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플라이어웨이 레이스( fly-away races )라고 불리며 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F1 2010 시즌 개막전부터 4라운드까지의 초반 레이스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번 시즌 F1 캘린더는 지역 이동에 따라 다음과 같이 크게 5+1 그룹으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1 ~ 4 라운드 : 아시아 지역 그랑프리 1/2 ( 호주 포함 ) 5 ~ 7 라운드 : 유럽 지역 그랑프리 1/3 8 라운드 : 캐나다 그랑프리 9 ~ 12 라운드 : 유럽 지역 그랑프리 2/3 < 여름 휴가 > 13 ~ 14 라운드 : 유럽 그랑프리 3/3 15 ~ 19 라운드 : 아시아 그랑프리 2/2 ( 브라질 포함 )
이와 같은 구성이라면 중국GP를 끝으로 올 시즌 캘린더의 첫 단락이 맺어졌다고도 볼 수 있겠는데요, 나름 긴 약간의 휴식기를 지나고 이제 약 열흘 앞으로 다가온 유럽 그랑프리를 기다리며... 첫번째 아시아 그랑프리 4라운드의 리뷰를 통해 올시즌에 대한 대략적인 전망을 해볼까 합니다.
1. McLaren [ 성공적 / 머신 퍼포먼스 약간 부족 ]
일단 네 번의 레이스 중에서 두 번의 우승을 기록했고, 현재까지 WCC/WDC 경쟁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표면적인 성적은 성공적입니다. 버튼의 타이어 관리가 빛을 발할 것은 예상했었지만 꾸준하면서도 해밀튼에 크게 뒤지지 않는 속도는 사실 이전까지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해밀튼 역시 여러 차례 그랑프리에서 대열 후미로부터 앞으로 치고 나가는 강력한 드라이빙을 보여주면서 비록 현재까지의 성적에선 버튼에 뒤지고 있지만 시즌 중후반 챔피언에 도전할 것이란 것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MP4-25는 생각만큼 강하지 않았고 4강 머신의 평균적인 퍼포먼스에 물렀으며, 버튼의 두 번의 우승 모두 날씨와 맞물린 작전이 성공한 덕분에 얻어졌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맥라렌의 성과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더 많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F-덕트의 성공적인 도입과 중국GP에서 어느 정도 향상된 모습을 보인 퍼포먼스에 더해 시즌 중 머신 개발력이 강하다는 강점까지... 시즌 초 뭔가 부족했던 맥라렌이 앞으로 남은 캘린더에서는 보다 강력한 모습을 보이리라는 예상을 가능케 합니다.
2. MercedesGP [ 부진 / 머신 퍼포먼스 매우 부족 ]
4강 팀 중에서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팀은 역시 메르세데스GP였습니다. MGP W01의 퍼포먼스는 확실히 다른 4강 팀들의 머신보다 떨어졌고, 네 번의 레이스 동안 2009 시즌 우승팀다운 강력한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돌아온 F1의 황제 슈마허의 부진으로, 4강 팀 8명의 드라이버 중 가장 느렸던 것은 물론 소위 중위권 드라이버의 추격도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반면, 로즈버그는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슈미를 압도하는 드라이빙을 보여주었고, 버튼과는 또 다른 의미로 퍼포먼스가 부족한 머신으로 두 차례 포디움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스페인GP부터 시작되는 유럽 지역 그랑프리에서는 개량된 B 머신으로 슈미의 성적 향상을 도모한다니, 5라운드부터 환골탈태한 메르세데스GP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3. Red Bull [ 다소 부진 - 아쉬운 성적 / 가장 강력한 머신 - 안정성 문제? ]
레드불의 RB6는 시즌 초반 4라운드 동안 분명하게 가장 빠른 머신이었고, 베텔은 24 명의 드라이버 중 분명 가장 빨랐습니다. 하지만, 네 번의 그랑프리 동안 폴 포지션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 1승을 기록하면서... 12개 팀 중에서 가장 강한 퍼포먼스에 비해 너무나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레드불은 시즌 초반 두 그랑프리에서 베텔의 발목을 잡은 '머신 신뢰성 문제'가 문제였으나, 세팡에서는 원투피니시를 기록하면서 이를 극복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물론, 비내리는 상하이에서 중후반 보여준 퍼포먼스는 현재의 RB6가 천하무적은 아니라는 걸 확인시키기도 했죠.
RB6가 지금도 강력한 머신에서 얼마나 더 발전할지, 다른 머신들의 추격을 어떻게 따돌릴지 여부에 따라 시즌 중반의 판세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만큼... 시즌 중반의 레이스에서 보여줄 베텔과 RB6의 퍼포먼스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웨버의 경우엔 올 시즌 뭔가 2%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레드불이 지난 해 실패한 컨스트럭터 타이틀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선 웨버의 파워업이 절실해 보입니다.
4. Ferrari [ 다소 부진 - 하지만 그럭저럭 / 상당히 강력한 머신 - 엔진 안전성? ]
시즌 시작전부터 알론소를 영입하고 야심차게 2010년 머신 F10을 선보인 페라리는 강력한 우승후보였습니다. 첫 그랑프리 바레인에서 원투피니시를 기록하면서 첫 끝발을 제대로 올리는 것 까진 좋았는데요, 세팡에서의 부진, 머신과 엔진의 신뢰성 문제 등이 겹치면서 이후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성적을 기록했죠. F10 자체의 퍼포먼스는 훌륭한 것 같고 페라리의 시즌 중 개발력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앞으로 챔피언십을 노리기 위해 머신과 엔진의 신뢰성 문제가 해결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 특히 알론소의 경우 ) 이미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소모한 엔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올 시즌 페라리가 3년만에 챔피언십에 도전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가려질 것 같습니다.
올 시즌 처음으로 페라리의 옷을 입은 알론소는 만인의 예상에 걸맞게 탁월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멜버른에서의 스핀, 세팡에서의 엔진 블로우, 상하이에서의 점프 스타트 등, 불운인지 문제인지가 계속 겹치는 인상인지라.... 어떻게든 액땜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면 마싸의 경우 부상에서 복귀한 것까진 좋았지만, 항상 팀메이트 알론소에 뒤지는 모습을 보이는 와중에 1, 2라운드 연속으로 포디움에 오르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름값에서는 알론소에 뒤진다지만 2008년 챔피언십 타이틀에 근접했던 마싸로서는 아쉬운 성적이죠. 알론소와 마싸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은 상하이GP의 피트인해서 정점에 달했었는데, 이런 팀메이트간의 경쟁이 컨스트럭터 타이틀에 도전해야 하는 페라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겠네요.
5. Williams [ 부진 / 머신 퍼포먼스 부족 ]
중위권 다섯 팀( 윌리암즈, 르노, 포스인디아, 토로로쏘, 자우버 ) 중에서... 상위권을 위협하는 다크 호스가 되기를 원했던 윌리암즈의 4라운드까지의 성적표는 기대 이하입니다. 중위권 중에서도 르노와 포스인디아에 확연히 뒤지는 모습을 보였고, 기록으로 보았을 때도 상위권 머신과 확실히 차이가 나는 퍼포먼스 부족을 드러냈습니다. 그 원인이 과연 올 시즌 채택한 코스워스 엔진의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코스워스 엔진이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것만은 입증(?)한 것 같네요.
작년도 챔피언십 경쟁에서 3위에 올랐던 바리첼로나 GP2 챔피언 후켄버그 모두 퀄리파잉과 그랑프리에서( 몇 번의 변수가 있었을 때를 제외하곤 )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딱 중위권 팀스러운 모습을 보이는데 만족해야 했었는데요, 과연 유럽으로 진출하면서 예전 윌리암즈의 위엄을 되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한데... 현실적으로는 많은 기대를 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6. Renault [ 성공적 / 쿠비차 홀로 선전 ]
르노는 2009 시즌 스파이게이트의 아픔을 겪은 후 2010 시즌 시작 전까지 전망이 비교적 밝지 못한 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쿠비차의 고군분투가 돋보였는데요, 상위권 머신에 다소 떨어지는 퍼포먼스를 가진 게 느껴지지만... 쿠비차는 확실히 머신 퍼포먼스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상위권 도약의 희망을 갖게 했습니다. 과연 쿠비차가 시즌 중반까지 상위권의 자리를 지켜낼지, 아니면 다시 중위권으로 미끄러질지 관찰하는 것도 스페인GP 이후 반드시 주목해 봐야 할 것 같네요.
반면 페트로프는 말레이지아GP까지 계속 리타이어하면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는데요, 딱 한 번의 레이스, 중국GP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르노가 중위권 팀 중에서 가장 높은 자리, 그러니까 WCC 5위를 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페트로프의 성장 혹은 추락 역시 쿠비차의 선전 여부와 함께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7. Force India [ 성공적 / 수틸 홀로 선전 ]
르노가 컨스트럭터 순위에서 5위에 오르는데 가장 방해가 될 팀은 윌리암즈보다 포스 인디아가 될 것 같습니다. 특히, 포스 인디아의 수틸은 4라운드까지 르노의 쿠비차와 함께 '4강팀 드라이버' 슈마허를 위협했는데요, 4번의 그랑프리에서 모두 Q3에 진출했고... 현재 포인트 순위에서 슈마허에 앞서있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메르세데스GP도 머신을 개량하겠지만, 포스 인디아도 2009 시즌 중 머신 개량 능력을 입증했으므로, 과연 슈마허를 잡느냐, 아니면 슈마허가 도망가느냐의 여부도 궁금해집니다.
퀄리파잉에선 수틸에 항상 밀렸던 리우찌 역시, 완주한 두 레이스 모두 포인트를 기록했는데요, 리우찌까지 포스인디아는 4라운드만에 윌리암즈보다 확실히 앞서는 18 포인트를 손에 쥐게 됐습니다. ( 2009 스파에서 팀 창단 후 첫 포인트를 냈던 팀이 장족의 발전을 했습니다. ) 포스인디아가 윌리암즈를 제치고 르노마저 잡아내면서 중위권 팀 가운데 선두에 서는 일이 발생한다면... 포스인디아의 그랑프리 우승 이상의 충격적인 일이 될 수도 있을텐데, 그 가능성을 보이기 위해선 일단 유럽 지역 그랑프리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는 게 꼭 필요하리라 봅니다.
8. Toro Rosso [ 다소 부진 - 그럭저럭 / 알게수아리의 발전 ]
토로로쏘의 STR5는 뿌리가 같았던 RB6와 비교해서 확실히 퍼포먼스가 떨어져보입니다. 덕분에 토로로쏘는 젊은 드라이버 두 명의 라인업으로 중위권에서 버티는 것도 벅차보입니다. 그나마, 토로로쏘의 희망이라면 2009년 후반 데뷔 시절에 비해 괄목상대할 성장을 보인 알게수아리겠죠. 슈미를 뒤에 붙이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블로킹 해냈던 장면이나, 세팡에서 생애 최초로 포인트를 따내면서 보였던 자신감 넘치는 드라이빙과 추월 장면 등은... 왜 올해 부에미에 비해 알게수아리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지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부에미의 경우엔 호주GP와 중국GP에서 첫 랩에 불의의 사고로 리타이어하는 등 운도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신예 팀메이트인 알게수아리에 비해 살짝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에미는 바로 작년 부르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보다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겠네요.
9. Lotus [ 성공적 / 완주 가능한 머신 ]
신생 3팀 중에선 그나마 로터스의 기록이 돋보였습니다. 비록 중위권 팀들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었지만... 로터스 두 명의 드라이버는 여덟 번의 완주 기회 중에 여섯 번 완주에 성공하면서, 다른 신생팀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두 드라이버 트룰리와 코발라이넨은 비록 순위권에선 멀었지만 꾸준한 드라이빙을 보여주면서 여러 차례 신생팀에 꼭 필요한 기여... 완주를 해냈는데, F1 완주는 피드백 되어 머신 성능과 안정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시즌 후반 로터스의 약진이 기대됩니다.
10. HRT [ 성공적 / 머신 검증 미완료 ]
HRT는 신생 3팀 중에서 가장 늦게 F1에 뛰어들었고, 바레인GP에서는 테스트 주행조차 없이 퀄리파잉에 뛰어들 정도( 찬독의 경우 )로 엉망이었지만... 호주, 말레이지아를 거쳐 중국GP에 이르러서는 당당히 한 팀의 F1 팀의 면모를 갖춰가는 것 같습니다. 지명도에선 브루노 세나에 비해 부족했지만 HRT에서 주목해야할 드라이버는 카룬 찬독으로... 비참했던 사키르의 리타이어 이후 세 레이스를 모두 완주하면서 HRT에 소중한 데이터들을 남겨줬습니다. 브루노 세나 역시 세팡과 상하이에서 완주에 성공하면서 HRT의 노하우를 쌓는데 일조했죠. 이런 HRT가 시즌 후반까지 완주에 만족하는 팀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스페인GP부터 '단지 완주를 위한' 레이싱 이상의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11. BMW Sauber [ 매우 부진 / 머신 퍼포먼스도 부족 + 엔진 안정성 문제 ]
중위권 팀 중 프리시즌 테스트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팀이 BMW Sauber의 부진은 더욱 실망스럽습니다. 팀의 성적은 8번의 완주 기회 중 단 한 번의 완주 뿐으로, 중위권 팀은 물론 신생 3팀에 비해서도 초라한 성적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시즌 초 기대를 모았던 코바야시는 사고, 머신 문제 등이 겹치면서 단 한 번도 완주에 성공하지 못했죠. 페라리 엔진의 안정성 문제가 확실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자우버의 불운도 계속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바라기는 유럽 지역 그랑프리부터 코바야시의 그 저돌적인 드라이빙이 빛났으면 합니다.
12. Virgin [ 다소 부진 / 머신 검증 불안 ]
버진은 올 시즌 그리드에서 가장 멋진 머신 디자인을 선보였지만,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 없어서 단 한 번의 완주로 12팀 가운데 최하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버진에서는 기대했던 티모글록이 속도는 나름 빨랐지만 아직까지 완주 한 번 없는 것이 아쉽고, 디 그라시의 경우는 한 번의 완주 기록이 고맙지만, HRT에 준하는 느린 속도가 문제입니다. 버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글록의 완주와 디 그라시의 속도 향상일텐데, 유럽 지역 그랑프리로 이어지더라도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예상입니다.
1라운드에서 4라운드까지 주로 퀄리파잉에서 드러난 팀간 퍼포먼스를 보자면, 시즌 개막전 예상 구도였던 [ 4강팀 - 중위권 5팀 - 신생 3팀 ]의 구도가... [4강팀 7인의 드라이버 - 슈미/쿠비차/수틸 - 중위권 10인의 드라이버 - 로터스와 버진 - HRT]의 구도로 보다 세분화(?)되는 모습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HRT와 다른 신생팀들의 간격이 좁혀진 것 외에는 큰 변화는 없었던 것 같네요.
하지만, 유럽으로 무대를 옮긴 뒤에는 이런 구도에도 분명 변화가 예상됩니다. 메르세데스GP의 이른바 B-spec 머신으로 슈미가 4강 본연의 자리로 복귀할지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쿠비차와 수틸은 4강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자 할텐데 과연 어떻게 될지, 중위권과 신생3팀의 기록 향상과 자리바꿈 여부도 재밌는 양상을 띌 것 같습니다. 상위권에선 레드불과 베텔의 강세가 계속될지... 득점 선두 맥라렌과 버튼은 어떻게 자리를 지킬지... 알론소 or 메르세데스GP의 반격은 어떻게 진행될지... 모든 것은 수많은 새로운 파츠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만나게 될 스페인GP로부터 확인하실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