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군이 맘에 들어 하는 상당 수의 엔터테인먼트 상품이 그렇듯이...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涼宮ハルヒの憂鬱 )"와의 만남 역시... 오해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한창, 동명의 애니메이션 엔딩곡 "ハレ晴レユカイ"의 복잡한(?) 춤이 유행하고, 그 복잡한 춤을 따라하기 위한 안무 안내가 인터넷에 뿌려질 때만 해도.... 케로군이 이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죠... 케로군은... '평범한 학원 코메디물'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오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양 문고에서 이 소설을 구입하게 된 것도... 나름 인연인 것 같네요...
[ 이후 상당한 양의 스포일러 또는 네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서를 구입하실 분은 주의해 주세요. ]
예상 격파!!!
소설의 제 1권에 해당하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을 구입해서 출근 길에 읽기 시작했을 때만해도... 우려 반 호기심 반이었습니다. 시작만 해도 정말 평범하게 느껴졌습니다.
여 주인공들이 나오는 걸로 아는데, 남자 주인공 한 명의 시점으로 이야기 한다... ... 뻔하게 보였습니다. ... 무료한 일상에 굉장히 독특한 주변 캐릭터가 등장한다... ... 그 정도로 안 놀랍니다... 역시 흔한 설정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또 난리 부르스를 떠는 소설 아닐까요? ... 그리고, 안하무인 개념상실의 히로인이 사람들을 불러 모아 모종의 단체를 만든다... ... 이 것도 뻔해 보였습니다.... 아.. 정말 잘 못 산 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죠... ... ... ... ...
그렇게 읽어 내려가다가 한 순간에 전의를 상실했습니다. 그건 아마 소설의 화자인 '쿈'과 마찬가지였겠죠... 아 이런 소설 같은 설정이 있나... -O-... 이런 어거지가 있나... 라고 말하면서 이미 소설의 앞부분을 다시 살펴보고 있는 케로군이었습니다.
독자의 예상을 깨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복선이나 암시의 사돈의 팔촌도 없이 펼쳐지는 전개는 독자에게 짜증만 유발할 뿐이죠... 그러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에서는... 복선이나 암시라는 말이 민망한... 이미 다 가르쳐 준 얘기가... 그대로 였던 것입니다... 독자들은 평생 속고만 살아서 다 가르쳐 줘도 전혀 믿지 않을 것이라고... 작가는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You Win ! ! !"
어딘가에서 오덕후처럼 살아 왔을지 모를 '타니가와 나가루'라는 이름의 작가에게...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할 수 있는 말은 이 한 마디 뿐...
앞서서 나스 기노코 씨의 소설 얘기를 하면서... 현학적일 수도 있단 말을 했었고, 케로군이 좋아하는 가이낙스의 작품들도 뭔소린지 알 수 없는 이야기로 도배를 합니다. 또, 악착같이 그 의미를 파헤치는 과정 자체를 즐기기도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어지간해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복잡하고 난해한 표현이... 오덕스러움의 기준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 그런 점에서 케로군도 그쪽 줄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네요... ㅠ.ㅠ )
그러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접근은 다릅니다. 물론, 난해한 표현... 나옵니다... '통합 사념체'가 어쩌고, '시간 평면 이론'이 어쩌고 하는데... 우리의 화자 '쿈'은 그런 어려운 말이 나올 때마다 이렇게 반응합니다...
'그게 뭔데? ... 그래서... 어쩌라고?'
바로 독자들이 하고 싶은 말입니다. 어려운 개념은 그래서 이렇게 바로 패스... 관심 있는 사람들만 신경 쓰십쇼... 모드입니다. 그런 '쿈'이 화자인 것도 그렇지만... 문제의 중심인 '스즈미야 하루히' 역시 근거를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항상 전진, 항상 진행형입니다... 한 마디로 시원시원? 그렇게 쉽게 쉽게 넘어가 버리기 때문에 부담이 없습니다. '타입 문' 쪽 텍스트를 읽을 때나, 카도노 쿄헤이의 소설을 읽을 때의 부담이 없다는 게... 바로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강점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쉽게 쉽게 넘어가는 사이... 소설은 구석구석 빈 공간에서... 오덕스러움을 충분히 배양 시킵니다. 제목부터... "憂鬱" ... 케로군은 이 한자 그냥 읽으라면 못 읽습니다. 그 뿐인가요? 시리즈의 속편으로 이어지면서 두 자의 제목만 나열하면...
1. 憂鬱 2. 溜息 3. 退屈 4. 消失 5. 暴走 6. 動揺 7. 陰謀 8. 憤慨 ( 여기까지 국내 발매 ) 9. 分裂 ( 일본에서는 2007년 4월 1일 발매, 국내 미 발매 ) 10. 驚愕 ( 미발매, 일본에서는 2007년 6월 1일 발매 예정 )
이거야말로 한글 독음이 없으면 알아볼 수가 없는 외계 문자 수준입니다. -_- ( 이 기회에 몇 개나 그냥 읽으실 수 있는지 테스트를 oTL )
물론, 이런 제목만 오덕스러운 건 아닙니다. ^^ 케로군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오덕스런 설정을...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 속에 묻어 버리기도 했고, 앞서 이야기하기도 했던 익히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엔딩 "ハレ晴レユカイ"의 춤까지... 오덕스런 요소가 곳곳에 매복하고 있습니다. ( 다행히, 소위 '오덕스럽다'는 데 거부감 있으신 분들도 그냥 지나치면서 편하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 ) 이거야말로 "쉽게 쉽게 오덕스럽게"의 강약 조절에 완벽한 성공이 아닌가 싶네요...
알고도 넘어 가는 상술의 세계
사실 케로군이 좋아하는 가이낙스라는 곳이... 바로 저 '알고도 넘어 가는 상술의 세계'에서는 지존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그러하듯...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역시... 상술의 좋은 소재가 되어주었습니다.
이미 애니메이션 관련 싱글 음반 세 장은 관련 글을 올렸었고, 소설은 벌써 여덟 권을 샀고 두 권은 이미 위시리스트에 올라 있는 데다가.. 무척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도 결국 박스 세트를 구입할테니... -_-a 이미 상당한 경제력을 소모했는데.... 피규어다 무슨무슨 캐릭터 상품이다... 지를 걸 생각하면... 참 무서운 상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 또 안 살 수도 없습니다... oTL
지난 3월 18일에는 일본에서 "涼宮ハルヒの激奏" 라는 행사가 있었는데, 이것도 DVD가 나온다는군요... 땡깁니다... 아 벌써 상술에 반 쯤 넘어간겁니다. -_-
물론, 상술 상술 떠들지만...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으니까 사는 것이기도 하고... 돈을 지불하고 행복을 사는 거니까요... ^^ 아쉬운 점은 소설에서도 사실 계속 이야기가 맴도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음악도 오래 들으면 질리는 법이니만큼.... '울궈먹기'란 느낌만 안들게 해 줬으면 하는데.... 아직은 조금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 개선의 여지가 있을런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무겁거나 어려운 얘기는... 전혀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 물론, '뻔한 학원 코메디물'이 아닙니다. 특히, 1권에 해당하는 "우울"은 한 번 쯤 읽어보시길 강력히 추천하는 10 점 만점에 9점 짜리 소설입니다. 아마도, 1권을 읽으신 분들 중에 반 정도는 현재 출간된 8권까지 읽지 않을까 싶은데... 전체적으로 케로군이 평점을 매긴다면 10 점 만점에 8 점은 줄 수 있는 '재밌는 소설'이라고 하겠습니다.
전에 '오덕'이란 얘기를 썼다가 다소 오해를 산 적이 있기도 한데... 그런 표현이나 문화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케로군 자신이 다소 '오덕스럽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도 하고... ( 나가토 만세!!! -O- ) 그것이 꼭 알아야 할 것도 아닌만큼, 꼭 멀리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만큼... 1권 정도는 한 번 사전 지식 없이 경험해 보시기를 모두에게 권해보고 싶습니다. 재밌으면 좋고, 재미 없더라도 부담 없이 '얘들은 이렇구나'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니까요... ^^; 부담 되는 가격이 아니니만큼 한 번 구입해서 읽어 보세요.~~~
마지막으로 앞서 얘기한 "涼宮ハルヒの激奏" 행사 DVD의 하비스톡 홍보용 이미지를 첨부하면서 마치겠습니다. ( 나름 뽀내가 납니다. ^^ ) [ "涼宮ハルヒの激奏" 관련 이미지의 출처는 하비스톡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