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블로그에 F1 관련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독자 의견을 받아들여... ;;; 조금 호흡을 늦춰봤습니다. 간만에... 다시 F1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네요. 이제 이틀 뒤면 2008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브라질GP가 시작됩니다. 2007 시즌처럼 기적적인 역전극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2008 시즌도 이런저런 사건 사고와 굴곡이 많아서 제법 재미있는 시즌이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2008년에 예상보다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두 팀이 시즌을 더욱 재미있게 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오늘 소개하는 "ING Renault F1 Team"입니다.
현재 F1에 단 한 팀만 존재하는 프랑스 국적의 컨스트럭터입니다. 2005년과 2006년 2년 동안 압도적으로 F1을 지배했던 르노의 황금기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2007년과 2008년 초의 부진이 머리로는 이해하더라도 가슴으로는 이해하기 힘드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르노에 대한 짧지 않은 역사를 되돌이켜 보면... 오히려... 2~3년 전의 황금기가 기적과 같은 도전과 끊임 없는 노력의 결과라는 점을 생각하면서... 2008년 후반 르노의 부활에 더 뜨거운 갈채를 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르노는 혼다와 유사하게... 오랜 기간 공백기를 가지고 F1에 돌아온 컨스트럭터입니다. 르노의 이름으로 F1에 첫발을 디딘 것은 1977년. 이후, 1985년까지 F1에서 활약했고... 프랑스인 드라이버인 Jean-Pierre Jabouille의 첫 승( 1979년 '프랑스'GP ) 이후, René Arnoux과 Alain Prost라는 초 강력 콤비를 내세워 15승을 챙겼습니다. 하지만, Arnoux가 페라리로( 1983 ), Prost가 맥라렌으로( 1984 )으로 옮긴 뒤에는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이내 1986 시즌부터는 F1에서 사라졌습니다.
르노의 F1 복귀는 2000년 베네통( 슈미가 첫 2번의 월드 챔피언십을 따냈던 )을 인수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 하지만, 2000년과 2001년까지는 베네통의 이름을 유지했죠. ) 2002년, 르노의 이름을 단 머신이... 당당하게 F1 서킷에 등장했지만... 시즌동안 단 한 번도 포디움에 오르지 못하는 부진을 겪었습니다. ( 정확히 말한다면 매각 전의 베네통과 비슷한 중하위권 팀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
과연, 르노가 '마케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강팀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시기.... 특히, 2000년부터 시작된 페라리와 슈미의 독주가 계속되던 시절.... 2003년 알론소의 드라이빙은 그런 의문을 씻어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2001년 약체 미나르디에서 데뷔 후 포인트도 없이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2002년엔 르노에서 테스트 드라이버로 1년을 달린( 그러나 참 많이 달린... ^^; ) 드라이버가... 르노의 이름을 달구 출전한 두 번 째 레이스에서 포디움에 오르고... ( 복귀 후 르노의 첫 포디움이기도 합니다. ) 헝가리 GP에선 당당 우승까지 차지해 버렸습니다. 무엇보다 알론소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꾸준한 성적'으로... 포디움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포인트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줬었죠...
알론소와 르노의 성장은 한발한발 정상에 근접해... 르노의 컨스트럭터 순위는 2002,3년 4위에서 2004년 3위를 거쳐 2005, 2006년 정상을 차지했고, 알론소 역시 2003년 6위, 2004년 4위를 거쳐, 2005년과 2006년 월드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특히, 2005년과 2006년은 아직 슈미가 현역 드라이버로 전성기에 가까운 드라이빙을 하던 시절이었으니, 알론소와 르노가 지배한 2년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화무십일홍!!! 언제까지 계속될 줄 알았던 르노와 알론소의 시대는.... 알론소의 맥라렌 이적( 2007 )과... 미쉐린에서 브릿지스톤으로의 타이어 변경... 그리고, 적응 실패... 등 이런저런 악재가 겹치면서 급추락.... 2006년 206포인트로 컨스트럭터 정상을 차지했던 르노가, 2007년 단 51포인트를 기록하는 부진을 보였습니다.
맥라렌 팀과의 불화로 다시 르노로 돌아온 스패냐드 - 알론소 역시... 바닥까지 떨어져서 중위권에서 버티기도 벅찬 르노를 바로 부활시킬 수는 없었죠. 하지만, 부진을 거듭하던 2008 시즌 중반부터... 르노와 알론소는 다시금 기적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객관적으로 성능이 앞서는 맥라렌과 페라리의 머신들을 제치고 싱가폴GP와 일본GP의 정상에 섰습니다. 특히, 알론소의 이야기를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2007년 코발라이넨과 피지켈라, 2008년 피케가... 객관적으로 중위권 이상의 성적에 도전할 수 없는 머신 그대로의 결과를 냈는데 반해... 2008년 후반 두 번의 우승을 포함한 50포인트를 기록하며... '분명 머신 성능이 중요하지만' + '드라이버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장 2008 시즌만 해도... 팀메이트는 같은 머신을 몰면서 절반의 레이스에서 리타이어한데 반해... 알론소는 2번의 우승과 5번의 4위 기록으로 개인 순위 5,6위를 다투고 있죠...
현재 드라이버는 페르난도 알론소( Fernando Alonso, 5번 )과 넬슨 피케( Nelsinho Piquet, 6번 )이며, 머신의 이름은 Renault R28입니다. ( 2006년은 R26, 2007년은 R27이었습니다. ) 엔진은 2007년과 마찬가지로 Renault RS27 V8을 사용하고 있으며, ING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습니다. ( 요즘 금융 위기로 ING가 흔들리고 있어서 르노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ㅠ.ㅠ )
이제 궁금한 것은... 과연 2009년... 르노는 이전의 강력했던 모습으로 부활할 것인가? 라는 것 뿐이네요.... ^^; 금융 위기에 팀이 흔들리지 말고.... 예전처럼 강한 모습을 보여줘서.... F1이 4강, 5강, 6강 체제로 돌아가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