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일본 그랑프리가 오늘 열립니다. 해밀튼이 폴 포지션을 차지하고 역시 첫 열의 두 번째 자리는 키미가 차지했습니다. 후지 스피드웨이의 첫 코너가 쉽지 않은 코너인만큼 재미있는 그랑프리가 될 것 같네요. 팀 이름의 알파벳 순이긴 한데 어쩌다 보니 일본 팀이 F1 컨스트럭터 이야기의 두 번째로 타이밍이 맞았네요. 오늘 소개할 팀은... '유서 깊은' 일본의 컨스트럭터인 "Honda Racing F1 Team"입니다. ( 마침 홈그라운드인 일본 그랑프리이니만큼 그래도 조금 기대는 하고 있으나... 예선 결과는 참담합니다. ㅠ.ㅠ 물론, 엄밀히 말하면 혼다의 홈 써킷은 스즈카이고, 후지는 토요타의 홈 써킷입니다. )
혼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2008 시즌 F1의 컨스트럭터 경쟁 구도를 그려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2008 시즌이 막 시작된 당시만 해도 케로군은 대략 다음과 같이 예상했습니다.
페라리, 맥라렌 > BMW 자우버 >> 르노, 토요타, 레드불, 윌리암즈, 혼다 >> 토로 로쏘, 수퍼 아구리, 포스 인디아 ( 시즌 초반 4전까지는 수퍼 아구리가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 대략 3강 5중 3약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중반 이후 토로 로쏘의 약진과 혼다의 부진이 겹치면서 케로군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고, 현재의 구도는 대략 다음과 같은 양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페라리, 맥라렌 > BMW 자우버 >> 르노, 토요타, 토로 로쏘 > 윌리암즈, 레드불 >>> 혼다, 포스 인디아 3강 5중 2약 정도가 되겠고... 특히 중위권과 하위권 두 팀 사이의 차이가 완연해 보입니다. 포스 인디아는 어쩔 수 없다고 치고, 혼다로서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상황입니다.
60년대 F1에서 혼다의 이미지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처음 F1에 참가했을 당시, 혼다는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던 팀이었습니다. 무려 1964년 F1에 처음 참가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맥라렌의 F1 데뷔가 1966년입니다. ;;; ) 1960년에 처음 양산차를 출시하고 불과 4년만에 F1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그러나 충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고, 혼다가 F1에 뛰어든지 단 두번째 시즌만인 1965년 ( 시즌 마지막 그랑프리였던 ) 멕시코 GP에서 대망의 우승을 차지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맛보았습니다. 1967년에도 역사상 가장 치열한 그랑프리 중 하나였던 이탈리아 GP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혼다라는 한 회사는 물론, 일본의 대표라는 느낌도 있었던만큼 F1에서의 성공은 큰 사건이었고... 덕분에, 이후 토요타, 닛산 등 굴지의 여타 일본 자동차 회사와 차별화되는 '기술의 혼다'라는 이미지도 60년대 F1에서의 성공으로부터 생겼다고 할 수 있죠.
그러나 1968년을 마지막으로 혼다는 F1을 떠나고, 이후, 1983년부터 10년 간 엔진 공급 업체로 다시 F1과 인연을 맺을 때까지 공백기를 가졌습니다. 엔진 공급 업체로서 10년 간은 무려 47승을 거두면서 성공적인 기간을 보냈지만, 1993년부터 다시 잠수... BAR-Honda의 2000년까지 두 번째 공백기를 거쳤습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BAR에 엔진을 공급한 혼다는 2004년의 대 성공에 고무되었기 때문인지 ( 아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2004년 BAR은 혼다 엔진으로 페라리에 이은 컨스트럭터 2위를 기록했습니다. ) 2005년말 BAR-Honda의 BAT 지분을 완전 매수하고... '혼다'의 이름으로 다시 부활했습니다.
2006년 혼다의 부활은, 처음 F1에 뛰어든 시절처럼 화려했습니다. 2006년 바리첼로와 버튼이라는 화려한 멤버로 출발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버튼은 헝가리 GP에서 생애 첫 우승을 기록, 거기다가 혼다 팀은 2006년 컨스트럭터 4위로 마무리를 하면서, 데뷔 첫 해 축배를 들었습니다. 문제는... 혼다 팀이 2006년 외에는 최악의 모습이었다는 것...
2007년에 타이어를 브릿지스톤으로 바꾸면서 적응하지 못한 것은 물론... 2007년 내내 포디엄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하고 단 6포인트로 시즌을 마무리 했고, 2008년도 비 내리는 실버스톤에서 로스브라운의 천재적인 타이어 교체 작전 성공으로 바리첼로가 3위를 기록한 것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처참한 성적, 결국, 언제나 포스 인디아와 같은 수준으로 퀄리파잉부터 맥을 못추는 최약체 팀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버튼이라는 영국의 초 인기 드라이버...( 최근 부진과 해밀튼의 등장으로 많이 퇴색되었지만 ) 슈미의 세컨드로 포디엄을 제 집 드나들 듯 했던 바리첼로를 거느리고... 무엇보다 2007년 말에는 슈미와 페라리에게 영광을 안겨준 최고의 지휘관 로스 브라운까지 영입했지만... 아직까지 문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혼다의 팀 국적은 일본입니다만, 팀의 베이스는 영국에 있습니다.( 팀 베이스의 절반 이상이 영국에 있죠. ) 현재 드라이버는 버튼( Jenson Button, 16번 )과 바리첼로( Rubens Barrichello, 17번 )입니다. 2008년 머신의 이름은 RA108이고, ( 2006년 RA106, 2007년은 RA107이었으므로... 2009년은? ... 아마 RA109겠죠? ^^ ) 엔진은 Honda R808E입니다.
앞서 했던 얘기를 종합해서 판단해본다면... 선수도 훌륭하고 2008년엔 명장 로스 브라운도 함께 한다... 그리고, 같은 팀에서 2006년엔 최고의 성적이었으나 현재 바닥이다... 라는 전제로부터... 현재의 머신 RA108과 작년의 RA107이 어떤 이유에서든 문제가 많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 미쉘린 타이어에서 브릿지스톤으로 바뀐 회사가 혼다 뿐인 건 아니니까요. )
개인적으로 현재의 혼다는 좀 불만이 많습니다. 딱히 싫어하는 감정은 없고 오히려 동정심이 많이 간다고 보아야 하지만, 충분한 기술 지원이 가장 아쉬운 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버튼은 과거 영국 최고의 인기 드라이버였는데... 어쩌다가 이런 나락에 떨어졌는지... 바리첼로는 말년에 이게 무슨 고생인지... 로스 브라운은 과연 이 난관을 헤쳐나갈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여러 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 토드와 로스 브라운이 페라리를 살리기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던만큼, 혼다에서 로스 브라운의 5년이 어떠할지... 실낱같은 기대를 가져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악감정은 없으니... 내년부터는 좀 잘 해 보셨으면 합니다. 혼다라는 모기업이 기술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많은 것이 바뀌는 2009년에 무언가 변화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