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얘기/issue / gossip 2009. 5. 29. 00:11
국민장이란...
법적으로는 어떻게 정의되어서 어떻게 시행되는지 모르겠지만,
그 말 뜻으로만 따지면...
전 국민이 상주가 되어 고인을 보내는 장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기억 속에 그런 의미에 걸맞는 '국민장'은 단 한 번의 기억만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1987년 7월 9일 거행된 '민주 국민장'이 그것이죠.
스물 두 살 꽃다운 젊은 나이에 최루탄을 맞고 산화하면서
6.10 항쟁의 도화선 중 하나가 되었던 고 이한열 열사...
그리고, '민주 국민장'으로 치러진 7월 9일의 영결식...
아무리 6.29 직후여서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고는 하지만...
누가 뭐래도 지금이나 9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서슬퍼런 5공 시절...
그 어떤 정부나 기관의 공식 승인도 없이... 서울 시내를 가득 메운 조문 행렬...
2008년 촛불 시위보다 결코 적었다고 말하기 힘든 많은 인파가 모였던 시청 앞 광장...
그것이 제 기억 속 유일한 '국민장'이자 '민주 국민장'이었습니다.
연대 정문 앞에서 조문 행렬을 막아선 경찰들...
당시엔 '버스 장벽'이 없던 시절이지만 왠지 최근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요.
경찰의 지원(?) 같은 것은 기대는 물론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시절...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경찰이 도로를 '통제 해 주고' 행렬과 노제를 '허가'해 준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22년이 지난 지금... 나아진 것이 있을까요?
나이나 정치색, 신분을 떠나서...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사람들...
안타까운 민주 열사의 죽음 앞에 사소한 생각의 차이가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물론 이 상황도... 서울 시나 정부가 시청 앞의 노제를 공식적으로 '허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날 모인 이들이 왜 모여서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고 있었는가가 중요한 것이겠지요.
지금 생각하면 386에 끼지 못하는 어린 나이라 저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무척 아쉽습니다.
그리고, 국민장 100만 조문 행렬에도 어김 없이 터지는 최루탄...
'민주'와 '국민'보다는 '법과 원칙'이 중요하다고 떠드는 이들이 권력을 쥐고 있던 시절이었죠...
그 때는... 그랬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과연 우리 역사는 발전하고 있는 걸까요?
22년이 지난 오늘...
정부에서 그렇게 정해줬기 때문에 '국민장'이 된 것이 아니라,
나이, 정치색, 신분을 떠나 많은 국민들이 진심으로 애도하기 때문에 그 이름을 얻어
진정한 '민주 국민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오늘 국민장이 그런 '민주 국민장'이 될 수 있을까요?
살짝 걱정되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만...
어쨌든 부디... 고인께서 가시는 길, 편안히 가실 수 있도록 해 드리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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