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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어제 시사in을 통해서 손석희 교수님이 100분 토론을 떠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럴 것 같다, 그럴 것 같다는 얘기는 참 많이 돌아다녔지만...
이런 시국에, 이런 상황에 벌어진 일이다보니 찹찹한 심정이 많이 듭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그보다 하루 먼저 얘기가 나온 김제동 씨 사건보다
손석희 교수님의 일이 훨씬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을 어쩔 수 없네요.( 이것도 나이 탓일까요? )

사실, 젊은 시절 MBC 노조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구치소를 드나들던 청년 손석희와
지금의 손석희 교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 수준의 차이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 사회의 상위 1%에 속할만한 엘리트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방송 출연과 교수직으로 충분히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인만큼,
굳이 따지자면 지배 계급의 일원으로 살고 계신 분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석희 교수님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충분히 지배 계급의 나팔수가 되어 더 큰 권력을 맛 볼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반대편에서 엘리트 투사의 이미지로 더 큰 명예를 차지할 수도 있었을텐데도 불구하고
철저한 중립을 지키면서도 냉정한 비판을 포기하지 않는...
보기 드문 황금 분할에 성공한 분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나 러브콜이 많은 정치권을 여지껏 거부하고 계신 것도 놀랍습니다.
이제... 충분히 참을만큼 참으셨던 것 같기는 합니다만...
( 참다참다 떠밀리듯... 그가 정치계에 투신한다고... 지금 뭐라 그럴 사람이 있겠습니까 )

그래서, 케로군은 손석희 교수님이 진행하는 100분토론이 맘에 들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간혹 중립에 서지 않았으면... 이럴 때는 객관적인 것을 포기했으면... 하고 바라며
끝까지 냉정한 그가 답답하다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요.
덕분에 100분토론에 말도 안되는 패널들이 등장하면 채널을 돌린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 X소리에도 똑같은 토론의 기회를 주는 게 못마땅했기 때문이었겠죠.



그런 그가... 편협하다는 이유로( 공개적으로야 그런 이유가 아니겠지만 ) 배척 받는다는 현실...
이 현실의 암울함은 그 어떤 검은색으로도 충분히 어둡게 그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의 중립을 답답하다고 원망했던 내 자신의 어리석음이 다시 한 번 민망하기까지 하네요.
반면에... 고액의 진행자를 교체해야 한다는 MBC...
두 개의 프로그램에 연 출연료 1억 7천만 원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겠지만...
그의 진행,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말 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손석희 교수님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는 모모 예능 프로의 진행자들이 먼저 도마에 올라야 하는 게 아닐까요?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죠... 대중을 원숭이 수준으로만 봐도 이런 어이 없는 변명은 없을 겁니다.

혁명의 투사가 쓰러지는 비극적인 사건과는 정 반대랄까요?
적도 아군도 아니었던... 그저 우리들 중의 하나였던 그가
퇴장의 순간도 극적이지 않고 너무나 조용하게 무대 뒤편으로 자리를 옮기려고 합니다.
충분히 극적인 인생을 걸어오셨던 분이
50줄을 넘어서 이렇게까지 극적이지 않게 튀지 않게 중심 꽉 잡고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조차 쉽지 않네요.

어쨌든, 조만간 획기적인 무슨 조치가 있지 않는한... 11월 말이면 100분토론의 진행자가 교체 되겠지요.
이번 사건이 단순히 한 방송의 진행자를 교체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이미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느끼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조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권력을 쥐고 있는 누군가들은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대중들 사이에서는 ( 케로군과 마찬가지로 ) 하염 없는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쌓이는 한을 삭여가며 참고 있다는 것의 무서움을 모두가 알게 될 날이 오겠지요.



지금 손석희 빠진 100분토론은...
( 비교하긴 미안하지만... ) 김제동 빠진 스타골든벨과는 확연히 다른 의미로 찾아옵니다.
손석희 교수님을 통해 100분토론이 획득했던 가치, 추구했던 정신이...
이런 식으로, 지금같은 때의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조치를 통해 모두 부정당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죠.
덕분에, 손석희 빠진 100분토론이 의미를 다시 찾기 위해선...
누가 총대를 메고 나서건 회복하는데 엄청나게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반대로 100분토론에서 빠진 손석희 교수님의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명분 한 가지를 더 추가한 셈이 되겠네요.
( 무언가 선택을 한다면 ) 그의 선택이 궁금해집니다.


손석희 교수님 그간 목요일 늦은 밤시간마다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추가 수정] 다음 내용은 오늘( 10월 13일 ) MBC 노조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발표한 성명서입니다.

<100분 토론> 진행자 교체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100분 토론> 진행자가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점점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사측은 진행자 교체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말을 하면서도 이번 달 말쯤 개편과 함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해 사실상 이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조합은 이 같은 사측의 모호한 태도가 진행자 교체에 따른 비판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로 규정한다.

지난 4월 사측은 사내외의 반발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의 교체를 강행한 바 있다. 당시 사측은 앵커교체의 이유로 뉴스의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구성원은 많지 않았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 뉴스의 경쟁력은 향상됐는가? 오히려 새로 선임된 방문진 이사들은 MBC 업무보고에서 “최근 MBC뉴스가 좋아졌다”는 칭찬을 함으로써 우리 뉴스가 누구의 입맛에 맞춰 바뀌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더욱이 “신경민 앵커가 나갔으니 다음은 손석희가 나갈 차례”라는 극우단체들의 환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측이 스스로 나서서 <100분 토론> 진행자 교체설에 군불을 지피는 데는 할 말을 잃게 하고 있다.

프로그램에도 생사가 있고 프로그램 진행자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변화에는 명백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하물며 공영방송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그것도 신뢰도 1위-영향력 1위의 언론인을 제작비 절감을 이유로 교체한다는 것은 납득을 하고 못하고의 차원을 떠나, 누가 보더라도 MBC 스스로 경쟁력을 져버리는 상식 이하의 결정임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지금 MBC가 놓인 상황을 보라. 극우 단체는 물론 권력 핵심의 인사들이 <100분토론> 진행자 교체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엄기영 사장이 방문진 이사들의 요구에 이리저리 휘둘린다는 내외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사측이 아무리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순수하게 프로그램의 경쟁력 강화와 경비 절감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해도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상황이 아닌 것이다. 진행자 교체가 결국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권력에 대한 굴종이요 눈치 보기라는 구성원들의 의심조차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MBC의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불 보듯 뻔하다.

손석희씨가 수년째 얻고 있는 ‘신뢰도 1위-영향력 1위’라는 언론인의 자리는 프로그램 진행자 개인이나 제작진 몇 명만의 노력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MBC 구성원 모두가 이뤄낸 성과다. 과거 경영진은 많은 과오에도 불구하고 외부 간섭과 압력에 대해 프로그램을 지킬 만한 수준의 자존심과 배짱은 있었다. 현 경영진처럼 외부의 간섭과 압력에 휘둘려 이것저것 다 내주고 나면 과연 MBC에 무엇이 남겠는가? 구성원들이 진심을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려는가? 만약 오해라면 당장 <100분 토론> 진행자 교체 시도를 즉각 중단하는 것만이 구성원들의 분노를 가라앉힐 유일한 방법임을 분명히 밝힌다.


2009년 10월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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