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008 시즌 F1의 컨스트럭터 이야기도 마지막 회입니다. 알파벳 순으로 정리한 팀 이름으로 마지막을 장식한 팀은... 페라리, 맥라렌과 함께 F1에서 가장 유서 깊고 강력했던 "AT&T Williams"입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
최근... 그러니까 2007, 2008 시즌의 F1을 놓고 봤을 때, F1은 확실히 페라리와 맥라렌의 양강 구도가 펼쳐졌습니다. 거기서 시야를 더 넓혀... 굳이 3강을 꼽으라고 한다면 BMW 자우버가 있겠고.... 조금 더 시야를 넓힌다면... 2005, 2006 F1을 지배했던 르노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현대화된 F1의 역사에서... 페라리나 맥라렌과 비교할만한 유서 깊은 팀을 꼽으라면.... 르노도 BMW 자우버도 아닌... Williams( 이하 윌리암즈 )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국 국적인 것은 물론 가장 영국적인( 맥라렌은 왠지 영국 팀 같지 않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ㅠ.ㅠ ) 팀으로 페라리, 맥라렌과는 조금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전통의 강팀이죠. ( 최근 몇 년은 확실히 부진했습니다만... ) BMW와 결별한 이후 AT&T가 메인 스폰서를 맡아... 풀네임은 AT&T Williams입니다.
윌리암즈가 페라리, 맥라렌과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윌리암즈 팀이 언어적 정의로 '컨스트럭터', 즉 자동차 생산 회사와 관계 없는 순수한(?) 레이싱 팀이라는 점입니다. 실제, 2008 시즌 ( 말 ) 기준으로... 순수한( 사실 순수하다는 말이 좀 애매하지만... -_-a ) 의미의 레이싱 팀은 레드 불, 토로 로쏘, 윌리암즈, 포스 인디아까지 단 네 팀 뿐입니다. 그리고, 다른 세 팀과 달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할 수 있는 팀은 윌리암즈 뿐이죠. 이런 팀들을 '커스터머( 또는 컨슈머 ) 팀'이나 그냥 '참가( 참전 ) 팀'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만... 아직까지 '컨스트럭터'라는 애매한 정의는 논쟁 중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앞서 얘기한 윌리암즈의 '역사와 전통'은 다음과 같습니다. 윌리암즈의 F1 참전은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2008 시즌까지 모두 32 시즌에 참가했습니다.( 페라리, 맥라렌 다음 가는 기록이죠. ) 32시즌 동안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9회, 드라이버 챔피언십 7회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 강력하다는 맥라렌이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을 8회 차지한 걸 생각하면 윌리암즈의 기록은 더욱 놀랍습니다. 그랑프리 우승도 113회로... 페라리와 맥라렌까지 단 세 팀만이 세 자리 승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윌리암즈는 F1 참전 4번째 시즌인 1980년 Alan Jones의 활약에 힘입어 컨스트럭터 정상에 올랐고( 앨런 존스는 드라이버 챔피언십을 차지 ) 이후, 케케 로즈버그( 니코의 아버지 ), 나이젤 만셀, 넬슨 피케( 넬슨 피케(주니어)의 아버지 ) 등 역사에 길이 남을 강력한 드라이버들이 시트를 차지하면서 화려한 80년대를 보냈고, 이어지는 90년대에도 역시 강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만셀의 늦깎이 드라이버 챔피언십( 1992년 ), 알랭 프로스트의 마지막 시즌을 함께한 드라이버 챔피언십( 1993년 ), 새로운 강자 데이먼 힐( 1996 드라이버 챔피언 ), 쿨싸드 옹, 자끄 빌르네브( 1997 드라이버 챔피언 ) 등과 함께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여섯 시즌 동안 다섯 번의 컨스트럭터 챔피언을 차지합니다.
아쉬웠던 점은... 1993년 윌리암즈에 합류한 전설적인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가.... 바로 윌리암즈 머신을 탄 채 마지막 사고를 당했다는 점이죠... 물론, 아일톤의 사후에도 윌리암즈의 초 강세가 계속되었기 때문에... 그가 있었다면... 하는 가정은 완전히 의미가 없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1998년부터 윌리엄즈는 서서히 챔피언십과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슈미의 동생인 랄프 슈마허와 '악동' 몬토야가 함께한 2003년까지는... 페라리, 맥라렌과 확실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지만, 2004년의 맥빠진 모습과 몬토야가 선물한 윌리암즈의 마지막 GP 우승( 브라질 GP )이후... 윌리암즈는 확연한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2003년 144 포인트로 컨스트럭터 2위를 기록한 윌리암즈의 컨스트럭터 포인트가... 2004년 88, 2005년 66, 2006년 11, 2007년 33, 2008년 26 포인트로 추락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겠죠.
현재 윌리암즈의 몰락은 2005년까지 엔진을 공급한 BMW와의 결별이 결정타가 되었습니다. ( 2004, 2005 시즌 동안은 BMW와 윌리암즈간의 심각한 갈등이 일어났고... 결국 결별 수순을 밟게 되죠. ) 사실, 윌리암즈와 함께한 엔진 공급사들은 현재 Ford(Cosworth)를 제외하면 대부분 F1에서 직접 팀을 꾸리고 있습니다만... Ford 이후 Honda, Renault, BMW에 이르기까지 엔진 공급사와 꽤나 밀접했던 윌리암즈였던데 반해... 현재는 엔진 공급사인 토요타 역시 경쟁자의 위치에 있다보니... 왠지 연구 지원이 충분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해 볼 수 있습니다.( 제 사견입니다. ^^; )
2008 시즌 기준으로 윌리암즈의 드라이버는 니코 로즈버그( Nico Rosberg, 7번 )와 카즈키 나카지마( Kazuki Nakajima, 8번 )입니다. 모두 전직 F1 드라이버의 2세 드라이버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2008년 머신은 FW30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엔진은 토요타가 공급하는 Toyota RVX-08 엔진을 사용했습니다. 2009년의 드라이버는 16, 17번의 번호를 받게 되고... 머신은 아마 FW 31이라는 이름을 달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봅니다. ( 윌리암즈는 1978년 FW06 이후 머신 업그레이드에 따라 FW 뒤의 숫자를 늘려오고 있습니다. )
윌리암즈가 이전에도 컨스트럭터가 아닌 입장에서도 오랫동안 강력한 모습을 보여왔고... 아직, 완벽히 몰락했다고 판단할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분면히, 레이싱 팀다운 도전 정신으로 이런 상황을 극복해 나가리라는 믿음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아마, 많은 F1 팬들이 윌리암즈에 기대하는 것도 그런 면이 아닐까 싶네요. 비록, 최근의 경제 위기가 다른 전통적인 팀들에 비해 더 크게 와 닿을 듯한 윌리암즈지만... 현명하게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다시 '전통의 강팀'으로 돌아와주기 바랍니다.
[ AT&T Williams의 2008년도 머신 FW30 ]
어찌어찌해서... 꽤나 지루하고 길었던 컨스트럭터 이야기를 모두 마쳤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컨스트럭터가 생기고 사라지게 될지 모르겠지만... 2008 시즌부터 F1을 관람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럭저럭 괜찮은 기준 자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앞으로 또, F1 얘기를 얼마나 자주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모터스포츠와 F1에 대해 보다 기초적인 이론을 다뤘으면 하는 생각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