫번째 핏스탑을 가져간 바리옹은... 싱싱한 옵션=수퍼소프트 컴파운드 타이어를 끼고 마지막 열 다섯랩을 돌기 위해 트랙에 복귀합니다. 바리옹의 복귀 포지션은 P11, 그리고 포인트권인 P10에는 예전 페라리에서의 팀메이트였던 슈미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논란의 페라리 팀오더 문제 때문에 두 드라이버의 인터뷰가 얼마 전 있었는데, 슈미가 팀오더를 적극 지지하면서 양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팀오더의 최대 희생자(?)였던 바리첼로는 페라리를 적극 비난하는 대립각을 세웠었죠.
바리옹은 랩당 2초 가까이 빠른 스피드로 몇 랩 안 돼서 슈미를 따라잡았고, 61랩 쯤 부터는 슈미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추월을 시도했습니다. 슈미는 강하게 저항하면서 헝가로링이 아무리 차이가 많이 나더라도 추월이 절대 쉽지 않은 곳임을 증명하는 듯 했죠. 하지만 대망의 65랩... 단 4랩을 남기고 바리옹이 슈미를 추월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앞선 랩의 마지막 턴14에서 슈미의 꼬리에 바짝 붙었던 바리옹은... 진석주로 핏월에서 슈미의 안쪽으로 나란히 서는데 성공했고, 슈미가 바리옹을 거의 핏월에 충돌할 정도로 밀어붙였으나 ( 이 때 슈미가 라인까지 나와 있었으니 바리옹은 완전히 라인 밖까지 밀려났었던 거죠. -_-; ) 결국 바리옹이 핏월을 스치듯 버텨내며 다시 슈미를 밀어내고 추월에 성공했죠. 마치 오랜 기간 넘버투로 팀오더를 통해 겪었던 설움을 씻는 것 같아 보는 사람이 다 뿌듯했던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장면에 대해선 이후 바리옹이 팀라디오를 통해, 슈미에게 블랙 플랙( = 실격 )을 줘야 한다고 격분했고 인터뷰에선 자기 생애 최고로 위험한 순간으로 내몰렸다고 했으나... 오히려 슈미는 바리옹이 아웃으로 갔으면 됐다는 이해하기 힘든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 케로군이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위험한 발언입니다만, 이것 역시 슈미의 스타일이긴 하죠. -_-+ ) 이날 매우 강경했던( 베텔에겐 이유를 알 수 없이 강경했던 ㅠㅠ ) 스튜어드들은... 슈미에게 여지 없이 페널티를 부과했는데요... 다음 그랑프리인 벨기에GP에서 슈미는 무려 10 그리드 페널티를 받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핏레인에서 위험한 상황을 연출( 타이어 결합을 제대로 하지 않은 죄 )한 장미군 건으로 50,000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데 이어 메르세데스GP에는 큰 악재가 겹치게 됐네요. ( 르노 역시 50,000 달러의 벌금이 부과됐습니다. )
결국, 바리옹의 딱 한 번의 제대로된 추월을 마지막으로 헝가로링에서의 드라마틱한 레이스는 막을 내렸고, 웨버는 다시 한 번 포디움의 정상에 오르면서 시즌 4승, 통산 6승째를 기록했습니다. 웨버는 P7부터의 모든 드라이버를 백마커로 만들었는데, 특히 슈미를 백마커로 만들었을 땐 팀라디오를 통해 'boy that felt good'이란 표현을 하면서, 과거의 전설을 백마커로 만드는 기분을 만끽했습니다. 베텔은 마지막 몇 랩 동안 알론소에대한 추격을 포기하고 거리를 벌이는가 싶더니... 마지막 랩에서 피치를 올리며 ( 50랩 이상 달린 타이어로 ) 가볍게 패스티스트랩을 작성하면서, 자신이 가장 빠른데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강탈당했다고 느꼈겠죠. ) 울분을 삭였습니다. 개러지로 들어오는 베텔에게 팀라디오에선... "너도 뚜껑열렸겠지만, 우리=팀크루도 모두 뚜껑 열렸으니까 참자."라는 시의적절한 조언이 흘러나왔고... 시상대에 오르기까지 베텔은 고개를 살짝 숙인채 만나는 스튜어드마다 내가 왜 페널티를 받아야하냐고 강력하게 항의하는 보습을 보여줬습니다. ( 그 와중에도 웨버의 우승은 축하해주더군요. 축하하고 나서 자기가 왜 페널티 받았는지 물은 듯 ;;; )
시상대에선 스타트 때 사용한 수퍼소프트 컴파운드의 옵션 타이어로 40랩을 넘게 질주한 웨버가 실버스톤 때 이상 높이 뛰어오르며 자신의 우승을 자축했고, 알론소 역시 손쉽게 한 계단 오른 포디움 두번째 자리를 차지해 기뻐했지만... 베텔만큼은 그저 굳은 게 아니라 폭발할 것 같은 모습으로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샴페인 세레머니 때도 샴페인을 뿌리기 전에 자기가 먼저 마시는 모습을 연출했는데, 예전 키미처럼 술이 좋아서 그런다기보단... 마치 '직장에서 말도 안되는 일로 스트레스 받고 대포집에서 소주를 꺾는' 느낌이었던 것 같네요.
레이스의 결과 가장 돋보였던 드라이버는 자우버의 코바야시였습니다. 23그리드에서 출발했음에도 무려 9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면서, 이전 발렌시아에서의 퍼포먼스가 운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했죠. 자우버는 두 드라이버가 모두 포인트 피니시 하면서 시즌 최고의 성적을 올리게 됐습니다. 또 하나 성적이 좋았던 드라이버는 역시 페트로프로... 끝까지 좋은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5위로 레이스를 마치면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네요. 후켄버그의 6위와 막판 추월극으로 10위에 오른 바리옹의 윌리암즈도 충분히 기분 좋은 그랑프리였을 것 같습니다. 맥라렌은 해밀튼의 리타이어가 치명적이었지만, 버튼이 8위로 레이스를 마치면서 귀중한 4포인트를 올렸다는데 만족해야 할 것 같네요.
아쉬운 쪽을 보자면 물론 많은 드라이버들이 아쉽겠지만... 갑작스레 기어박스 문제로 리타이어하면서 WDC 선두에서 밀려난 해밀튼이 특히 아쉽겠고, 그보다 더욱 아쉽기로는... 압도적인 스피드, 확실한 폴포지션, 스타트에서의 순위 유지, 안정적인 머신 관리, 정확한 핏스탑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스튜어드의 페널티 한 방으로 우승을 놓치고 3위에 만족해야 했던 레드불의 베텔에게 가장 아쉬웠던 이번 헝가리 그랑프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더군다나 레드불 머신과 베텔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다는 헝가로링에서의 우승을 빼앗겨서 아쉬움은 배가되겠죠.
신생 3팀은... 비록 많은 랩 백마커가 되긴 했지만,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신생팀의 모든 머신이 완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속도는 둘째치고( 처음 F1에 들어와 이 정도면 준수한 수준이죠 ;;; ) 안정적인 주행만큼은 가능하다는 걸 입증해가는 것 같네요. 이 정도면, 내년까지 버티면서 업데이트까지 가져간다면... 신생 3팀 중에 중위권으로 자리잡을 팀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웨버가 시즌 4승째를 올리며, 올 시즌 가장 많은 우승을 기록한 드라이버의 입지는 물론... 명실상부한 WDC 경쟁의 선두에 올라섰습니다. 웨버( 161 ) - 해밀튼( 157 ) - 베텔( 151 ) - 버튼( 147 ) - 알론소( 141 )까지... 다섯 명의 드라이버는 한 번의 그랑프리에서 뒤집힐 수 있는 25포인트 차 안쪽에 위치하면서... 올 하반기 일곱 번의 그랑프리까지 사람 애간장을 태울 것 같네요.
WCC 경쟁에서는 레드불이 오랜만에 맥라렌을 따돌리며 선두에 복귀했는데, 레드불( 312 ) - 맥라렌( 304 ) - 페라리( 238 )의 3강이 하반기의 결전에서 왕좌를 다투게 됐습니다. 하지만, 페라리는 최대한 다른 팀을 앞설 수 있는 점수가 43점임을 감안한다면 ( 페라리의 원투피니시와 다른 팀의 노포인트... ) 사실상 컨스트럭터 타이틀은 물 건너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이제 여름 휴가가 이어집니다. 4주 뒤 스파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긴 시간 동안 그랑프리가 없는 것은 물론, 일정 시간 동안은 각 팀의 본부와 공장을 폐쇄하고 이메일도 하지 못하는 진정한 휴가가 주어지는데요... 드라이버들이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하반기 레이스에 복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씁쓸한 기분의 베텔도 기분 좀 풀고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 )
하반기의 시작을 장식하는 두 써킷 스파와 몬짜는... 지금까지의 써킷들과는 확실히 궤가 다른 초고속 써킷으로... 전통의 페라리와 맥라렌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이미 검증된 레드불 RB6와의 호각의 경쟁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시즌 막바지까지 우승자의 행방은 알 수 없을 것 같고... 10월에 하반기 그랑프리의 한 몫을 담당한 한국GP까지 기대감이 더 커지는 느낌이네요. F1 팬에 불과한 케로군이지만, 몇 주 동안 정신을 가다듬고? 하반기의 막판 승부를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습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