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F1 2009 시즌의 16라운드 브라질GP가 인터라고스에서 펼쳐집니다. 인터라고스는 최근 몇 년 동안 최종 라운드가 펼쳐졌던 곳으로 특히 지난 2007, 2008 시즌에는 마치 각본을 쓴 것처럼 숨막히는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졌던 곳이죠. 시즌 마지막까지 WDC( World Driver's Championship )가 결정되지 않았던 접전의 결과기도 했는데, 올 해 역시 두 번의 그랑프리를 남겨두고 아직 WDC의 향방이 가려지지 않은지라... 작년, 재작년과 같은 또 한 번의 드라마가 연출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브라질GP를 앞두고 지난 두 시즌 극적이었던 막바지 상황을 다시 조명해 보려고 합니다.
2007 시즌 두 번의 그랑프리( 상하이, 인터라고스 )를 남긴 상황부터 드라마는 시작됩니다.
"해밀튼( 107 ) - 알론소( 95 / -12 ) - 키미( 90 / -17 )"
맥라렌의 해밀튼이 크게 앞서 나가는 가운데 알론소와 키미가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고 있던 상황이었죠. 상하이에 앞서 펼쳐진 15라운드 일본GP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해밀튼은 상하이에서 2위만 차지하면 WDC를 확정짓는 매우 유리한 상황이었던 데다가 16라운드 중국GP 퀄리파잉에서 폴 포지션을 차지하면서 상하이에서의 챔피언 등극 전망을 밝게 했었지요.
하지만, 일요일 레이스에선 비가 변수가 되었고, 타이어 문제로 위태위태하던 해밀튼은 결국 30랩에서 피트로 들어가던 중 어이 없이 진입로를 이탈 결정적인 상황에서 예상치 못했던 2007 시즌 첫 리타이어를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그 와중에 키미와 알론소가 나란히 체커기를 받으면서 순위 싸움은 한층 더 재밌어집니다.
2007 중국 그랑프리 결과 1. 키미 +10 ( 100 ) 2. 알론소 + 8 ( 103 ) Ret. 해밀튼 +0 ( 107 )
"해밀튼( 107 ) - 알론소( 103 / -4 ) - 키미( 100 / -7 )"
17라운드 브라질GP에서도 해밀튼은 알론소가 우승할 경우 3위, 키미가 우승할 경우 5위로만 결승선을 통과하면 WDC를 차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WDC의 1순위는 해밀튼이었고, 키미의 우승 가능성은 매우 낮았습니다. 하지만, 2007 시즌 초중반부터 분란을 일으켰던 알론소와 해밀튼의 갈등이 막판에 변수로 작용하게 되지요.
퀄리파잉에선 마싸가 폴포지션을 차지해서 선두에서 출발하게 되었고... 해밀튼이 2그리드, 키미와 알론소가 그 뒤를 이어 각각 3, 4그리드에서 출발하면서 역시 해밀튼이 크게 유리한 것처럼 보였으나... 출발과 함께 키미가 해밀튼을 추월, 2위로 올라섰고... 3위만 유지해도 문제가 없는 해밀튼이 알론소와 휠투휠 배틀을 벌이다가 브레이크 락이 걸리면서 코스 아웃! 곧 다시 트랙으로 복귀했으나 운명의 장난인지 복귀한 해밀튼의 앞에는 트룰리가... 해밀튼은 3스탑 작전으로 변화를 꾀했으나 끝내 레이스 후반 선두로 올라선 키미와 마싸의 백마커가 되며 7위로 레이스를 마무리하고 맙니다.
2007 브라질 그랑프리 결과 1. 키미 +10 ( 110 ) 3. 알론소 +6 ( 109 ) 7. 해밀튼 +2 ( 109 )
"키미( 110 ) - 해밀튼( 109 / -1 ) - 알론소( 109 / -1 )"
결국 알론소와 해밀튼의 양보 없는 경쟁과 갈등이 해밀튼의 챔피언십을 날려버린 셈이되었고 불과 두 그랑프리 전만 해도 WDC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던... 한 가지 희망만이 남았던 키미는 두 그랑프리를 모두 우승하고 해밀튼이 부진한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면서... 1~3위가 단 1포인트 차이로 갈리는 F1 사상 최고의 접전 끝에 키미가 대 역전극의 주인공이 되었지요. 그렇게 인터라고스에서의 첫 번째 드라마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2008 시즌의 상황은 2007 시즌처럼 세 명이 경쟁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마싸와 해밀튼의 1, 2위 경쟁은 보다 치열했습니다. 두 번의 그랑프리를 남긴 상황에서 이미 키미가 경쟁 대열에서 떨어져 나간 상태였지요.
"해밀튼( 84 ) - 마싸( 79 / -5 ) [ - 키미( 63 / -21 ) ]"
2007 시즌의 대 실수로 챔피언십의 기회를 놓친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2008 시즌 17라운드로 펼쳐진 중국GP에서 해밀튼이 심적 압박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있었으나... 해밀튼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폴투윈을 차지했고 키미는 2위를 유지할 수 있어보였는데도 마싸에게 자리를 내 주어 논쟁의 소지가 생겼으나 ( F1에서 팀 오더는 금지된 상황이지요. ) 어쨌든, 큰 논란 없이... 스튜어드의 조사 없이 이 사건은 그대로 넘어갑니다.
2008 중국 그랑프리 결과 1. 해밀튼 +10 ( 94 ) 2. 마싸 + 8 ( 87 ) 3. 키미 + 6 ( 69 )
"해밀튼( 94 ) - 마싸( 87 / -7 ) [ - 키미( 69 / -25 ) ]"
팀메이트 키미의 도움으로 해밀튼과 마싸의 격차는 9점이 아닌 7점 차이가 되었고... 마싸와 해밀튼의 우승 횟수가 같았기 때문에 마싸가 우승( 10점 ), 해밀튼이 6위( 3점 ) 이하가 된다면 2007년에 이어 2008년에도 페라리가 극적인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스타팅 그리드는 마싸가 폴, 해밀튼이 4그리드로 해밀튼에게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2008 인터라고스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 것은 역시 날씨였습니다. 일유일 레이스는 시작부터 혼란이었습니다! 모든 머신들이 드라이타이어로 레이스를 준비하던 중 갑작스럽게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고, 출발을 10분 지연시키면서 모든 팀들은 인터미디어트 (웻) 타이어로 교체를 합니다. ( 드라이로 포메이션 랩을 돌았던 쿠비차도 결국 인터미디어트로 교체... )
갑작스런 젖은 노면의 첫 랩에서 몇 건의 사고가 펼쳐진 뒤, 세이프티카 출동! 세이프티카가 5랩까지 대열을 선도하는 동안 변덕스런 날씨는 다시 비를 멈췄습니다. 덕분에 11랩이 되기 전에 모든 머신들이 다시 드라이 타이어로 교체하는 동안 7그리드였던 베텔이 2위로 올라오는 등 순위는 뒤죽박죽이 되어버렸고, 각 머신들의 피트 전략이 안정을 찾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지요.
8랩을 남긴 63랩을 달릴 때 쯤에는 모든 머신들이 ( 계획된 ) 마지막 핏스탑을 마친 상태로 마싸 - 알론소 - 키미 - 해밀튼 - 베텔의 순서였으나 다시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피트레인은 다시 혼란에 빠지고 4랩을 도는 동안 대부분의 머신이 인터미디어트로 교체를 완료했습니다. 그 와중에 드라이타이어를 고수하고 핏스탑을 하지 않은 글록이 4위까지 올라오면서 마싸 - 알론소 - 키미 - 글록 - 해밀튼 - 베텔의 순서가 되었습니다. 이대로 끝난다면 아직까지도 해밀튼이 WDC를 차지하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진짜 드라마는 마지막 2랩 동안 벌어집니다. 69랩에서 베텔이 살짝 실수한 해밀튼을 추월하면서 그대로 끝난다면 마싸가 WDC를 차지하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마싸가 흔들림 없이 선두를 유지한 두 랩 동안 베텔은 해밀턴의 공격을 꿋꿋이 버티며 5위를 고수했습니다. 해밀튼이 6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마지막 랩을 반 정도 도는 동안 40초 가량 앞서서 마싸가 체커기를 받자 페라리는 마싸가 WDC를 차지했다고 환호하며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지만... 마지막 몇 랩 동안 젖은 노면에서 고전하던 드라이 타이어의 글록이 헤메는 사이 베텔과 해밀튼이 모두 글록을 추월... 해밀튼은 결국 5위로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맥라렌 개러지는 마지막 코너에서 열광하지만... 뒤늦게 소식을 접한 페라리 개러지는 마치 천국에서 지옥으로 추락한 것처럼 비통한 상황에 빠졌지요.
2008 브라질 그랑프리 결과 1. 마싸 +10 ( 97 ) 3. 키미 + 6 ( 75 ) 5. 해밀튼 + 4 ( 98 )
"해밀튼( 98 ) - 마싸( 97 / -1 ) [ - 키미( 75 / -23 ) ]"
2008 인터라고스의 분위기는 현재 F1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편집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formula1.com/video/race_edits.html ( 앞으로 1년 정도는 위 URL에서 2008년도 브라질 GP 영상을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결국 2년 연속으로 WDC 1, 2위가 마지막 인터라고스에서... 그것도 1점 차이로 결정되었죠. 이렇게 인터라고스의 두 번째 드라마도 막을 내렸습니다.
2009 시즌의 인터라고스는 최종 라운드의 영광은 아부다비에게 양보했습니다. 2007, 2008 시즌과는 캘린더가 많이 마뀐 셈이지만... 마지막 두 번의 그랑프리를 남긴 상황은...
"버튼( 85 ) - 바리첼로( 71 / -14 ) - 베텔( 69 / -16 )"
세 드라이버가 우승을 노리는 상황이 왠지 2007 시즌과 겹쳐집니다. 뭐, 2007 시즌처럼만 된다면야... 베텔의 극적인 역전 드라마가 되겠지만... ( 그러고보니 버튼과 바리첼로 옹이 한 치도 양보 없이 챔피언십을 노리는 상황도 비슷... ) 과연 그런 극적인 드라마가 만들어지려면 인터라고스의 우승은 필수불가결합니다.
그런데... 이번 브라질GP... 우천 경기가 예상된다는군요. -_-; 엔진 때문에 고생할 줄 알았던 베텔이지만... '레인맨'으로 불리는만큼... 마지막까지 기적을 연출해 주길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마침 어제... 아부다비의 야스 마리나 써킷의 온보드 영상이 공개되었더군요. 보름밖에 남지 않은 레이스인데... 아직은 적응이 잘 되지 않네요. ( 피트에서의 진입로가 아주 독특합니다. )
어쨌든, 이곳 야스마리나에서의 마지막 그랑프리까지... 재밌는 상황이 연출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