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얘기/diary / family 2009. 6. 1. 00:39
지난 금요일...
옷 장 깊숙이 몇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양복을 찾아 입고,
평소의 출근 방향과 반대 방향 지하철을 탔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양복, 익숙하지 않은 구두만큼이나 익숙하지 않은 공기...
그날 오전의 시청 앞은 그런 익숙지 않은 공기로 가득했습니다.
월드컵 때와도 다르고 촛불 집회와도 또 다른 그런 느낌...
그렇게 혼자서 답답하게 영결식과 노제를 보려고 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옛 친구(?)를 만났습니다.
대학 시절 기독교 계열 노래패를 할 때 만난 두 살 어린 친구인데...
지금은 목사 안수를 받고 목사가 되어 있는 친구였습니다.
영결식과 노제를 시작할 때까지 끝까지 이를 악물고 조용히 있던 저와 달리...
목사 친구는 화면에 이명박과 일당들이 나타나면 열심히 갖은 욕을 해 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상이 나올 땐 하늘이 무너져라 펑펑 울더군요.
하긴... 그날의 시청 앞 광장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랬습니다.
아예 중계되는 영결식 장면을 무시하고 옆에서 시민 영결식을 지내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노제의 중반부에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시청 앞 광장을 등졌습니다.
세 시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 서 있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날 밤에
소주 한 잔 걸치러 간 동네 고깃집에서...
적게는 대여섯 살, 많게는 열 살은 어린 것 같은 옆 자리의 젊은 일행들이
너무나 즐겁게 웃고 떠들더군요.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케로군도 마찬가지지만 ) 최소한의 예의란 게 있을텐데 말이죠.
고깃집의 많은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노려보며 눈치를 주고 있었습니다만...
끝내 소통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현실에 무관심하거나 외면하는 사람이 결코 적지 않은 게 현실이겠죠.
영결식에 다녀왔지만 끝까지 마음이 편치 않더군요...
...
그런 불편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좋은 곳 가셔서 편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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