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얘기/issue / gossip 2010. 2. 26. 09:04
2주 전부터 열리고 있는 벤쿠버 올림픽 덕분에 요즘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아도 피할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의 성적이 유난히 좋아서 그런지...
무려 동계 스포츠 강국(?)이란 엄청난 얘기가 나오더군요.
실적을 놓고 보면 꼭 틀린 얘기도 아닙니다만,
그런 얘기에 씁쓸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는 건...
메달 기준 평가로 70~80년대의 동구권 국가들이 스포츠 강국일 때의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스포츠만 잘하는 인간을 '만드는' 이른바 엘리트 체육의 결실(?)이라고나 할까요?
구 동구권들이 무엇 때문에 어떻게 엘리트 체육을 지원해서 어떤 결실을 냈는지...
나이 서른 넘기신 분들 중에는 아마 기억하고 있는 분도 계실 겁니다.
지금이야 그런 느낌을 가진 나라가 거의 없지만... 참 씁쓰름한 냉전 시대의 기억이죠.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스포츠에 대한 관점은 구 동구권의 엘리트 체육과 얼마나 다른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긋지긋한 올림픽 얘기, 메달 얘기( 아무리 좋은 얘기라도 좀 적당히 해야... -_- )를 피해 보게 된 어느 프로그램에서
'스타'가 되길 꿈꾸는 피겨 스케이팅 꿈나무의 얘기를 보게 되었는데,
일면식도 없는 이 어린 선수의 얘기를 보는 동안 내내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성적으로 보면 상당히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인데도 불구하고
스폰서나 지원 없이 자비로 모든 걸 다 충당해야 되는 어려운 경제적 여건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국 대회 중에도 가족 빼고는 관객이 거의 없는 텅 빈 객석에 선수들끼리 선물을 준비해서 주고 받는 모습에다가...
( 더 부끄러운 일이지만 전국 체전 등에서는 관객석을 '동원해서 채우던' 시절도 있었죠. )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아 김연아만을 꿈꾸는 어머니들의 안타까운 '또 다른 형태의 치맛 바람'.
거기에 더 안타까운 것은.... '기초적인' 학교 수업조차 받지 못하고 운동에만 매친해야 하는 선수들...
방송을 보는 내내 모든 게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성공하면 대박이 될지 모르겠지만, 저러다 실패하면 잉여 인간으로 남으란 소리인지...
소수 몇 명의 스타를 위해 다수가 말 그대로 인생을 바쳐 희생하는 엘리트 체육의 단면이 그대로 보이더군요.
이런 학교 체육을 통해서 성장했고, 그것 밖에 모르고 올림픽에까지 나가서 성적을 내는...
그나마 골인 지점에 도착한 스타들( 그들 또한 실패했으면 어쩔 뻔 했습니까 )을 볼 때 맘이 편할 수가 없습니다.
무려 '동계 스포츠 강국'을 이야기 하기 전에...
어떤 선수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초적인 교육'을 충실하게 병행하고...
인간답게 성장하는 건전한 방법의 하나로서의 '스포츠'가 보편화된 기반 위에서...
더욱 잘 하는 누군가가 발굴되어서 잘 하면 올림픽에서 메달도 딸 수 있고...
이런 뒤에야 비로소 맘 편히 스포츠 스타를 보면서 기뻐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 그런 상황이 되면 당분간 현재 방송들이 떠벌리기 좋아하는 실적 면에서는 분명 형편 없어지겠죠. )
과거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앞으로 우리나라의 체육/스포츠 정책이... 이런 실적 올리기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고 건강하게 사는 기초적인 운동 환경을 먼저 구축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정한 스포츠 강국이 되도록'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엘리트 체육을 통해 성장해서 1등이 된 사람만 기억하는
( 모 유행어를 흉내내자면 ) 더러운~~ 스포츠 세상의 열악한 환경에서 시련을 딛고 자라나서
이제는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오른 한 명의 피겨 스타가 오늘 마지막 경기를 한다는데...
( 사실 피겨 자체는... 도통 잘 모르겠습니다. 흥미도 잘 생기지 않아서 잘 보게 되지도 않고... )
어쨌든, 그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에 집착하는 다짐 대신 '즐기면서 한다'는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니...
적어도 이 사람에겐 참 잘됐구나, 그나마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 사람이 어찌 1등을 바라지 않겠습니까만, 1등만을 노리는 것과 즐기며 지향하는 1등은 왠지 다른 느낌이죠. )
기왕에 그 자리까지 간만큼,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부디 성적에 따라 이러쿵 저러쿵 하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네요.
일이 잘 풀리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노력의 보상을 얻은 것이니 축하해주고...
행여 실수가 나오고 나쁜 결과가 나오더라도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면서 승자를 축하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선수란 1등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계가 아니라, 스포츠를 하며 세상을 살아야 하는 한 명의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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