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버튼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Wonderland )"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스위니토드 이후 3년만의 영화에... 팀버튼과 잘 어울릴 것 같은 소재... 케로군도 지난 주말 놓치지 않고 극장을 찾았습니다. 약간의 고민을 하긴 했지만... 독특한 분위기가 3D와 잘 어울릴 것 같아 3D를 선택하고 또다시 CGV 영등포 스타리움을 찾았습니다.
일부에서는 평이 그냥저냥 그럭저럭이고, 팀버튼다움(?)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케로군은 나름 재미있게 잘 감상했습니다. 접근 방법은 조금 변했을지 모르지만... 케로군이 기억하는 팀버튼다움(?)이 잘 녹아있는 동화더군요.
감독과 연출
Tim Burton 감독은 '비틀 주스'부터 시작해서 십 여 편의 영화를 감독해왔습니다. 그동안 생뚱맞았던 몇 편의 영화( 혹성탈출이라든가... '-'; )를 제외하면... 자신만의 색깔,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스럽게 유지해오면서 충성도 높은 팬층을 형성한 감독인데요, 앞서 언급했던 '팀버튼다움'을 논할 때 기준이 될 만한 영화는... 역시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화와 같은 분위기지만 음습함과 ( 살짝 숨겨진 ) 잔인함이 공존하고... 해피 엔딩으로 향하긴 하지만 그 과정이 언제나 껄쩍찌근하며... 그 속에서 아름다운 춤과 노래를 덧입혀지기까지... 처음에는 적응하기 쉽지 않은 괴퍅한(?) 연출이 팀버튼 영화다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이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국내에서 12세 관람가로 상당히 무난한(?) 장면만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곳곳에( 정확히는 대부분에서 ) 팀버튼 다운 연출을 잊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기존 앨리스의 이야기를 잘 아는 사람들에겐 상당히 신선했을 것 같은... 기존의 이야기를 반복하는 듯 하면서 살짝 비꼬아주는 연출이 일품이었습니다. 다만, 기존의 앨리스 이야기를 모르시는 분들에게는 더더욱 따라오기 어려운 영화가 되어버렸더군요. ( 국내에 앨리스 이야기를 어디서 들어서 대충은 알더라도, 책 한 번 제대로 읽은 사람은 얼마 없으리라고 봅니다. )
영화 속 원더랜드는 '미친 듯한' 세계인만큼, 팀 버튼 식 '미친 듯한' 원더랜드의 묘사가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행여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를 상상하셨던 분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었겠지만... 이런 세계를 보기 위해 팀 버튼의 영화를 찾는 사람( 케로군과 같은 )들에게는... 이거다 싶더군요. 물론 이야기의 결론과 주제는 '동화'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만, 몇몇 이 영화에 실망하신 분들과는 다르게... 케로군은 이 정도면 충분히 팀 버튼 다운 재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보는 사람에 따라 평가는 다를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 또 하나의 팀 버튼의 걸작으로 기록되리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선 팀 버튼의 인기가 별로 없어서인지 ( 아마도 케로군과 같은 부류의 소수의 충성스럽거나 관심을 가진 팬들이 있지만, 대중성과는 확실히 거리가 멀죠. ) 이런 좋은 영화... 혹은 볼 만 한 영화의 주말 상영에 자리가 많이 비던 것은 가슴 아프더군요.
배우와 연기
일단 이 영화의 타이틀 롤은 '앨리스' 역을 맡은 배우에게 돌아가야 하겠지만, 아무래도 팀 버튼의 페르소나인 Johnny Depp의 앞에 명함을 내밀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조니 뎁은 여전한 조니 뎁다운 연기로 감독의 부름에 화답하는데요, 짙은 화장 속에서 무언가 연기를 해내기가 쉽지 않았을텐데도... 매드해터의 괴퍅함을 잘 묘사해냈습니다. 물론, 보통의 배우라면 이 정도로도 칭찬의 세례를 퍼부어도 될 정도겠지만... 아쉽게도 이번 영화 속에서의 조니 뎁은... 이름값에는 살짝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숫자로 표시하는 것도 우숩지만... 말하자면 지난 스위니 토드 때의 연기의 80% 수준이랄까요?
가장 돋보이는 연기를 보인 배우는 감독의 와이프인 Helena Bonham Carter였습니다. 등장하는 장면마다 내뱉는 말마다 파워풀하고 인상에 콱콱 박힙니다. 감독이 아내에게 늘 무언가 괴상한(?) 역할만 시키는 것도 재밌긴 한데... 이 정도의 연기력을 끌어낼 배우도 또 많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어, 감독의 선택이 현명했다는 느낌입니다. 반면, 그녀의 상대역(?)인 하얀 여왕 역의 Anne Hathaway는 살짝 불안한 캐스팅이었는데요, 다행히도(?) 그닥 연기가 필요하지 않은 배역에 배치시켜서 적당한 연기를 끌어내셨더군요.
영화의 타이틀 롤이었던 앨리스 역에는 이 영화 이전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Mia Wasikowska가 캐스팅됐는데요. 이름만 봐서는 참 기억하기 힘들 것 같은 배우이긴 한데... 영화를 보고 나니 그 인상이 상당히 많이 기억에 남는군요. 일단 한 눈에 기네스 펠트로를 연상시키지만... 기네스 펠트로보다 귀엽고 부드럽게 조정된 느낌이랄까요? 일단, 이미지가 참 좋아서(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인상이더군요. )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다만, 감독의 연출 의도가 그랬는지... 연기는 그냥그냥...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 외에 목소리 연기 등으로 중견 배우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기억에 남는 건... 너무나 독특한 목소리를 가지셔서 단 번에 알아들을 수 있는 Alan Rickman정도더군요. 파란 애벌레 역할에 아주 적절한 캐스팅으로... 아주 무난한 목소리 연기를 펼쳐준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영화에 CG가 많이 덧입혀져 있고, 배우들이 제한된 캐릭터 안에서 연기의 제약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연기는 충분히 선방해낸 수준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다만, 아무래도 이름값이 있는 배우들과 그들을 충분히 콘트롤 할 수 있는 감독이었기에... 기대치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배우들과 그들의 연기에 아주 만족했다는 평가는 차마 내리기 어려울 것 같네요.
볼거리와 이야깃거리
영등포 스타리움에서만 두 번째 3D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작정하고 3D로 만들었던 '아바타'와 3D 면에서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입니다. 다만, 영화의 특징을 감안했을 때 3D로 표현된 부분들은 크게 무리가 없고 종종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3D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케로군은 이번 영화의 CG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아무래도 팀버튼 식이다버니 50% 이상 잔혹 동화의 분위기를 품고 있는 데다가... 다양한 색상, 다소 변태스럽기까지 한 소품들이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다만, '잔혹함'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뭇 팀 버튼 팬들이 아쉬워할만 한 ) 선택에는 약간의 의문이 듭니다. 어찌됐던 목을 베는 씬도 있고 대규모 전쟁 씬(?)까지 등장하는 마당에... 무엇때문에 그렇게까지 익숙한 잔혹함을 피해야 했나 하는 게 궁금하군요. 오히려 관객의 기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의도된 선택이라면 그나마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에이브릴 라빈의 주제가가 흘러나오는데, 'Alice'라는 노래가 영화와도 어울리고 꽤 괜찮은 곡이더군요. 성숙되고 다듬어지지 않은, 어리고(?) 당돌한 주인공 앨리스와 에이브릴이 어쩐지 잘 매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고민해봤다가 OST나 싱글이라도 살까합니다.
종합하자면...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로 많은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가능하다면' 영화의 배경 이야기가 되는 원작 소설을 읽고 극장을 찾으신다면 좋겠네요. 배우들의 연기에서는 다소 불만이 있고, 국내에서의 흥행은 좀 어렵다 싶은 느낌이지만, 준비를 하고 극장을 찾는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 평가들을 종합해서 올 해 영화 평가 기준에 따라( ^^; ) 부문별로 별점을 주면 다음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