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이미지는.... 제가 가입해 있는 모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 어제 올라온 글입니다. 이른바 CNN 투표를 종용하는 글을 퍼온 것이죠... '-';;;
이 내용과 관련해서는 여러 분이 포스팅을 하셨고... 좀 전에 찾아본 모 블로그에서는 강력하게 비판을 하기도 하시는군요 ^^ 일단 정말로 CNN 투표와 같은 것이 조작된.... 일종의 낚시라면... 그 자체로 문제가 큰 것이지만.... 그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문제는 많다고 생각됩니다. 답답한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장황하게 케로군의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사적인 견해가 많고, '매우' 장황합니다.
1. CNN의 문제
엄밀히 말하면 이건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몇 가지 분석과 의혹 제기가 있습니다만... 공식적으로 누가 시인한 적은 없죠... 저도 의심은 많이 갑니다만... 확실한 물증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만일 '페이지뷰를 올리기 위해 투표를 조작한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용서받지 못할 실수를 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위 의혹과는 무관하게 민감한 문제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립하는 문제에 해대... 기준이 없는 임의 표본으로 자유로운 투표나 여론 조사가... 바람직한 일인지도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컬럼비아 고등학교에서 학생에 의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 학생은 자신의 행동을 사과해야 되는가?" 라는 여론 조사나 투표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죠.
뭐, 여튼 미군의 1, 2차 이라크 침략 전쟁 등에 대해서도 공정함이란 개념은 안드로메다 저편으로 날려버린 CNN이기에... 그닥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2. 여론 조장의 문제
'여론을 이끌고 유도한다'는 개념은 탐탁지 않긴 하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개념은 아닙니다. 자연스레 발생하는 여론도 있겠으나 넓은 의미의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여론을 만들거나 조장하는' 행동이 도움이될 수도 있습니다.
단, 도움이 되려면 전후 관계가 명확하고, 설득 당하는 대상을 "단순하게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동의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즉, 이변 CNN 투표의 경우라면 "Yes"에 투표하세요... 끌...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여론 호도입니다. 거기에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간 사람들은 누구 말 맞다나 일본 원숭이만도 못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왜 "Yes"를 눌러야 하는지 생각은 하고 누르는 걸까요? 한국이 이겨야 하니까? 일본이( 이런 대상화 자체도 말이 안 되지만 ) 싫다고? 이쯤되면, '여론을 만들고 조장하는 행동'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수준을 넘어서... 사람들을 가지고 놀거나 사기를 치는 수준에 이른 것입니다.
3. "한국 이겨라!"의 문제
조금 껄끄러운 문제이긴 하지만... CNN 투표 같은 문제가 걸리면 "한국 이겨라!"라는 주장으로 모든 주장이 신성한 진실로 둔갑해 버립니다. 비슷한 경우로 "황우석 사기 사건"에서도... "국익 XXX 억$"라는 사탕발림에 수많은 사람이 속아 넘어갔죠...
그러나, 국가라는 것이 절대 진실의 기준이자, 신성 불가침의 가치는 아닙니다. 한국의 부녀자 연쇄 살인범과 일본의 슈바이처 같은 고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싸워도 한국 이겨라란 말이 나올까요? 이번 투표의 경우... '한국'이라는 이름이 나올 이유는 아무 데도 없습니다. '위안부'라는 명목으로 끌려간 피해자들과.... 이와 같은 지배, 피지배의 관계를 만들고 이용한 가해자들의 문제죠... 우연하게 한국인 피해자는 없고, 피해자가 죄다 베트남 사람이었으면 이런 투표에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우리'라는 가치를 "국가"라는 개념으로 은근슬쩍 치환해서... 파워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것에 이용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예전에 박노자 교수 강연에서 들었던 얘기처럼... "한, 중, 일의 피지배 계급이 연대해서 한, 중, 일의 지배 계급에 대항해야 할텐데... 동북아시아 각 국가의 nationalism( 이 개념은 좀 복잡해서 그냥 영어로 )이 너무 강하다" 는 얘기가 생각나는군요... 미국이고, 일본이고, 북한이고, 우리나라고 간에.... 어떤 나라의 파워 엘리트들이 더 잘났다 못났다 얘기하는 건 요점을 몇 십 광년 이상 빗겨가는 이야기입니다만, 그런 가치관에 아무 의심도 품지 않고 따라가고 있는 게 또한 현실입니다.
뭐 당장, 국가라는 개념을 단순 부정하자는 것도 아니고, 계급 갈등이나 화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남보다 가족이 좋고, 옆 나라보단 우리 나라 편을 들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 건 당연한데... 보편적인 가치와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이성이 그런 감정에 뒤쳐진다면.... 그야말로 이성을 갖지 못한 짐승과 다를 바가 없지 않겠습니까... '-'; 매사에는 적당한 감정적 대응과 충분한 이성적 고려가 더해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때문에 이번처럼 이성적 고려는 뒤로 한 채 감정적 대응만 부추기는 여론 조장은 꽤나 보기 껄끄럽습니다.
4. 대중 심리의 문제
여기서 보이는 또 하나의 문제는 대중 심리입니다. 이미 불법 복제 문제와 관련해서도 유사한 심리를 파악할 수 있으셨겠지만, 이번 투표의 경우도 어떻게 보면 마찬가지 논리가 투사되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이 '내 편'(?)이면 맘이 편하다는 느낌이죠. 심지어는 그것이 이성적 판단하에 옳은지 옳지 않은지 고민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입니다. 따라서, 여론 조사의 결과는 언제나 내 판단과 맞아야 한다... 는 심리입니다.
물론 여론 조사 결과가 다르다면... 쉽게 열차를 갈아타겠죠... 여론 몰이와 마녀 사냥이란 말이 자주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중이 나와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1년에 한 번 들어가볼까말까한 CNN.com이라는 비호감 사이트도 즐겨찾기에 등록이 될지 모릅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글로벌하게까지 -O- ) 이런 동의(?)를 얻어야 하는 걸까요?
물론, 옳은 것을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기 그지 없지만... CNN에 '아무 생각 없이' 투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주장의 표시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 선거권을 가진 분들의 경우 ) 지방의회의원,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부터 제대로 하고, 주변 사람들과 올바른 정치적 견해를 갖기 위해 토론하고 생각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요? 아, 물론 여론이 '선거는 별 볼일 없으니 걍 넘어가자'라고 하면 그대로 따를지도 모르겠군요 -O- 순서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 것인지는... 긴 설명은 필요 없으리란 생각입니다.
긴 얘기를 정리하자면,
- CNN이 여론 조작을 했다면 문제가 크다. - 이런 문제를 투표나 여론 조사에 맡기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많다. - 여론 조장을 하려면 제대로 판단할 기준을 제공하라. - '국가'의 이름을 들먹인다고 해서 모든 것이 용서 받아서는 안된다. - 감정적 대응보다 이성적 판단을 어느 정도 우선시해야 한다. - 대중 심리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옳은 것, 바람직한 것을 주장하고 쟁취하기 위해선 순서를 제대로 밟아야 한다. 뭐, 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