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F1 캘린더를 전에 한 번 언급하면서... 1. 아시아 레이스 2. 유럽 레이스 1 3. 캐나다 GP 4. 유럽 레이스 2 ... 대략 이런 식으로 정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이번 주말... 유럽 레이스 2의 마지막 그랑프리인 헝가리GP가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인근에 위치한 헝가로링( Hungaroring )에서 개최된 뒤, F1 각 팀들은 4주 간의 휴가를 맞이하게됩니다.
헝가리는 유럽 국가지만 비교적 모터스포츠가 융성하지 못한 나라 중 하나로, 사실 헝가리GP의 입지는 뜬금 없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유럽( 중부 유럽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에서 열리는 유일한 F1 그랑프리인데다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는 물론... 헝가리어와 묘하게 유사한 언어를 가진 핀란드(!)에서까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나름 융성한 F1 그랑프리를 올해로 25회째나 개최하게 됩니다.
비론 추월이 매우 어렵고 느린 써킷으로 좋아하지 않는 팬들이 많을 법한 헝가로링이지만... 이를 상쇄시켜줄만한 이벤트(?)가 은근히 많이 생겼던 덕분에 또 많은 이들에게 인상깊은 그랑프리가 열리기도 하는 곳이 또 헝가로링이기도 하죠. 최근 들어서는 영국GP와 독일GP가 지나면 왠지 헝가로링으로 꼭 옮겨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F1 팬들에겐 좋든 싫든 빼놓을 수 없는 써킷이 되어버린 것 같네요. 그러면 문제의 헝가로링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헝가로링은 4.381 km 길이의 써킷으로, 앞서 소개했던 호켄하임링보다도 더 짧은 써킷입니다. 올 시즌 F1 캘린더에서 시가지 써킷을 제외하면 제일 짧은 써킷이기도 하죠. 써킷이 짧은만큼 일요일 레이스에선 무려 70랩이나 돌게 되는데, 랩레코드는 2004년 슈미의 1분 19초 071로... 호켄하임링보다도 짧은 써킷임에도 불구하고 속도는 더 느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랩레코드의 평균 속도가 200 km/h에 미치지 못하죠. )
헝가로링은 추월이 어렵기로도 악명 높은데... 아래 표와 같이 최근 여섯 시즌의 기록을 보면, 추월이 어려운 써킷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폴투윈은 많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폴투윈이 많지 않은 것은 추월이 많이 일어났다기보단, 연료 전략에 따른 변수와 이런저런 이벤트(?)의 결과로 우승자가 바뀐 예가 많았기 때문인데요, 무난한 폴투윈이었던 2004 시즌을 제외하고 각 시즌별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좀 더 자세히 정리해보겠습니다.
2005 시즌의 첫번째 이벤트(?)는 퀄리파잉에서 나왔습니다. 2004년 절대적으로 강력했던 페라리가 2005 시즌엔 초반부터 부진의 나락으로 떨어졌었고, 이미 일곱 번의 월드챔피언을 차지했던 슈미조차 퀄리파잉에서의 부진은 심각했었고, 2005 시즌에는 헝가리GP 이전까지 단 한 차례도 폴포지션을 차지하지 못했었죠. 하지만, 헝가리GP에서 적은 연료를 넣고 시즌 최초(!)로 폴포지션을 차지한 슈미는... 초반에 후미와의 간격을 크게 벌여놓고 폴투윈을 노렸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많은 연료를 넣고 슈미를 놓아주지 않았던 키미는... 두 번의 핏스탑이 지난 시점부터 이미 자연스럽게 선두에 올라선 뒤 끝까지 자리를 지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 연료 재급유가 없는 올 시즌엔 기대하기 힘든 순위 변동이죠. ;;; )
2006 시즌엔 헝가리GP 최초로 웻컨디션에서 레이스가 펼쳐졌습니다. 폴포지션은 전년도 우승자 키미였는데, 스타트부터 첫 핏스탑까지는 무난하게 선두 자리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핏스탑 후 타이어 문제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키미는... 리우찌와 강력하게 추돌하면서 머신이 크게 파손, 리타이어하고 말았죠. 키미의 핏스탑 이후부터는 알론소가 여유 있게 선두를 차지했고, 키미의 사고로 세이프티카가 나온 뒤 핏스탑을 하지 않은 혼다의 버튼이 2위로 올라오게 됐습니다. 두번째 이벤트는 알론소가 드라이 타이어로 바꾸기 위한 핏스탑 이후에 벌어졌는데요, 핏스탑 후 오른쪽 리어 타이어의 휠넛이 빠지면서 충돌 사고를 내고말았습니다. 결국 알론소까지 리타이어한 뒤 버튼이 우승을 물려받았는데, 버튼의 헝가리GP 우승은 그의 생애 첫 F1 그랑프리 우승으로 기록되었습니다. ( 그리고, 이후 브라운GP가 약진할 때까지 버튼은 두 번째 우승을 기록하지 못했었습니다. )
2007 시즌 퀄리파잉에선... 그 유명한 알론소의 해밀튼 방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알론소는 폴포지션을 차지했지만, 피트에서 다른 드라이버를 방해한 죄로 5그리드 페널티를 받았고, 결국 1그리드에서 출발한 드라이버는 해밀튼이었습니다. ( 해밀튼이 사실상 폴투윈을 한 것과 마찬가지죠. ) 해밀튼은 선두에서 출발해 단 한 랩도 선두를 놓치지 않고 우승을 차지했는데, 마지막 랩까지 퍼포먼스가 더 뛰어났던 키미의 압박을 받았지만... 끝까지 추월 기회를 주지 않고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 키미는 해밀튼에 0.7초 뒤진 2위를 기록했습니다. ) 이처럼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한 헝가리GP는 상당히 재미 없게 결론이 날 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2008 시즌엔 다시 2007 시즌 우승자 해밀튼이 폴포지션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2008 헝가리GP는 시작부터 2007년과는 젼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졌죠. 스타트에서 3그리드의 마싸가 빠르게 2그리드의 코발라이넨을 앞선뒤, 턴01에서 해밀튼과 나란히 서면서 바깥쪽으로 추월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이후 야금야금 해밀튼과의 간격을 벌여나가던 마싸는... 레이스 중반 해밀튼이 타이어 공기압 문제로 매우 느린 랩을 마치고 핏스탑을 한 덕분에... 레이스 종반까지 무난한 우승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그러나 우승을 채 3랩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마싸는 엔진 페일러로 한맺힌 리타이어를 하고 맙니다. 결국, 해밀튼의 타이어 공기압 문제, 마싸의 엔진 페일러 덕분에... 코발라이넨이 우승을 물려받게 됐는데... 2008 헝가리GP에서의 우승이 코발라이넨에겐 현재까지 유일한 F1 그랑프리 우승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작년, 2009 시즌엔 이전 독일GP 리뷰에서 언급했던대로 마싸의 사고가 큰 이슈였습니다. 퀄리파잉 중에 바리첼로의 머신에서 떨어져나온 것으로 보이는 데브리가 마싸의 헬멧을 강타했고... 마싸는 쓰로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은채로 타이어월로 돌진했습니다. 이 사고로 마싸는 헝가리GP는 물론 이후 2009 시즌 전체를 포기해야 했고... 페라리는 슈미의 복귀 이슈, 루카 바도어의 두 번의 그랑프리, 피지켈라의 이적 등,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만 잔뜩 양산한 끝에 최종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경쟁에서 4위로 밀리고 말았죠. 마싸의 사고 이후 재개된 퀄리파잉에서 폴포지션은 르노의 알론소에게 돌아갔습니다. 알론소는 빠른 스타트로 선두 자리를 지켰지만, 알론소 이후의 드라이버들은 7그리드에서 번개같이 선두권까지 치고 올라온 키미를 방어하기 급급했고... ( 키미는 클린사이드에 KERS의 힘까지 더해 헝가리GP 스타트에서 가장 빠른 모습을 보였죠. ) 해밀튼, 베텔이 연이어 키미와의 접촉 위기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선두로 달리던 알론소는 첫 핏스탑 이후 오른쪽 프론트 타이어가 제대로 결합되지 않은 채 핏 아웃... 결국 머신에서 독립한 타이어가 홀로 트랙을 달리는 명 장면을 연출한 뒤 리타이어하고 맙니다. 알론소가 리타이어한 뒤에는 레이스 초반 웨버를 추월한 해밀튼이 무난하게 승리를 가져갔는데... 해밀튼의 웨버 추월은 헝가로링이 추월 가능한 써킷임을 보여준다기보단, 헝가로링같이 추월이 어려운 써킷이라도 KERS와 같은 비대칭 전력은 효과가 있다는 걸 보여준 케이스라고 하겠습니다. ( 그러나 올 시즌엔 KERS도 없으므로... 이것도 기대하기 어렵네요. ) 해밀튼의 2009 헝가리GP 우승은 해밀튼과 맥라렌 모두에게 시즌 첫 우승으로, 시즌 초반부터 브라운GP, 레드불에게 크게 뒤쳐졌던 맥라렌에겐 매우 뜻깊은 우승이었고... 키미의 2위 기록 역시 키미 개인은 물론 페라리에게도 시즌 최고의 기록으로, 페라리가 2009 시즌의 부진을 씻고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기록이었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살펴본 것처럼... 헝가로링은 추월이 어려운 써킷임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이벤트가 많이 있었던 써킷으로, 왠지 올 시즌에도 뭔가 이벤트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묘한 기대를 갖게 하네요. 특히, 알론소를 비롯한 여러 드라이버들이 헝가리GP에서 첫 F1 그랑프리 우승을 경험했고... 시즌 초반 부진했던 팀들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써킷 자체의 특성을 넘어서는 뭔가의 포스가 작용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와 같은 헝가로링의 주요한 특징을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추월이 매우 매우 어려운 써킷
- 더티( dirty ) + 범피( bumpy )
- 매우 느리고 헤어핀이 많은 써킷
헝가로링은 추월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이론상 단 하나의 추월포인트가 존재할 뿐이죠. 홈스트레이트가 끝나는 지점에서 만나는 턴01이 헝가로링에서 유일한 추월포인트인데요, 홈스트레이트가 긴 것도 아니고, 홈스트레이트에서의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며... 첫 헤어핀에서의 아주 낮은 속도까지 감속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턴01조차 이상적인 추월포인트라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물며 다른 지점에서의 추월은 얼마나 어려울까 짐작이 되는 부분이죠.
물론 2009 시즌엔 KERS의 도움을 받아 해밀튼이 웨버를 추월하는 장면이 있었고, 2008 시즌의 스타트 때처럼 첫 한 두 랩에서는 어느 정도 순위 변동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KERS도 없고 상위권 머신들의 속도가 어느 정도 비슷한 범위 안에 들어있는 올해는, 신생3팀을 제외한 머신들 간에 정상적인 컨디션에서의 추월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기대를 해볼 수 있는 부분은 비라도 내려 웻컨디션이 되는 것 정도겠죠.
이어서 더티한 트랙은 특징이 부족한 헝가로링에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헝가로링은 F1 그랑프리를 제외하고는 거의 레이스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트랙에 러버가 거의 남아있지 않고 먼지만 쌓여있기 때문에, 프리프랙티스를 시작할 때의 노면은 상당히 미끄러울 수 밖에 없죠. ( 앞으로 영암 KIC의 운명을 보는 듯한... ) 심지어는 일요일 레이스가 시작될 때 쯤에도 더티사이드라고 불리는 짝수 그리드는 여전히 더티하기 때문에... 스타트에서 클린사이드와 더티사이드의 차이도 현격하게 벌어지게 돼있습니다. 짝수 그리드라면 어지간히 스타트를 잘 해서는 한 계단 밑의 홀수 그리드에게 추월 당하는게 보통이니, 올 시즌 헝가리GP의 스타트 때 이 차이를 유심히 보시기 바랍니다. ( 3그리드가 프론트로우의 2그리드보다 스타트에서 크게 유리합니다. ) 여러 코너가 범피한 것도 트랙이 더티한 것과 함께 추가적인 변수가 될 수 있는데, 비록 저속 코너가 많긴 하지만 기계적인 그립을 완벽하게 얻지 못해 언더스티어되는 장면이 종종 연출될 수 있죠. 알론소는 이런 특징 때문인지 헝가로링에서의 드라이빙은 '랠리처럼'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안 그래도 랠리를 좋아하는 키미가 헝가로링에서 나름 성적이 좋은 편이었던 것도 같은 이유일까요?
헤어핀이 많은 것도 헝가로링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보통은 써킷마다 한 두 개, 때로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 것이 헤어핀인데... 헝가로링에는 완만한 헤어핀을 포함해서 네 개의 헤어핀이 존재하죠. 턴05까지 헤어핀에 가까운 긴 오른쪽 턴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다섯 개의 헤어핀이 있는 셈입니다. 덕분에 써킷의 속도는 매우 느립니다. 스피드트랩에서조차 최고 속도 300 km/h에 미치지 못하고... 앞서 언급했듯이 평균 속도는 200 km/h에 미치지 못하는... 시가지 써킷을 제외한 트랙 중에서는 가장 느린 써킷이 되겠습니다. 많은 저속 코너들이 있기도 하고 가속 좀 하려고 하면 다음 코너가 나타난다는 느낌과... 높은 다운포스 세팅을 요구한단 사실 때문에 헝가로링이 모나코와 비슷하다는 얘기를 하기도 하죠.
위에 언급하지 않은 또 하나의 변수는... ( 어찌보면 종종 이벤트를 양산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변수로 ) 높은 기온과 더더욱 높은 트랙 온도를 들 수 있습니다. 헝가리GP는 보통 한 여름에 열리는데... ( 올 시즌엔 7월 30일부터 시작해 8월 1일에 결승 레이스가 펼쳐집니다. ) 기온이 30도 전후에 형성될 때가 많고, 트랙 온도는 40도를 넘어 때로는 50도에 육박하기도 하는 고온이 되어 드라이버와 머신을 위협합니다. 속도가 충분히 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공기를 통한 냉각도 쉽지 않은데, 타이어와 엔진이 높은 열 때문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항상 상존한다는 뜻이겠죠.
그러면 짧은 길이만큼이나 레이아웃도 간단한( 호켄하임보다도 간단합니다. ) 헝가로링의 공략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헝가로링은 열 네 개의 코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turn 01부터 turn 03까지가 섹터 1, turn 04부터 turn 11까지가 섹터 2, 마지막 turn 12부터 turn 14까지가 섹터 3가 되는데... 두 개의 헤어핀 씩 존재하는 섹터 1, 3과... 많은 저속 코너들이 모여 있는 섹터 2 정도로 간단하게 이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A. sector 1 : turn 01 ~ turn 03 스타트 피니시라인을 지나 홈스트레이트의 끝에 첫 헤어핀 turn 01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turn 01은 90 km/h 정도를 2단 기어로 통과하는 저속 코너인데, 앞서 트랙에서 가장 빠른 직선 구간을 지나 강하게 브레이킹을 하기 때문에... 헝가로링에서 가장 좋은 추월포인트입니다. 특히, 첫 랩에서 비교적 긴 거리를 지나 첫 코너를 만나기 때문에... 스타트 직후의 순위 경쟁이 매우 중요하겠습니다. 홈스트레이트의 길이가 짧고 turn 01로 진입하는 경사가 거의 없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후지스피드웨이의 turn 01의 모양과 유사한 레이아웃이죠.
turn 01의 헤어핀을 빠져나오고 나면 잠시 가속을 하면서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다시 왼쪽으로 크게 도는 두번째 헤어핀인 turn 02와 만납니다. 긴 직선주로에서 이어졌던 turn 01과 다르게... 짧지는 않지만 그리 길지도 않은 가속 구간에서 만나는 turn 02에선 이후 다시 긴 가속 구간을 대비해 속도 유지에 신경을 써야 하죠. 속도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 turn 02 역시 turn 01과 마찬가지로 2단 기어로 통과하는 헤어핀인데요, 비록 코너의 성격에 따라 같은 이름으로 헤어핀이라고 부르지만... 각 헤어핀마다 진입, 유지, 탈출의 공식은 다르다는 점을 헝가로링을 보실 땐 항상 염두에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turn 02를 빠져나오면 가속 구간에 접어들면서 모처럼의 고속 코너인 turn 03을 통과합니다. turn 02때부터 turn 03까진 계속 내리막구간이기 때문에 컨트롤에 신경을 쓰면서... 220 km/h 이상으로 가속을 하는 동안 4G의 G포스가 생기는데, 중고속 코너인 turn 03은 헝가로링에서 가장 높은 G포스가 발생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원래 헝가로링이 처음 생겼을 때의 레이아웃에는 turn 03 직후에 시케인이 있었는데... 레이아웃 변경으로 시케인이 없어진 덕분에, turn 03 자체로 빨라진 것은 물론 전반적으로 써킷의 속도감이 높아진 것 같네요. ( 그래도 느린 헝가로링이라면 도대체 이전엔 얼마나 느렸길래... )
섹터 1은 결국... '긴 직선주로에서 이어진 헤어핀' - '중간 길이의 직선주로에서 이어진 헤어핀' - '고속 코너'의 간단한 구성인데, 나중에 설명할 섹터 3와 완전하게 반대되는 구조라고 이해해 두시면 재밌습니다.
B. sector 2 : turn 04 ~ turn 11 마주보면서 반대되는 레이아웃의 섹터 1, 섹터 3 사이에 위치한 섹터 2는 여러 가지 형태의 코너들이 짧게 짧게 이어진 복합 코너구간이라고 보시면 되고, 섹터 2를 지나는 동안 언덕을 하나 신나게 올라갔다가 꼬부랑 꼬부랑 돌아돌아 내려오는 구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turn 03을 지나면 어느 정도의 내리막길을 내려가다가 다시 오르막을 오르며 turn 04를 만나는데, turn 04는 200 km/h 이상으로 통과하는 중고속 코너지만... 곧 헤어핀에 가깝게 크게 회전하는 turn 05를 만나게 되므로 turn 04를 탈출하면서 시작한 가속은 그리 오래가지 않죠. turn 05는 언덕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낮은 언덕이라도 언덕은 언덕! ) 언덕의 정점이라는 특징 덕분에 그립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구간인데 범피하기도 하기 때문에... 머신의 컨트롤을 잃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공략할 필요가 있습니다.
언덕에 다 올라왔으니 이제 다시 내려갑니다. turn 05를 탈출해 내리막길로 짧은 직선주로를 지나면... 이번엔 씨케인이 기다리고 있죠. 하지만, 비교적 급격한 turn 06에서 2단 기어로 100 km/h까지 속도를 낮춰야 하는 것과 다르게... 씨케인을 탈출하는 turn 07은 비교적 완만해서 빠르게 가속을 해야하는만큼... 컨트롤을 잃어서 큰 손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씨케인을 탈출하면 숨돌릴 틈 없이 섹터 2의 마지막 네 코너를 만납니다. turn 08 ~ turn 11까지 네 개의 코너는 매우 짧은 가속 구간과 코너가 반복적으로 이어지면서 마치 슬라럼을 공략하듯 통과해야 하는데... 50 ~ 60도를 회전하는 완만한 코너와 직각으로 회전하는 급격한 코너가 반복되는 패턴으로 이해하면 편합니다. 반복이라고는 했지만 앞의 두 코너는 중속으로 공략하고... 뒤의 두 코너는 고속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는데... 아무래도 시원시원한 고속 코너인 뒤의 두 코너가 보기에도 재밌습니다. ( 고속 코너에서 빠른 머신들은 이 구간 때문에 섹터 2의 랩타임이 특히 빠를 겁니다. )
네 개의 코너를 공략하면 완만했던 내리막도 끝나고 간만에 제법 긴 직선 주로를 만나면서 섹터 2가 끝나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섹터 2 설명을 다시 정리해 보면...
언덕을 오르면서 만나는 turn 04, 언덕 꼭대기의 헤어핀처럼 크게 선회하는 turn 05 - 내리막에서 만나는 씨케인 turn 06 ~ 07 - 짧은 직선 구간과 중고속 코너가 반복되는 네 코너 turn 08 ~ 09 정도가 되겠네요.
C. sector 3 : turn 12 ~ turn 14 섹터 3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섹터 1을 뒤집어 놓은 레이아웃입니다. 앞서 설명한 섹터 1이 '긴 직선주로에서 이어진 헤어핀' - '중간 길이의 직선주로에서 이어진 헤어핀' - '고속 코너' 였다면... 섹터 3는 '저속 코너' - '짧은 직선주로로 이어지는 헤어핀' - '긴 직선주로로 이어지는 헤어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 섹터 3에선 코너 뒤의 직선구간을 기준으로 요약한 것에 주의하세요. )
우선, 섹터 3의 첫 코너인 turn 12는 오른쪽으로 90도 가까이 선회하는 저속 코너로 2단 기어로 110 km/h까지 속도를 떨어뜨린 뒤... 이 후 다음 turn 13까지의 거리가 매우 짧기 때문에, 애매한 길이에서 쓰로틀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turn 13은 turn 02와 대칭되는 위치에 존재하는 헤어핀으로... 일단 다음 turn 14의 공략이 매우 중요하기도 하고, turn 13을 탈출하면서 머신 컨트롤에 약간의 실수가 있다면 이후 정확한 속도와 라인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므로 집중해서 공략해야 하죠. turn 13 역시 turn 02와 마찬가지로 2단 기어로 100 km/h 정도의 속도에서 공략하는데... 아무래도 아주 조금 더 예리한 모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turn 02보다는 약간 느리게 공략할 수 밖에 없습니다. turn 13을 탈출한 뒤 turn 14까지의 직선 구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turn 13 탈출시의 쓰로틀 조절 역시 turn 12의 탈출 때처럼 조심해야 하고, 보너스로 노면도 범피하기 때문에 머신 컨트롤에도 신경을 써야합니다.
마지막 turn 14는 굉장히 완만한 헤어핀으로, 완만한만큼 공략 속도도 빨라서 에이펙스에서도 3단 기어에 130 km/h 이상의 속도를 내죠. 하지만 turn 13의 탈출부터 turn 14의 진입 구간까지 곳곳이 범피하기 때문에... 자칫 실수를 하면 제대로 가속을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turn 14의 공략이 중요한 이유는... 두 말 할 필요 없이 다음에 가장 긴 직선 주로인 홈스트레이트가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홈스트레이트에서의 속도가 바로 turn 14의 탈출 속도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turn 14를 어떻게 공략하고 탈출했는가에 따라서... 유일한 추월포인트면서도 추월이 매우 어려운 turn 01에서의 추월 여부를 가늠할 수 있겠죠. 결국 섹터 1의 turn 01 '긴 직선주로에서 이어진 헤어핀'에선 브레이킹이 관건이라면, 마주보고 있는 섹터 3의 turn 14 '긴 직선주로로 이어지는 헤어핀'에선 가속이 관건이 된다는 상대적인 관점으로 보시면 이해하시기가 조금이나마 편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헝가로링의 특징들을 다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추월이 매우 매우 어려운 써킷
- turn 01의 헤어핀은 헝가로링에서 사실상 유일한 추월 포인트
- 더티한 트랙이 변수가 되고, 특히 스타트에서 더티사이드가 크게 불리
- 높은 다운포스 세팅이 요구되는 저속 써킷
- 더운 날씨가 항상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
- 특별한 이벤트가 생기지 않는다면 굉장히 지루한 레이스가 펼쳐질 수 있는 써킷
- 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음
현재는 헝가리 출신의 F1 드라이버가 없지만, 왠지 핀란드인들이 헝가리를 친근하게 느끼면서 헝가로링을 많이 찾기 때문에... 핀란드 출신 드라이버인 코발라이넨에겐 이곳이 홈그라운드처럼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 키미가 있었을땐 특히 많은 응원을 받았었죠 ㅠㅠ ) 또, 홈그랑프리가 없는 폴란드의 쿠비차나 러시아의 페트로프의 경우에도... 나름 인접 국가에서 열리는 그랑프리이기 때문에 반쯤 홈팬(?)들이 얼마나 찾아줄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들 중에선 쿠비차의 성적이 가장 기대가 되는데... 모나코에서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였던 쿠비차의 R30이 또 한 번 약진할 수 있을지도 기대가 되네요. 반면, 올 시즌의 양강으로 위세를 떨치던 레드불과 맥라렌... 그리고, 독일GP에서 강력한 원투피니시를 이끌어냈던 페라리가, 여름 휴가 전 마지막 그랑프리에선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도 궁금해집니다.
헝가리GP 이후 여름 휴가가 지나면 지금까지의 써킷들과는 성격이 많이 다른 유럽의 두 써킷( 스파와 몬짜! )이 기다리고 있고, 그 뒤에는 두번째 아시아 레이스와 브라질GP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헝가로링에서의 결전은 지금까지의 레이스를 통해 준비했던 업데이트의 모든 것을 불태우는 레이스가 될 것입니다. F1 팬들에게도 4주라면 길다면 긴 공백기를 앞둔 마지막 그랑프리이기 때문에, 이번 주말 그 어느 그랑프리보다 뜨거운 마음으로(?) 그랑프리와 함께 불타오르지 않을까 싶네요. 부디, 이전 그랑프리들을 재밌게 만들었던 이벤트처럼... 졸리고 지루한 무미건조한 레이스가 되지 않도록... 뭔가 건전하면서도 재밌는 일이 하나 쯤 터져줬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습니다. ^^ < 이런 바람을 누가 들었는지 현재 글 작성을 완료한 시간 헝가로링의 일요일 예보는 '비'입니다. ^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