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티드( The Departed )"란 영화가 제작된다고 소개되었을 때, 상당히 많은 사람이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무간도"라는 원작 자체가 너무 좋았고, "마틴 스콜세지( Martin Scorsese )" 감독의 이름값만으로도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습니다. 거기에 화려한 출연진과 스탭들로 기대는 곱절이 되고, 예고편까지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뚜껑이 열리자... ( 특히 국내에서 ) 기대했던 것만큼의 좋은 평을 듣지는 못한 것이 바로 이 영화입니다. 아카데미에서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휩쓸었고, 미국내 평은 뜨겁다 못해 끓어 넘치는데.... 우리나라에서의 평은 분명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케로군의 평은 어떨까요? ( 아래 칼럼 보기를 클릭하시면 스포일러 또는 네타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원작의 굴레 아래에 있는 영화 '디파티드'
사전 지식 없이 보았을 때 "디파티드"는 좋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무간도"라는 원작과 대놓고 비교했을 때 열의 아홉은 좋은 소리를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헐리우드 리메이크가 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너무 비슷합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줄기가 비슷한 건 당연하다고 하더라도... 인물의 배치나 사소한 사건의 내용이나 연출, 소품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곳이 너무 많습니다. 심지어는 '고민하지 않고 만들었다'라고 느낄만한 부분도 꽤 많습니다.
그러다가, 결정적일 때 영화는 곁길로 빠집니다. "무간도" 역시 주인공 급의 배우들이 '그다지 영웅적이지 못하게 죽어버리는' 장면들이 이어지는데... "디파티드"는 한 술을 더 떠서.... 거의 "급사"에 가깝게 허무하게 주인공들을 떠나보냅니다. 관객들( 아마도 우리나라 관객들 )이 기대한 것이 무엇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허무한 주인공들의 죽음'을 기대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각 주인공 급 연기자들도... 역시 원작의 연기자들과 바로 비교가 됩니다. 영화의 장면 장면이 비슷하니... 원작을 보았던 사람들은 비교를 안 하고 넘어가기도 어렵습니다. 아마도, 이 부분의 얘기까지 쓰고, 간단하게 요약을 해 버린다면... "원작에 새로운 아이디어에 의한 연출은 별로 추가하지 않고, 허무하고 시시하게 끝나버린다." 정도가 되겠네요...
이래서 거두절미는 무섭습니다. -_- 조금 더 뜯어보도록 하죠.
'마틴 스콜세지'식 영화 '디파티드'
'마틴 스콜세지' 라는 사람은 훌륭한 영화 감독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관객'보다는 '미국의 관객'들에게 더 훌륭하게 보일만한 영화 감독입니다. 또, '미국의 관객'보다는 '미국의 평론가'들에게 조금 더 훌륭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의 관객이 더 수준이 높다느니, 평론가들이 관객보다 식견이 좋다느니...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관객으로 따지면 미국의 관객들은 우리나라의 관객들과는 분명 정서가 다르겠고... 평론가가 보고 싶은 것과 관객이 보고 싶은 것이 또 다를 겁니다. 물론, 감독은 관객을 위해 영화를 만들겠지만, 어느 지역 관객에게나 원하는대로 결과가 얻어지는 건 아닙니다.
분명 다른 홍콩 영화인 원작 "무간도"에 대한 미국 관객의 느낌은 우리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을 겁니다. ( 저도 미국 사람이 아니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말이죠. ^^ ) 결정적으로 홍콩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이 더 많았을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 그들에게 특별히 다른 연출을 시도할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변명같아 보이는 논리지만... 미국 사람들의 논리가 종종 그런 식인 것도 사실이죠. 감독이 정말 그런 속 편한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름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같은 종점에 이른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영화에는 감독의 색깔이 분명하게 배어 있습니다. '주인공의 허무하기까지 한 죽음' 역시 갱 영화에서 종종 보였던 감독의 색깔로 볼 수 있고... 영화 초반 흘러 나오는 "Gimme Shelter"처럼 자신의 코드를 영화 곳곳에 심어놨습니다. 소소한 이야기와 장면 연출은 똑같다고 보기 시작하면 '무간도'의 카피가 되지만... 다른 점들만 따지기 시작하면, 꼭 그렇게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최대한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준다면.... 이 영화는 분명 '마틴 스콜세지'식 영화입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너그럽게 봐주는 게 잘 하는 일일까요?
그냥 괜찮은 영화 '디파티드'
'디파티드'에 대한 비교적 정당한 평가는 '그냥 괜찮은 영화' 정도일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재밌지도 않지만, 그다지 재미 없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무간도'와 비교되지만, 나름 노력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식 갱스터 무비로 딱히 흠 잡을 데는 없어 보입니다. 열광할 필요는 없지만, 평가 절하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무리 원작이 좋아도... 아무리 감독으로서 훌륭하더라도... '액션 스릴러'의 느낌이 나는 "무간도"를.... '자기식 갱스터 무비'의 달인인 "마틴 스콜세지"에게 리메이킹을 맡긴 게... ( 적어도 우리나라 관객에게는 ) 좋지 않은 평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케로군에게는... ( 그리고 아마도 우리 관객에게는 ) 그냥 그저 그렇게 괜찮은 정도의 갱스터 무비 한 편이 남았습니다. 영화 학도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을지 모르고.... 미국의 관객은 열광할지 모르지만.... 케로군으로서는 영화를 감상한 뒤 살짝 미소를 띄우며, "잘 봤다"고 할 정도의 그런 영화가 되었습니다. 기대치가 높았던 사람이라면.... 그 평가가 조금 더 냉정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디파티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10 점 만점에 7 점 정도를 줄 정도인 것 같습니다. 원작인 "무간도"를 보지 않았고, '마틴 스콜세지 식 갱스터 무비'가 좋은 사람이라면 8 점도 가능하겠고... 원작도 좋아하는 데다가, 헐리우드 리메이크에 대한 기대가 크다면... 6 점 정도를 주는 게 적당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정당한 평가를 위해서는... 오스카를 거머 쥔 영화를 한 번 제대로 비판하려면... DVD를 구입해 놓고 찬찬히 뜯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쉽게 흘려버리고 쉽게 이런저런 평을 하면서 쉽게 평가절하 하기엔... 무언가 생각할 꺼리가 많이 남는... 그런 종류의 영화입니다.
케로군은 주연보다 조연에 해당하는 마크 월버그가 더 맘에 들었는데요... 이 영화에선 2대 8 가름마에 깔끔한 외모( 그러나 정반대의 성격-_- )로 등장하는 게... 바로 다음 영화인 "더블 타겟( Shooter )"의 거친 외모와 상당히 느낌이 다르더군요... 써니 양은 한참동안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인 것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_- 아래의 두 포스터를 보시고...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낄까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