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을 노려라 2!"가 2006년 베스트 DVD였고, 오덕후들을 위한 걸작이라는 제 의견을 피력했었습니다만... 이 애니메이션에서 스토리나 연출, 작화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음악'입니다. +_+ 그리고, 다른 요소들과 마찬가지로 음악에서도 덕후들이 똘똘 뭉친 가이낙스답게... 꼼꼼하면서도 듣기 좋은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
( 칼럼 중에 네타에 해당하는 내용이 많으므로 주의 바랍니다. )
다나카 고헤이
처음 톱을 노려라 2!의 사운드트랙을 들었을 때는, 사기스시로( 鷺巢詩郞 ) 님이 떠올랐습니다. 웅장하지만 처절한 느낌의 브라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점이나 사운드트랙 곳곳에 장난스런 전개를 섞어 주는... 것이 '에반게리온'의 그것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고... 나디아 - 에바 - 카레카노 등 가이낙스의 핵심 작품들에 함께 해 온 전력도 확실한 낚시밥이었습니다...만...
정답은 다나카고헤이( 田中公平 ) 님이었습니다. 바로 "톱을 노려라 ~ 건버스터"의 음악을 맡았던 그분입니다. ( 케로군의 생각이 짧음을 다시 한 번 제대로 느꼈습니다. ㅠ.ㅠ ) 진정한 톱을 노려라의 계보를 잇는다면... 당연한 결과였을텐데... 그걸 왜 몰랐을까요? 그리고, 음악의 주제나 전개가 얇은 귀에는 에바처럼 들려도... 전설의 명반인 전편의 음악을 잇는다는 것이 제대로 이해한 것이겠죠 ^^;;;
간지럽지만 강력한
물론, 톱을 노려라 2! 사운드트랙은 여타 많은 OST가 그러하듯 다수의 관현악곡들과 다른 애니메이션 OST처럼 오프닝과 엔딩을 이루는 곡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단연, 오프닝 곡인 "Groovin' Magic"입니다.
물론 케로군도 처음 들었을 때는 '이뭐병... 변태 곡인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그러나, 정말 쉽게 세뇌되는 '아~ 아,아,아~'의 반복 속에... ( 말 그대로 간지럽습니다... 노래도 어찌나 간지럽게 부르는지... ) 애니메이션을 보았다면 더더욱 절실히 느껴지는 '노노'스런 느낌이 담겨 있습니다. ( 물론, 성우가 부른 노래는 아닙니다. ) 노래를 부른 ROUND TABLE featuring Nino( Nino만 따로 나온 자료는 못 찾았습니다. '-' )의 여성 보컬은... 어쩌면 오덕후 매니아들의 판타지를 가장 잘 자극할 수 있는.... 강력하지 않고 간지럽게 접근하면서도 상대를 확실하게 사로 잡는 보컬... 그 느낌을 체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_@ ( 아니면 어떤 덕후가 옆에서 코치를 해 줬을지도... ㅠ.ㅠ )
결국 케로군은 홀렸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이 음악을 반복해서 듣게 되고 말았습니다.
대구를 이루는 엔딩곡인 "星屑涙" 역시 잘 배치된 곡입니다. 마치 극중 노노의 상대역(?)인 라르크를 대변하듯 보다 힘 있고, 깔끔하게... 그러면서도 산뜻하게 후미를 맡아줍니다. ( 엔딩 테마의 작사와 노래를 맡은 ACKO는 싱어송 라이터에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귀재로.... 비쥬얼은 조금 떨어지지만... '실력'으로 인정 받아 여러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엔딩을 맡았더군요. ) 재미있는 것은 앨범의 곡 배치가 오프닝, 엔딩이 맨 앞, 맨 뒤도 아니고 애매한 곳에 위치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오프닝 엔딩만 귀기울여듣다가도... 본편의 음악....그 주제를 들으라고 유도하는 것도 같습니다. 특히, 수많은 주제의 변주들이 최후의 한 장면을 향해 치닫는 느낌이 드는 순간... 무언가 감동 비슷한 것이 밀려오기도 하네요... 노노의 두 번째 테마에 해당하는 "バスターマシン7号" 등도 그런 궤도에 있는 곡입니다. 너무나 익숙한 톱을 노려라다운 주제가 담겨 변주되고 있습니다.
덕후를 위한
애니메이션이 덕후를 위한 서사시였다고 제가 얘기했었는데, 따지고 보면 음악도 다를 바 없습니다. 한 편으로는 대단한 장점이면서, 다른 한 편으로 큰 약점일 수도 있습니다. CD 속지에 들어 있는 감독과 음악 감독( 바로 다나카 고헤이 님 )의 인터뷰는 그렇다 치고... "어느 장면에서 등장하는 음악인지"를 안내하는 페이지에 이르러서는...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느낌 보다는... '정말 덕후스럽군요 -O-'라는 느낌이 듭니다.
실은 앞서 얘기한... 오프닝 곡의 보컬의 경우에도.... 덕후들이 침을 흘리며 듣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도대체 로봇물에 간질간질한 보컬이라니... 무얼 상상하라는 겁니까?
거기에... 젼편의 훌륭한 음악을 계승한다거나...
위 사진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토플리스의 상징을 CD에 배치하는... 사소한 손길 하나하나에서... 오덕후에 대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orz
결국.... 이 놀라운 감동이... 누군가에게는 아예 전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일테고.... 순간, 음반 자체의 가치가 반의 반으로 급강하 할 가능성도 있어보입니다.
아마도, 애니를 보시고, 이 글을 읽으신 뒤... 감흥이 생긴다면 바로 쇼핑몰 고고싱, '덕후 1등급 획득'이 되겠지만... 아무 감흥도 없고,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저 "케로군도 덕후였다"고 생각하고 마실지도 모르겠군요 ㅠ.ㅠ
여튼... 이런 저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덕후가 절대 아닌 케로군에게 이 사운드트랙이 제공하는 배려들은 '어느 정도' 감동적이었고... 오프닝, 엔딩 테마가 무척 맘에 들고 주제와 변주도 듣기 좋은 데다가, 음악 자체만 평가하더라도 많은 분들에게 추천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별점 10개를 준다면 덕후에겐 10개, 일반인에겐 7개까지 줄 수 있는 음반입니다.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