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 motorsports/F1 2010 시즌 2010. 7. 16. 10:04
지난 주말 펼쳐졌던 영국 그랑프리 이후
F1팬들 대부분의 관심의 촛점은 레드불의 프론트윙 교체 사건과 웨버의 우승 뒤에 이어진 넘버2 발언으로 모아졌었죠.
레드불의 드라이버 관리 문제, 웨버의 '공개' 발언 문제 등 논쟁 거리도 많고...
과연 레드불이 베텔과 웨버를 넘버1, 2로 구분하고 있는지의 문제나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고의 얘기가 끊임 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크리스찬 호너는 레이스 이후 마크웨버와의 면담 이후 문제가 잘 설명됐고 해결됐다고 했지만...
이런 종류의 문제가 그렇게 쉽게 매듭지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F1을 좀 전부터 보아오신 분들이라면 이런 팀메이트간의 극심한 갈등을 보는 것이
결코 생소한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죠.
- F1 2007 시즌 알론소 vs 해밀튼
당장 세 시즌을 거슬러 올라가 2007 시즌,
알론소와 해밀튼의 갈등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네요.
2006 시즌까지 르노에서 2년 연속으로 월드 드라이버 챔피언십을 차지한 뒤 맥라렌으로 자리를 옮긴 알론소와
맥라렌에서 론데니스의 총애를 받으며 F1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던 수퍼 루키 해밀튼...
강력할 것만 같았던, 그리고 실제로 강력했던 맥라렌 듀오 역시
시즌 초반에는 그다지 큰 갈등을 빚는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었습니다.
적어도 두 드라이버의 포인트가 균형을 맞추고 있던 모나코까지는 말이죠.
하지만, 시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두 드라이버의 갈등은 계속 심화되었고,
끝내 헝가리 GP 예선에서의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2007 시즌 헝가리 GP 예선 Q3 말미에 생방송을 보는 F1팬들의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Q3 마지막 트라이를 앞두고 타이어 교체를 위해 핏스탑한 알론소가...
일단 타이어 교체가 끝난 뒤에도 ( 좋은 위치를 기다리기 위해 ) 20초 정도를 멈춰 서 있었고,
이 때 이미 해밀튼은 알론소의 뒤에 머신을 바짝 붙이고 핏스탑을 기다리고 있었죠.
문제는 롤리팝이 올라간 뒤에도 10초 동안, 주변 크루들이 모두 빨리 출발하라고 손짓을 하는 동안에도...
알론소가 출발은 하지 않았고 결국 해밀튼은 매우 늦게 타이어 교체를 마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알론소는 마지막 트라이에서 해밀튼의 기록을 깨고 폴포지션을 차지했고,
해밀튼은 체커드 플랙이 올라갈 때까지 스타트-피니시 라인을 통과하지 못해 마지막 트라이 기회가 무산되면서
퀄리파잉 직후 알론소의 폴포지션에도 불구하고 론데니스가 격노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알론소는 이후 핏레인에서 다른 드라이버를 방해한 혐의로 5그리드 페널티를 받았는데,
( 결국 알론소의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면 맥라렌이 프론트로우를 점령했을지도 모르죠... )
아주 나중에 해밌튼이 알론소를 앞서 보내라는 팀오더를 무시했던 것이 밝혀지기도 했죠.
( 알론소는 당시에도 팀오더에 의해서 머신을 멈추고 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
이 사건은 일명 '핏레인 게이트'로 불리면서 여러가지 가십과 루머를 양산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핏레인 게이트에 이어진 페널티 덕분에 알론소는 헝가리GP에서 4위에 그쳤는데,
만약 이런 사건이 없었고 알론소가 3위로 포디엄에만 오를 수 있었더라도...
2007 시즌 챔피언은 알론소가 차지했을 상황이었다는 게 아이러닉합니다.
결국 2007 시즌은 알론소가 제보자로 의심되기도 하는 '스파이 게이트'로 또 한 번 얼룩졌고,
해밀튼만 밀어주는 맥라렌에 화가 난 알론소는 2007 시즌이 끝난 직후 다시 르노로 돌아가게 됐으니...
핏레인 게이트 이후 WDC 타이틀과 WCC 타이틀을 모두 놓쳐버린
2007 시즌 맥라렌 두 드라이버의 갈등은 비극으로 막을 내린 셈이 되었네요.
- F1 1989 시즌 프로스트 vs 세나
사실 팀메이트간의 갈등 얘기를 하면 맥라렌은 2007 시즌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각각 네 번과 세 번 씩의 월드챔피언을 차지했던 프로스트와 세나가 그 주인공인데요,
( 기회가 되면 DVD 타이틀 SUPER BATTLE HISTORY '87-'93을 소개하면서 얘기하고 싶은... )
어떻게 보면 영웅이지만, 어떻게 보면 동료에게 한 치의 양보도 없었던 두 드라이버들 역시
경쟁의 정도가 심해 갈라서게 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988 시즌, 프로스트가 이미 맥라렌에서만 다섯 시즌( 이어서는 네 시즌 ) 동안 잔뼈가 굵었고,
'84, '85 시즌에 이미 월드챔피언십을 차지했던 드라이버였을 때...
로터스에서 이적해 온 떠오르는 별 세나가 프로스트를 위협했죠.
( 결국 이적한 첫 해 세나가 챔피언이 되고 프로스트가 2위에 오르며 맥라렌 역시 WCC 챔피언십을 차지했습니다. )
사실 1988 시즌에도 두 드라이버의 갈등을 나타내는 사건들이 있었지만,
본편은 1989 시즌이라고 할 수 있죠.
산마리노GP에서... 'turn01에서 앞선 팀메이트를 해당 랩에는 추월하지 마라'는 팀의 사전 교통정리에도 불구하고,
세나는 프로스트를 추월하고 말았고 그대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시즌 중반 이미 세나를 편애하는 맥라렌에 불만을 품은 프로스트가 다음 시즌 맥라렌을 떠나는 것이 확정된 상황에서
두 드라이버가 WDC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시즌 막판 일본GP에서 보다 극적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프로스트가 앞서고 세나가 팀메이트를 맹렬히 좇던 레이스 후반,
스즈카의 씨케인에서 추월하려는 세나를 프로스트가 블록하려다가 두 머신이 엉키고 말았죠.
프로스트는 결국 리타이어하지만 세나는 극적으로 엔진을 살리고,
망가진 프론트윙으로 머신 컨트롤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렵게 어렵게 한 바퀴를 더돌아 피트로 들어왔습니다.
많은 시간을 낭비하며 프론트윙을 교체한 세나의 MP4/5는 2위로 트랙에 복귀했지만
( 당시 맥라렌이 얼마나 말도 안되게 혼자 빨랐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_-; )
다시 선두 라리니를 추월하면서 가장 먼저 체커드 플랙을 받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사고 처리 과정에서 씨케인을 가로질렀다는 이유로 세나에게 실격처리가 되는데,
요즘의 규정으로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당시에는 어쨌든 그렇게 정해졌고...
실격이 아니라면 마지막 호주GP에서 챔피언이 결정되었을 챔피언십 레이스는
세나와 맥라렌의 거센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프로스트의 WDC 획득으로 싱겁게 끝나버렸죠.
비록 맥라렌이 WDC 1, 2위와 WCC 챔피언십을 차지한 1989 시즌이었지만,
두 드라이버의 갈등은 깊은 상처를 남겼고 결국 프로스트는 라이벌 페라리로 팀을 옮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일본GP에서 1989 시즌과 역전된 상황에서...
( 이번엔 세나가 앞선 상황에서 두 드라이버 모두 포인트를 얻지 못한다면 세나가 챔피언이 되는 상황 )
세나가 고의적으로 프로스트를 들이받아 리타이어하면서 '복수전'을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1993 시즌을 끝으로 프로스트가 은퇴하고
1994 시즌 세나가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더 이상 두 드라이버의 갈등은 볼 수 없게 되었지만,
두 드라이버의 갈등과 경쟁이 빚어낸 명장면들을 F1 팬들은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네요.
- F1 2002 시즌 바리첼로 vs 슈마허
상황이 좀 다르기는 하고 노골적으로 갈등이 표면화됐다고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웨버의 '넘버2' 발언하면 떠오르는 진짜 넘버2와 넘버1, 바리첼로와 슈마허의 경우를 짚고 넘어가고 싶네요.
2001 시즌 오스트리아GP에서 선두 쿨싸드에 이어 2위로 달리던 바리첼로는,
슈미에게 자리를 내주라는 페라리 보스 장 토드의 팀 오더를 받고 결승선 직전 슈미에게 2위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충분히 문제가 있었던 이 사건 이후 바리첼로는 '2위였으니까 내줬지 선두였다면 내주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시즌인 2002 오스트리아GP에서... 문제의 상황이 다시 연출되고 말았죠.
레이스 막바지까지 선두로 달리던 바리첼로가
체커드플랙을 받기 직전 속도를 늦추며 슈미를 우승자로 만들었는데,
명백한 팀 오더로 레이스가 더럽혀진데 대해 많은 팬들이 야유를 퍼붓는 시상식 중에
슈미가 바리옹을 가장 높은 자리에 세워주고 트로피를 건네주는 다소 당황스런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 이 장면 때문에 슈미와 페라리는 벌금까지 받았습니다. )
챔피언십이 확정된 이후에 벌어진 시즌 말미의 미국GP에서는...
반대로 슈미가 바리첼로에게 피니시 라인 직전에 순위를 양보하는 '보상'이 있었는데,
앞선 오스트리아GP와 미국GP에서의 페라리 드라이버들의 행동에 다른 팀과 드라이버들은 격노했고...
FIA는 2003년부터 공식적인 팀오더를 금지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 그러나 암묵적인, 무언의 팀오더는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
물론 합의된, 계약된 넘버2로서의 바리첼로옹의 팀을 위한 행동에 많은 다른 이들이 화날만 했지만...
케로군이 보기에 가장 상처받았을 사람은 바리첼로가 아니었나 싶어 특히나 씁쓸한 이야기네요.
이런지 몇 가지 기록들만으로 보아도...
잘 나가는 팀의 드라이버들이 특히 두 드라이버간에 편차가 적을 때,
팀메이트와 무난히 지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레드불의 두 드라이버( 챔피언도 가져보지 못해 그 갈망이 대단할만한 )의 갈등은 예고되었던 것일 수 있고,
그런 것을 보면서 어떤 결론이 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F1을 보는 재미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페라리에서 슈미와 바리옹의 경우처럼 넘버2를 정해놓고 교통정리를 해서...
팀메이트간 갈등 같은 얘기가 원천적으로 나오지 않게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케로군으로선 그런 방법보단 차라리 앞의 두 경우처럼 원초적이고 정열적으로 싸워주는 게(?) 더 자연스러워보이네요.
어쨌든, 앞으로 레드불과 웨버의 미래, 그리고 함께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베텔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알론소-해밀튼의 경우처럼 챔피언십을 놓치는 비극으로 끝나게 될지...
프로스트-세나의 경우처럼 챔피언십은 남기되 드라이버들만 갈라놓게 될지...
앞으로 남은 시즌 후반 동안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겠습니다.
F1팬들 대부분의 관심의 촛점은 레드불의 프론트윙 교체 사건과 웨버의 우승 뒤에 이어진 넘버2 발언으로 모아졌었죠.
레드불의 드라이버 관리 문제, 웨버의 '공개' 발언 문제 등 논쟁 거리도 많고...
과연 레드불이 베텔과 웨버를 넘버1, 2로 구분하고 있는지의 문제나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고의 얘기가 끊임 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크리스찬 호너는 레이스 이후 마크웨버와의 면담 이후 문제가 잘 설명됐고 해결됐다고 했지만...
이런 종류의 문제가 그렇게 쉽게 매듭지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F1을 좀 전부터 보아오신 분들이라면 이런 팀메이트간의 극심한 갈등을 보는 것이
결코 생소한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죠.
- F1 2007 시즌 알론소 vs 해밀튼
당장 세 시즌을 거슬러 올라가 2007 시즌,
알론소와 해밀튼의 갈등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네요.
2006 시즌까지 르노에서 2년 연속으로 월드 드라이버 챔피언십을 차지한 뒤 맥라렌으로 자리를 옮긴 알론소와
맥라렌에서 론데니스의 총애를 받으며 F1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던 수퍼 루키 해밀튼...
강력할 것만 같았던, 그리고 실제로 강력했던 맥라렌 듀오 역시
시즌 초반에는 그다지 큰 갈등을 빚는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었습니다.
적어도 두 드라이버의 포인트가 균형을 맞추고 있던 모나코까지는 말이죠.
하지만, 시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두 드라이버의 갈등은 계속 심화되었고,
끝내 헝가리 GP 예선에서의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2007 시즌 헝가리 GP 예선 Q3 말미에 생방송을 보는 F1팬들의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Q3 마지막 트라이를 앞두고 타이어 교체를 위해 핏스탑한 알론소가...
일단 타이어 교체가 끝난 뒤에도 ( 좋은 위치를 기다리기 위해 ) 20초 정도를 멈춰 서 있었고,
이 때 이미 해밀튼은 알론소의 뒤에 머신을 바짝 붙이고 핏스탑을 기다리고 있었죠.
문제는 롤리팝이 올라간 뒤에도 10초 동안, 주변 크루들이 모두 빨리 출발하라고 손짓을 하는 동안에도...
알론소가 출발은 하지 않았고 결국 해밀튼은 매우 늦게 타이어 교체를 마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알론소는 마지막 트라이에서 해밀튼의 기록을 깨고 폴포지션을 차지했고,
해밀튼은 체커드 플랙이 올라갈 때까지 스타트-피니시 라인을 통과하지 못해 마지막 트라이 기회가 무산되면서
퀄리파잉 직후 알론소의 폴포지션에도 불구하고 론데니스가 격노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알론소는 이후 핏레인에서 다른 드라이버를 방해한 혐의로 5그리드 페널티를 받았는데,
( 결국 알론소의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면 맥라렌이 프론트로우를 점령했을지도 모르죠... )
아주 나중에 해밌튼이 알론소를 앞서 보내라는 팀오더를 무시했던 것이 밝혀지기도 했죠.
( 알론소는 당시에도 팀오더에 의해서 머신을 멈추고 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
이 사건은 일명 '핏레인 게이트'로 불리면서 여러가지 가십과 루머를 양산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핏레인 게이트에 이어진 페널티 덕분에 알론소는 헝가리GP에서 4위에 그쳤는데,
만약 이런 사건이 없었고 알론소가 3위로 포디엄에만 오를 수 있었더라도...
2007 시즌 챔피언은 알론소가 차지했을 상황이었다는 게 아이러닉합니다.
결국 2007 시즌은 알론소가 제보자로 의심되기도 하는 '스파이 게이트'로 또 한 번 얼룩졌고,
해밀튼만 밀어주는 맥라렌에 화가 난 알론소는 2007 시즌이 끝난 직후 다시 르노로 돌아가게 됐으니...
핏레인 게이트 이후 WDC 타이틀과 WCC 타이틀을 모두 놓쳐버린
2007 시즌 맥라렌 두 드라이버의 갈등은 비극으로 막을 내린 셈이 되었네요.
- F1 1989 시즌 프로스트 vs 세나
사실 팀메이트간의 갈등 얘기를 하면 맥라렌은 2007 시즌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각각 네 번과 세 번 씩의 월드챔피언을 차지했던 프로스트와 세나가 그 주인공인데요,
( 기회가 되면 DVD 타이틀 SUPER BATTLE HISTORY '87-'93을 소개하면서 얘기하고 싶은... )
어떻게 보면 영웅이지만, 어떻게 보면 동료에게 한 치의 양보도 없었던 두 드라이버들 역시
경쟁의 정도가 심해 갈라서게 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988 시즌, 프로스트가 이미 맥라렌에서만 다섯 시즌( 이어서는 네 시즌 ) 동안 잔뼈가 굵었고,
'84, '85 시즌에 이미 월드챔피언십을 차지했던 드라이버였을 때...
로터스에서 이적해 온 떠오르는 별 세나가 프로스트를 위협했죠.
( 결국 이적한 첫 해 세나가 챔피언이 되고 프로스트가 2위에 오르며 맥라렌 역시 WCC 챔피언십을 차지했습니다. )
사실 1988 시즌에도 두 드라이버의 갈등을 나타내는 사건들이 있었지만,
본편은 1989 시즌이라고 할 수 있죠.
산마리노GP에서... 'turn01에서 앞선 팀메이트를 해당 랩에는 추월하지 마라'는 팀의 사전 교통정리에도 불구하고,
세나는 프로스트를 추월하고 말았고 그대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시즌 중반 이미 세나를 편애하는 맥라렌에 불만을 품은 프로스트가 다음 시즌 맥라렌을 떠나는 것이 확정된 상황에서
두 드라이버가 WDC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시즌 막판 일본GP에서 보다 극적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프로스트가 앞서고 세나가 팀메이트를 맹렬히 좇던 레이스 후반,
스즈카의 씨케인에서 추월하려는 세나를 프로스트가 블록하려다가 두 머신이 엉키고 말았죠.
프로스트는 결국 리타이어하지만 세나는 극적으로 엔진을 살리고,
망가진 프론트윙으로 머신 컨트롤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렵게 어렵게 한 바퀴를 더돌아 피트로 들어왔습니다.
많은 시간을 낭비하며 프론트윙을 교체한 세나의 MP4/5는 2위로 트랙에 복귀했지만
( 당시 맥라렌이 얼마나 말도 안되게 혼자 빨랐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_-; )
다시 선두 라리니를 추월하면서 가장 먼저 체커드 플랙을 받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사고 처리 과정에서 씨케인을 가로질렀다는 이유로 세나에게 실격처리가 되는데,
요즘의 규정으로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당시에는 어쨌든 그렇게 정해졌고...
실격이 아니라면 마지막 호주GP에서 챔피언이 결정되었을 챔피언십 레이스는
세나와 맥라렌의 거센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프로스트의 WDC 획득으로 싱겁게 끝나버렸죠.
비록 맥라렌이 WDC 1, 2위와 WCC 챔피언십을 차지한 1989 시즌이었지만,
두 드라이버의 갈등은 깊은 상처를 남겼고 결국 프로스트는 라이벌 페라리로 팀을 옮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일본GP에서 1989 시즌과 역전된 상황에서...
( 이번엔 세나가 앞선 상황에서 두 드라이버 모두 포인트를 얻지 못한다면 세나가 챔피언이 되는 상황 )
세나가 고의적으로 프로스트를 들이받아 리타이어하면서 '복수전'을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1993 시즌을 끝으로 프로스트가 은퇴하고
1994 시즌 세나가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더 이상 두 드라이버의 갈등은 볼 수 없게 되었지만,
두 드라이버의 갈등과 경쟁이 빚어낸 명장면들을 F1 팬들은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네요.
- F1 2002 시즌 바리첼로 vs 슈마허
상황이 좀 다르기는 하고 노골적으로 갈등이 표면화됐다고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웨버의 '넘버2' 발언하면 떠오르는 진짜 넘버2와 넘버1, 바리첼로와 슈마허의 경우를 짚고 넘어가고 싶네요.
2001 시즌 오스트리아GP에서 선두 쿨싸드에 이어 2위로 달리던 바리첼로는,
슈미에게 자리를 내주라는 페라리 보스 장 토드의 팀 오더를 받고 결승선 직전 슈미에게 2위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충분히 문제가 있었던 이 사건 이후 바리첼로는 '2위였으니까 내줬지 선두였다면 내주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시즌인 2002 오스트리아GP에서... 문제의 상황이 다시 연출되고 말았죠.
레이스 막바지까지 선두로 달리던 바리첼로가
체커드플랙을 받기 직전 속도를 늦추며 슈미를 우승자로 만들었는데,
명백한 팀 오더로 레이스가 더럽혀진데 대해 많은 팬들이 야유를 퍼붓는 시상식 중에
슈미가 바리옹을 가장 높은 자리에 세워주고 트로피를 건네주는 다소 당황스런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 이 장면 때문에 슈미와 페라리는 벌금까지 받았습니다. )
챔피언십이 확정된 이후에 벌어진 시즌 말미의 미국GP에서는...
반대로 슈미가 바리첼로에게 피니시 라인 직전에 순위를 양보하는 '보상'이 있었는데,
앞선 오스트리아GP와 미국GP에서의 페라리 드라이버들의 행동에 다른 팀과 드라이버들은 격노했고...
FIA는 2003년부터 공식적인 팀오더를 금지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 그러나 암묵적인, 무언의 팀오더는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
물론 합의된, 계약된 넘버2로서의 바리첼로옹의 팀을 위한 행동에 많은 다른 이들이 화날만 했지만...
케로군이 보기에 가장 상처받았을 사람은 바리첼로가 아니었나 싶어 특히나 씁쓸한 이야기네요.
이런지 몇 가지 기록들만으로 보아도...
잘 나가는 팀의 드라이버들이 특히 두 드라이버간에 편차가 적을 때,
팀메이트와 무난히 지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레드불의 두 드라이버( 챔피언도 가져보지 못해 그 갈망이 대단할만한 )의 갈등은 예고되었던 것일 수 있고,
그런 것을 보면서 어떤 결론이 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F1을 보는 재미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페라리에서 슈미와 바리옹의 경우처럼 넘버2를 정해놓고 교통정리를 해서...
팀메이트간 갈등 같은 얘기가 원천적으로 나오지 않게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케로군으로선 그런 방법보단 차라리 앞의 두 경우처럼 원초적이고 정열적으로 싸워주는 게(?) 더 자연스러워보이네요.
어쨌든, 앞으로 레드불과 웨버의 미래, 그리고 함께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베텔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알론소-해밀튼의 경우처럼 챔피언십을 놓치는 비극으로 끝나게 될지...
프로스트-세나의 경우처럼 챔피언십은 남기되 드라이버들만 갈라놓게 될지...
앞으로 남은 시즌 후반 동안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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