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잇앤데이( Knight and Day )" - 맘 편히 즐길 수 있는 코믹 액션

사실 지난 주말 보고 싶었던 영화는 '엽문2'였습니다.
1편을 극장에서 보지 못했는데 케이블에서 접하고 아주 괜찮다는 느낌이어서...
2편은 꼭 극장에서 보려고 했는데, 케로군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서는 상영하지 않더군요.ㅠㅠ
그래서, 그 다음으로 보려고 했던 영화를 차선으로 선택했는데,
'발키리' 이후 다시 본연의(?) 액션 연기로 돌아온 톰크루즈의...
"나잇앤데이( Knight and Day )"를 영등포CGV THX관에서 보고 왔습니다.

너무 가벼운 액션 영화에다가, TV 영화 프로에서 코믹 액션 영화로 이미 많이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기대를 많이 하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종종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긴 했지만 톰크루즈의 제대로된 코믹 액션 영화는 없었던 것 같은데,
'나잇앤데이'에서 드디어 톰크루즈에 어울리는 제대로된 코믹 액션 영화를 만들어낸 것 같네요.
영화 보면서 아주 아무 생각 없이 많이 즐기고 통쾌하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 나잇앤데이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아래 숨긴글 속에는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내용이 다수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

감독과 연출

연출자인 James Mangold 감독은 영화마다 비교적 다른 장르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인데,
오히려 그 때문인지 이전에 케로군이 봤던 감독의 영화가 '아이덴티티' 한 편 뿐이네요.
그렇게 장르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그런지...
'나잇앤데이'의 연출은 보통의 코믹 액션 영화와는 약간 다른 길을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우선 이 영화는 풀어서 쓴다면 3부작이 되고도 남을 얘기를...
기절한 사람의 시점(?)에서 상당수 생략해가면서 시원시원하게 진행합니다.
덕분에 얘기가 늘어진다...는 느낌을 주는 장면이 거의 없었던 것 같네요.
딱히 고민해야되는 어려운 영화나 깊이가 있는 영화는 아니었기 때문에,
'생략의 미학'(?)은 확실히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또 하나는 굉장히 강력하고 화려한 액션을 준비했으면서도 액션에 방점을 두지 않는다는 게 재밌습니다.
케로군도 처음엔 말장난 하는 코믹 영화인 줄 알고 극장을 찾았다가...
예상 외로 스케일이 커서 깜짝 놀랄 정도로 '액션 영화'로서 액션이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시점이 되니 한 편의 영화가 머릿 속에 떠올랐습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T2 다음에 만들었던 뻔뻔한 코믹 액션 영화 '트루 라이즈'였는데...
정말 뻔뻔하게도 말도 안되는 상황을 연출하는 코믹 액션이면서,
그런 개연성에 얽매이지 않은 덕분에 액션이 상당히 화려했던 기억이 납니다.
진지함, 개연성... 이런 것들하고는 일찌감치 담을 쌓고 있어서 관객들은 아예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비슷하네요.

나잇앤데이는 코믹 영화라고 하지만...
사실 등장인물 자체가 코믹한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고, 대사들도 곱씹어보면 그다지 웃긴 대사는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때론 진지하고 평범한 말과 행동들이...
너무나 친숙한 평범한 사람들의 당연한 반응들이...
어떤 상황, 어떤 장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보는 사람에겐 굉장히 웃기게 보인다는 걸 잘 이용한 것 같습니다.

물론 영화적으로 이런 연출이 꼭 좋은 연출이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쉽게 답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작품성이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액션 영화다운 튼튼한 구성? 그런 것하고도 거리가 있는 것 같네요.
덕분에 이 영화에 대한 평도 굉장히 많이 갈리는 듯한 느낌입니다.
조금이라도 진지함을 원하거나, 그래도 조금은 말이 되는 전개를 바라는 관객들에게는 안좋은 인상인지,
rotten tomatoes 같은 사이트에서도 적극 추천과 최악이라는 비평이 함께하더군요.
정말 머리를 비우고 그저 신나게 액션을 즐기기만 하실 분들에게만 추천할만한 연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케로군은 개인적으로... 그렇게 한쪽을 포기하고 즐겁게만 연출하는 방법이 나쁘게 보이진 않았습니다.



배우와 연기

이 영화에 주목할 배우는 단 두 명뿐입니다.
Tom Cruise와 Cameron Diaz...
이 두 명의 톱스타 외에는 사실상 조연도 없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리고, 이 두 명의 연기가 영화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먼저, 톰크루즈 얘기를 하자면...
지금까지 톰크루즈 영화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쿨하면서도 멋있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상당히 코믹한 이야기의 주인공을 잘 연기해냈습니다.
사실상 이야기에서 주인공 'Knight'의 역할은 절대적이어서,
미션 임파서블의 에단헌트와 같은 상황에 처했지만, 이를 내색하지 않는 밝은 캐릭터라는...
어떴게 보면 상당히 애매하고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아주 잘 소화했습니다.
특히, 결과적으로 여성 팬들에겐 어필할만한 아주 로맨틱한 주인공이 만들어졌고,
영화는 끝까지 무거워지지 않고 코믹 일변도로 끝장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이렇게 코믹판 에단헌트의 연기를 잘 소화했던 톰크루즈의 다음 작품이...
톰크루즈의 대표적 시리즈 중 하나인 미션임파서블의 네번째 작품이라 기대가 많이 되네요.

반면, 아주 평범한 일반인을 연기한 카메론디아즈도 훌륭했습니다.
이 영화가 상당히 말이 않되는 상황을 많이 연출했지만...
그 와중에 "믿겨지지 않는 상황에 처한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이 어떤 느낌을 갖게 되고
그런 상황이 반복될 때 어떤 패닉 상태에 빠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카메론디아즈가 훌륭히 연기해냈습니다.
사실, 톰크루즈와 달리 카메론 디아즈는 코믹 연기에는 일가견이 있는 중견 배우가 되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그녀의 코믹 연기는 딱히 흠잡을 데가 없는 좋은 연기였던 것 같네요.
케로군이 코믹한 영화는 그닥 찾아서 보는 편은 아니어서
카메론디아즈라면 슈렉의 피오나 공주 정도의 연기 정도만 좋게 봤었는데...
드디어 간만에 카메론디아즈에게서도 호감 가는 연기를 발견했습니다.



볼거리와 이야깃거리

이 영화의 한글 제목만 봐서는 제목이 'night and day'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극중 Tom Cruise의 '본명'의 성인 Knight를 딴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제목을 같기 전에 원래의 제목은 'Wichita and Trouble Man'였다고 하네요.
위치타는 극중 Cameron Diaz가 분한 캐릭터의 이름인데...
결과적으로는 제목 바꾸길 잘한 것 같습니다.^^

케로군이 아주 재밌게 보았던 것과는 궤를 달리해서...
미국 개봉시의 흥행 성적은 매우 부진했고 톰크루즈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실패했다고까지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문제도 있었겠지만...
미국 개봉 당시 강력한 흥행몰이를 시작했던 Toy Story 3에 밀린 것도 있고,
같은 주에 개봉한 코미디의 슈퍼스타 아담샌들러의 Grown Ups에도 관객이 갈린 영향도 있는 것 같네요.
( 국내에서 느끼는 것 이상으로 미국 코미디 영화에서 아담샌들러의 영향력은 대단하죠. )
어쨌든, 미국과는 배우에대한 호감도가 다르고 톰크루즈에 대한 호감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또 Toy Story 3와도 극장에서 경쟁하지 않는 상황의 우리나라 극장가에서 어떤 흥행 성적을 거둘지 궁금해지네요.

재밌게도 영화의 초창기 '위치타'의 제목을 같고 있던 시절에...
이 영화의 주인공 역할은 앞서 언급한 아담샌들러에게 제안됐었다고 하더군요.
이후에도 크리스터커, 제라드버틀러가 연이어 주연을 맡을 뻔 하다가,
최종적으로 제라드버틀러가 떠나간 자리를 톰크루즈가 차지했다고 하는데...
아담샌들러, 크리스터커, 제라드버틀러 주연의 영화였다면 절대 톰크루즈같은 느낌은 주지 못했을 것인만큼,
정말 다행히도 딱 알맞은 배우에게 역할이 돌아가게 된 것 같네요.



종합하자면...

'나잇앤데이'는...
제대로 로맨틱한 주연 배우 톰크루즈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 있고,
일탈을 꿈꾸는 보통 사람들의 욕망을 채워줄만한 영화로도 아주 좋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액션 영화로서도 충분히 화끈하고 재미있는 액션 장면이 구현되었고,
영화의 호흡도 빨라서 절대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팝콘 무비'의 재미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아쉽지 않을 것 같네요.
한 번도 심각한 장면을 끌지 않고 가볍게 가볍게, 신나게 신나게 진행되는 영화인지라...
복잡한 머리를 식히고 싶은 분들에게 특히 추천할만한 영화랄까요?
특히, '트루라이즈'를 재밌게 보셨던 분들이나...
톰크루즈의 매력에 깊이 빠져보고 싶으신 분들에겐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하지만, 다소 생각 없는(?) 액션 영화나 영화의 작품성에 대해서 그다지 개의치 않는 영화...
다소 허황된 액션 장면들에 거부감을 갖는 분들에게는 결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 같기도 하네요.
가족 영화로도 조금은 과도한 폭력과 강한(?) 대사들이 부담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해두시면 좋겠네요.


이전에 했던 방법과 마찬가지로 '나잇앤데이'에 별점을 준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연출 ★★★
연기 ★★★★
영상 ★★★☆
재미 ★★★★☆

작품성 ★★
흥행성 ★★★☆
완성도 ★★★☆

종합 평가 ★★★☆


요즘 대세(?)인 3D나 무슨 신기술, 획기적인 영상이 포함된 영화도 아니고,
작품성이 높거나 고민할만한 깊이 있는 얘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Blu-ray가 발매되면 꼭 구매하겠다고 결심한( 올해 본 영화 중엔 '킥애스'에 이어 두 번째군요. ^^; ) '나잇앤데이'가
다른 분들에게는 어떤 느낌을 줄지 궁금해지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