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가 매우 어렵습니다. 꼭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라 세계 경제가 어렵지요. 물론, 유독 우리나라가 더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진 누구도 쉽게 부정하기 힘든... 사실에 입각한 얘기입니다... 만... 요즘 뉴스에서 연일 떠들어대는 '위기 극복을 위한 고통 분담'이라는 발상만큼은 아무리 이해를 해 주려고 해도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그리 자랑할 일은 아니긴 한데, 그래도 아주 작은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사X으로서 아주 약간은 실전의 경영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직원의 임금 삭감, 혹은 무려 '신입 사원의 초임 삭감'이 고용 증대 효과가 있다는 게 조삼모사 같은 얘기라는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야 ( 근시안적으로 당장의 제 밥 그릇만 생각한다면 ) 물론 좋지요. 당장 비용 절감이 곧 이윤의 증대인 기업에서 임금 삭감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 물론, 인력에 정상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좋아질 게 하나도 없습니다. )
단, 그 절감된 비용만큼 사람을 더 뽑는다는 건 대부분 거짓말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언론에 발표야... 원래 100 명 뽑을 거였으면서... 70 명 뽑으려다 대졸 초임 삭감시켜 신입 사원 30 명 더 뽑기로 했다... 라고 발표하면 그만이지요. 이 정도면 조삼모사를 넘어서 거의 사기극에 가깝지요. 그냥 회사 비용을 줄이는 겁니다. 전 직원의 임금을 똑같은 비율로 삭감해도 마찬가지지요. 어짜피 주식회사에서 돈 버는 건 직원이 아니라 '주주'입니다. 대부분의 주요 임원은 주식의 보유나 매매에 의의가 있지 월급의 비중은 적은 편입니다.
10%의 사람을 더 뽑는다는 건, 단순히 급여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이 서너 명만 더 늘어도 관리 인력이 더 배치되어야 하고, 관리 인력이 늘어나면 또 중간 관리 인력이 배치되어야 합니다. 이거 악순환이죠. 또, 신규 인력이 업무를 할 공간이 필요하며, 당장 책상이다 PC다 해서 오버헤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갑니다.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는 피라미드의 최하단이 비대해지면 수 많은 승진 적체를 무마하기 위한 직, 간접적인 비용이 추가적으로 투입됩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10% 임금 삭감으로 커버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단 한 사람의 계획에 없는 추가 인력을 채용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회사에겐 엄청난 짐이 됩니다.
무엇보다... 비용 문제가 아니더라도 계획에 없던 사람을 더 고용하는 것은 10년을 보는 회사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입니다. 일이 없는 회사에 다니는 것이 무슨 소용이고, 할 일 없는 사람을 뽑는 게 무슨 소용입니까? 물론 사람이 얼마든 늘어도 문제 없는 직장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런 회사가 몇이나 될까요? 또, 앞날 걱정이 없는 놀고 먹어도 잘 돌아가는 회사라면야 무작정 채용을 늘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과연 그런 회사에 사람을 몰아주는 게 고용 확대일까요? 그냥, 거지라고 생각하고 돈을 나눠주시는 게 낫겠는걸요?
보통의 회사에서 이런 고민 없이 인력 채용을 고무줄처럼 한다면... 백발백중 그 회사는 망하거나 부채 덩어리가 됩니다. 망하거나 부채 덩어리가 되면, 보통의 기업주라면 임금부터 체불하죠. 게다가 늘어난 사람만큼 돈은 '더' 모자라지겠죠. 지금도 임금 체불하고 입 싹 씻는 악덕 기업주가 넘쳐나는 판국에...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채용만 늘리면 된다고요? 절대 아닙니다. 위의 악덕 기업주가 늘어나면... 직원은 월급 못 받고, 돈은 누군가가 챙겨가고( 누구일까요? ) 연체된 세금,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산재보험료, 고용보험료는 전체 세수와 공공 기관의 재정을 악화시킵니다. 그러면 전체 세수와 공공 기관 재정의 문제는 뭘로 막을까요? 고민할 필요 없이 국가 재정... 곧 다시 국민의 세금으로 막는 겁니다.
때.문.에. 정말 국가 경제를 위한다면 더 뽑으란다고 더 뽑는 경영진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결과적으로 고통 분담의 일환으로 임금 삭감이니 대졸 신입 초임 삭감이니 하는 건 그냥 잘 모르는 사람들 등치는 것 밖에 안 되는 거죠. 물론, 거기에 속아 넘어갈 사람도 없진 않겠습니다만...
적어도 '고통 분담'이라는 말은... 누구든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고 봅니다. 몹시 아쉽지만... 현재의 케로군도 고통 분담할 여력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케로군은 지금 고통 분담, 안 할랍니다. 이기적이라고 욕하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으로썬 그렇게 버텨볼 수 밖에요. 나도 못하니까 누구에게도 고통 분담 하라고 강요 할 수 없습니다. 누구에게도 그런 얘기 안 할 겁니다. 언젠가 숨돌릴 틈이 생기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희생할 생각이 없습니다.
고통 분담의 노래 부르시려면 같이 죽자 같이 죽자 노래 부를 필요 없이 남이 하든 말든 신경 쓰지 마시고 스스로 먼저 하시면 됩니다. 영웅이라고 박수 쳐드릴께요. 또, 그 높으신 분들, 여유 있는 분들이 먼저 고통 분담 안 한다고 욕하진 않을 겁니다. ( 엄한 짓 해서 피해를 끼치고 있는 건 화가 나지만... ) 그래도, 적어도 남에게 고통 분담하라고 '강요'하진 마십시오. 장본인은 빼놓고 제3자들이 아직 면접도 안 본 신입 사원 임금 삭감해 놓는 게 무슨 분담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