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 motorsports/모터스포츠 입문 2009. 2. 3. 09:16
[ F1/모터스포츠 입문 ] 4편 - 그립과 타이어
엔진의 출력이나 구동 방식보다 직접적으로 차량의 운동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타이어의 종류, 상태와 그에 따라 발생하는 그립입니다.
그립( grip )이란 '손잡이' 또는 '움켜 쥠'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마찬가지로
타이어가 지면과 마찰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얼마나 손실이 일어나는가를 나타내는 데 쓰는 단어입니다.
'그립이 좋다'는 것은 마찰력의 손실이 적다는 뜻이고,
'그립이 나쁘다'는 것은 마찰력의 손실이 크다는 뜻입니다.
그립이 좋을 때는 가속과 감속의 효율이 높고 조향이 보다 원활하지만,
그립이 나쁠 때는 가속과 감속에서 효율이 떨어지고 조향이 원하는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극단적으로 그립이 나쁠 때는 쉽게 말해서 바퀴가 헛돌거나 마찰 없이 미끄러지는 상태가 되어
모터스포츠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 특수한 상황에서는 일부러 그립을 잃게 만들기도 합니다. )
보다 높은 그립을 유지할 수 있다면
가속은 더 빠르고, 감속도 더 빠르게 할 수 있으며,
코너에서 방향 전환이 더욱 원활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기록이 향상됩니다.
반대로, 그립을 점점 잃어가면 차량의 가속은 느려지고,
반대로 감속이 어려워지면서 보다 일찍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다가...
조향이 어려워져서 코너에서는 속도를 더 떨어뜨려
가장 빠른 기록을 낼 수 있는 레코드 라인을 벗어나게 되므로 기록이 나빠집니다.
그립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다양하고 차량의 하중이나 속도 등도 중요한 요소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시 타이어( tyre )입니다.
타이어의 종류, 온도, 타이어를 사용한 시간 경과에 따른 마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미묘한 그립의 차이를 발생시키게 됩니다.
모터스포츠에서는 보통 새로운 타이어에 비해 오래 사용한 타이어가 마모되면서 그립력이 떨어지지만
타이어의 온도가 높으면 그립이 좋아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바로 갈아끼운 타이어에 비해 어느 정도 써킷을 달리면서 온도가 올라간 타이어가 더 그립이 좋습니다.
F1 등에서는 타이어 워머라는 장치를 이용해 타이어를 끼우기 전부터 온도를 충분하게 유지해주기도 합니다.
만약 타이어의 온도와 사용 시간 등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타이어의 종류입니다.
모터스포츠의 타이어 종류는 크게
일반적인 마른 노면에서 사용하는 드라이 타이어( dry tyre / dry-weather tyre )와
우천시 등 젖은 노면에서 사용하는 웨트 타이어( wet tyre / wet-weather tyre )로 나눌 수 있으며...
드라이 타이어는 연하고 딱딱한 정도에 따라 상대적으로 구분해서,
보다 연한 쪽을 소프터 타이어( softer tyre ),
보다 딱딱한 쪽을 하더 타이어( harder tyre )라고 부릅니다.
좀 더 자세한 타이어의 이름 구분은 규정을 정하는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수퍼 소프트( super-soft ), 소프트( soft ), 미디움( medium ), 하드( hard ), 수퍼 하드( super-hard )
등으로 부르곤 합니다.
( 이 모두는 상대적인 기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
예를 들어, 소프트 타이어는 보다 빠르게 녹아 써킷 노면에 달라 붙으면서 높은 그립을 발생시키고,
하드 타이어는 그립이 낮은 대신 마모가 덜되어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그립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타이어 교체가 허용되고 한 시간 이상의 레이스가 계속되는 현재의 F1 등에서는
타이어의 선택이 매우 중요합니다.
웨트 타이어는 현재 F1의 기준으로는
상대적으로 물기가 적은 상태에서 사용하는 인터미디어트 타이어( intermediate tyre )와
물이 고일 정도로 충분하게 젖은 상태에서 사용하는 웨트 타이어( wet tyre )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 extreme-weather tyre 또는 extreme-wet tyre 라고도 부릅니다. )
드라이 타이어는 충분한 ( 보통 상온을 크게 뛰어넘는 ) 온도가 확보되지 못하면 그립이 크게 떨어지며
노면의 습기 또는 물이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서 마찰을 크게 감소시키므로
비가 내리거나 노면에 물이 고인 상태에서 웨트 타이어 사용은 필수적입니다.
웨트 타이어의 사용 여부는 종종 모터스포츠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지난 2008 시즌에도 몇 차례나 레이스의 결과를 뒤바꿔놓았습니다.
보통 한 랩에 1~2초 차이도 치명적인 F1에서도
마른 노면에서의 웨트 타이어 선택과, 젖은 노면에서의 드라이 타이어 선택이 잘못된 경우
한 랩에 20~30초 이상의 차이를 내거나 사고를 불러 오기도 했습니다.
2008 시즌 마지막 GP 였던 브라질 GP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드라이 타이어를 유지하면서 해밀튼을 크게 앞서던 티모 글록이
마지막 몇 랩에서 그립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속도가 크게 떨어지고,
끝내 마지막 코너를 앞두고 해밀튼에 추월당하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네요.
( 덕분에 해밀튼은 순위 하나 차이로 겨우 월드 챔피언에 등극했습니다. ^^ )
웨트 타이어 외에도 비포장 도로나 험한 환경에서 사용하는 더트 타이어( dirt tyre ) 등이 있는데
일반적인 랠리 스타일의 모터스포츠에서는 더트 타이어를 사용합니다.
보통 모터스포츠가 아닌 일반적인 차량은
웨트 타이어나 더트 타이어의 속성을 가진 일반 차량용 타이어를 사용합니다.
써킷이 아닌 일반 공공 도로의 노면은 그 자체로 '익스트림'한 환경이란 뜻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을 통해 타이어의 종류를 확인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 사진의 위로부터 아래 순서대로 각각
드라이 / 인터미디어트 / 웨트 타이어입니다.
드라이 타이어의 재질에 따른 종류는 육안으로는 쉽게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 F1 등에서는 이런 이유로 타이어 종류별로 색을 칠해서 구분하기 쉽게 하기도 합니다. )
2009 시즌 F1에서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슬릭 타이어의 귀환'입니다.
슬릭 타이어( slick tyre )는 위 사진에 나타나는 것과 같은 홈이 없는 타이어로
마른 노면 위에서는 홈이 있는 타이어에 비해 훨씬 뛰어난 그립을 제공합니다.
2009 시즌에는 F1 머신의 공기역학적 요소를 크게 제한하고, 리어 윙을 줄이는 데다가
엔진 회전수 제한도 보다 낮춰서 전체적으로 속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과도하게 빠른 속도나 노면 환경 변화의 위험성(?)' 때문에 F1에서 사라졌던 슬릭 타이어의 복귀로
다른 제한으로 발생한 속도 감소가 어느 정도 상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대신 슬릭타이어는 우천 등 특수 환경에서 쉽게 그립을 잃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슬릭 타이어의 차이는 아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의 2008년도 페라리 머신 F2008에서 보이는 타이어 위의 네 개의 홈이...
아래 사진의 2009년 머신 F60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슬릭 타이어의 귀환!' 입니다.
이상...
상당히 오랜만에 모터스포츠 입문 강좌 4편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예고와 다르게 '그립과 타이어'의 문제를 다뤄봤습니다.
다음에는 전에 약속(?)했던대로 하중의 이동 문제와 코너 공략 등 보다 난이도 높은 이론들을 다뤄야 할테니...
준비하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네요.
다음 시간을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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