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퀴즈왕'을 본 뒤 거의 한 달만에 극장을 찾아 '오우삼 (공동) 연출, 정우성 주연'이라는 나름 비중있는 부제가 붙은... 무협 영화 "검우강호"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오우삼 감독의 영화라면... 가장 최근에 극장에서 본 작품이 "미션 임파서블 2"였으니까, 극장에서 만나는 건 근 10년만이네요. ( 헉, 그러고보니... 미션 임파서블 2가 벌써 10년 전 영화 -O- ) 어쨌든,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극장을 찾아서 그랬는지... 굉장히 뻔하고(?) 특징이 많지 않은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케로군은 재미있게 감상한 편이었던 것 같네요. 케로군에게 어떤 점이 재밌었고, 어떤 이야깃 거리가 있었는지는 아래 숨긴 글 속에서 다뤄보겠습니다. (
아래 숨긴글 속에는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내용이 다수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
오우삼의 영화?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같은 홍콩 시절 영화나 브로큰 애로우, 페이스 오프, 미션 임파서블 2같은 헐리우드 시절 영화까지... 오우삼 감독의 영화는 분명한 색깔이 있었습니다. 다소 뻔한 스토리 전개와 과도하게 폼을 잡는 액션 씬, 그리고, 약간 마초적인 주인공과 늘 등장하는 하얀 비둘기까지... 아, 이 영화는 오우삼 영화구나... 하는 독특한 연출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오우삼 감독도 최근 10년은 많은 변신을 꽤했던 것 같은데... 검우강호의 전작이었던 2부작 대하 사극? "적벽"의 경우에도 기존의 오우삼 감독의 스타일과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었죠. 이번 작품 '검우강호'에서도 비슷한 변신을 시도했다는 느낌인데, 일단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세우'가 여성이라는 점도... 기존의 남성 중심의 오우삼 영화와는 많이 다른 것 같네요. 많은 액션 장면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폼을 잡는다 싶은 장면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 것 같고, 오우삼의 전매 특허인 비둘기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작은 하얀새(?)는 한마리 등장하지만... 비둘기는 아니더군요. ^^
물론 오우삼 감독의 단독 연출작이 아니고 소조빈 감독과의 공동 연출작이라는 점도...
검우강호가 다른 오우삼 감독의 작품과 확실히 다르게 보이게 하는 요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공동 감독이 어느 정도 역할 분담을 했는지도 알 수 없고,
소조빈 감독의 영화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뭐라 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액션 장면에서 멋있게 보이려는 노력보다 보다 어색하지 않게 연출하려는 모습이나... 이야기에서 대의나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기보다 두 주인공의 '정'에 방점을 두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새로운 길을 가려는 감독의 의지가 담긴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네요.
그렇지만, 검우강호의 이야기 전개가 굉장히 뻔하다는 점만큼은 여느 오우삼 감독 영화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나름 반전(?)을 준비하고 있는 영화 후반부도... 영화 좀 보셨다는분들에겐 반전이라기 어려운? 다소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영화를 보러 가실 때는 이야기에서 어떤 감동을 느끼거나 놀라움을 경험하려고 기대하시기보단... 가벼운 팝콘 영화로서의 전형적인 무협 영화를 보겠다는 생각으로 가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우성의 영화?
위 포스터에서 볼 수 있듯이 국내에 홍보하는 '검우강호'의 주인공은 정우성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느껴지는 무게의 중심은 정우성보다는 양자경에게 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우삼 감독의 영화에서는 이례적인 여성 주인공의 영화인 셈인데, 정우성의 상대역을 연기한 양자경은...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젊은(?) 여성 역할을 잘 소화하더군요. 물론, 여성 배우 중에 탁월한 무술 연기는 말할 필요도 없을테고요...
그에 비해 정우성은 영화 전반부의 역할은 미미하기 그지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반전을 예상한 관객이라면 이 부분이 오히려 재밌을 수도 있겠는데, 속된 말로 '찌질해'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 연기를 아주 잘 한 다는 느낌도 듭니다. 아쉽게도(?) 국내에 소개된 시납시스에서는 반전을 기대할 수 없도록 정우성의 극중 배경을 다 설명해버렸는데... 영화 초반 정우성이 보잘 것 없게 등장하는 부분에서 관객들이 실망하지 않게 하려는 배려인 것 같습니다만, 아무리 봐도 시납시스에서 그 얘기를 다 발설해버린 건 역효과였던 것 같네요. 영화 후반부에 정우성이 이전까지의 보잘 것 없는 캐릭터에 숨겨왔던 무공을 뽐낼 때는 급 '정우성답게' 멋있어보이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숨어있는 무림 고수'의 느낌을 잘 드러내니까요.
정우성의 잘생긴 외모야 그렇다치고... 화려한 액션 연기와 나름 안정적인(?) 중국어 연기는 꽤 괜찮더군요. 검술과 무술 연기를 펼치는 정우성의 모습은 '중천' 같은 영화에서도 본 적은 있지만... 상당한 근접 촬영으로 대역을 쓰기로 어려운 장면도 잘 소화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 사실 이 영화의 대부분의 무술 장면이 대역을 쓰기 어려운 근접 촬영으로 되어 있더군요. '-' ) 중국어 연기의 경우에는 '무극'에서 장동건의 중국어 연기가 어색하기 그지 없던 것과 달리... 정우성의 중국어 연기는 본토 중국인 같지는 않더라도 충분히 어색하지 않을 정도는 되더군요. 이렇게 액션과 대사에서 어색함이 최소화되다보니... '무극'과 비슷한 다국적 배우들이 모인 무협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영화의 완성도가 무너져버렸던 무극과 달리 검우강호는 어느 정도 중심을 잘 잡는 느낌이었습니다. 정우성은 최근 왠지 액션 영화 주연으로 자주 등장하는 느낌인데, 검우강호의 무협 연기처럼... 영화마다 비슷한 느낌에 별다른 특징이 없다는 점이 다소 아쉽네요.
특징이 없다?
검우강호란 영화는 전형적인 무협 영화인데, 딱히 단점을 꼽기 어려운 영화인 반면, 반대로 뚜렷한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아쉽습니다. 특히, 오우삼 감독의 영화로서 기대되던 특징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다소 민망하거나 부끄럽게 폼을 잡는 장면이라도 좀 특징적인 장면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액션 연출에선 모든 배우들이 무협, 검술 연기를 잘 소화한 덕분에 무난하게 흘러가고, 대사는 대부분 더빙을 했는지 역시 어색함이 없었지만... 초반에 다소 복잡한 배경 이야기를 빠르게 처리할 때를 제외하고는, 이 영화에만 등장한다라고 할만한 느낌의 씬은 거의 하나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들, 어디선가 봤을 법한 장면, 어디선가 써먹었던 소재들 뿐이더군요.
케로군에게 검우강호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거의 '내가 고자라니...' 수준의 계속되는 고자드립과, 대만 배우 서희원의 훌러덩훌러덩 연기와 여문락의 시크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네요. 일단 주요 캐릭터로 전륜왕을 연기한 배우 왕학기는 중국에선 최고 수준의 지명도를 가진 배우라고 하는데... 환관 연기는 물론이고 영화 후반 진정 소심한(?) 캐릭터의 연기까지 잘 해주었습니다만, 다소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고자드립을 계속했던 게 민망하기도 하면서 웃기기도 했습니다. 서희원이란 배우는 케로군은 처음 보는 배우인데, 표독한 여성 캐릭터로 서슴치 않고 색계를 사용하도록 설정되었지만... 반복되는 훌러덩 훌러덩 씬에선 '청소년 관람가' 등급에게 맞게 엄격하게 노출의 수위가 조절 당하기도 하고, 영화 속의 다른 캐릭터들에게 은근 무시 당하듯 결정적인(?) 장면으론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표독스러운 면보다 어설프고 불쌍한(?) 면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네요. 굉장히 어려보이는 이 아가씨의 나이가 무려(?) 서른 넷이나 된다는 건 나중에 알았는데 상당히 놀랐습니다. 또 한 명 기억에 남는 배우인 여문락은 무간도 2, 3편에 나왔다고 하는데, 케로군은 1편만 봤었기 때문에 이전엔 본 기억이 없습니다. 어쨌든, '씨크한' 느낌이지만 여유로움 속에 강함을 숨긴 캐릭터로 암기를 사용한다는 설정이 재밌었고, 많은 대사가 없어도 표정 연기만으로 충분한 '씨크함'을 보여준 덕분에 인상이 깊게 남았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무간도 2, 3편이나 '나는 비와 함께 간다'도 찾아봐야겠습니다.
이렇게 특징이 없는 영화로서의 검우강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영화가 굉장히 '아니다'싶은 것으로 비춰질까 걱정이되는데요... 솔직히 케로군에게 검우강호는 굉장히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특징도 부족하고 오우삼 감독의 영향이 적었는지 오우삼스러운 면도 적었지만, ( 게다가 정우성을 보러갔을리도 없고... ) 오랜만에 만나는 정통 무협 액션으로, 어떤 대단한 이야기 전개나 특별한 장면을 기대하지 않고 볼 수 있는 영화였기에... 두 시간 동안 즐겁게 20년 전 스타일의 ( 그러나 화면은 깨끗하고 세련된 ) 영화를 팝콘과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예 정통 무협 액션 3부작으로 만들어서 빠르게 지나쳐버린 배경 캐릭터들을 더 자세하게 다뤘어도 됐을 법한 영화였는데 한 편으로 끝나버린 게 아쉽네요.
종합하자면...
케로군이 개인적으로 평가한 '검우강호'의 별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출 ★★☆ 연기 ★★★★ 영상
★★★ 재미 ★★★☆
작품성 ★★ 흥행성 ★★★ 완성도 ★★★
종합 평가
★★★
너무 전형적인 무협 액션 활극이고 특징이 많지 않아서 전체 평점이 높지는 않습니다만, 일단 재미있고, 연기도 괜찮다는 부분에 집중하셔서... 오래 전 기억을 떠올리며 중국 무협 영화를 '맘 편히' 보시려는 분들에겐 권하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나름 괜찮은 영화였는데, 주말 밤 시간에도 극장이 많이 썰렁했던 건... 무협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