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에 볼만한 영화가 많았는데, 2월 접어들면서 땡기는 영화가 많이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올들어 여섯번째로 관람한 "울프맨( The Wolfman )"도 사실 엄청나게 보고 싶거나 그런 영화는 아니었죠. 하지만, 워낙에 출중한 출연진들 덕분에 약간의 기대를 하고 극장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찾아 본 울프맨은 한 편의 연극, 그것도 정극을 보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영화였습니다. 비교적 평범한 소재에 정극 연출을 연상시키는 영화는 기대하고 본다면 많이 실망할만한,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무난히 감상할만한 그런 영화였습니다.
감독과 연출
Joe Johnston 감독하면 역시 '주만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CG에 상당 부분 의존하지만, 정작 CG는 그렇게 놀랍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험 활극에 가까웠었죠. 영화적으로 그닥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해서인지 이후 연출 간격이 꽤 긴 편이었고, 특히 2001년엔 케로군이 보다가 잠든 몇 편 안되는 영화 중 한 편인 '주라기 공원 3'도 연출했습니다. 이번 '울프맨'은 역시 평이 좋지 못했던 '히달고' 이후 6년만의 연출작이었는데, 역시 연출에선 그다지 기대할 게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습니다.
영화의 제목과 소재에서 상당한 식상함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영화의 내용과 연출도 그런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조금 특별하거나 의외의 요소를 집어넣을 수도 있을 법한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마치 정극 연극을 연출하는 것처럼 기계적인 연출에 머무르더군요. 딱히 흠잡을 데는 없지만... 너무나 무난한 연출이었습니다. '의형제'를 얘기했을 때의 무난함조라 조금 더 심한 무난함이 느껴지더군요.
헐리우드에서만 장편 영화를 20년 넘게 연출했는데... 그간 큰 발전을 한 것 같지도 않고 앞으로도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운 감독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 정도의 연기파 배우들을 동원하고 이 정도면 사실 실망스런 성적이라고 감히 얘기하고 싶네요.
배우와 연기
울프맨에는 연기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중견 배우 트로이카가 주역으로 등장합니다. Anthony Hopkins, Benecio Del Toro, Hugo Weaving까지... 이름만으로도 영화에 대해 어느 정도의 기대를 하게 하는 배우들이죠. 실제로도 이 트로이카는 각각 자신들의 이름에 걸맞는 안정된 깔끔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감독의 잘못인지 배우들이 모험을 하지 않은 것인지... 무엇 하나 특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더군요. 이런 배우들 중 단 한 명만으로도 감명 깊은 연기가 가능할텐데... 너무나 좋은 배우들이 함께 등장해 서로 특징만 보여주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한 편의 연극으로 봤을 때, 이 영화에 단역이 아니라고 할 만한 배우는 단 세 명인데... 위의 트로이카와 함께 또 하나의 중요한 조연을 맡은 배우는 Emily Blunt였는데, 다작을 하는 배우라고 하는데 케로군의 기억에는 없더군요. 재밌는 것은 이 에밀리 블런트 역시 뭔가 묘한 분위기를 풍기거나 독특한 인상을 줄 기회가 있었을텐데... 결과적으로 앞에 언급한 트로이카 못지 않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연기에 머무르고 말았습니다. ( 점점 감독의 의도... 혹은 역량이라는 의혹이 짙어집니다. )
영화가 연극처럼 소수의 주조연 배우들에 집중하다보니... 다른 배우들에게는 많은 컷이 주어지지 않더군요. 덕분에 더이상 많은 얘기를 할 게 없어지네요. ^^;
볼거리와 이야깃거리
울프맨은 고전적인 공포(?) 영화 소재인 늑대인간의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그 전형적인 틀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 곳곳에서 긴장감을 유지하고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효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 대단하게 놀랄 일은 없지만 적어도 파라노말 액티비티보다는 훨씬 깜짝 놀랄만 합니다. )
하지만, 특수 분장과 CG는 헐리우드 영화치고는 상당히 부족한 느낌이더군요. 딱히 눈에 걸리게 어색한 부분은 없지만, 그렇다고 잘 했다고 할 만한 분장과 특수효과도 아니었습니다. 특히, 늑대인간이 자주 등장할 수 밖에 없는데... 너무 분장 티가 나는 늑대 인간의 묘사는 좀 아쉽더군요. 영화의 조명 역시 ( 연출과 마찬가지로 ) 연극같은 조명 느낌이 많이 나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어제의 이야깃 거리는... 영화 보러 가던 길의 얘기일 것 같은데요, 영등포 CGV를 찾았더니 타임스퀘어 홀(?) 중앙에 참 많은 사람들이 큰 소리를 지르며 운집해 있더군요. 내려다보니 소녀시대의 팬 사인회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더군요. 확실히 요즘 걸그룹이 인기는 인기인가봅니다. ( 이런 쪽에 별 관심이 있어서 내려가 보지는 않았습니다. ) 영화가 충분히 얘기할 거리가 없어서 걸그룹 팬사인회에 밀리다니... 울프맨으로서는 굴욕적이군요. -_-;;;
종합하자면...
울프맨은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을 잔뜩 투입했지만, 너무나 평범하고 무난한 연출로 일관해 특징이 부족했던 영화였고... 결과적으로 관객의 기대에 부응할만한 무언가가 없는 영화였습니다. 딱히 영화가 못난 점은 없지만 앞으로 이 감독 영화는 별로 찾아 보고 싶지 않은 느낌?
너무 특징이 없다보니 정리하면서도 별로 적을 얘기가 없네요. 어쨌든, 이전의 영화들처럼 부문별로 별점을 주면 다음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