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 밴드'의 이름으로 "한국 rock 다시 부르기"라는 음반을 발표한 게 1999년... 익히 알려진, 혹은 '고전' Rock 명곡을 리메이크 하겠다는 프로젝트였는데... 이제는 이 앨범이 다시 고전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물론 8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이 음반에 담긴 '고전' 명곡의 감흥은 여전하고... '윤도현 밴드'의 감각도 꼭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지는 않네요.
실은 현재 케로군이 참여한 아마추어 밴드가 연습을 재개하면서... 이 앨범에 담긴 "담배가게 아가씨"를 연습하려고 했었습니다. ( 그 느낌을 담기가 어렵다는 의견으로 결국 좌초되었습니다. ㅠ.ㅠ ) 그리고, 지금은... 고전 명곡인 "돌고 돌고 돌고"를 해 보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 오리지널보다 더 사랑받는 리메이크 앨범이 되어버렸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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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재해석
제목부터 거창하게 '한국 rock 다시 부르기'라고 한만큼... 이 앨범이 지향하는 바는... 조금 포장해서 얘기하면 '고전 rock 명곡을 재해석'하는 것이겠죠. 그 거창한 제목에 걸맞게... "탈춤", "불놀이야", "나 어떡해" 등... 고전 rock 명곡이면서도 그다지 자주 불러지지 않았던 곡들을 다루는... 나름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입니다.
한국 Rock의 뿌리 중 하나인 들국화 - 전인권의 노래들... "돌고 돌고 돌고"나 "그것만이 내 세상" 같은.. 익숙한 고전 Rock 명곡의 재해석에도 힘씁니다. 굳이 따지고든다면... Rock이라기 보다는 포크 음악이나 팝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담배가게 아가씨"를 Rock으로 재해석한 것도 재밌다면 재밌는 점이네요...
재해석의 결과는 상당히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돌고 돌고 돌고"나 "담배가게 아가씨"는 나름 특징적인 리프도 귀에 쏙쏙 들어오고.... ( 리프가 재밌어서 밴드에서도 다루려고 했었습니다. ) 옛 것으로 치부되어 버릴 수도 있는 "불놀이야", "나 어떡해"도... 나름 신선한 감각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이런 와중에 자기 밴드의 옛 노래를 은근슬쩍 끼워 넣는 것도 귀엽게 봐줄만하군요... ^^
혈액형
이 음반에서 케로군에게 가장 감명(?)을 준 노래는 이전까지는 이런 노래가 있는지도 몰랐을 "혈액형"이란 곡입니다. 원곡은 직역된 한글 제목과 같은 "Bloodtype"으로... 러시아의 Rock 가수 Victor Choi의 곡입니다. 러시아의 한국계 가수 '빅토르 최'...
이쯤 되면 '한국'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경계가 살짜쿵 모호해집니다. 이런 저런 여러 가지 일에 '우리 나라', '우리 민족'을 짜증날 정도로 따지는 우리의 민족성을 생각하면... ( 케로군도 물론 그런 습성이 분명히 있습니다. -_- ) 아마도 혈통은... 우리 민족의 특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을지는 몰라도.. Victor Choi는 우리 나라 사람이라고 분명히 얘기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애매함과 모호함의 가운데... 우리 민족의 특징적인 정서인 '한(恨)'을 담은 듯한 노래가 바로 이 "혈액형"이라는 노래입니다. "슬라브 특징이 담긴 곡 + 우리 정서와 유사 + 한 곡의 Rock"이라는 복합적인 정체성이 바로 이 "혈액형"이 가진 특징입니다. 결국 위에서 얘기한 '한국'은... 국적이나 혈통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서'의 문제로 귀결되는 느낌입니다. '우리의 정서를 가진 Rock'이 바로 '한국 Rock'이 되는 것이죠. "혈액형"과 같은 비장하고 멋진 곡을 아름답게 번안해서 담은 것이 이 리메이크 앨범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Rock 다시 부르기
음반 제목에서 얘기하는 것과 같이... 이 앨범의 주제는 '한국' 'Rock' '다시 부르기'입니다. Rock을 부른다는 것은 ...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무언가 강렬하고... 무언가 거칠고... 무언가 젊은 피를 자극하는 그런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 강렬하고 거칠고 젊은 피를 자극하는 음악이 제대로 담긴 음반이기 때문에... 이 앨범은 제대로 'Rock을 다시 부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개중에 일부는 다소 리듬이 느리고... 분위기가 침울할 수도 있고... 개중에 일부는 너무 가볍고( 팝스러운? )... 장난 같을 수도 있습니다만... 애시당초 Rock이란 그런 것이죠... 박사 논문 쓰듯이 따져서 부르고 들으려면 애시당초 Rock Rock 거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 그런 느낌 그대로... 윤도현 밴드의 재기발랄함이... 이 앨범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왠지 큰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 풀리지 않는 세상 일 때문에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을 때.... 그래서, Rock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을 때.... 윤밴의 "돌고 돌고 돌고" 같은 곡을 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음원이 필요하신 분은 앨범 구입! 잊지 않으셨죠? ^^
'윤도현 밴드'의 "한국 rock 다시 부르기"는... 고전을 재해석한다는 취지의 앨범으로... 이제는 스스로가 고전이 되어버린 명반입니다. 물론 일부 단점도 있어서... 왠지 곡들이 다 따로 노는... 컴필레이션보다도 정리가 덜된 느낌이 있고.... 그러다보니 곡과 곡 사이의 감정 기복이 심하기도 하고... 몇 곡의 경우는 심하게 분위기가 튀기도 합니다. 심각한 곡과 굉장히 '팝스러운'곡을 섞어서 배치하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너무 이쪽저쪽으로 튀는 건 그닥 편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이전까지의 윤도현 밴드 음반이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조금 아쉽습니다.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는 큰 흠집은 없는 명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Rock에 관심 있는 분들께 10점 만점에 7점 정도의 평점을.... 한국 Rock, 특히 윤도현 밴드에게 관심 있는 분들께는 8점 이상의 평점을 줄 수 있는... 소장 가치 높은 상당한 수준의 음반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별고민 없이 음반을 사서 들으면서도.... 시간이 흐른 뒤 조금이라도 남는 음악을 찾으신다면.... 이 앨범을 강추하겠습니다. ^^ 위에 첨부한 음악을 들어보시고... 괜찮다고 느끼시면 꼭 구입해 보세요....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