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얘기/diary / family 2010. 3. 22. 08:31
지난 주말 아주 오랜만에 경춘선 기차를 타고 춘천에 다녀왔습니다.
춘천에 부모님이 살고 계셔서 춘천에는 종종 가지만,
기차를 타고 가본 건 굉장히 오랜만입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춘천행 기차를 탄 덕분에 오랜만에 알게된 몇 가지 일들이 있는데,
우선, 청량리 역에 가보니 이전의 아담한 역사가 아니라 거대한 민자 역사가 들어섰더군요.
얼마 전에 새 역사로 옮겨서 아직까지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입점도 많이 되지 않아서 을씨년스러울 법도 한데,
MT를 가는 어린 대학생들이 허전한 역사를 가득 메워져서 생기가 돌기는 했습니다.
이전처럼 청량리역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MT를 준비하는 풍경이 넓은 역사 안 로비로 옮겨진 것 같더군요.
하지만, MT 가는 대학생들 덕분에 '춘천가는 기차'는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습니다.
왠지 대학생들의 모습도 이전에 내가 기억하고 있는 풋풋한 청년들의 그런 모습이 아니기도 했고요.
이제 나이를 먹어가는 건지, 기차 안에서 왔다갔다 부딪히고 크게 떠들고...
여러 모로 사람 불편하게 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영 보기에 좋지 않더군요.
가평과 강촌 역을 지나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내려 '고즈넉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곧 종착역에 닿았습니다.
이번에 표를 사면서 알게 된 건데...
꽤 오래 전부터 춘천역으로는 기차가 다니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춘선의 종착역은 춘천역이 아닌 남춘천역인데,
그나마 앞으로의 경충선 전철화를 앞두고 추억이 서린 옛 역사를 아예 버리고,
새로운 위치에 남춘천 역이 들어설 예정이랍니다.
경춘선이 전철이 되고 나면, 유행가 가사처럼 낭만적인 춘천가는 기차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춘천 시외 버스 터미널에서 동서울 터미널까지 직통으로 연결되는 버스를 이용했는데,
경춘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서 한 시간 15분만에 서울에 도착하더군요.
신림에서 춘천까지 기차를 타고 갈 때 지하철에서 한 시간 기차로 두 시간 해서 총 세 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돌아올 때는 직통 버스와 지하철을 다 합해서 두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춘천에 갈 때는 당분간 버스를 애용하게 될 것 같네요.
새로운 고속도로가 뚤리고, 새로운 복선 전철이 생기는 것도 다 좋지만...
어린 시절 알고 있던 추억의 춘천가는 기차를 볼 수 없게 된다는 건 서운한 느낌입니다.
왠지 눈 한 번 깜빡하면 옛 추억이 서린 무언가가 하나씩 없어져 가는 것 같네요.
'살아가는 얘기 > diary / fam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안드로이드 SDK를 만지고 있습니다. (0) | 2010.03.31 |
---|---|
케로군의 KB카드 신용카드 정보가 유출되었다더군요. (8) | 2010.03.26 |
iPhone과 기상청 발표 날씨 정보의 차이 (6) | 2010.01.13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 | 2009.12.31 |
메리 크리스마스~~!! (0) | 2009.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