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포스팅했던대로 개러지의 레드불 머신과 이벤트를 카메라에 담는 동안 오락가락하는 빗방울에 지치고 오랫동안 짐을 들고 오가느라 지치고... 그 와중에 무덥고 습한 날씨에 머리가 아프고 현기증이 나서 쓰러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즈음 우렁찬 엔진음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하더군요. 바로 이날의 메인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레드불 showcar의 데모런을 위해 F1 머신의 엔진에 시동을 거는 소리였습니다.
이 글에 포함된 모든 사진들은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click pictures to enlarge.
인력이 부족한 건지 통솔이 안되는 건지... 전혀 통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F1 머신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모르는 미디어들이 핏레인을 어지럽히고 있는 동안 애매한 규모의 폭죽을 터뜨리며 장막이 겆히고 레드불 showcar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demo run of Red Bull showcar
케로군은 메인그랜드스탠드 실버의 난간에 기대어 익숙지 않은 패닝샷을 연발했는데... 생각보단 사진을 많이 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 정신 없이 렌즈를 돌리고 셔터를 눌러대는 동안... 온 몸을 짓누르는 피곤함은 잠시 잊을 수 있었습니다.
demo run of Red Bull showcar
위 사진은 메인그랜드스탠드실버 16블럭에서 찍은 턴1을 지나 턴2로 진입하는 머신 사진입니다. 이 앵글은 아마도 메인그랜드스탠드 옆에 추가로 올리는 그랜드스탠드가 완성되면 메인그랜드스탠드 실버에선 보이지 않을 것 같고, 골드에선 여전히 보일 것 같네요.
demo run of Red Bull showcar
레드불 showcar가 한 랩을 돌아 다시 홈스트레이트를 질주하자... 모터스폰지 뭔지 F1이 먹는 건지 뭔지 관심이 없으시던 다수의 관객들도 흥분하는 소리가 확연하게 들리더군요. 투어링 카나 포뮬러 BMW, 수많은 스포츠카들에 대해선 전혀 반응하지 않던 관객들이지만 F1의 엔진음과 질주하는 사운드가 다르다는 건 그들의 몸이 알려주고 있었나봅니다. 첫 주행에서 카룬 찬독은 모두 3랩을 돌았는데... 2랩 째에 메인 그랜드스탠드 앞을 질주해 지날 때는 관객들이 모두 박수를 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 ( 특별한 퍼포먼스 없이 머신이 그냥 달려가는데 박수가 나올 줄은 정말 몰랐네요. ) 확실히 F1의 현장감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호소력이 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죠.
Karun Chandhok on TV screen
레드불 showcar가 3랩의 주행을 마치고 퍼포먼스 준비를 위해 다시 개러지로 들어갔을 때는, 무대 위의 TV 스크린을 보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확실히 머신이 달리고 난 뒤에는 관객들의 집중하는 분위기가 확 달라져서 사회를 보시는 이명진 캐스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시더군요.
demo run of Red Bull showcar
그리고, 몇 분의 기다림 끝에 레드불 showcar가 다시 트랙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케로군은 이번엔 작정하고 퍼포먼스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위치 부근으로 이동했습니다. ( 결과적으로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서 퍼포먼스를 했지만... ;;; ) 레드불 showcar는 개러지에 들어가서 타이어 교체 등은 하지 않은 대신 엔진 룸에다가 드라이아이스(?)를 잔뜩 넣고 나오는 것 같더군요. 지난 씨티쇼크 때의 BMW 팀( 충분한 냉각을 하지 못해 계속 엔진을 꺼뜨리던 )보다는 그래도 이곳저곳에서 행사를 많이 해 본 레드불 팀의 노하우가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 적어도 트랙에 스타터를 들고 스탭들이 뛰어나오는 일은 행사 끝까지 한 번도 없었죠.
demo run of Red Bull showcar
메인그랜드스탠드 실버는 대략 건물 2층 높이에 있지만, 트랙의 상황은 상당히 가깝게 보입니다. 골드의 경우에도 그다지 멀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으니, 이 정도 앵글의 사진은 실버에선 누구나 찍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demo run of Red Bull showcar
이번이 마지막 랩이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보다 바짝 난간에 기대어 사진을 찍었는데, 이 때 또 불미스런(?) 일이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든 사람들은 모두 난간에 기대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누군가가 케로군에게 앉으라고 호통을 치더군요. 돌아보니 케로군에게 소리를 친 사람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관광 가이드로 보였는데, 모두가 흥분해서 서서 관람을 하고 있는 와중에 1/4 블럭 정도를 차지한 류시원 팬으로 보이는 일본 아주머니들... ( EXR 레이싱 티셔츠까지 맞춰 입은 ) 그분들만이 느긋하게 앉아서 행사를 지켜보고 계시더군요. 그랜드스탠드 중에서도 한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는, 흥분한 다른 관중들과는 전혀 분위기가 다른 일종의 섬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_-; 한바탕 해볼까 하는 욱한 심정을 억누르면서( 레드불 머신 사진을 놓칠 수는 없으므로 -_- ) 자리를 비켜줬지만... 류시원 팬에 대한 억한 심정은 이전보다 몇 배는 더해진 것 같습니다.
demo run of Red Bull showcar
어쨌든, 레드불 showcar의 데모런은 계속 되었고...
demo run of Red Bull showcar on TV screen
머신이 섹터 2, 3을 지나는 동안은 TV 스크린에 비친 주행 모습에 의지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동안 관중들을 심심하지 않게 혼자서 마이크를 잡고 이명진 캐스터님이 고생이 아주 많으셨죠. 다행히, ( 이명진 캐스터님의 표현을 빌자면 ) 아까의 흥분을 기억하는 관중들이 1분 30초 정도 머신이 보이지 않는 동안도 '기다려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demo run of Red Bull showcar
추가로 1랩을 주행한 머신은 다시 메인 그랜드스탠드 앞을 통과...
demo run of Red Bull showcar
하더니, 다시 스타트라인 쪽에서 U턴을 해서 역주행을 시작했습니다. 퍼포먼스를 위한 마지막 자리이동이자, 이날 목격한 유일한 역주행 장면이었습니다. ^^
그리고, 무대 바로 앞에서 도넛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지난 씨티쇼크 때 도넛 장면을 잘 찍지 못했던 게 아쉬워 이번엔 좀 열심히 셔터를 눌렀습니다. 잠깐 동안 있었던 퍼포먼스의 사진 네 장을 설명 없이 이어서 올리겠습니다.
try to make donut
making donut and smoke
making donut and smoke
making donut and smoke
사실 카룬 찬독의 주행 전에도 비가 꽤 내렸었고 해서인지... 도넛을 완전하게 오래 그리지는 못하더군요. ㅠㅠ 빗물과 습기 때문인지 연기도 생각보다 많이 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관중들이 퍼포먼스가 맘에 들었는지 상당히 열렬하게 박수를 쳐주더군요.
end of demo run
케로군의 느낌으론 '도넛을 그리려다 만' 타이밍에 머신이 멈춰서고 데모런이 막을 내렸습니다. 살짝 아쉽지만... 실망스러웠다라고 표현할 수준은 아니어서... 굳이 따지자면 써킷의 완성 상태에 비해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데모런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Red Bull guys running with cooler
쿨러와 소화기를 든 레드불 스탭들이 머신으로 집결하고
after demo run
찬독은 머신에서 내렸습니다.
after demo run
소위 말하는 초청 인사(?)들과 미디어들이 찬독 앞으로 몰려들더군요. 데모런 전에는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하던 미디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찬독에게 취재 열기... 류시원이나 찾던 초청 인사들도 찬독 옆에서 친한 척 하기에 돌입! 좀 사전에 공부 좀 하고 오지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렇게라도 F1 저변을 넓혀야 하니 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줘야 되겠죠? ㅠㅠ
케로군도 볼 것 다 봤으니 자리를 이동했습니다.
Karun Chandhok
그리고, 트랙으로 가보니 카룬 찬독은 여전히 미디어 인터뷰 중... 생각보다 뜨거운(?) 관중들과 취재 열기에 잔뜩 고무된 모습이었습니다.
Karun Chandhok
취재하는 기자들과 찬독 옆으로 저 레드불 모자를 ( 아마도 이 날 받았겠죠 ) 쓰신 분이 이날의 전형적인 초청 인사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힘을 빌어야 겨우겨우 F1 그랑프리 개최를 논할 수 있는 게 우리나라 모터스포츠의 암울한 현실 ㅠㅠ
Karun Chandhok
이 때의 날씨는 말 그대로 살인적으로 더웠습니다. 케로군도 아래 위 겉옷 속옷은 물론 두 개의 가방이 다 젖어서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으니까요... 머신을 몰고 슈트도 벗지않은 드라이버 카룬 찬독도 굉장히 더웠을텐데... 친절하게 미디어의 질문에 끝까지 답변을 해 주더군요.
Karun Chandhok
하지만, 여러차례 더워서인지 땀을 닦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누가 손수건 하나만 갖다주지. ㅠㅠ
고생하면서도 친절함을 잃지 않는 카룬 찬독과 잠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케로군이 "야마모토와 세나보다 당신이 더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하자, (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고 답하더군요. 센스 만점... 케로군이 다시 "내년에는 포스인디아처럼 경쟁력 있는 머신을 타길 바란다."고 격려하자, "여러가지 알아보고는 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고맙다."고 답했습니다. 부디, 카룬 찬독이 HRT보단 경쟁력 있는 머신에 올라서 제대로 실력을 평가받길 바랍니다.
Karun Chandhok
이 날 처음으로 실물을 본 카룬 찬독은 굉장히 친절하고 센스 있는 젊은 드라이버란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긴 F1 드라이버 중에 머리 나쁜 사람은 없겠죠? ^^; 어쨌든, 물어보는 얘기에 친절하고 절대 안된다가 없는 모습은 아까 레드불 스탭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써킷에 대해서 이후 인터뷰에서 평가하는 모습만 봐도...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해주려고 하는 느낌이 팍팍 들더군요. 예전에 스타스포츠에서 '미래의 F1 드라이버'로 언급할 때만 해도 '한 명의 드라이버' 이상으론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카룬 찬독도 급 호감이 가는 드라이버의 반열에 올라갈 것 같습니다.
이상 레드불 쇼카의 데모런과 카룬 찬독의 사진을 정리해봤고, 다음 포스팅에는 케로군이 직접 촬영한!! KIC의 각 코너의 사진들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래 사진들은 케로군이 찍힌 사진이라 민망하지만 보너스(?)로 올려봅니다.
with Karun Chandhok
케로군과 찬독의 즐거운 한 컷... 둘 다 표정이 좀 이상하죠? ^^;
autograph of Karun Chandhok - To ME
카룬 찬독의 사인을 받는 게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기 때문에 서울에서 특별히 준비해 간 종이( 매직은 목포에서 구입! )에 받은 사인...
autograph of Karun Chandhok - To Sunny
그리고, "와이프에게도 사인 한 장 더 부탁한다."고 하자... To Sunny, Best Wishes! Karun 이라고 좀 더 성실하게? 사인을 해주더군요. ^^ 감사감사~~~
그리고, 이 날 행사에서 특히 고생이 많으신 mbc sports+의 F1 방송 진행자인 이명진 캐스터와도 인사를 나눌 수 있었는데,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이런저런 편의도 제공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했습니다. ^^ 무엇보다 실물로 뵈니까 굉장히 미남이시더군요.
with Korean F1 broadcasting caster
카룬 찬독, 이명진 캐스터와의 사진 촬영을 도와주신... ( 이번에 케로군과 함께 내려가서 유난히 고생이 많으셨던... ) @WEED247님께도 다시 한 번 감사하단 말씀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