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다는 뉴스가 있었죠. 한 때, 한국 천주교의 지주 역할을 했던 분이 돌아가셨다는 뉴스에 다소 놀라긴 했는데... 이후 각종 언론의 보도 행태는 더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천주교 식으로 따진다면야 죽기 전에 병자 성사를 함으로써 '선하게 살고 복되게 마친다'( 善生福終 )는 뜻의 '선종'이 꼭 틀린 말은 아니겠습니다만.... 과연 그것으로 일반 언론이 고인의 모든 것을 좋은 쪽으로만 보도해야 한다는 뜻인지는 모르겠네요.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 얘기 좀 해 봅시다.
1944년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 장교로 입대하여 사관학교에 다녔고, ( 자원이 아니라 억지로 끌려갔다는 '자신의' 주장은 마치 박 모 씨의 주장과 비슷하지요. )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행동이나 언사를 보인 적도 분명히 있었고 민주화 과정에서 크나큰 공헌을 하신 것도 사실이지만, 반대로 독재 정권이 계속되는 동안 꿋꿋이 안정된 자리를 유지하며 정권의 든든한 바람막이 역할을 하며 보수 세력을 지지히는 행동을 여러 차례 보인 것도 사실이신 분... 여기엔 여러가지 판단과 생각이 있겠지만... 한 쪽 사실을 완전히 거세한 채 다른 한 쪽만을 보여준다면... 사람들이 판단을 할 기준 자체를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요?
우리가 아는 독립 운동가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친일과 반일의 경력을 함께 가졌는지... 지금은 다들 알고있지 않나요? 그들의 잘한 것만 얘기하고 죄는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매우 편협한 자세고 생각 없는 미화의 태도겠죠. 반 독재 운동이나 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해서... 지금 한나라당이나 그 주변의 기득권에 가 있는 사람들이 '민주 투사'의 딱지를 달아서는 안 되는 거겠죠. 그런 식이면 '이명박 대통령도 진보적인 민주 투사'로 묘사해야 할 겁니다. ( 실제로 그러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_-; )
적어도 바른 판단으로 고인의 명예를 바르게 지키기 위해서라면... 잘 한 점과 잘 못 한 점을 고르게 보여 준 뒤에 일반 민중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선하게 살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천주교 식으로 복되게 마치는 결과가 되고 그때에야 비로소, '선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처럼, 아무 생각 없는 미화 보도는... 언론이 그저 선정적인 대중 인기를 노린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YTN에서는 그를 '민주화 운동의 화신'이었다고 연신 떠들어대는데... 참 보기 답답하더군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죽은 뒤에는 다 좋은 사람이다'라고 얘기하고, 누군가 죽었을 때 미화하는 걸 당연시하는 듯하게 '변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건 아마 대부분의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일례로 제 기억이 맞다면... 북한 김일성 주석이 죽기 직전.... 남북 화해 모드도 상당했고, 정상회담 얘기까지 오가며 김일성을 꼬박꼬박 '주석'이라고 불러주던 언론이... 그 양반 죽고 나니까 바로 그 날부터 언제 그랬냐는 듯... 침략의 원흉이 죽었다고, 꼭 안 좋은 면만( 좋은 면이 결코 적지는 않은데 ) 열심히 보여주었었죠... 사실은 '죽은 뒤에는 다 좋은 사람이다'가 아니라... 내가 맘에 들었던 사람에 한해서, 혹은 내게 이용가치가 있는 사람에 한해서 죽은 뒤에 좋은 사람이라고 불릴 수 있는 거겠죠.
모든 사실을 다 늘어놓고 본대도 판단하기 애매한 점이 적지 않지만, 적어도 양쪽 면을 ( 완전히 고르게는 어렵더라도 ) 어느 정도 보여주면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게 바른 자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느 누구의 죽음이라도 엄숙하고 슬프고, 명복을 빌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