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뒤면 금요일 FP를 시작으로 F1 2010 시즌 중국GP가 시작됩니다. 수 많은 드라이버들이 상위권에서 혼전을 벌이며 챔피언 경쟁이 뜨거워진만큼 매년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던 중국GP를 통해 올 시즌 챔피언의 향방을 점쳐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중국GP가 개최되는 써킷은 '상하이 인터내셔널 써킷( Shanghai International Circuit )'로 역시 Herman Tilke가 디자인한 써킷입니다. 철학적인 면(?)이나 실질적으로 드라이버의 능력을 시험하는 면에서 분명한 특징이 존재하는 써킷으로, 그 몇 가지 특징 덕분에 예상치 않은 변수가 연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상하이 인터내셔설 써킷( 이하 '상하이' )의 기술적 데이터를 살펴보겠습니다.
써킷의 길이는 5.451 km로 평균적인 길이를 가지고 있고, 1분 32초 238의 랩 레코드에서 볼 수 있듯이 평균적인 속도를 내는 것을 알 수 있으며... ( 상하이의 랩 레코드는 2004년 슈미의 기록입니다. ) 앞서 소개했던 세팡과 마찬가지로 상하이 역시 56 랩을 돌게 됩니다.
상하이에서 처음 F1 그랑프리가 열린 것은 2004년으로 앞선 6 시즌 동안의 기록밖에 없는데요, 상하이에서 열렸던 모든 F1 그랑프리의 승자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 표를 보시면, 2년 연속 폴 포지션을 차지한 드라이버 두 명이 있지만 2년 연속으로 우승한 드라이버는 없으며... 우승자나 폴포지션 드라이버들의 리스트에서 어떤 특징을 찾아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위 표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기록들로는 우선, 2007년 해밀튼이 폴포지션에서 시작해서 레이스를 리드하며 2007 시즌 챔피언을 눈 앞에 둔 듯 했으나... 닳은 타이어 때문에 피트인 하는 과정에서 코스아웃해 리타이어한 사건이 있었고, ( 결과적으로 이어진 브라질GP까지 2연승한 키미가 2007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죠. ) 같은 2007년 중국GP에서 베텔이 자신과 팀의 최고 성적인 4위를 기록한 사건도 기억에 남습니다. 만년 하위팀 토로로쏘에 신예 드라이버인 베텔이 세운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기록이었고, 역시 비내리는 2008 시즌 몬짜에서의 아무도 예상치 못한 우승을 암시하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2009년 베텔이 중국GP에서 폴투윈을 기록했을 때도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 2009 중국GP는 레드불의 팀 창단 이래 첫 우승이자 첫번째 원투피니시이기도 했습니다. ) 기록만 본다면 비내리는 상하이의 최강자는 역시 베텔이 아닌가 합니다.
상하이 인터내셔널 써킷의 모양은 상하이의 한문 표기인 '上海'의 첫 글자 '上'의 모양을 본따서 디자인되었는데요... 끝이 보이지 않는 270도 턴이 두 군데나 있다는 점, 1.2km에 가까운 긴 직선주로가 존재한다는 점 등이 눈에 띄는 특징입니다. 써킷/도시의 이름을 형상화하고, 270도 턴이라는 특징적인 구간의 적극 활용... 백 스트레이트에 가장 긴 직선 주로 배치 등 기존 써킷의 전형을 탈피하려는 나름의 철학이 담긴 써킷이랄까요? 중규모의 직선주로도 많아 하이스피드 세팅이 필요할 것으로도 보이고, 깊고 심한 턴의 존재와 나름 웨이빙이 심하 써킷 레이아웃 때문에 하이다운포스 세팅도 필요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중간보다 약간 높은 다운포스 세팅으로 적정한 균형을 잡아야하는 까다로운 써킷입니다.
널리 알려진대로 상하이는 '타이어를 가장 혹사시키는 써킷'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타이어가 닳지 않도록 부드럽게만 달리고 그레이닝을 걱정한다고 안전한 라인을 밟으면서 달릴 수는 없는지라 중국GP에서는 언제나 타이어가 걱정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2007년 해밀튼의 사고도 타이어의 그레이닝 때문이었다고 보는 견해가 많기도 하죠. 문제는 올 시즌에는 연료 재급유의 금지로 안 그래도 어려운 타이어 관리가 더 난해해질 전망입니다. 주로 왼쪽 프론트 타이어의 관리가 문제였던 상하이였는데, 150Kg 이상 나가는 많은 연료 덕분에 레이스 초반 리어 타이어의 관리도 매우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그러면, '上'자 모양의 써킷 다이어그램과 함께 상하이 써킷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상하이는 모두 16개의 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계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홈 스트레이트에서 시작해 복잡한 복합 코너가 주를 이루는 turn 01 ~ 05의 섹터 1, 초저속의 날카로운 헤어핀에서 시작해 고속 슬라럼을 거치며 점차 속도를 줄이는 turn 06 ~ 10의 섹터 2, 날카로운 헤어핀과 270도 턴으로 시작해서 가장 긴 백 스트레이트를 지나고... 다시 가장 느린 헤어핀을 거쳐 스타트/피니시라인까지 가속해 나가는 turn 11 ~ 16의 섹터 3 이상 세 개의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A. sector 1 : turn 01 ~ turn 05 섹터 1의 큰 그림 자체는 매우 간단합니다. turn 01부터 turn 04까지는 사실상 하나의 복합 코너로 생각하시면 turn 05의 경우 무난하게 완만한 우회전이라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으니 결국 첫 번째 복합 코너만 유심히 살펴보면 되긴 하죠. '우, 좌로 크게 선회하는 복합 코너와 완만한 가속 코너' 이 한마디로 섹터 1의 큰 그림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사실 간단하게 얘기한 turn 01에서 turn04까지 이어지는 첫번째 복합 코너는 중국GP에서 가장 특징적이면서 매우 까다로운 코너로 유명하죠.
가장 첫번째 난관은 turn 01 입니다. 스타트/피니시라인을 지나는 긴 직선 주로에서 이어지면서 오른쪽으로 크게 선회하는데요... ( 결과적으로 270도를 도는 코너의 시작입니다. ) 이 때, 직선 주로에서 300 km/h 이상이었던 속도를 크게 떨어뜨리지 않고 turn 01을 통과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 turn 01이 끝나는... 그러니까 진입 각도 기준 90도를 선회할 때 까지도 250 km/h 정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 첫 코너에서 미리 속도를 크게 떨어뜨리면 바로 추월을 허용하거나 기록에서 크게 손해를 보게 되죠. 용감하게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 깊숙히 들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달까요?
복잡한 감속을 거치면서 turn 02로 들어가면 더 크게 속도를 떨어뜨려야 하는데, 너무 늦게 감속을 해도 안되고 너무 심하게 감속을 해서도 안되는 상당히 까다로운 구간입니다. 특히,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모두 주의해야 하며... 이 모든 과정을 잘 견뎌냈더라도 몇 바퀴를 도는 동안 타이어가 심하게 마모되지 않도록 조절도 해야 하지요. 악몽같은 270도 턴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다시 왼쪽 헤어핀을 90 km/h 이하의 저속으로 선회해야 하고, 헤어핀을 지나자마자 다시 90도 이상 왼쪽으로 선회하면서 가속을 해야합니다. 이렇게 복잡하고 여러가지 변수가 예상되는 첫번째 복합 코너덕분에, 상하이 써킷엔 젊고 용기있는 감각적인 드라이빙 능력, 타이어 관리 능력이 모두 요구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상당히 까다로운 첫번째 복합 코너는... 직선주로가 끝나고 강하게 브레이킹해야 하는 코너, 특히 레이스 스타트에서 첫번째 만나는 코너치고는 비교적 추월이 쉽지 않은 코너지만... 라인이 결코 좁지 않고 약간의 실수가 일어날 변수가 많기 때문에 여러가지 이벤트(?)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B. sector 2 : turn 06 ~ turn 10 무난한 우회전 코너 turn 05를 지속적인 가속과 함께 통과하면 섹터 2가 시작됩니다. 섹터 2의 첫 코너인 turn 06은 300 km/h에 육박하던 속도를 80 km/h 이하로 감속시켜야 하는 헤어핀으로... 감속량만 가지고 생각한다면 좋은 오버테이킹 포인트가 됩니다. 하지만, 앞선 가속 구간이 한 개의 완만한 코너를 포함하고 있고 비교적 직선 구간이 짧기 때문에, 이상적인 추월 구간이긴 하지만 살짝 아쉬움이 남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월이 일어날 확률은 turn 01보다 더 높은 코너기 때문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어지는 turn 07, 08은 좌/우로 이어지는 고속 슬라럼의 느낌이 있는 구간인데요... 선회 폭이 크고 속도가 빠르므로 3.0G 이상의 G포스가 우/좌로 발생하게 됩니다. turn 07, 08, 09로 이어지는 세 개의 코너는 딱히 감속 구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떻게 빠른 속도를 잃지 않으면서 점차 느린 속도로 각각의 코너를 공략하느냐가 관건이 됩니다. 특히 머신을 원하는대로 컨트롤면서 마지막 turn 09에서도 100 km/h 이상의 속도를 유지해야만, 이어지는 섹터 2의 마지막 코너인 turn 10에서 충분한 가속을 할 수 있겠죠. turn07, 08에서의 속도와 09, 10에서의 감속 및 속도 유지 여부에 따라 turn 09 - 10에서 오버테이킹이 일어날 확률도 적지 않습니다. 연달아 두 번의 좌회전인 turn 9, 10을 지나며 가속을 하고 나면 짧은 직선 구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C. sector 3 : turn 11 ~ turn 16 시속 250 km/h 이상 가속한 상태에서 만나는 헤어핀 turn 11에서 만나는 섹터 3의 첫 구간은 마치 turn 01 ~ 04의 복합 코너를 뒤집어놓은 것같은 느낌의 복합 코너입니다. turn 11에서는 일단 90 km/h 이하의 속도로 왼쪽 헤어핀에 들어섭니다. 이론상은 이곳도 ( 짧은 ) 직선 주로 후의 헤어핀으로 추월 포인트가 될 수 있겠지만... 직선 구간이 너무 짧고 상대적으로 감속량도 많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지간해서는 이곳에서 추월 장면을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그러나 2010 시즌 초반엔 '어지간한' 머신들이 함께 달리고 있으므로 -_-; )
turn 11을 지나자마자 바로 오른쪽 270도 턴 구간이 이어지는데 270도 턴의 맨 앞에 만나는 오른쪽 헤어핀이 turn 12, 이어지는 보다 완만하게 가속하면서 오른쪽으로 나가는 후반 구간이 turn 13으로 불립니다. ( turn 12, 13은 사실상 하나의 코너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 turn 13을 빠져나오면서 머신의 컨트롤이 제대로 됐다면 240km/h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데, 이어지는 구간이 상하이에서 가장 긴 직선 구간이므로 turn 13의 탈출은 그 어떤 코너보다 중요합니다. 속도도 속도지만 270도의 우회전 가속 과정에서 프론트
turn 13을 탈출해 turn 14에 이르는 긴 직선구간에서는 320km에 육박하는 속도를 내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turn 14의 헤어핀에서는 80 km/h 이하로 속도를 줄여야 하므로 turn 14 직전에 각 머신은 200m 남짓의 거리에서 무려 240 km/h에 이르는 감속을 해야 하는데, 덕분에 turn 14가 상하이 인터내셔널 써킷에서 분명하게 가장 좋은 추월 포인트가 됩니다. 그와 함께 심한 가속에 따른 타이어와 브레이크의 부담도 크기 때문에, 레이스 초반의 무거운 머신으로 타이어와 브레이크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상하이를 완주할 자격이 있는 드라이버인지가 가려진다고 할 수 있죠.
turn 14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보인 비행접시부대 같은 상하이의 특징적인 조형물을 끼고 헤어핀을 돌아나가면 완만한 오른쪽 코너인 turn 15( 사실상 turn 14와 하나로 보시면 됩니다. )를 지나 가속을 계속하고, 약간의 언더스티어를 감수하면서 turn 16을 150 km/h 이상으로 빠르게 공략하게 됩니다. turn 16에서 어떤 라인을 타면서 얼마나 빠른 속도를 냈는가에 따라서... 마지막 홈 스트레이트를 따라 스타트/피니시라인을 지나게 되는데, turn 13만큼은 아니지만, turn 16의 공략 속도도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상하이에서는 turn 14, 15를 끼고 있는 비행접시 모양의 조형물( 그늘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과 홈 스트레이트의 두 개의 대들보같은 조형물( 아래 사진과 같은 )이 써킷의 특징적인 모습인데요, 개인적으로 홈 스트레이트의 조형물은 영 보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turn 14, turn 15의 관중석에 위치한 조형물 쪽이 훨씬 맘에 드는 것 같네요.
지금까지 설명했던 상하이 인터내셔널 써킷의 특징을 다시 한 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른바 '틸케 스타일'이 잘 반영된 현대적인 써킷 - 특히 드라이 컨디션에서 타이어에 부담이 굉장히 많이 가는 써킷 ( 올 시즌처럼 레이스 스타트 때 머신의 무게가 무겁다면 타이어의 관리가 더더욱 중요해지는... ) - 드라이버에게 까다롭고 많은 변수를 만들어낼 특징적인 270도 턴을 포함하는 복합 코너가 두 개 - 1.2 km에 달하는 긴 직선주로 끝에서 만나는 헤어핀 turn 14가 최고의 추월 포인트 - turn 01, 06, 09( 만에 하나 11;; ) 도 추월 시도나 접촉 등 다양한 이벤트(?)를 기대할 수 있는 주목할만한 코너 - 기록만 봤을 때 상하이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던 드라이버는 > 2007년 17그리드에서 출발해 4위, 2009년 폴투윈을 차지한 Vettel > 2007, 2008 2시즌 연속 폴 포지션에 2008년 폴투윈을 차지한 Hamilton > 2004~2008 5시즌 동안 4위 이상을 기록했고, 2005년 폴투윈을 차지한 Alonso
상하이는 세팡처럼 날씨를 꼭 걱정해야 할 수준은 아니지만, 추적추적 뿌리늣 빗방울 때문에 많은 드라마를 연출했던 써킷이기도 해서 약간의 날씨의 변수도 있긴 합니다. 올 시즌에도 비가 내릴 수 있다는 예보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어떤 날씨의 변수가 더해질지도 궁금하네요. 어쨌든, 비가 온다면 이제 '새로운 레인마스터'에 도전하는 베텔과 전설의 '레인마스터' 슈미에게 약간의 어드밴티지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 사심을 잔뜩 섞어서 ) 베텔이 세팡에 이어 두 그랑프리 연속 우승을 차지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