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Final Fantasy X

영화를 보는 듯한 동영상의 한 장면, 기모노인 듯한 옷을 입은 여자가 걸어나와 머리를 쓸어내리는 모습을 보고 깜딱 놀라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지금은 이미 철이 지나 버렸지만, FFX의 프로모션 동영상이 돌아다니던 시절에는 충격적인 영상이라고 밖에는 다른 마땅한 표현을 찾기 힘들었다.

정작 게임이 발매되고 나서는 파판 시리즈의 열혈 팬들 사이에 편이 갈리고 비판과 지지가 난무하는 묘한 분위기가 연출 되었다. 기존 파판 팬들의 경우에는 전작만 못한 게임 플레이를 비판하는 사람도 많았고, 게임 스토리도 엉성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 주장들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이전 게임에 비해서 게임 자체의 힘이 다소 부치는 느낌을 받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게임 플레이만이 게임의 상품성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FFX는 동영상의 힘인지, 게임 자체의 힘인지, 브랜드의 힘인지... 상당한 히트를 거두었고, 이전까지는 파판 매니아가 아니었던, 혹은 한 번도 파판 시리즈를 플레이해 보지 않았던 사람들마저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가 처참한 실패를 거두는 동안 게임은 승승장구했고, 일부에서는 게임 동영상을 더 꾸며서 영화로 개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스퀘어( 일본이든 미국이든 )가 3D 제작 분야에서는 예술성과 기술력 모두 엄청난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었고 그 성공적인 예는 게임 쪽이었다.

한창 FFX를 플레이하고 있을 때 FFXI이 출시되었다. 온라인 게임인 FFXI의 동영상은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FFX의 동영상을 볼 때와 같은 감동을 주진 않았다. 이 부분에서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갈 것은... 단지 멋있고 기술적으로 발전된 모습이라고 해서 그 영상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FFX은 멋있고 재미 있었다. 유우나도 멋있고, 소환 장면도 멋있고( 솔직히 여러 번 보면 좀 질리지만... 스킵이 안 된다 -_-+ ) 티더가 좀 그렇고 그렇지만... 나보단 멋있으니 인정... 이전 게임과 비교하면 어쩌고 하지만... 일단 게임 플레이를 시작하면 다른 게임 생각은 잘 나지 않게 마련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예쁜 화면 보고 있으면( AD의 역량이 드러나는 잘 조화된 색상들... ) 별 것 아닌 동작들이 보다 재미있게 느껴진다.

그래서, FFX은 성공작이다. 이전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지, 더 좋은 시스템인지는 모르겠지만, 보고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상품인 게임이라는 입장에서 FFX는 시리즈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단지, 주변 요소들을 모두 제끼고 게임플레이로만 따진다면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겠지만 - 그래도 게임플레이도 재미있긴 재미있다 - 성공에도 불구하고 너무 저평가 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 본다.

나는 일본어판으로 플레이하느라 언어의 장벽을 적지 않게 느꼈지만, 국내 정발도 되어 있으니 쉬운 접근을 원하는 사람도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제는 또다시 플레이하게 될 지 의구심이 생기지만, 소장가치로 생각하더라도( 비록 한정판이나 특별판은 아니지만 ) 아깝지 않은 작품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직 FFX을 플레이 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S-Video나 Component를 통해 29인치 이상의 화면에 펼쳐지는 동영상을 한 번 보기를 권한다. 모니터로 보던 프로모션과는 확연히 다른 세계를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해의눈물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2-06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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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y	FF X의 동영상은 지금 봐도 대~단 하죠-_-... 근데 별로 즐기고 싶다는 생각은 안드는 게임; 03·09·01 02:48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