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에 아마 한국에서 인터넷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관심을 받을만한 뉴스가 나왔습니다. 구글 "유튜브 사이트 실명제 정면 거부" 구글코리아 "우리를 제한하겠습니다" 등의 기사들이 쏟아지고... 각종 블로그에는 많은 사람들이 구글의 결정에 대한 지지와 방송통신위원회 및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반대... 또 그에 따른 찬반 주장과 논쟁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한 마디로 뜨거운 감자가 되었더군요. 사실 금방 데워졌다 식어지는 우리네 현실로 봐서... 며칠이나 이슈가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문제와 구글에 대한 케로군의 입장이라면... 일단, 구글은 어디까지나 영리를 목적으로하는 기업이라는 생각이고 (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 어떤 기업 정책을 선보인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 나름, 선호하는 기업 정책과 상품들이 있고, 적극 반대하는 기업 정책과 상품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케로군의 윈도우즈 사용시 기본 브라우저는 크롬이지만... 케로군이 가장 크게 거부하는 비지니스 모델은 애드센스입니다. 좋든 싫든 케로군의 생활에 깊이 파고 든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고... 애증이 공존하는 애매한 입장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사업이든 제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돈 버는 것을 추구하되... 단지 돈만 벌면 끝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 벌 것인가를 고민한달까?
이번 뉴스의 시발점이 되었던 구글의 결정... 그러니까... 인터넷 실명제의 대상이 되는 사용자의 댓글, 동영상 업로드를 차단하기로 한 것은... 무슨 정의를 위해 기업 이익을 포기하는 숭고한 희생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단기적으로 구글 코리아에서의 수익이나 시장 확보는 타격을 입겠지만... 그런 타격보다 몇 배나 더 중요하고, 1~2년에 만들어 낼 수 없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서라면 당연한 선택이었다고도 보여집니다. 그런 기업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브랜드, 지금의 기업적 성공이 있었던 거겠죠.
어쨌든, 구글을 마냥 칭송하고 인터넷 실명제를 부끄러워하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생각할 게 정말 많은 것만은 사실입니다. 가장 돋보였던 글이자... 꼭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만한 글을 하나 읽었는데요... 구글 블로그를 통해 게재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 레이첼 웨트스톤의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라는 글입니다. 구구절절 지극히 당연한 얘기들을 써 놓은 글이지만... 반면에 또 아무나 하기 힘든 생각들이 정리해 놓았다는 느낌으로.... 몇 번 씩 전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게 되더군요.
특히 케로군의 눈에 띄었던 구절들은 ( 다른 분들은 또 다른 관점이실지 모르겠지만... )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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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부분 사람들이 이론상으로는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 데는 여러가지 어려움들을 겪고 있습니다. 인터넷 세계에서는 특히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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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평소 구글이 하고 있는 모든 것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가 우선되어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정보는 보다 많은 선택과 자유를 의미하며, 궁극적으로 개인에게 더 큰 힘을 주는 것이라는 게 저희의 믿음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표현의 자유에는 일정 부분 제한이 있을 수 있으며 또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그 경계선을 어떻게 두느냐에 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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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사이트에서 특정 이슈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그리고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에 대해서는 구글 내부에서도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것이 건강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희는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완전무결한 정책을 만드는 일이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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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구글은 통제자로서의 역할을 원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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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또한 콘텐츠를 규제하는 법률이 나라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복잡한 상황도 직면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표현의 자유에 대해 나라마다 그 관용도가 각기 다릅니다. 이러한 법적 차이는 실제로 기술적인 도전과제가 됩니다. 즉, 특정 콘텐츠가 어떤 국가에서는 나오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나오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필요한 것입니다. 극단적인 경우, 저희는 특정국가의 법률과 민주적 절차의 부재가 저희의 원칙에 너무 벗어나, 해당국가의 법을 준수하면서는 사용자 혜택을 주는 사업을 도저히 영위할 수 없는 문제상황에 이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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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되는 콘텐츠를 다루는 일은 기업으로서 저희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입니다. 또한 감히 모든 사안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거나 모든 정답을 가지고 있다고 호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우선시되는 원칙들을 바탕으로 문제를 검토하고 모든 사안을 최대한 투명하게 결정하며, 정책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토론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른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신호인 것입니다.
케로군의 주관을 담아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굵게 표시를 해보았는데, 새삼... 이 기업이 참 무섭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약간의 부러움, 약간의 도전의식과 함께요... 특히, 마지막 붉게 표시한 저 문장은 뇌리에 남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말 궁금하군요... 구글의 정책 방향이나, 한 글로벌 IT 기업이 표현의 자유를 바라보는 시각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짬을 내서 위의 링크를 따라 전문을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