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름신이 강림하셔서인지, 왠지 이것저것 사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특히, 고가의 카메라와 카메라 관련 장비의 유혹이 만만치 않은데... 카메라만 무서운 게 아닙니다. 또 다른 지름신의 얼굴은 바로... 기타!!!! 기타와 이펙터 및 관련 장비에 대한 유혹... 아 이쪽 지름신의 압박도 무섭습니다.
특히, 케로군은 많고 많은 기타메이커 중에서 ESP의 지름신에게 심하게 빙의되어 있습니다. ㅠ.ㅠ 케로군의 불[火]로그에서도 벌써 몇 번이나 ESP 관련 글을 올렸었죠... 열거하자면...
도대체, 왜 케로군은 없는 살림에 ESP라는 기타메이커에 관심을 놓지 않는 걸까요? 도대체, 왜 케로군은 엉성한 기타 연주 실력으로 거금을 투자해서 ESP를 구입했던걸까요? 그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ESP의 중후하고 강력한 사운드와 ESP라는 기타메이커가 만들어 온 이미지에 숨겨져 있을 겁니다. 그 얘기를 케로군의 입장에서 조금 더 해보고 싶습니다.
이미지의 ESP
앞서 얘기했듯이 케로군이 ESP를 좋아하는 이유는 두 가지... 사운드와 이미지입니다. 둘 중에 어느 쪽이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 정말 고민을 많이 하겠지만... 지금은 이미지 쪽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ESP... Electric Sound Products ... 이 얼마나 고지식한 네이밍입니까.... ( 처음에는 기타 교체 부품 상점의 이름이었으니, 이상할 것도 없었겠지만... ) 그 고지식한 이름 속에 담긴 이미지가... 사실 ESP의 사운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그게 아마 이 이미지를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ESP 하면 빼놓을 수 없는 Kamikaze..... 행여나 ESP가 원래 일본 회사인 걸 모르는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쨌든 위 모델은 George Lynch가 없었으면 탄생하지 않았을 모델이죠... 일본의 이미지와 미국의 이미지가 결합한 ESP... 그 중 일본의 이미지라면... 무슨 쪼잔하고 소심한 성격의 사업가 같은 이미지말고... 아마 위의 가미가제 같은 이미지를 나타낸다는 게 제일 적당한 표현인 것 같네요... 절박한 상황에서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나방 같은 모습이, 메탈사운드에 담긴 느낌과 잘 맞아떨어진다고나 할까요?
물론, 90년대 ESP의 대표 이미지라면... 역시 뭐니뭐니해도 James Hetfield의 ESP Explorer가 아닐까 싶네요. Gibson White Explorer나 Jackson도 들었던 James Hetfield라지만.... 가장 뇌리에 남아 있는 James의 기타는 역시 ESP Explorer... 겠죠... 결국 Gibson 제국의 노여움을 사서 모양도 삐딱해지고, 이름도 못 쓰게 됐지만.... 이미 사람들의 뇌리에 깊숙이 새겨진 이미지만은 어찌 할 수 없을 겁니다.
연주자의 순수한 기타 연주 능력이나 기타의 사운드로 따지자면야 James Hetfield의 ESP Explorer가 명함을 내밀기는 쉽지 않겠지만.... ( ESP를 쓰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만도 여럿이 있지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James Hetfield의 ESP Explorer가 보여 준 메탈 씬의 선봉장같은 이미지? ... 그래서, 케로군은... 또 다른 팬들은 ESP를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사운드와는 또 다른 매력이 분명 그곳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사운드의 ESP
물론 ESP가 이미지만 가지고 먹고 사는 기타메이커는 아닙니다. 처음 동경에 가게를 연 조그만 기타 교체 부품 상점이 쟁쟁한 기타메이커들의 고래 싸움 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물론 불과 10 여 년 사이에 미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는 굴지의 기타메이커가 된 것이 결코 이미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ESP의 중후하고 강력한 사운드 ... 단지, 그 말만으로는 매우 부족한 그 사운드의 힘이 없었으면 현재의 ESP는 없었을 겁니다.
교체 부품을 사기 위해 가게에 들렀던 아티스트들이 하나 둘 모이고, 다시 소문을 타고 아티스트들이 이어지면서.... 현재 Metallica, Slayer, Judas Priest, Rammstein 등의 사운드가 만들어진 것을 보면.. 바로 ESP의 사운드가 현재 Metal 씬의 사운드를 대변한다... 고 해도 심한 과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간혹 누가 물어보면, 기타는 기타 바디 모양 같은 소리가 난다라고 농담처럼 얘기하는데... 실제로도 어느 정도는 들어맞는다는 걸 많은 기타 연주자분들이 느끼고 있겠죠?
Gibson의 노여움을 사서 개명과 변형을 강요 받고... 현재는 LTD 레이블에서 생산되고 있는 Explorer의 모습을 보면 ( 아래 사진은 그 중 한 가지인 LTD EX-260 모델 ) ESP 사운드가 추구하는 방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변형을 해야 한다면 보다 날카롭고 강력하게.... ESP다운 헤드 모양처럼 보다 강력하게... 이렇게 단순 무식(?)하게 메탈스러운 사운드에 집중했던 과거가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Fender 제국이 Jackson 왕국을 합병하면서 강력한 사운드의 영원한 라이벌이 사라지자... 망국의 유민처럼 쟁쟁한 아티스트들을 영입하면서 ESP 사운드의 황금기가 오지 않았었나 싶습니다. 물론.... 사업 규모의 확대와 다양한 사운드에의 실험과 도전이라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을 밟아가면서, 과연 ESP가 계속해서 초심의 강력한 사운드를 지켜줄 것인가라는 데에는.... 다소 우려스러운 바가 없지 않습니다. LTD라는 브랜드를 만들 때까지의 취지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것이었지만.... 그 이상은 왠지 정체되어 있고, 도전하는 사운드가 들리지 않고, 과도하게 상업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우려만 남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Jackson에서 넘어왔던 유력한 아티스트들이 바로 Dean으로 주루룩 옮겨 간 이유에 대해서, ( Megadeth의 Dave를 비롯해서... ) ESP가 보다 신중하게 고려해 주면 좋을 것 같네요.
케로군의 ESP
최근 여러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케로군의 ESP에 대한 지지는 절대적입니다. 심지어는 강력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Jackson의 사운드도 부족해 보일 지경입니다. 지금은 비록 외형이 많이 상했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ESP Custom Explorer의 사운드도 맘에 듭니다. 도대체 어떤 기타가 이렇게 강력하고 중후한 사운드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이 기타가 아니었으면... 케로군의 허접한 실력이 얼마나 쉽게 만천하에 드러났을까요? ( 다른 말로 하면, 허접한 연주 때문에 기타가 민망해하는 것 같다는 느낌? -_-; )
최근 밴드에서 기타를 한 동안 치지 않아서, 안그래도 없는 실력이 녹슬었지만 어젯 밤 다시 먼지를 떨고 기타를 다시 잡아 보았습니다. 오랫동안 좋은 사운드를 들려준 기타를 좀더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물론입니다. 이미지든 사운드든... 케로군에게 ESP는 그냥 악기 이상의 무엇으로 자리잡고 있나봅니다. 비록 너무 무겁다( 케로군의 Explorer가 유난히 무겁습니다. )는 단점, 사운드가 강력한만큼 섬세함도 부족하고 변화의 폭이 좁다는 단점 등이 있지만... 뭐 어떻습니까... 케로군은 이미 이 기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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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는 그런대로 좋았는데... 어쩌다가 케로군은 또 새로운 기타에 눈이 돌아갔을까요? ( 여러 기타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_-; ) ESP에 대한 얘기를 이렇게 오래 끌면서 칭찬 일색(?)의 세레나데를 부른 것도 이 때문이 아니었을지? 케로군의 눈을 잡아 끈 모델은 바로.... ESP RZK-1 Richard Z signature 모델입니다. 이 친구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만... -_-;;; 당장 갖고 싶은 마음이 용솟움치는 건 어쩔 수 없군요.... ( 이 쯤 되면 로또 당첨을 위해 정화수를 떠놓고 빌기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닐지... oTL )
ESP는 처음 기타를 접하시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할만한 브랜드는 아닙니다. 물론, 중후하고 강력한 메탈 사운드에 익숙지 않다면 더더욱 그렇겠죠. 하지만, 아주 조금만 메탈 사운드가 귀에 익고 기타에 입문을 했다 싶은 정도라면, 꼭 한 번 ESP를 잡고 연주를 해 보시기를 추천해봅니다. ( 요즘은 LTD라는 브랜드 때문에 ESP의 사운드를 접하기가 더욱 쉬워졌죠 ) 말 그대로 열에 아홉은 '메탈 사운드'로서의 ESP에 만족하시리라는 생각에, 점수를 매긴다면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싶습니다.
물론, 세계는 넓고 사운드는 많기 때문에... 다른 여러 가지 사운드와 비교해서 이게 좋다 나쁘다고 얘기할 건 수는 아니라는 점... 모든 기타 사운드에는 장단점이 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무슨, 'ESP가 최고' 같은 식의 말은 어울리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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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구는 돈다... 그래도 케로군에게는 ESP가 최고!!!! 입니다... 부디 계속해서 강력하고 중후한 사운드와 메탈 사운드에 걸맞는 이미지를 만들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