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고 계신가요? 추석 연휴엔 명절 코미디로 가족 영화? 같은 걸 보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케로군도 월요일에 극장을 찾아 장진 감독의 신작 코미디 영화 "퀴즈왕"을 보고왔습니다.
장진 감독의 영화가 아주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든지 고민하고 머리를 싸매야 되는 종류는 아니기 때문에, 애시당초 가벼운 수다와 어설픈 캐릭터들의 향연을 기대하며 극장을 찾았는데... 정확하게 예상대로의(?) 스타일로 영화가 전개되어 아주 재밌게 극장문을 나섰습니다. 그러면 앞서 포스팅했던 아리에티와 마찬가지로 '퀴즈왕'에 대해서도 몇 가지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죠.^^ (
아래 숨긴글 속에는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내용이 다수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
가볍거나 혹은 나쁘거나
장진 감독의 영화는 꽤나 독특합니다. 일반 관객 누구나가 일반적인(?) 영화 어법과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고... 연극을 스크린으로 옮긴 것 같은 느낌을 받지 않는 이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연극 원작을 영화로 각색한 많은 영화 작품들이 있지만 그런 종류와도 분명하게 다릅니다. 덕분에 어떤 이들은 독특한 장진 감독의 영화 스타일(?)에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그런 '영화 같지 않은 영화 스타일'에 비난을 하기도 하죠.
장진 감독의 영화의 스타일이라면... 초기작품 중 하나인 킬러들의 '수다'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실없는 농담 같고 가볍기 그지 없는 수다가 가득합니다. 반면에... 보통 많이 얘기되는 깊이 있는 이야기나 영화적인 재미는 상대적으로 크게 부족하다고 할 수 있죠. 이런 것도 호불호가 갈린다고 해야하는진 잘 모르겠지만, 어떤 관객들에겐( 아마도 적지 않은 수의 ) 이런 장진 스타일의 영화가 썰렁하고 재미없는 연극의 비디오 촬영분으로밖엔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퀴즈왕도 기존의 장진 감독의 스타일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않습니다.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최근엔 '박수칠 때 너나라'나 '아들' 같은 다소 무게 있는(?) 작품과 '거룩한 계보'와 '굿모닝 프레지던트' 같은 전형적인 장진 스타일 영화를 번갈아 연출했었는데... 다소 무게 있는 영화가 나올 타이밍에 나온 또다른 장진 스타일의 영화는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에 훨씬 더 충실해지려는 시도처럼도 보이네요. 게다가 이전 작품들보다도 짧은 농담의 비중을 높이면서 덩치 큰 이야기의 비중은 줄였다는 느낌까지도 들더군요. 때문에 '퀴즈왕'을 통해 장진 스타일을 싫어하는 분들의 비판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던 것 같습니다. 물론 케로군은 이렇게 확실하게 가벼운 장진 스타일의 컬러가 더욱 맘에 들었으니... 영화에 대한 취향은 역시 사람마다 다른 것 같네요.
장진 감독은 전작인 '굿모닝 프레지던트'때부터 자신의 영화 속 이야기나 소재에서 너무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퀴즈왕' 속에선 여러 장면 현재의 정치 상황이나 사회적인 이슈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 너무 쉽게 보이니까 찾지 말라고 한 걸지도... ) 영화 중반 '헌법 제1조'를 맞추는 장면처럼 매우 가볍긴 하지만, 받아들인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하는 풍자의 농도만큼은 결코 부족하지 않았던 것 같네요.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면 충분한 것일 수 있겠지만... 냉정한 시선으로 본다면 주된 이야기 자체에 담긴 풍자는 더 부족해진 것도 사실이긴 하죠.
화려한 출연진? 하지만 다소 아쉬운 연기
'퀴즈왕'의 출연진은 매우 화려합니다. 이전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생각하면 등장 인물들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연기력만큼은 결코 떨어진다고 할 수 없는 중견 배우들과, 이른바 장진 사단의 화려한 출연진들이 '인해전술'로 그 간극을 메꾸고 있습니다. 장진 감독 역시 꽤나 비중 있는 조연으로 직접 등장하면서 상당한 런닝타임 동안 스크린에 얼굴을 드러내고... 영화 내내 핵심 등장 인물로 등장하는 김수로와 송영창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의외의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는 한재석은 다소 불만이긴 하지만... 그래도 참을만한 수준의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다만, 몇몇 젊은? 배우들의 연기는 종종 불안불안한 순간을 보여줬는데, 다행히(?) 감독의 연출 덕분인지 불안불안한 연기는 아슬아슬하게 위기의 순간을 넘어가더군요. 덕분에... 이건 아니다 싶은 수준의 연기는 끝까지 등장하지 않는데, 주요 출연진들의 믿을만한 연기력에 비하면 결과적으로 '퀴즈왕'에서 보여줬던 연기는 충분치 않았던 것 같네요. 장진 감독 자신도 조금은 연극 배우 같은 연기에서 벗어자니 못했던 게 어쩔 수 없었다면... 나름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던 김수로나 송영창, 류덕환 등 주요 배우들은 익히 알려진 배우들의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연기로 다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젊은 배우들 중에는 그나마 심은경의 연기가 은근 맘에 들었습니다. 작명 센스만큼은 돋보이는 '김여나' 라는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고 단순한 캐릭터긴 하지만 나름 인상이 강했던 '헨젤과 그레텔'에서와 완전히 색깔이 다른 연기를 잘 소화한 걸 보면... 이 아가씨의 발전도 은근히 기대가 됩니다. 류승룡, 장영남, 이문수, 이상훈 등 이른바 장진 사단 배우들은 튀지도 않고 밋밋하지도 않은 장진 감독의 연출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연기를 보여준 것이 좋았고... 단역으로 출연하는 '동치성' 역의 정재영, 신하균 등의 짧지만 인상 깊은 연기에도 좋은 평가를 해주고 싶습니다.
추석 가족 영화로 어울릴지...
케로군이 '퀴즈왕'을 감상할 때도 바로 뒷 좌석에 한 부부와 어린이가 앉았는데, 아마도 추석 가족 영화(?)를 생각하고 극장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영화가 야한 것도 아니고 폭력(?) 수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아서 등급으로는 관람 가능했던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격한 대사나 폭력 장면이 어린이들까지 볼 만한 것인가?라는 데에는 의문이 생기고, 무엇보다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수다와 풍자의 재미를 아이들이 이해할 수는 없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사실 '퀴즈왕' 말고 가족 영화로 볼만한 다른 영화가 이번 추석엔 잘 눈에 띄지 않기는 합니다. 이 영화가 가족 영화를 목표로 만든 게 아닌 건 분명하지만... 요즘 영화들의 과도한 심각함, 과도한 폭력성이나 선정성을 생각하면 그나마 나은 선택일지도 모르죠. 케로군도 간혹 추석 영화라고 등장하는 신파극이나 정체성이 모호한 멜로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합니다. 추석 가족 영화로 '퀴즈왕'을 추천하기엔 무리가 있긴 하지만 말이죠.
가족 영화라는 딱지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추석에 볼만한 영화로는 '퀴즈왕'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게 없는 영화, 딱히 감정을 자극할만한 씬도 없는 영화...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도 없는 영화면서 맘 껏 웃을 수 있는 영화... 명절을 맘 편하게 보낼 수 있기 위해서는 딱 이런 스타일의 영화가 좋지 않을까요? 과도하게 가벼운 수다와 농담의 장진 스타일에 부담이 없는 분들에겐 가장 좋을 선택이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영화 보면서 크게 실망하고 나중에 후회하시지 않으시려면... 이런 장진 스타일이 자신과 잘 맞는지 사전 점검(?)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
종합하자면...
케로군이 개인적으로 평가한 '퀴즈왕'의 별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출 ★★★☆ 연기 ★★★★ 영상
★★☆ 재미 ★★★★
작품성 ★☆ 흥행성 ★★★★ 완성도 ★★★☆
종합 평가
★★★☆
추석 명절에 가족과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신 후... 편하게 극장을 찾으시려는 분들 중에서 장진 스타일을 잘 알고 그 스타일이 맘에 드시는 분들이라면 강력 추천... 너무 가볍고 농담 덩어리인 영화를 싫어하시는 분들에겐 강력하게 비추천하는 영화가 '퀴즈왕'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