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얘기/diary / family 2008. 6. 30. 09:10
안타까운 밤이었습니다.
2008년 6월 28일...
빨간 손수건을 구하지 못하고 뒤늦게 도착한 시청 앞은...
여러 모로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자기 회사 앞은 지켜 주지 않는다는 삐친 기사에... 경찰의 저지선은 조선일보를 감싸고 있는 것도 바뀌었고,
대놓고 살수차가 이쪽 저쪽에 배치된 것도 바뀐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전대협의 깃발...
뭐... 저도 이제 40을 바라보지만... ㅠ.ㅠ
다들 아저씨 아줌마들이더군요....
딱히 무언가를 할 힘도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래도 아저씨 아줌마들도 뿔났다는 것만큼은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녁 8시 반이 조금 지나...
안 그래도 비가 추적거리는 가운데...
대차게 살수차가 물을 뿌리기 시작하더군요... 뭐 시작하자마자 살수차부터... ㅠ.ㅠ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 어쨌든 써니양이 뒤늦게 합류하고...
종로 - 시청 앞을 오고가면서 들은 경찰 방송 내용은... 어의 없기 그지 없습니다.
조중동의 왜곡 기사와 어거지가 따로 없고...
인도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살수를 하면서... 인도에 숨어 있어도 불법입니다라니...
그리고, 살수차의 물에 뭐가 섞였는지... 소화기 가스?가 살수차의 물을 타고 나르는지...
매케하고 답답한 냄새가 가득하더군요...
그렇게 12시를 넘기자... 양쪽 모두 진압이 시작되었습니다.
다른 것보다... 바로 제 앞을 지나간 머리를 전경에게 맞아 심하게 피흘리는 사람...
오늘은 눕자...며 누워 있다가 ( 바로 그 몇 미터 뒤에 있었습니다. ) 진격하는 경찰에게 짓밟히는 사람들...
그리고 날아오는 돌덩이들...
무엇보다 많이 놀란 건 써니 같았습니다.
눈 앞에서 사람들을 토끼 몰이 하는 모습에 잠시 생각이 정지했는지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면서...
왜 이렇게 비무장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저런 식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아쉬운 밤이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머리를 보호하면서... 피신해서 대열을 빠져나왔습니다.
대열을 지키지 못한 게 미안하기도 하면서... 답답하기도 하면서... 만감이 교차했지만....
막상 집에 도착하니... 몸살이 덮쳐오더군요...
그래도, 불쾌해진, 답답한, 기분이 상한 것이 더욱 신경 쓰였습니다.
가슴이 아프네요...
6월 28일 서울 시내 한 복판의 모습은...
15년 전에 보았던 모습으로,
혹은 20년 전으로 돌아간 우리나라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답답하네요...
'살아가는 얘기 > diary / fam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이 변한다는 것 (2) | 2008.07.14 |
---|---|
7월 11일 - kinosworld 오픈 (2) | 2008.07.11 |
기타 치는 써니 - Schwarze Katz 합주 중 (2) | 2008.06.04 |
5월 31일 효자동까지 걷다 (5) | 2008.06.02 |
"골든위크"에 잠시 일본에 다녀왔어요 (1) | 2008.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