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라는 것을 잘 모르던 시절에는 위스키가 뭔지 꼬냑은 뭔지, V.S.O.P.는 뭔지, 스카치는 또 뭔지 전혀 구분하지 못했다. 지금은 조금 주류에 대해서 알게 되어 구분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도 알아야 될 것이 더 많다는 것은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바로 그 양주라는 것을 잘 모르던 시절에 미군과 결혼하셨던 이모 덕분에 집 안에는 조그만 양주 병들이 가득 있었다. 집안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나만 마신다. -_-;;; ) 그냥 예쁜 병 구경하는 것을 낙으로 살았는데, 그 중에 아직도 기억 나는 몇 개의 예쁜 술 병 중 하나가 바로 죠니 워커였다. 아마도 지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죠니워커의 로고가 기억에 잘 남는 모양이었던 것 같다.
스카치 위스키를 조금 알게 된 이후에 죠니 워커가 레이블에 따라 구분 되고 레드, 블랙, 골드, 스윙, 블루 등의 레이블에 따라 가격과 맛이 차이 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중에 재정적 한계 때문에 레드와 블랙 밖에 맛을 보지 못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카치 위스키들이 어떤 것은 맛 때문에, 어떤 것은 좋은 향 때문에, 또 어떤 것은 분위기와 좋은 추억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면 죠니 워커는 그 상표 때문에 기억에 남는 케이스인 것 같다. 솔직히 나의 수준에서는 죠니 워커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무난한 스카치 위스키로 느껴진다. 특히 블랙의 경우가 그렇다. 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자꾸만 이 술이 기억나고 주문을 하게 되는 것은 그 상표가 머릿 속에 각인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죠니워커의 마케팅 웹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술 얘기는 없고, keepwalking이라는 것을 전면에 내세워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꾸준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과연 술과 관련된 페이지가 맞을까? 하는 생각을 줄 만큼... 단지 그 페이지에 열심히 걸어가는 죠니 군이 없었다면 그게 죠니 워커 관련 페이지인 줄도 몰랐을 것 같다.
상표 자체의 상품성에 대한 자신감을 저만큼 가질 수 있다는 것도 부럽고, 과감하게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형이상학적인 레벨까지 끌어 올리는 주조가의 마인드도 놀랍다. 과연 내가 게임 회사를 꾸려 나가면서 게임 자체가 아닌 내용으로 레이블을 내세운다는 건 가능한 걸까?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가 될 테지만 한 번 쯤은 그런 황당한 일도 따라 해 보고 싶다. keep gaming~~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 해의눈물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2-06 23:08)
cony | 게임은 그게 어려우면 더 어렵다고 봐야 할 걸요-0-... 뭔가 한 분야(장르라고 못박기는 좀 뭐하고;)에 집중적인 성향을 띤 회사라면, 시간을 두고 성장하면 가능할 듯; 03·09·01 03:01 삭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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