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첫 포스팅입니다. 한 해가 마무리 되었으니 2009년의 영화(?)도 정리해봐야겠고... 연말연시 연휴를 맞아 보았던 영화들에 대한 포스팅도 빼먹지 말아야겠죠. 새해를 맞아 새로운 기분으로 영화 관련 글의 포맷도 조금 정리를 해 볼 생각입니다.
그 첫 번째로 이야기할 영화는 최동훈 감독, 강동원 주연의 "전우치"입니다.
새해들어 처음으로 감상한 전우치는 오랜만에 CGV가 아닌 롯데시네마 신림점에서 감상했습니다. 실은 연초에 자리를 구할 수 없다보니 집에서 가까운 극장에서 현장 예매를 할 수 밖에 없기도 했지요. ( 무려 1월 1일 저녁 시간에 봤다지요. ) 미리 예매할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던... 그러니까 그다지 기대하지 않고 극장을 찾았는데... 영화를 보는동안 연신 탄성과 웃음이 나올 정도로 신나고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감독과 연출
전우치는 최동훈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입니다. 데붸작이었던 2004년 '범죄의 재구성'은 데뷔작답지 않은 완성도로 호평을 받았고 2006년 '타짜'도 평단에서 좋은 평을 얻으며 흥행에도 성공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어왔지요. 특히나 이야기의 짜임새가 인상적이었던 범죄의 재구성에 이어 이번 전우치에서도 각본을 겸했습니다.( 타짜의 경우엔 원작자인 만화가 허영만님이 각본을 맡았습니다. )
전우치의 각본과 연출은 전작들의 색깔이 엷게 드러나지만 분명한 차이도 있습니다. 전작들이 어느 정도 두뇌 스릴러로서의 비중이 강했다면, 전우치의 경우엔 확실하게 액션 히어로물의 장르적 관습에 비중을 두었습니다. 물론, 몇몇 장면이나 몇 가지 구성에서는 ( 꼭 그만의 것은 아니더라도 ) 감독의 취향이 잘 드러나기는 하지요. 전작들과 확연히 다른 장르에 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출력이 크게 빠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전작들의 두뇌를 자극하는 구성이나 빈틈 없는 편집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이 분명합니다.
배우와 연기
전우치에는 이제 '최동훈 사단'이라고 불릴만한 익숙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두 전작에 모두 출연했던 백윤식과 김윤석이 제대로 된 연기로 기둥을 확실히 잡아주고, 무엇보다 돋보이는 신선3인방 김상호, 주진모, 송영창 세 배우의 조연이 재미를 더합니다. (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저 신선3인방이 대부분의 웃음을 선사하지요. ) 연기에 대해서라면 꼭 언급해야 하는 것은 화담 역의 김윤석의 연기입니다. 한 마디로 절정에 달한 연기로 업그레이드판 아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초랭이 역의 유해진 역시 타짜에서와 마찬가지로 주인공의 파트너 자리를 충실히 채워줬습니다.
위 다섯 명의 연기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이견이 없겠지만, 주연 강동원의 연기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일단 케로군의 경우엔 강동원이 너무 멋있어 보이고 예뻐 보이려고(?)하지 않는 망가지는 연기가 맘에 들었습니다. 전우치라는 캐릭터가 어떤 의미에서는 안티 히어로적인 성격이 있는데... 그에 걸맞는 모습이더군요. 원래 강동원이라는 배우 이미지가 영 아니었는데... 이 영화 통해서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반면, 임수정의 경우에는 충분히 입체적일 수 있는 역할을 맡았지만, 결과적으로 임팩트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볼거리와 이야깃거리
최동훈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전우치의 경우엔 와이어 액션과 CG가 많이 등장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CG의 경우엔 상당히 눈에 걸리는 장면이 많습니다. 요괴의 CG는 확연하게 영화의 색과 구분되고... 극 후반 불 CG는 영 아니올시다...였습니다. 전우치의 도술이 상당 부분 CG에 의존하는데... 완벽하다고 할 만한 CG는 거의 보이지 않더군요. 낙제점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우치의 CG는 전반적으로 평균 이하였던 것 같습니다.
다행이라면, 이 영화가 CG로 베팅하는 영화는 아니라는 점이지요. 이야기와 연출, 연기가 잘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CG의 어색함이 머릿 속에 오래 남지 않는 한 편, 전우치의 도술이 그림 동화 같은 느낌도 있어서 어떻게 보면 약간의 어색함이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물론 CG는 용서한다고 해도 영화의 색감이 전작이었던 타짜에 비해 많이 후퇴한 것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현상 잘못한 것처럼 채도가 떨어지는 화면만큼은 어떻게 좀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 그런 화면을 보여 준 예고편 때문에 영화를 안 보려고까지 생각했었으니... )
종합하자면...
전우치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재밌고 신나는 영화입니다. 복잡한 생각하지 않고 볼만한 영화에다가 몇몇 캐릭터는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기대를 많이 하지 않고 본다면 충분히 재밌을 영화로, 평론가들에겐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평범한 영화 관객에게라면 강력히 추천하고 싶네요. 각 부문별로 케로군의 개인적인 평점을 준다면 다음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