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F1레이싱 매거진과 F1 메인 스폰서인 LG 등이 후원하는 대대적인 온라인 F1팬 설문 조사가 있었습니다. ( 30분 가까이 걸리는 대형 설문 조사였는데, 케로군도 참여했습니다! ) 설문 결과는 F1레이싱 매거진 4월호에 실렸었는데요, 그 중 F1에서 가장 중요한 그랑프리가 어떤 그랑프리냐는 질문에 대해... 가장 많은 F1 팬들이 '모나코 그랑프리'를 꼽았습니다.
매년 5월이면 다시 F1팬들을 찾아오는 모나코 그랑프리는... 1929년부터의 유구한 전통을 지닌 겻은 물론( F1이 틀을 갖추기 전부터의 유서 깊은 그랑프리 중 하나입니다. ) F1에서도 단순히 표면적인 데이터로는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감을 가진 그랑프리라고 할 수 있겠죠. 바로 그 모나코 그랑프리가 열리는 곳이 바로 '모나코 써킷( Circuit de Monaco )'인데... 몬테카를로의 시가지를 달리는 내내 멋진 항구 휴양도시의 풍경을 제공하는 가장 아름다운 써킷입니다. 바로 그 모나코 써킷에 대해서는 작년 5월에 이미 한 차례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2010 시즌을 맞아 전체 써킷 분석을 하는 일환으로 한 번 더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전에 글을 쓴 적이 있으므로 가능한 간단하게 다뤄보겠습니다. )
모나코 써킷은 대표적으로 추월이 어려운 써킷 중 하나로... 2010 시즌에서 바로 이전 라운드가 펼쳐진 카탈루니아보다도 심하게 추월이 어려운 써킷입니다만, 실제로는 앞으로 설명할 여러가지 이유 덕분에 그렇게 지루하거나 볼거리가 없는 레이스가 된 적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굉장히 어려운 추월 기회와 각종 변수를 활용하거나 이겨내면서 우승하는 멋진 장면 때문에 F1 팬들에게 모종의 기대를 갖게 하는 재미있는 써킷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래의 분석에서 제공하는 몇 가지 포인트만 확인하고 모나코 그랑프리를 즐긴다면, 좀 더 재미있고 감명깊게 전통의 모나코 그랑프리를 감상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모나코 써킷은 프랑스 남단의 도시 국가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지역에 위치해 있는 시가지 써킷인데, 몬테카를로는 딱히 행정 구역의 명칭은 아니면서도 왠지 많이 사용되는 대략적인 지역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덕분에 모나코 써킷을 부를 때는 '모나코'라고도 많이 부르지만 '몬테카를로'라고 부르는 경우도 적지않죠. ( 일단 아래의 글에서는 '모나코'를 주로 사용하겠습니다. )
모나코의 기술적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나코는 총 길이 3.340 km의 시가지를 시계 방향으로 도는 써킷으로... F1 캘린더에서 가장 짧고, 평균 속도 역시 가장 느린 써킷입니다. ( 1랩 주파 시간이 가장 빠른 것은 보너스! ) F1 기준 스피드 트랩에 잡히는 속도가 채 290 km/h도 되지 않는다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기도 하죠. 써킷 대부분이 공도로 사용되고 있고 애시당초 써킷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코스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른바 '범피'한 도로의 상태는 장난이 아닌 '제대로 시가지다운' 써킷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F1 캘린더에서 가장 느리다는 모나코의 랩 레코드는 2004년 슈미가 기록한 1분 14초 439이고, F1 모나코 그랑프리는 모두 78 랩( 랩 수도 최대! )을 돌게 되는데... 이 78 랩을 주파한 뒤에도 총 주행 거리는 260.520 km밖에 되지 않습니다. ( F1 그랑프리가 개최되는 다른 써킷은 모두 300 km 이상을 달립니다. )
이런 데이터를 가진 전통의 모나코에서 지난 6 시즌 동안 1, 2위, 폴포지션의 기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앞서 모나코가 추월이 어렵다는 언급을 잠깐 했었는데, 일단 최근 6시즌 동안 5번 폴투윈이 나온 것을 보면 이 말이 크게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10시즌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역시 폴투윈은 5번 뿐이어서... 카탈루니아와는 경우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는데요, 똑같이 추월이 어려운 써킷이라도 모나코에는 무언가 다른 변수가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모나코 그랑프리에 변수를 가져올 수 있는 특징으로는...
- 런오프가 거의 없고, 블라인드 코너가 아주 많다.
- 고저차가 심하고 저속 코너가 많다.
- F1 캘린더에서 가장 높은 다운포스가 요구되는 써킷이다.
의 세 가지 정도를 일단 기억해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런오프가 없다'는 특징은... 바꿔서 말하면 사고나 변수가 많다는 게 되겠습니다. 일반적인 전용 써킷에서는 써킷 전체에 어느 정도의 여유 공간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코스 아웃이 잘 나오는 지역에는 넓은 런오프가 펼쳐져 있어서 어느 정도의 코스 아웃은 용서(?)가 됩니다만... 모나코와 같은 시가지 써킷에는 그런 런오프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의 실수는 곧 머신의 파손=리타이어로 이어지게 돼 있죠. 그런 와중에 드라이버들은 0.01초라도 더 빨리 가기 위해 방호벽에 수 cm까지 근접해서 머신을 몰아가니 사고가 나지 않을래야 않날수가 없는 써킷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다른 시가지 써킷보다 유난히 블라인드 코너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코너에서 탈출 지점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상당한 위험 요소를 안고 있기도 합니다. 덕분에 모나코에서는 방호벽을 들이받거나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발생하는 추돌 사고가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두번째 변수는 고저차가 심하고 저속 코너가 많다는 점인데, 오르막 내리막을 번갈아가며 많은 가/감속과 변속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죠. 이런 특징은 결과적으로 머신의 무게 중심이 프론트/리어휠로 극단적으로 옮겨가게 만들고... 종종 프론트나 리어 타이어가 그립을 잃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덕분에 레이스 내내 그립을 유지하고 타이어를 관리하는 두 가지 과제가 드라이버를 골치아프게 만들죠. 더군다나 올 시즌 모나코의 타이어는 수퍼소프트( 옵션 )와 미디움( 프라임 )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타이어 관리와 마모 정도에 따라서 상당한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높은 다운포스를 요구하는 모나코의 특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써킷에서 이왕이면 높은 다운포스를 갖는 게 유리하겠지만, 모나코에서는 다운포스의 영향이 그 어떤 다른 써킷보다도 부각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 시즌 특히 높은 다운포스를 가졌던 레드불의 RB6가 강세를 보일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지만, 다운포스와 하이스피드에 균형을 맞춰서 달렸던 다른 머신도 극단적인 하이 다운포스 세팅이나 모나코에 맞춘 업데이트로 예상 외의 성적을 보여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외에 조금 비중이 낮긴 하지만, 피트레인에서의 시간 손실이 다른 써킷에 비해 상당히 적다는 점( 핏스탑을 결심하기가 한결 쉽겠죠? )이나 스타트 때 더티 사이드( 모나코에서도 짝수 그리드 )의 그립 손실이 상당히 크다는 점 등도 레이스를 재미있게 관람하기 위해 알아두면 좋은 모나코의 특징이 되겠습니다.
그러면, F1과 관련된 모두에게 소중한 모나코의 써킷 구조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모나코에는 turn 01에서 turn 19까지 19개의 코너가 존재하는데요, 몇 개의 코너는 '아주' 유명한 이름들로 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몇몇 코너나 구간은 꼭 이름도 기억해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 기억할만한 코너나 구간의 이름은 빨간색 볼드로 표시해두겠습니다. ) 일단 섹터 구분으로는 턴 turn 01 ~ 04까지의 섹터 1, turn 05 ~ 14의 섹터 2, turn 15 ~ 19의 섹터 3로 나뉘지만... 모나코만큼은 섹터 구분보다는 몇 개의 중요 포인트를 중심으로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A. turn 01 - turn 02 스타트라인 이후 첫 코너인 turn 01은 오른쪽으로 90도에 약간의 오르막인 코너입니다. tunt 01은 110 km/h 이상의 비교적 빠른 90도 턴인데, 탈출구 왼쪽의 방호벽이 레코드 라인에 바짝 붙어 있기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운 코너입니다. ( 2009 시즌에는 베텔이 여기서 살짝 오버스티어가 나고 그립을 잃으면서 방호벽에 충돌했었죠. ) 하지만, 이어지는 turn 02가 코너라고 보기가 조금 애매한 단순 가속 구간에 가깝기 때문에, turn 01에서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춘다면 손해가 막심해지겠죠. 스타트에서는 스타트라인과 turn 01까지의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은 데다가, 써킷의 폭이 넓지도 않고 짝수 그리드 쪽=더티 사이드가 말 그대로 상당히 더티하기 때문에... 왠만큼 운이 좋지 않으면 짝수 그리드에서 홀수 그리드의 머신을 추월해 나가긴 어렵다는 점도 포인트입니다.
B. turn 03 - turn 04 260 km/h 이상의 고속으로 언덕을 오르던 머신은 turn 03을 앞두고 160 km/h 이하로 속도를 낮추면서 크게 왼쪽으로 선회합니다. 여기서는 오르막 + 감속 + 선회라는 세 가지 조건이 맞물리면서 그립이 약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하죠. 이어지는 turn 04는 Casino 또는 Casion Square라고 불리는 유명한 코너인데... ( '카지노'로 유명한 모나코, 바로 그 몬테카를로 카지노의 광장을 끼고 도는 코너죠. ) 120 km/h 이상으로 turn 03과는 반대인 오른쪽으로 선회하면서 내리막으로 이어집니다. turn 03과 04의 특징이 전혀 다르면서 이쪽저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그립도 주의해야 하는... 나름 까다로운 구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좌우로 각각 3G 이상 발생하는 G포스도 요주의 항목입니다.
C. turn 05 - turn 08 카지노를 돌아 내리막으로 신나게 달려내려온 머신은 크게 감속하면서 4개의 저속( 100 km/h ) 코너/헤어핀을 만나게 됩니다. 이중 첫 코너인 turn 05는 Mirabeau라는 이름으로 200 km/h에서 80 km/h이하로 급감속이 필요한 구간인데, 내리막 + 급감속 = 사고 위험의 공식대로 코스 이탈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 모나코에선 드물게 런오프가 꽤 넓게 갖춰진 구간이기도 하죠. ) 이어지는 turn 06는 F1 캘린더에서 가장 느린 코너로 시속 50 km/h 이하로 공략해야 하는데... 종종 익숙지 않은 저속 헤어핀에서 어이 없는 실수를 하는 드라이버들도 있습니다. turn 06은 흔히 Grand Hotel Hairpin이라고 부르니까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turn 07은 비교적 빠르게 공략하지만 이어지는 turn 08 Portier에서는 80 km/h까지 약간의 감속이 필요한데, 포르티에의 공략 속도에 따라 이후 '단 하나의 추월 포인트'에서의 추월 여부가 가려지므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D. turn 09 - turn 11 포르티에를 탈출한 머신은 오른쪽으로 완만하게 휜 터널을 지나게 되는데, 이 Tunnel가 ( 코너같이 보이지 않지만 ) turn 09입니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스피드 트랩을 지나 내리막으로 치닫다가 급감속해야 하는데, 이곳이 모나코 최고의 추월 포인트인 이른바 Chicane으로 불리는 복합 코너 turn 10/11입니다. 하지막, 역시 내리막 급감속이다보니 감속에 실패해서 씨케인을 그냥 가로질러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고, 예전에 수틸을 눈물 흘리게 했던 것과 같은 추돌 사고도 발생하는 곳이죠.
E. turn 12 turn 12는 씨케인을 지나서 만나는 왼쪽 90도 턴으로 Tabac이라고 불립니다. 타박 역시 160 km/h의 고속으로 90도 선회를 하는 곳이면서 방호벽 가까이 접근을 해야하는 코너로... 얼마나 대담하게 방호벽까지 붙느냐와 그러면서도 방호벽에 접촉하지 않느냐가 관건이 되는 곳입니다.
F. turn 13 ~ turn 16 마치 두 개의 연속 씨케인처럼 보이는 turn 13부터 turn 16까지의 구간은 말 그대로 Swimming Pool을 끼고 도는 구간입니다. ( 아래 위성 사진을 보시면 수영장이 보일 겁니다. '-' ) 이 중 turn 13/14의 첫번째 씨케인은 200 km/h 이상의 고속으로 진입하지만, turn 15/16의 두번째 씨케인은 100 km/h 이하로 통과해야 하는데... 첫번째 씨케인에서 연석을 잘못 밟든지 해서 그립이 부족하거나 하면 두번째 씨케인에서 사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G. turn 17 ~ turn 19 turn 17은 turn 02와 마찬가지로 이름만 코너라고 생각하셔도 되는 곳으로 딱히 공략이랄 게 없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turn 18은 완전한 블라인드 헤어핀으로 정확한 라인과 속도를 잡기가 쉽지 않은 코너죠. 이런 turn 18은 La Rascasse라고 불리는데, 이 라스카스의 공략 결과에 따라 홈 스트레이트의 속도가 결정된다고 해도 무방하므로 중요한 헤어핀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 코너인 turn 19는 Anthony Noghes라고 불리는데... 역시 블라인드 코너로 90도를 선회하며 마지막 가속을 하는 코너로, 눈에 보이는 방호벽의 라인에 현혹되지 말고 써킷의 라인을 정확히 따라야합니다. ( 물론 F1 드라이버에 그렇게 현혹되는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
지금까지 살펴본 모나코의의 특징을 다시 한 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F1 그랑프리가 개최되는 써킷 중 가장 짧고, 가장 느리고, 가장 빨리 한 바퀴를 도는 써킷 - F1 그랑프리가 개최되는 써킷 중 가장 높은 다운포스가 필요한 써킷 - 시가지 써킷이면서 고저차가 심하고, 런오프가 거의 없으며, 블라인드 코너가 많아 사고 위험이 높은 써킷 ( 거의 매년 빠지지 않고 복수의 사고가 발생하는 써킷 ) - 씨케인turn 10/11이 사실상 유일한 추월 포인트 - 폴투윈이 많은 써킷이지만 여러 가지 변수도 적지 않은 써킷 - 유서 깊은 건 좋은데 코너 상당수를 이름으로 불러서 외울 게 많은 써킷 -O- - 그랑프리가 끝나면 피트레인이 아니라 스타트라인 쪽으로 포디움에 오른 머신들이 모여서... 모나코 국왕/왕족들과 함께 시상식이 거행되는 전통이 있는 써킷 ( 2009 시즌엔 우승자 버튼이 피트레인으로 들어가버려 '마라톤 장면을 볼 수 있었던... ) - 사고, 타이어 관리 등의 변수가 많지만, 종종 비라도 내리면 정말 많은 변수가 생기는 써킷
한 차례 변수가 없는 카탈루니아에서 비교적 지루했던 그랑프리를 지나... ( 몇 가지 이벤트가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론 지루했죠. ) 써킷 다이어그램만 보면 추월도 어려워 재미없을 법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이런저런 변수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모나코 그랑프리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통산 5차례 우승자인 슈미를 비롯해서 경험많은 드라이버들이 이 유서 깊은 그랑프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지, 아니면... 수퍼 다운포스 머신인 레드불의 베텔과 같은 신예 드라이버가 득세를 할지... 여러모로 기대가 많이 되는 올 시즌의 모나코입니다.
레드불은 수퍼맨 퍼포먼스의 쿨싸드의 포디움이나... 크리스찬 호너가 수퍼맨 망토를 두르고 스위밍풀에 뛰어들었던 모습 등... 유난히 모나코에서의 이벤트가 재밌었는데, 올 시즌엔 또 어떤 이벤트나 광고와 함께 F1 팬들을 즐겁게 해줄지... 레이스의 결과와는 별도로 기대가 되네요 이제 이틀후면 F1 팬들 대부분이 꿈꾸는 바로 그 모나코 그랑프리가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