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새해 들어 두번째로 감상한 영화는 '락,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를 감독한 가이 리치( Guy Ritchie ) 감독이 연출하고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Robert Downey Jr. )가 쥬드 로( Jude Law )와 짝을 이룬 "셜록 홈즈( Sherlock Holmes )"였습니다.
셜록홈즈는 지난 해부터 많이 기대했던 작품이기도 해서 실은 전우치보다 먼저 예매하기도 했었는데, 의외로 디지털 상영관이 많지 않아 신도림 CGV 스타관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상영관에서 디지털 상영이 가능한 영등포 CGV 같은 곳에서는... 앞으로는 왠만하면 디지털 상영 좀 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ㅠ.ㅠ
감독과 연출
가이 리치 감독은 장편 데뷔 두번째 작품이었던 1998년의 '락,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나 2000년의 '스내치'로 케로군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줬던 연출자지만, 실제로는 그 외의 작품은 왠지 찾아보지 못한지라 그 이후의 필모그래피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 감독입니다. 스내치 이후 10년 동안(!)의 연출작들은 찾아보지 못한 셈이네요. 그래도 위 두 작품의 경우 독특한 카메라 워크, 그레인 가득한 화면, 이야기의 재구성 등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셜록 홈즈에서도 그와 같은 특징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는 점만은 짚어낼 수 있었던 게 다행인 것 같습니다. 느릿하다가 갑자기 빠르게 속도감 있는 연출을 하는 것이 그의 특징이자 장점이라 할 수 있지요.
문제는 이번 작품 셜록 홈즈에서는... 앞서 언급한 두 작품에서 보여줬던 10년 전의 재기 넘치는 연출 스타일이... 그 겉모습은 비슷했지만...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점점 늘어지더니 끝내 하품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예전에 모짜르트가 찾았던 오스트리아의 얘기였던가요? 왕이 세 번 하품을 하면 그 공연은 중단해야 했다고 했는데 케로군은 수면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영화 중 후반에 세 번이나 하품을 하고 말았습니다. ( 물론 케로군이 오스트리아 왕이 아니니 큰 문제는 아니겠습니다만... -O- )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는 이야기가 지루하게 늘어진 이상 어떻게든 연출에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겠네요.
배우와 연기
셜록 홈즈의 타이틀롤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오랜 시련(?)을 딛고 2008년 '아이언맨'으로 부활한 이후 괜찮은 행보를 보이고 있지요. 특히 확실한 재기작으로 대성공을 거둔 아이언맨의 이미지가 매우 강력한데... 감독이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셜록 홈즈에서도 아이언맨의 이미지가 꽤 많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영국 소설을 바탕으로 영국을 배경으로 영국인들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아무리 지적인 이미지고,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뉴욕 출신 배우의 미국스러움(?)은 지워지지 않더군요.
반면 셜록 홈즈의 파트너로 등장하는 쥬드 로는 꽤나 색깔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이언맨의 이미지에 푹 빠져 있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보다는 그렇게까지 큰 히트작이 없는 배우라서인지 나름 연기의 폭이 넓어 보이더군요. 왓슨의 캐릭터도 셜록 홈즈의 캐릭터보다는 좀 더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블랙우드 역을 맡아 '스트롱'한 연기를 보여 주려고 노력한 마크 스트롱( Mark Strong )도 주요한 상대역인데, 이야기의 흐름상 카리스마가 넘쳐야 하지만, 배우 자체가 발광하는 아우라는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케로군이 매우 재밌게 감상했던 '바디 오브 라이즈'에서 보여줬던 하니의 카리스마가 있었으면 아쉬움이 남네요. 얼굴마담(?)으로 등장한 레이첼 맥아담스 역시 매력적일 수 있는 캐릭터를 밋밋하게 소화한 것 같고... 위 네 명의 캐릭터를 빼면 이렇다할 이미지가 남는 배우가 없는 것이 헐리우드 대작답지 않게 소박합니다.
볼거리와 이야깃거리
영화의 볼거리는 냉정하게 얘기하면 예고편이 전부입니다. 관객에게 어필해야 할 주요 CG와 액션 씬은 이미 예고편에서 다 소개가 되었고... 이야기의 흐름도 평범한 액션 영화의 장르적 틀을 지키는 가운데,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것을 뛰어넘는 특징적인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19세기말 런던의 모습을 그려내고 탐정이라기보다 액션 히어로 같은 이미지를 연출하는 액션이 ( 아마도 ) 제작자가 원한 마케팅 포인트같은데... 솔직히 토박이 한국인에게 19세기말 런던은 그닥 매력적이지 않은데다가... 보통의 액션 히어로물에 비해 심하게 밋밋한 액션 연출은 결코 볼거리가 되어주지 못하더군요. 물론, 원래 셜록 홈즈를 사랑하고 영국의 옛모습에 향수를 가진 미국인이라면 이 모든 게 용서되겠지만요...
또, 셜록 홈즈의 추리와 미궁의 사건이 한 순간에 풀리는 모습이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축이 되어야 하는데, 애시당초 처음부터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미스테리와 뻔한 결론까지 스릴러다운 매력이 없다보니... 연출력의 부족이든 이야기의 힘이 부족한 것이든 한마디로 재미가 없어져 버리네요. 단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다운( 양으로 커버한 ) 탄탄한 구성과 장면 묘사가 이 단점들을 힘겹게 버텨줄 뿐입니다.
종합하자면...
한 시간 반 안에 꾸겨넣었어야 할 이야기가 두 시간 넘게 늘어져버린 힘이 부족한 연출과 충분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아이언맨의 이미지에 발목이 잡혀버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주연 연기, 그리고, 예고편 이상의 볼거리가 전혀 없는 영화인 덕분에... 바로 하루 전에 감상했던 ( 영화의 완성도에선 오히려 크게 부족한 ) 전우치의 반의 반만큼도 재미가 없어버렸네요. 위의 단점이 눈에 걸리시는 분들에게라면 절대 추천할 수 없는 영화가 되겠습니다. 앞선 전우치의 경우와 같은 포맷으로 셜록 홈즈의 평점을 주면 다음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