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군은 블로그에 한참 논쟁이 뜨거운 얘기를 잘 쓰지 않는 편입니다. 그냥 글만 안 쓰는 거면 모르겠는데, 평소 지인들에게는 지겨울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논쟁을 벌이면서 정작 블로그에는 그런 이야기를 잘 쓰지 않는 편입니다.
특히나 올 여름 최고의 이슈 "디워" 논란에 대해서, 생각도 많고 주변 사람과는 이야기도 참 많이 했지만... 블로그에서 그 주제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영화'라는 블로그의 이슈와도 맞아떨어질법한 소재인데... 말이죠... 이 글에서 늘어놓을 변명조차 잠잠해질 때를 기다리느라 여지껏 참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왜...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았는가에 대한 변명 정도이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때가 된 것 같네요... ^^;
조금은 치사한 변명을 하자면, 제가 블로그에 "디워" 관련 글을 쓰지 않은 이유는 크게 다음 세 가지입니다.
조금이라도 영화 흥행에 도움을 주고 싶지 않아서...
블로그에 몰려드는 파리떼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서...
왠지 뜨거운 감자와 관련된 글로 방문자를 낚는 수작으로 보일까봐...
우선, 영화 흥행에 도움을 주고 싶지 않다는 얘기는... 긍정이든 부정이든 관심을 갖고 논란에 뛰어드는 것이 어떤 상품의 마케팅에 도움이 될 수 있고.... 특히 이번처럼 파시즘적인 대중의 심리가 발동한 경우에는 더더욱.... '얘기하는 것'에 대해 '반박하는 심리'로 극장에 찾아가 볼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생길까 두려워.... 아예 언급을 안 했었습니다....
파리떼에 대해서는... 진중권 씨 얘기대로... 케로군은 평론가로 치자면 '심약한 평론가'겠죠... 안 그래도 맨날 서버 상태가 꽁기꽁기한 케로군 블로그가 몰려드는 파리떼같은 악플러들 덕분에 더더욱 접속이 어려워지는 것도 싫고.... 애써서 광고 없는 애드 프리로 깨끗하게 만든 블로그가 무의미한 댓글로 채워지는 건 더더욱 보기 싫었습니다.... 뭐... 아직도 심약한 건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 부탁입니다. 혹시 맘에 안 들더라도... 제발 울 블로그 다운 시키지는 말아 주세요...;;;
마지막, 방문자를 낚는 문제는... 저와는 다르게 이런 얘기를 남긴 블로거도 있다는군요... "내가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남기는 건...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나는 디워를 반대했다는 기록을 분명히 남기기 위해서이다" 라고... 윽... 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왠지 방문자 카운터만 늘리는 것 같다는 스스로의 노파심이 발목을 잡았죠... 한참 검색어 순위에 올라오는 글을 나도 쓰는... 왠지 분위기에 편승하는 그런 느낌? 그런 느낌이 싫었다는 게 제일 적당한 표현 같네요.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아마도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신 다른 분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지난 여름 "디워"를 둘러싼 논쟁에서는 '네티즌'이라는 정체성이 모호한 집단의 마음을 사로잡은 파시즘이 득세를 하고 있었습니다. ( 저도 넓게 보면 '네티즌'이지만... 여기서는 해당 이슈에 열성적으로 합승한... 이른바 '일부 네티즌'을 가리키는 의미로만 사용하겠습니다. ) 그들의 파시즘이 힘을 얻기 위한 가상의 적은... 역시 개념이 모호한 '충무로'와 '평론가'라는 집단이었죠. 물론, 그들의 목적은 자신들의 얼토당토 않은 논리를 지적하려는 공격자들을, 반역( 국가에 대한 것처럼 )이나 이단( 기독교계가 하는 것처럼 )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것이었습니다. 군중의 심리를 자극하는 '비논리'에 열광하는 군중 속에 숨어 돌을 던지는 그런 모습이었죠... ( 과연 군중이라는 방패가 아니었으면, 온라인이라는 간접 매체가 아니었으면 어찌되었을지... )
언론과 의사표현의 자유라는 게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가 조차도 알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정부 기관에 기자실이 있고 없고가 언론의 자유를 가리는 지표가 아닙니다... 눈이 멀고 귀가 먹은 대중의 독설과 집단 행동이 자신들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제대로 자유롭게 얘기해보려는 사람들을 짓밟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이죠. '납치 사건' 이후에도 뻔뻔하게 이슬람 선교를 고집하겠다는 기독교계의 광신이나,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망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황우석 지지자들이나... 이런 파시즘적인 집단 행동 속에서 올곧은 비판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황당한 주장과 논리가 팽배했었죠. 영화를 평론하거나 따지고 들자면서 '미학'과 '영화학'은 안 된다니요? 별 되지도 않는 이유와 근거를 들이대면서 ( 과연 그 실체가 궁금한 ) 평론가 집단을 공격하는 모습은, 마치 '국가보안법'을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며 아무렇게나 걸고 넘어지던 군사 정권을 보는 듯 했습니다. 기성 세대도 아니고 어린 학생들이 그런 파시즘부터 체득했다는 게 더욱 안타깝기도 했고요.... 어쨌든, 이런 넋두리를 가슴에 품고도 얘기하지 못하는 이런 상황이 싫었습니다. 그런 사람들하고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두려웠는지도 모르죠.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충언은 귀에 거슬린다" 는 너무나 유명한 옛말이 있죠. 잘못된 것 나쁜 것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지적할 수 없다면 퇴보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자기 자식에게는 너무 관대합니다. 칭찬할 걸 칭찬하는 건 좋지만, 나쁜 것과 잘못된 것조차 일단 칭찬의 색안경을 끼려고 하죠... 아닌 걸 아니라고 할 줄 알아야, 나쁜 걸 나쁘다고 할 줄 알아야 제대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텐데, 맨날 되도 않는 칭찬을 하고, 문제들은 죄다 덮어주니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반복 재생산되는 겁니다.
오냐오냐 키운 자식이 어떻게 클지에 대해선 정말 생각해 보지 않는 것인지... 그래도 남보다 좀 더 배우고, 생각이 깊은 사람에게 배울 생각은 하지 않고, 뭔 말만 하면 자기 기준으로 자기 자식이 최고라고 우기는 무지몽매한 학부모들과 무엇이 다른지... 생각이나 해보고 얘기들 하고 있는 건지 정말 궁금합니다. 또한, 비판이나 비평은 누가 보기에나 옳기 때문에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비판이나 비평 속에서든 들어 있는 논리와 근거로부터 무언가 배울 것이 생기기 때문인데요... 제대로 관점을 가지고 시도하는 비평조차 자기 생각과 다르면 '그 입 다물라'고 외치는 군중의 압박 속에서 무슨 학습과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그 '일부 네티즌'들이 뒤늦게나마 (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 생각 좀 해 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적어도 이 정도 변명이나마 늦게라도 남길 수 있게 된 걸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혼란의 한가운데 뛰어든 이름 모를 블로거나 진중권 씨 같은 경우는 그 진정성은 별도로 하더라도... 적어도 그 용기만은 높이 사고 싶네요... ^^