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군은 야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F1을 제외하고는 스포츠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세간에 오르내리는 이슈나 얄팍한 정보 정도 들어두는 걸 마다하진 않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면서 연일 신경 쓰였던 WBC도... 야구 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들 관심 두는 정도는 관심을 주었던 것 같는데... 어쨌든, 결과적으로 문외한이 보기에도 꽤 재밌는 대회였던 것 같네요. 주로, 하일라이트나 편집된 녹화 방송을 봐서 그런지 몰라도, 좀 지루하다는 느낌의 스포츠 치고는 상당히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선수 여러분 고생들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뒷 얘기를 다룬 몇몇 기사를 읽고 마지막 경기까지 잘 정리된 하일라이트를 보고난 뒤, 누군가가 '만화 같은 경기였다'는 말을 듣고나니 문득 "이번 WBC는 마치 슬램덩크 같은 느낌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별로 안 비슷하긴 하지만... 무리해서 WBC와 슬램덩크의 공통점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냥... 심심풀이(?)니까 너무 심각하게 읽진 말아주세요. ^^;;;
- 우여곡절이 많고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
따지고 보면 우여곡절이 없는 사람이 어딨겠습니까만은... '이름 값'이 더 중요해 보였던 2006년 WBC가 주인공들의 드라마였다면, 조연들이 빛난 2009 WBC의 캐릭터들이 더 맘에 드는군요. 먼치킨같은 주인공이 따로 없고 김별명 김태균, 꽃범호, 석민 어린이, 봉타나, 추추 트레인 처럼 별명도 많고, 이대호, 이용규, 임창용, 류현진, 고영민, 박경완... 정말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아닙니까? ^^;
- 상대적으로 엷은 선수층
캐릭터성도 강하고 각각 능력이 뛰어나긴 한데, 그 몇 명이 자기 역할 못해주면 뒤가 없는... 정확히는 제대로 된 식스맨이 한 명 뿐인 슬램덩크의 설정처럼, 훌륭한 선수들이지만, 결정적인 토너먼트에서 엷은 선수층 덕분에 너무들 고생하는 모습이 안스럽더군요. 특히, 결승전에서 정예 멤버는 지치고 안간힘을 쓰는데, 믿고 맡길 다른 선수가 모자른 장면은 현실이라기보단 그냥 만화적인 설정이라고 얘기하는 게 더 사실적인 것 같습니다. ;;;
-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의 도전
슬램덩크의 재미라면 역시 신입생 강백호와 서태웅의 구도가 아닐까요? 개인적인 재능이 뛰어나다곤 해도 아직 어린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지명도 높고 실력을 인정 받은 대 스타들과 상대하며 잘 싸우는 모습이 강백호와 서태웅이 다른 학교의 대형 선수들과 상대하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센터를 책임지는 채치수와 같은 입장으로 마치 졸업을 앞둔 선배처럼 포수 박경완이 홈플레이트를 지키며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 준 것도 그렇구요.
- 극적인, 그리고 예상 밖의 승리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하는 것이 스포츠겠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꼭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그게 또 하필이면 세간의 전망을 뒤엎는 승리가 몇 번 있었던 것 같네요. 물론, 한국 선수들의 능력을 한국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슬램덩크에서 그랬듯이 뚜껑이 열리기 전에 주변 사람들은 그 능력을 전혀 알지 못했죠. 덕분에 많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구요.
- 포기하지 않는
사실 이게 제일 극적이고 만화적인 얘길텐데... 선수들의 포기하지 않고 몸을 던지는 모습은 결과를 떠나서 그 순간 자체만으로 큰 감동이었습니다. 결승전 9회말 투아웃에서의 장면이 가장 돋보였죠... 물론, 결과적으로 이겼다면 더 좋았겠지만, 일단 그 순간만으로도 그들은 훌륭한 작품을 선물한 것 같습니다. WBC 결승전 9회말의 그 순간 생각나는 한 장면이 바로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되었습니다.
- 클라이막스가 지나고...
사실 조금 아쉬운 공통점인데... 진정한 클라이막스였던 결승전 9회말을 지나... 마치 슬램덩크의 마지막 몇 페이지처럼... ( 그 잘 싸우던 명 장면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단 몇 줄의 텍스트로 탈락을 이야기 할 때... ㅠ.ㅠ ) 다소 맥 빠지게 패퇴하는 모습... 어떻게 보면 '하얗게 태워버린', 그래서 '뻔한 해피 엔딩이 될 수 없는 결말'이 WBC와 슬램덩크의 느낌을 비슷하게 만들어 버렸네요. 물론, 그 덕분에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맛이 있기도 하지요.
- 소수의 이야기
슬램덩크의 농구가 일본에서 그렇듯... 아쉽지만 이번 WBC는 몇 몇 나라의 사람들만 열광했던 것도 엄연한 현실이죠. 물론, 소수의 축제였다고는 하지만... 슬램덩크가 농구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듯이, 이번 WBC가 케로군처럼 야구에 별 관심 없던 사람에게도 상당히 감동적이었던 것만은 사실입니다. 덕분에 대회가 끝나고 야구에 조금 관심이 생기는군요. 마치 슬램덩크를 읽고 농구를 하던 젊은 시절처럼요... 이런 것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 되겠네요.
정리하고 보니... 뭐 꼬 WBC하고 슬램덩크만의 얘기는 아니었습니다만, 왠지 이런 비교도 재미있군요.( 혼자만 재밌는 걸까요? ^^;;;; ) 이제, WBC는 지나갔으니... 케로군은 F1에 집중하면서... F1에서도 또 WBC 못지 않은, 작년 시즌 못지 않은 감동을 느껴보고 싶단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