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이스토리 3( Toy Story 3 )" - 재미와 감동이 있는 애니메이션의 모범 답안

토이스토리 3가 개봉했습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이라면 이제 99% 신뢰가 가기 때문에,
예고편도 볼 필요 없이 극장을 찾게 되죠.
그리고, 픽사의 11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픽사의 장편 데뷔작인 토이스토리의 세번째 시리즈물이자,
현재까지 유일하게 픽사가 시리즈로 제작하고 있는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최신작을 놓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 미국보다는 조금 늦게 개봉한 "토이스토리 3( Toy Story 3 )"를
2D는 나중에 블루레이로 보겠다는 심정으로 3D로 관람하고 왔습니다.

명불허전, 픽사 유일의 시리즈물이 될만큼 자신 있는 토이스토리는...
이번에도 역시나 믿을만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터져나오는 웃음, 깊은 감동은 물론 기술적으로나 영화적으로도 상당히 의미있는 작품을 완성했더군요.
혹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만큼 훌륭한(?) 영화였던 것 같네요.
재미와 감동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은 어떤 것인가 누군가 질문을 한다면,
모범 답안이라고 할만큼 잘 만들어진 토이스토리 3에 대해 아래에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아래 숨긴글 속에는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내용이 다수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

감독과 연출

토이스토리 3의 연출을 맡은 리 언크리치 감독은
토이스토리 2,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에 공동 연출로 이름을 올렸던 픽사의 올드 멤버지만,
놀랍게도 이번 토이스토리 3가 그의 첫번째 단독 연출 장편 애니메이션이라고 합니다.
특히 토이스토리 3는...
토이스토리의 감독이자 픽사를 이끌고 있는 존 라세터가 시리즈 최초로 연출에 참여하지 않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 언크리치의 연출은 픽사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모험 활극으로서 신나는 액션이 연출되면서 관객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부분에서는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관객의 성격에 따라서는 손수건을 꺼내들게 만들 정도로 깊이 있는 이야기가 있지만,
조금 이야기가 무거워질 것 같으면 픽사다운 개그 코드와 재미있는 장면을 삽입하면서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죠.
이번 토이스토리 3는, 전작들로부터 각각 15, 11년이나 지난 시점에 만들어졌지만...
오랜 기다림, 세월의 흐름을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주요한 영화의 코드로 끌어들이면서,
더더욱 오랜 여운을 남기도록 만들어졌기에 감독의 연출력이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3D를 이용한 연출도 합격점입니다.
사실, 극장을 찾기 전에 3D의 활용이 너무 적다는 이야기를 간간이 들었었는데,
막상 극장에서 바라본 Toy Story 3의 3D 연출은... '너무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수준이라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바타나 앨리스 3D를 극장에서 보면서 3D가 신경쓰이지 않게 되기까지 15~30분 정도 걸렸다면
토이스토리3는 영화 시작 후 10분도 되지 않아서 3D든 2D든 전혀 신경쓰지 않게 되더군요.
( 물론 영화 본편에 앞서 상영된 6분짜리 3D 단편 'Day & Night' 덕분에 3D에 쉽게 익숙해진 점도 없지 않겠죠. )

토이스토리 3의 또다른 장점 중 하나라면, 발빠른 편집이었던 것 같습니다.
리 언크리치 감독이 다수의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편집자로 활약했던 경험을 살렸는지...
( 비록 토이스토리 3에선 편집자로 이름을 올리진 않았지만 )
굉장히 빠른 호흡으로 편집돼서 박진감이 상당했던 것 같네요.
진지한 순간에도 보여줄 것 다 보여주고 할 말 다하지만 결코 늘어지지는 않은 편집 덕에
103분의 꽤 긴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벌써 끝났나?'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산뜻하게 진행됩니다.

물론 아주 약간이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아서...
토이스토리 3가 영화적으로 아주 깊이있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 당연한 얘기겠지만 셔터 아일랜드나 인셉션과 토이스토리 3를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겠죠. )
픽사의 전작이었던 월-E나 업과 비교했을 때에도 깊이가 약간 부족한 부분은 아쉬운 점입니다.
( 그 아쉬움이 그다지 크지는 않기 때문에 영화의 다른 부분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는 있습니다. )
월-E에서나 업에서 한 명의 주인공에게 깊이 동화되면서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토이스토리 3는 왁자지껄한 캐릭터들 간의 소년적 동료 의식에 비중을 둔 덕분에...
정신 없이 영화의 내러티브를 따라가는 수 밖에 없었겠죠.
이런 와중에도 픽사다운 사회 의식과 문제 제기가 토이스토리 3에서도 조금이나마 비춰지는 건 그나마 다행입니다.
( 이런 느낌은 라따뚜이에서 시작된 것 같단 느낌이네요. )
여튼, 아주 작은 단점들을 빼고는 영화는 매우 훌륭하니 위의 단점들은 쉽게 무시하고 보셔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배우와 연기

당연히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황금 콤비인 톰행크스와 팀알렌이...
이번 토이스토리 3에서도 멋진 연기를 보여줍니다.
톰행크스의 우디는 초반 탈출의 모험과 동료들의 구출까지 이야기의 핵심적인 정서를 이끌어가고,
팀알렌의 버즈는 랏쏘에 의한 리셋에서부터 스페인어 버전의 엄청난 개그코드까지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책임지죠.
( 사실 가장 재밌었던 버즈의 스페인어 버전은 Javier Fernandez-Peña라는 스페인 성우가 담당했다고 합니다. )
우디의 다소 어수룩한 연기와 버즈의 랩을 하는듯한 대사가 있었던 덕에,
토이스토리 3는 깊이 공감이 가면서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토이스토리 3의 새로운 캐릭터로 주목할만한 두 캐릭터인 랏쏘와 켄은
각각 헐리우드 중견배우인 네드비티와 마이클키튼이 맡았는데...
특히 원조 배트맨이었던 마이클키튼이 연기한 켄이
배우의 날카로운 외모와 달리 애니메이션 속에서 능글맞은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재미를 더했던 것 같네요.
랏쏘 아저씨는 곰인형의 푸근함과 능글맞은 정치가의 목소리로는 적당하지만... 너무 평범했달까요?
( 네드비티 아저씨는 슈터 - 한국 개봉 제목 더블타겟에서 그 상원의원 연기를 했던 분이죠. )
여튼, 새로운 캐릭터들은 개성적이긴 하지만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의 연기에 그치지만...
또 그랬기 때문에 조연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것 같네요.

당연하게 전작부터 이어져온 앤디의 장난감 캐릭터들도 여전한 개성들을 선보이지만,
역시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의 캐릭터 연기에 그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긴 얘기를 할 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렇게 깊이 얘기할 게 없는 뻔한(?) 목소리 연기였다는 표현이
결코 연기력이 부족하거나 감상에 지장이 있었단 얘긴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의 성우 연기기 때문에 한계가 있고,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해서 제한적인 대사만을 읊어야하기 때문에...
토이스토리 3에서의 목소리 연기 정도라면 매우 훌륭했다는 평을 할 수 있겠네요.
영화 자체에 어울려 들어가는 목소리 연기로만 따진다면...
역시 괜찮은 목소리 연기로 올해 최고의 애니메이션 자리를 놓고 토이스토리 3와 경쟁할
'드래곤 길들이기'와 비교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단지,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할 말이 없을 뿐... ㅠㅠ



볼거리와 이야깃거리

토이스토리의 오랜(?) 주제가였던 "You've Got a Friend in Me"는
이번 토이스토리 3에서도 역시 여러 가지로 변형되면서 중요한 배경 음악으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엔딩에 사용되었던...
Gipsy Kings의 "Hay Un Amigo En Mí"라고 할 수 있는데요.
( 제목은 스페인어로 You've Got a Friend in Me와 같은 의미입니다. )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흘러나온 음악을 들으면서,
케로군은 'Live from Abbey Road ~ best of season one' 블루레이에서
음악 스타일이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는 집시킹즈의 음악인 걸 떠올리고 신기해했는데,
써니양이 이 곡이 "You've Got a Friend in Me"라는 걸 알려줘서 들어보니
정말로 같은 곡을 스페인어로 바꾸고 편곡만 집시킹즈 특유의 스타일로 했더군요...
이 노래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토이스토리 3의 사운드트랙을 앨범으로 사지 않을진 몰라도,
iTunes store에서 "Hay Un Amigo En Mí" 한 곡만이라도 구입할까 생각중입니다. ^^

토이스토리의 성공에 힘입어 픽사가 대성했고, 이후 픽사 애니메이션들이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다지만...
이번 토이스토리 3의 흥행 기록은 매우 놀랍습니다.
이미 북미에서만 토이스토리의 흥행 성적을 두 배 이상 뛰어넘었고,
조만간 토이스토리 2의 흥행 성적의 두 배도 가볍게 뛰어넘을 기세로 이미 시리즈 최고 흥행작이 되었는데...
이 기록은 픽사 애니메이션 중에 최고임은 물론이고( 이전 최고 흥행작은 '니모를 찾아서' 였습니다. )
미국 애니메이션 전체로 보더라도 슈렉 2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데다...
이제 북미 개봉 8주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 여러 가지 기록 갱신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토이스토리 3는 rotten tomatoes의 비평에서도 무려 99%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데,
올해 개봉된 영화 중에서 100개의 이상의 비평을 받은 영화 중에 단연 1위에 올라 있습니다.
( 토이스토리 3는 모두 235개의 리뷰 중에 단 세 개의 썩은 토마토를 받았습니다. )
이 수치는 '인셉션'이나 '드래곤 길들이기' 등 올해 평이 좋다는 영화를 앞서는 기록으로...
비록 100%의 평가를 받았던 두 편의 전작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 99%와 100%의 미묘한 차이라 이런 표현도 좀 애매하긴 하네요. )
비평의 숫자와 현재 개봉작이라는 의미에서는 오히려 값진 평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영화적으로 의미가 생기는 예전의 작품들이 뒤늦게 rotten tomatoes에서 평가받는 경우 비교적 평이 좋아지죠. )
그리고, 대부분의 평이 좋다라는 얘기는,
어떤 경우라도 딱히 이 영화를 나쁘게 얘기할만한 건수를 찾을 평론가가 거의 없다는 것으로...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의 선택에 아주 긍정적인 요소가 되어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종합하자면...

토이스토리 3는 올 시즌 만난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분명 가장 재밌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였습니다.
감동적이지만 마음이 그렇게 무겁지는 않고,
흥미롭고 신나는 액션 활극이지만 그렇게 생각 없이 가볍지만도 않은 균형 잡힌 애니메이션이죠.
딱히 애니메이션에 반감이 없는 대부분의 성인 관객들은 물론...
보통 애니메이션은 잘 보지 않는 일반 관객들에게도 토이스토리 3는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토이스토리 3를 어린아이들... 특히 10세 이하의 어린이들에게는 그닥 권하고 싶지 않네요.
딱히 애니메이션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단...
어린 나이의 관객들이 이 애니메이션에서 충분한 재미를 느끼기엔... 뭐랄까 정서를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하달까요?
실제로도 많은 어린 관객들이 영화를 지루해하거나 재미 없어하는 모습을 극장에서 많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물론 종종 재밌어하는 어린이들도 있었지만, 절반 이상은 재미없어하는 것 같더군요. '-'; )
그래서, 토이스토리 3는 자녀를 동반한 가족 관람보다는...
일정한 나이 이상의 관객들이 어린 시절과 성장의 기억을 떠올리며 보시기를 추천하는 쪽입니다.

올해 극장을 찾아 감상한 다른 영화들처럼 '토이스토리 3'에 별점을 준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연출 ★★★★☆
연기 ★★★★☆
영상 ★★★★
재미 ★★★★

작품성 ★★★
흥행성 ★★★★☆
완성도 ★★★★★

종합 평가 ★★★★


이래저래 말이 많았지만 토이스토리 3는 너무 잘만든 애니메이션입니다.
가족 관람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한 번 쯤은 꼭 극장에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 꼭 IMAX나 3D가 아니더라도... 물론 기회가 된다면 IMAX 3D도 좋겠죠. ^^ )
올 여름 마지막 대작이니만큼... 이번 주말에 다른 약속이 없으시다면
케로군이 강력 추천하는 토이스토리 3에 두 시간 정도 몸을 맡기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